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14
114화 길을 걷다 비서를 주웠다 (1)
“…님.”
“…장님…!”
누군가가 나를 부르는 소리에,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잠에서 깨어났다.
“으… 여기가 어디…”
나는 비몽사몽인 시야로 주변을 둘러보고는, 이곳이 카페 드리머의 사무실이라는 것을 알아챌 수 있었다.
“정신이 좀 드세요?”
나를 깨워준 이지혜 씨가 걱정스레 물어왔다.
“지금 몇 시죠?”
“저녁 7시에요.”
이런.
내가 또 깊이 잠들었던 모양이다.
‘…오늘은 피아노 연주를 꼭 하고 싶었는데….’
최근 이틀간 독일 여행 준비로 나름 바쁜 나날을 보내었던 나는, 간만에 피아노 연주를 하기 위해 아침 일찍 드리머를 찾았었다.
그런데 오늘. 아니, 요즘 따라 아침부터 내게 걸려 오는 전화가 너무나 많았다.
‘구상민 씨랑 최지훈 감독의 안부 전화에 한유경 씨와 상필이의 현재 사업 업무에 대한 보고, 그리고 MO 플랜트에 같이 투자했던 루카스 씨 까지.’
아침 9시부터 오후 1시까지 쉬지 않고 통화를 했던 나는, 너무나 피곤한 나머지 깜빡 잠들어버렸던 것이었다.
“요즘 업무가 많이 바쁘신 모양이네요? 하긴, 신문 기사에도 심심치 않게 나오실 정도이시니….”
“그런 것도 있지만, 제가 요즘 버킷리스트 하나를 이루려고 이것저것 알아보던 중이기도 했거든요. 그러다 보니 계속 시간에 쫓기게 되어서….”
“버킷리스트요?”
이지혜 씨가 흥미로운 눈초리로 되물어왔다. 이에 나는 그녀에게 설명해주려 하였으나.
우우웅-!
또다시 울리기 시작하는 핸드폰에 나는 멋쩍게 웃으며 말했다.
“또 업무 전화네요.”
“그럼 얼른 받으셔야죠. 저는 저녁 연주를 준비하러 나가보겠습니다.”
내게 인사한 이지혜 씨는 사무실을 빠져나가며 한 마디 조언을 남겨주었다.
“사장님을 도와줄 분이 슬슬 필요할 것 같아요. 그 모든 업무를 혼자서 처리하기엔 너무 힘들지 않겠어요?”
“…….”
그렇게 이지혜 씨가 떠난 후, 나는 곧장 걸려 온 전화를 받았다.
“크리스토퍼. 무슨 일 입니까?”
나는 늘 그랬듯 여상하게 물었으나, 들려오는 목소리는 그의 것이 아니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표님의 수행비서 레베카라고 합니다.
전화를 건 사람은 다름 아닌, 크리스토퍼의 최측근 비서였다.
-이전에 ICU와 협력하시겠다는 계약을 체결하셨지요? 그에 관한 정기 보고를 드리기 위해 연락드렸습니다.
“…그렇군요.”
비서는 내게 현재 신약 개발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 간략하게 설명해주었다.
-…이상입니다. 혹시 더 궁금하신 점 있으십니까?
있을 리가 없었다.
방금 들은 설명은 그저 루게릭병에 대한 치료제 개발이 시작되려 한다는 것이 전부였으니 말이다.
“아뇨, 없습니다. 그런데 크리스토퍼가 많이 바쁜 모양이네요?”
지금까지 크리스토퍼는 이렇게 비서를 통해 연락을 준 적이 단 한 번도 없었다.
-아, 대표님께선 현재 두바이 일정을 진행하고 계십니다.
“그렇군요.”
-네, 그럼 궁금한 것이 없다고 하셨으니, 이만 통화를 종료해도 되겠습니까?
“그러세요.”
그렇게 통화가 끝난 뒤, 타이밍 좋게 두 번째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윌 게이츠 씨?’
내가 곧장 전화를 받자, 이번에도 윌 게이츠 씨 본인이 아닌. 그의 수행비서와 통화를 할 수 있었다.
-…보고는 이상입니다.
윌 게이츠 씨의 비서, 제시카도 인공지능 폰에 관한 여러 가지 사항을 보고하기 위해, 내게 연락했던 것이었다.
“…감사합니다.”
윌 게이츠 씨의 비서와의 통화가 끝난 뒤, 나는 또 전화가 걸려 올까 싶어 잠시 기다려보았으나. 핸드폰이 또 울리는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비서라….’
나는 방금 걸려 왔던 두 통화를 떠올리며 생각했다.
‘크리스토퍼도 윌 게이츠 씨도 매우 바쁜 사람들이지. 오히려 그동안 직접 전화를 줬었던 것이 이례적인 일이었을 거야.’
그들 뿐만이 아니었다. 거암 물산의 강진수 사장만 해도 늘 비서를 데리고 다니며 업무를 보았었다.
‘확실히 사장쯤 되는 직위가 되면 비서가 있긴 해야 할 것 같아. 그래야 편하게 업무도 보고, 시간도 여유롭게 쓸 수 있을 테니까.’
그동안 나는 비서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하지만 근래에 여러 가지 사업과 투자를 한 번에 하다 보니,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이 가끔 들곤 했었다.
‘예전에는 사업이 몇 개 안 되어서, 일정 관리를 직접 하여도 큰 무리가 없었지.’
하지만 여러 사업을 시작하게 된 지금은 달랐다. 나를 대신해 각 사업을 대신 운영해줄 직원을 뽑긴 했지만, 그들이 내 일정 관리와 같은 잡무를 처리해주지는 않으니 말이다.
‘비서가 있다면, 비행기나 호텔 예약과 같은 일들도 알아서 처리해줄 거야.’
그뿐만 아니라 중요한 일정을 잊어먹지 않도록 리마인드 시켜줄 수도 있을 것이다.
‘또 계속 이런 잡무까지 나 혼자 처리하다가는, 나중에 중요한 자리에서 실수를 저질러 버릴지도 모르지.’
오늘만 해도 나는 피아노를 연주하러 왔다가, 잠만 자고 시간을 낭비해 버리고 말았다.
‘조만간 괜찮은 비서를 한 명 구해봐야겠어.’
마음 같아선 지금 당장이라도 비서를 구하고 싶었으나, 유능하고 믿음직스러운 비서를 구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기에. 나는 시일을 두고 천천히 구해보자고 생각했다.
‘구상민 씨에게 부탁드리면, 괜찮은 사람을 뽑아주시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곧장 구상민 씨에게 비서를 구해달라는 문자를 보내었다.
그리고 잠시후, 내가 어떤 비서를 원하는지를 묻는 구상민 씨의 답장을 받을 수 있었다.
‘나는….’
내 비서는, 정직하고 우직하면서도 능력이 좋은 사람이었으면 좋을 듯싶었다.
‘절대 나를 배신하지 않을 사람이며, 내게 부족한 부분을 잘 채워줄 수 있다면 최고의 비서일 텐데.’
그런 비서를 구하는 것은 아마 구상민 씨에게도 어려운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구상민 씨에게 내가 원하는 모든 조건을 적어 보내었다.
[…일단 한 번 찾아보겠습니다.]그런 구상민 씨의 답변을 받은 나는, 핸드폰을 집어 넣으며 곧장 사무실 컴퓨터 앞에 앉았다.
‘자 그럼 이제….’
나는 인터넷으로 독일까지 내 람보르기니를 운송해 줄 업체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차량 일시 수출입 제도라는 게 있어서 참 다행이지.’
해외여행에 자신의 차량을 가져가기 위해서 통관 절차를 걸칠 때. 관세나 각종 검사, 취·등록세 등의 법적인 절차와 규제를 발생한다.
‘하지만 일시 수출입 제도 덕분에 이게 모두 생략이 되지.’
해외에 자동차를 반입하는 목적이, 그저 단기간 여행일 뿐이라면. 어차피 다시 돌아가야 하므로, 이런 여러 절차를 생략하는 것이 가능했다.
그리고 이것이 바로 일시 수출입 제도였다.
‘또, 독일은 비엔나 협약 덕분에 원래 차량에 부착된 고유 번호판과 운전 면허증만있어도 운전을 할 수 있다고 했었지.’
그러니 내가 독일 아우토반에서 질주하기 위해서는, 두 가지 문제만 해결하면 되었다.
‘하나는 자동차를 운송해줄 업체를 찾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국제 면허증이 필요했다.
영문 면허증이 있었다면, 굳이 국제 면허증이 필요 없었겠지만. 아쉽게도 내 면허증은 영문 면허증이 아니었다.
‘찾았다.’
꽤 오랜 시간 인터넷을 검색해본 끝에, 나는 선박으로 자동차를 이송해 줄 괜찮은 업체를 고를 수 있었다.
‘어디보자….’
나는 홈페이지에 적혀있는 연락처로 전화를 걸었다.
“네? 승선비, 하선비 별도에 편도가 2,200만 원이요?”
그런데 업체에선 차량 관리비를 포함한 운송비를 무려 2,200만 원이나 요구하였다.
물론, 전에 다른 업체에 전화했어도 이것과 비슷한 금액을 요구하긴 했었으므로. 이 정도가 업계 표준이라 볼 수 있었다.
‘조금 비싸긴 하지만….’
그래도 내 람보르기니를 이송하려면 이 방법밖에는 없었다.
‘…그냥 해외 운송을 포기할까?’
버킷리스트를 이루는데, 굳이 내 람보르기니에 집착하지 않는다면. 많은 것이 편해질 것이었다.
하지만.
‘…아니지. 어차피 하는 거 제대로 해봐야 하지 않겠어?’
독일에서 차량을 렌트하여 아우토반을 질주하는 간편한 방법도 있지만, 그랬다간 평생 마음속에 아쉬움과 찝찝함이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왕이면 렌트카보단, 내게 길들어진 내 차량으로 달려야 충분히 만족할 수 있을 거야.’
왕복 운송비 약 4,400만 원이 아깝긴 했지만. 이제 내게 그 정도의 소비는 큰 타격이 되지 않았다.
‘달마다 기부하는 금액의 거의 절반이긴 하지만, 인생을 살아가며 단 한 번 있는 일인데. 돈에 그렇게 연연하지는 말자.’
나는 전화 너머의 직원에게 물었다.
“운송 계약은 어떻게 하나요?”
워낙 큰 액수였기에, 상담 직원은 내게 사흘 뒤에 직접 업체로 방문해달라고 요청했다.
그렇게 통화를 종료한 나는, 곧장 가장 가까운 자동차 면허 시험장의 홈페이지로 접속하여, 신청서를 작성해 곧바로 제출했다.
‘면허증은 내일 찾으러 가야겠군.’
시계를 보니 벌써 저녁 11시였다.
하아암-!
피곤이 몰려온 나는 크게 하품하며, 사무실을 빠져나와 곧장 집으로 향했다.
***
다음 날, 나는 간단히 아침을 차려 먹은 뒤. 집에서 가장 가까운 자동차 면허 시험장으로 향했다.
“여기 있습니다.”
약간의 기다림 끝에 국제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을 수 있었던 나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그것을 지갑 속에 잘 넣어 두었다.
‘이제 선박 운송 업체와의 계약을 잘 끝낼 일만 남았군.’
나는 기분 좋게 면허장을 빠져나온 나와, 람보르기니를 주차해 둔 백화점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10분이나 걸어가야 하긴 하지만, 이곳 면허장 주차장보단 백화점 주차장을 이용하는 편이 더 안심이지.’
그렇게 내가 백화점을 향해 길을 걷던 때였다.
“…자비르 선배님, SWOT 분석이 뭐예요?”
“SWOT 분석은 어떤 프로젝트의 강점(Strengths)과 약점(Weaknesses), 그리고 기회(Opportunities)와 위협(Threats)을 식별하는 기법이야.”
“그런 게 왜 필요한데요?”
“저 4가지를 분석하면 현재 상황과 앞으로 어떻게 경영해야 할지를 대략적으로 파악할 수 있거든.”
그것은 기이한 풍경이었다.
눈앞 카페의 테라스에 한 무리의 젊은 대학생들이 옹기종기 모여 열심히 공부하고 있었는데, 그들에게 공부를 가르쳐주고 있는 사람의 외모와 복장이 좀 특이했다.
‘흑인?’
아프리카계의 사람으로 보이는 민소매 차림의 그는, 공사장에서 볼 법한 안전모를 머리에 쓴 채로 열심히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선배 그럼 이 문제는 어떻게….”
“아, 이건….”
학생들은 그 남자를 선배라고 부르며, 계속해서 질문했고. 남자는 막힘없이 모든 질문에 답을 해주었다.
‘옷차림을 보면, 근처 공사장에서 일하시는 분 같은데….’
나는 그 자비르라고 불리우는 남자에게 약간의 호기심이 생겼다.
‘가서 뭐 하는 사람인지 물어볼까?’
하지만 나는 열심히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으므로, 그냥 한동안 학생들의 공부하는 모습을 잠시 지켜보았다.
‘대단하네.’
자비르라고 불린 남자는 한국어가 굉장히 유창했으며, 어려운 전문 용어도 술술 말할 정도로 지닌 지식이 뛰어나 보였다.
‘…공부를 오래 하네.’
나는 학생들의 공부가 끝났을 때, 저 남자에게 말을 걸 생각이었으나. 그들의 공부는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만 가자.’
언제까지 여기에서 서 있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으므로. 나는 다시 백화점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대략 10분 정도 걸었을까.
“헉…! 헉…! 저기요!”
누군가 등 뒤에서 나를 불러세웠다.
고개를 돌리자, 그곳엔 아까 카페에서 보았던 그 자비르라는 남자가 숨을 헐떡이며 서 있었다.
“이거 떨어뜨리셨어요.”
그는 해맑게 웃으며, 내게 뭔가를 내밀었다.
“이건…”
그것은 내가 떨어뜨린, 현금이 가득 들어있는 지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