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13
113화 9번째 버킷리스트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불치병이 있는데, 대표적으로 루게릭, 에이즈, 당뇨, 췌장암, 치매, 탈모 등이 있었다.
“지금, 그런 불치병의 치료제를 만들자는 거죠?”
-네, 맞습니다.
취지는 좋았다. 하지만 한 가지 이해가 가지 않는 것이 있었다.
“ICU는 제약 회사가 아니지 않습니까?”
신약 개발을 위해 FDA의 승인을 받긴 했지만, ICU의 AI 시뮬레이션은 제약 분야에 한정된 것이 아니었다.
‘ICU의 시뮬레이터는 시뮬레이션이 필요한 모든 분야에 활용할 수 있어.’
건축, 발파, 도시공학, 항공, 우주 등. ICU는 이미 여러 분야에서 활약하고 있었다.
‘나 또한 그 다양한 활용성을 보고, 인공지능 개발을 결심했었지.’
그러므로 ICU의 신약 개발은 주된 것이 아닌, 그저 그들이 다루는 여러 사업 중 하나일 뿐이었다.
그런데 불치병의 치료제를 개발한다는 것은, 나머지 사업을 접고 전력을 다해 오로지 신약 개발에만 전력을 다해야만 가능할까 말까 한 일이었다.
물론, 불치병의 치료제를 개발할 수만 있다면. 굉장한 돈방석에 앉을 수 있는 것은 자명한 일이었지만, 아무리 AI 시뮬레이션이라고 해도 그런 인류사에 남을 만한 업적을 단기간에 해결할 수는 없었다.
‘파킨슨병은 그래도 아미트 교수가 치료제를 거의 완성했던 단계였으니, 그 기간이 획기적으로 줄어들 수 있었어. 하지만 다른 병들은 아니지.’
그래, 비교적 흔한 당뇨병 같은 병은 어쩌면 치료제 개발이 빠를 수 있었다. 하지만 에이즈라던가 루게릭병, 그리고 특히 췌장암은 비전문가인 내가 보아도 어디서부터 어떻게 치료제를 개발을 시작해야 할지 감도 잡히지 않았다.
‘아마 AI 시뮬레이션을 돌리더라도 최소 몇 년은 걸릴 거야.’
현실이 이러하니, 나는 크리스토퍼가 왜 이런 어려운 제안을 해오는지 매우 궁금해졌다.
-그렇죠. 미스터 윤의 말대로 우리 ICU는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가 아닙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그런 회사가 되어보려고 합니다.
“…어째서요?”
-제가 여러 가지 기행을 일삼는 걸로 유명하다는 것을, 미스터 윤도 잘 아실 겁니다.
모를 리가 없었다.
크리스토퍼의 여러 기행은 인터넷 뉴스에 1페이지에 올라갈 정도로 이슈가 되곤 했으니 말이다.
-그럼 제가 왜 그런 기행을 하고 다니는지, 그 이유는 아시나요?
“글쎄요? 그냥 하고 싶으니까 하셨던 것 아닙니까?”
그런 나의 말에 크리스토퍼가 조금 놀란 기색으로 대답했다.
-네, 맞습니다. 어떻게 아셨습니까?
아마 내가 크리스토퍼와 비슷한 유형의 사람이기 때문에, 그가 기행을 일삼는 이유를 단번에 맞힐 수 있었던 걸 것이다.
‘나 또한 하고 싶은 건 꼭 해야 내야만 하는 성격이니까.’
내가 괜히 여러 분야의 사업에 손을 대는 것이 아니었다.
-저는 지금까지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그것이 아무리 위험하거나 어렵더라도 꼭 도전하고 이뤄냈습니다. 그런 제가 이번엔 불치병 치료제의 개발에 흥미가 생겨버렸죠.
크리스토퍼는 파킨슨병의 임상 시험을 진행하면서, 성윤복 장인을 포함한 세계 각국의 파킨슨병 환자에게서 무수한 감사 인사를 받았었다고 이야기했다.
-저는 그들의 감사 인사로부터 뿌듯함, 벅차오름, 보람과 같은 감정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것은 그 어떤 익스트림 스포츠를 즐겨봐도 느껴보지 못한, 너무나 중독적인 감정이었습니다.
나 또한 그런 감정을 아주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허공에 고개를 끄덕이며 그의 말에 공감했다.
“그래서 다른 불치병의 치료제를 개발하고 싶다고 생각하신 겁니까?”
-그렇습니다.
곧장 대답해오는 크리스토퍼의 목소리엔 망설임은 없어 보였다.
‘크리스토퍼가 장난이 아닌, 진심이라는 것은 알겠어. 그런데 왜 이런 제안을 내게 하는 거지?’
ICU의 AI 시뮬레이션이라면, 굳이 에보(EVO)의 도움이 없더라도 알아서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겠죠. 하지만 우리의 시스템엔 한 가지 부족한 게 있지요.
연산력.
오래전부터 시뮬레이션을 연구한 ICU에게 부족한 것은 그것밖에 없었다.
“에보의 연산력을 빌려, 신약 개발 기간을 줄여볼 생각이시군요.”
-네, 맞습니다.
확실히 그런 이유라면, 크리스토퍼가 내게 연락한 이유가 설명된다.
‘의도는 좋다. 전세계 불치병에 치료제가 정말 개발될 수 있다면, 수많은 환자를 살릴 수 있을 테니까.’
그런 크리스토퍼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나 또한 성윤복 장인이 떠올라 불치병 치료제를 개발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
‘아마 스스로 학습하는 에보라면, 우리 회사의 힘만으로도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을 거야. 하지만 수년간 시뮬레이션 분야를 연구해온 ICU가 함께한다면 그 기간이 훨씬 단축되겠지.’
이제 막 만들어진 에보와 달리, ICU에겐 시뮬레이션에 대한 노하우가 있을 테니. 신약을 개발할 생각이라면, 우리로서도 ICU와 함께하는 편이 좋았다.
‘크리스토퍼와 나는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있겠어. 다만.’
협력을 요청해온 것은 ICU이니, 에보의 연산력을 빌려주는 대가를 먼저 들어보는 것이 먼저였다.
-치료제 개발에 대한 모든 귀찮은 과정은 우리 ICU에서 맡을 테니 넥스인텔리에선 연산력만 빌려주십시오. 그 대가로 나중에 치료제가 개발되었을 때 발생하는 수익을 일부 나눠드리겠습니다.
“몇 대 몇으로요?”
-ICU가 8, 넥스인텔리가 2 어떠십니까.
손가락 하나 까딱하지 않고 받는 비율로는 적당했다. 하지만 그것은 일반적인 협력일 경우의 이야기였다.
‘나는 운이 좋아.’
불치병 치료제 개발은 ICU에서 전부 도맡는 셈이지만. 그것만으로도 나의 강한 운이 어떻게든 적용될 터.
‘개발 기간이 더욱 줄어들거나, 어쩌면 아미트 교수처럼 독자적으로 신약을 개발하던 인재가 제 발로 찾아올지도 모르지.’
그런 것을 고려한다면, 8:2라는 비율은 매우 적다고 볼 수 있었다.
“너무 적은 것 같은데요. 5대5라면 모를까.”
-5:5라고요? 일은 우리 ICU가 다 하는 셈인데 그건 좀 아닌 것 같군요.
“그럼 6:4는 어떻습니까? 연산력만 빌려드리는 계약이긴 하지만, 그 연산력을 모으는 데 들인 노력이 상당하거든요. 이 정도는 요구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나는 일부러 강하게 나갔다. 크리스토퍼는 나와 비슷한 성향의 인물이므로, 제안이 조금 터무니없다고 해서 곧바로 제안을 엎어버리진 않을 테니까.
아니나 다를까.
-7:3. 그 이상은 정말로 안 됩니다.
겨우 연산력만 빌려주는 대가로, 이익의 30%나 받을 수 있다니. 내가 의도한 협상이긴 하지만, 양심이 없어도 너무 없다고 생각되었다.
나는 혹여나 크리스토퍼가 마음을 바꿀까 싶어 곧바로 그 제안을 수락했다.
“좋습니다.”
-그럼 수일 내로 계약서를 작성하여 팩스로 보내드리겠습니다.
“아뇨. 제가 곧바로 대리인을 보낼 테니 내일 당장 계약하시는 건 어떻습니까?”
마침 구상민 씨가 미라클 에코의 상장 문제 때문에 미국에 있는 상태였기에, 나는 그에게 이번 계약을 맡길 수 있었다.
-좋습니다.
그렇게 이틀 후. 나는 ICU와의 계약이 무사히 체결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고.
-…너 진짜 뭐 하는 놈이냐.
어이없어하는 상필이의 전화를 받을 수 있었다.
***
ICU가 파킨슨병 치료제에 이어 다른 불치병의 치료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불치병 환자와 그 가족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파킨슨병의 치료제도 ICU에서 거의 개발되었다고 들었어.’
‘그러니 내 병의 치료제도 금방 만들어지지 않을까?’
‘버티자. 버티면 살 수 있다.’
ICU의 이러한 행보는, 절망하던 환자들에게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어 주었고. 그것은 환자들에게 살아갈 의욕을 불러일으켰다.
그 증거로, 전세계 여러 병원에서 불치병 환자들의 상태가 눈에 띄게 호전되었다는 소식이 인터넷에 심심치 않게 올라왔다.
덕분에 ICU의 주가는 그 천장이 어딘지 모를 정도로 나날이 상승했다. 그리고 나는 아직 ICU의 주식을 팔지 않았다.
‘처음 샀을 때보다 무려 6배가 올랐네?’
당시에 남는 돈으로 ICU의 주식을 매수했던 것은 매우 잘한 선택이었다.
또한, 이번 ICU와의 추가 계약 덕분에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던 넥스인텔리의 인지도가 크게 상승했다.
‘넥스인텔리는 상장회사가 아니라서 인지도 상승이 그리 큰 영향을 주진 않지만.’
넥스인텔리와 깊은 연관이 생긴 로키아라면 이야기가 달랐다.
-하하. 미스터 윤. 넥스인텔리의 유명세 덕분에 우리 로키아 EVO의 판매량도 나날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ICU와 협력중인 넥스인텔리의 인공지능인 에보가 로키아 폰에 탑재된 바로 그 인공지능이라는 것이 알려지자. 로키아 폰의 판매량이 급격히 상승하는 효과가 발생한 것이었다.
그리고 늘어난 판매량 덕분에 연산력의 확보가 더욱 원활하게 되었다.
“말이 나온 김에, 에보의 윈도우 탑재는 언제쯤 가능하게 되나요?”
-아마 다음 윈도우 업데이트 때 진행될 것 같습니다.
“태블릿 PC 판매 계획은요?”
-그건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왜요?”
-아무래도 에보를 탑재하려면, 윈도우 기반의 태블릿이 필요한데. 아시다시피 윈도우 태블릿은 인기가 많이 없습니다.
확실히 윈도우 태블릿은 모바일에 최적화된 OS를 탑재한 타사의 태블릿보단 그 인기가 매우 떨어졌었다.
-하지만 실무진들과 토의해본 결과, 스스로 학습하고 판단하는 인공지능 에코가 있다면, 윈도우 태블릿도 시장에서 충분히 경쟁을 갖출 수 있을 거라는 결론이 났습니다. 다만, 소비자들이 윈도우 태블릿에 선입견을 품고 있기에. 우리 실무진들은 그 선입견을 깨부수는 것이 우선이라고 판단했습니다.
선입견을 깨부순다니. 그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나는 아주 잘 알고 있었다.
‘로또에 당첨된 직후, 아무리 겉모습을 꾸며도 예전부터 나를 싫어하던 오 팀장님의 선입견을 곧바로 부서지지 않았었지.’
오 팀장은 내가 와인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을 보고, 겨우 나에 대한 선입견이 사라질 수 있었다.
‘선입견을 부수려면, 어떤 계기나 사건이 필요하지.’
나는 윌 게이츠 씨가 어떻게 윈도우 태블릿에 대한 선입견을 사라지게 할지 궁금했다.
-그래서 우리는 에보가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새로운 환경의 윈도우를 개발하려 합니다.
나는 그 말에 약간의 불안감이 들었다.
‘예전에 마이크로 시프트에서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된 윈도우를 만들려다 처참하게 실패했다는 기사를 봤었지.’
그런 나의 불안한 마음을 알아챘는지, 윌 게이츠 씨가 빠르게 말을 이었다.
-모바일에 최적화 된 윈도우를 만든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저 인공지능 에보가 잘 사용될 수 있도록, 불필요한 기능을 빼고 OS를 새로이 디자인 하는 것뿐입니다.
윌 게이츠는 스스로 판단하고 사용자에게 도움을 주는 에보라면, 그동안 윈도우 태블릿이 주었던 불편함을 모두 해결할 수 있다고 장담하였다.
“그렇군요. 그럼 좋은 결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네, 완성되면 가장 먼저 알려드리죠.
윌 게이츠 씨와의 통화가 종료된 후, 나는 생각했다.
‘조금 불안하긴 하지만, 정말로 에보에 최적화된 새로운 윈도우가 탄생한다면. 마이크로 시프트의 위상도 덩달아 오르게 될 거야.’
잠시 고민을 거듭하던 나는 마이크로 시프트에 약간의 여윳돈을 투자하기로 마음먹었다.
‘한, 50억 정도만 투자하자.’
이후, 꼬박 이틀 동안 마이크로 시프트의 주식을 사들인 나는, 피곤한 기색으로 안방 침대에 그대로 엎어졌다.
털썩.
푹신한 침대에 파묻힌 나는 졸음이 쏟아지는 머리로 생각했다.
‘미라클 에코도 얼마 전에 상장하여, 약속한 지분도 무사히 잘 넘겨받았고. 또한 MO 플랜트도 그때 문의가 들어왔던 나라들과 모두 계약되었다고 했었지.’
미라클 에코의 사업은 이제 궤도에 오른 상태가 되었다. 그러니 이제 더는 나와 루카스 씨의 도움이 없어도 두 대표가 알아서 잘 운영해 나갈 수 있으리라.
‘이젠 미라클 에코에 투자한 돈을 회수할 일만 남은 건가.’
지급받은 주가는 날이 갈수록 상승에 상승을 거듭할 것이다. 앞으로 플라스틱 쓰레기를 처리하기 위해선, 미라클 에코의 MO 플랜트 설비는 필수가 될 테니 말이다.
‘루나리스 패션도 한유경 씨를 경영 보조로 임명했고, 그녀를 대신할 직원도 뽑았으니 이제 걱정이 없어.’
라이브 카페야 이제는 내가 거의 신경 쓰지 않아도, 알아서 잘 운영되고 있었다.
‘넷플리스에서도 죽지 않는 가시고기의 정식 영화 촬영이 시작되었다고 했었지.’
그것 때문에 요즘 최지훈 감독이 매우 바쁘다고 전해 들었었다.
‘그러고 보니 최지훈 감독이 다음 차기작에 대한 각본을 써달라고 요청했었는데.’
꽤 흥미가 생기는 일이었지만, 나는 그 제안을 일단 거절했었다.
‘할 일이 생겼으니까.’
그는 고개를 들어 올려, 침대 위 벽에 붙여 둔 버킷리스트를 바라보았다.
‘내가 벌인 모든 일이 일단락되었으니, 이젠 저 목록들을 해결할 차례야.’
자, 그럼 뭘 먼저 시작해 볼까.
나는 여러 버킷리스트 중에서 가장 먼저 눈에 띈 9번째 칸에 적혀있는 항목을 읽었다.
[9. 아우토반에서 질주하기.]‘…내 람보르기니를 독일까지 운송할 방법이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