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16
116화 주운 비서가 굉장함
내가 무척 놀라워하자, 강진수 사장이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 나갔다.
-오해하시면 안 되는 게, 그 자비르라는 친구. 토익처럼 공신력 있는 어학 시험을 치른 것은 아니라고 합니다.
“그러면요?”
-제 비서가 그 친구의 주변 지인들에게 접근하여 자비르 씨에 대해 물어보았을 때, 한결같이 외국어를 잘한다고 대답했다더군요.
한국어 영어는 기본이고. 고향의 언어인 키룬디어와 프랑스어. 거기에 독일어와 아랍어까지.
자비르 씨는 그 모든 언어를 유창하게 구상한다는 정보였다.
-그뿐만이 아닙니다. 자비르 씨는 대학 시절, 학과 성적 장학금을 놓쳐본 적이 없었으며, 학술제에 나가서 수상한 이력이 있더군요.
어제의 그 대학 후배들이 왜 자비르 씨를 찾아와 가르침을 받았는지. 이해되었다.
‘이쯤 되면, 머리가 비상하다는 것은 알겠고.’
남은 것은 성격과 인성이었다.
-그것도 걱정하실 필요가 없어 보입니다. 자비르 씨의 주위 사람들은 하나 같이 그의 심성을 칭찬했고, 보기 드문 정직한 청년이라고 대답했답니다.
사실 다른 사람의 말까지 들을 필요는 없었다.
100만 원이 들어있는 지갑을 돌려주러 달려왔던 것을, 이미 내 눈으로 확인하지 않았는가.
-주전공은 경영이었지만, 부전공은 컴퓨터 공학이었더군요. 확실히 유능한 친구인 듯 보입니다.
“그래요? 컴퓨터까지 잘한다는 말입니까?”
-화이트해커 대회에도 나갔던 모양입니다.
나는 길을 걷다 다이아몬드를 주운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그런데 왜 지금은 공사장에서 일하는 걸까요? 그 정도의 인재라면, 괜찮은 회사에서 일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는 비공식이라고는 하나, 무려 6개 국어를 할 줄 알았으며. 해킹이 가능할 정도의 전문적인 컴퓨터 지식을 가진 인재였다.
‘6개 국어 모두 유창하다고 하였으니, 공신력 있는 시험이야 치르기만 하면 고득점 패스일 테고. 대학교를 나오지 않은 것이 조금 문제지만 그것도 다른 대학교에 다시 입학하면 될 문제일 텐데.’
성적 장학금을 놓친 적이 없다고 했으니, 학비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공사장에서 시간을 낭비하느니, 다시 공부하여 스펙을 쌓거나. 적당한 회사에 취직하는 편이 더 나을 터.
그런데 강진수 사장은 내가 생각지도 못한 문제를 언급하기 시작했다.
-자비르 씨의 스펙은 공식적으로 고졸입니다. 게다가 외국인이죠. 아무리 능력이 좋다고는 하지만, 이런 스펙을 받아줄 회사는 중소기업밖에 없습니다.
“그야, 그렇겠죠.”
-일반적인 중소기업은 보통 큰 회사의 하청을 받아 일합니다. 그러다 보니 어쩔 수 없이 일감을 주는 회사들의 눈치를 봐야 하죠.
“…그런데요?”
-자비르 씨가 참가했던 대학교 퀴즈대회 말입니다. 거기에서 자비르 씨에게 덮어씌운 그 학생들의 부모가 바로 그 중소기업 사장님들에게 일감을 주는 원청업체 사장님입니다.
“…그게 왜요?”
그들이 원청업체 대기업 사장님인 것과 자비르 씨가 취업하지 않는 이유가 무슨 상관이란 말인가.
-상관이 있습니다. 바로 그들이, 자비르 씨가 취업하지 못하도록 입김을 불어 넣은 장본인들이니까요.
“…예?”
강진수 사장은 그들이 자신의 회사는 물론이고, 자비르 씨가 웬만한 중소기업에 지원하는 것조차 막았다는 것이었다.
“아니, 대체 왜요?”
-자비르 씨가 거짓으로 주동자가 되어 퇴학당하는 대신 받기로 한 대가가 있지 않습니까? 그것을 지급하는데, 약간의 트러블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무슨 트러블이요?”
“부모들이 약속했던 돈을 주지 않으려 했답니다.”
머리가 어지러웠다.
‘아니, 대체 왜?’
대기업 사장이 돈이 없는 것도 아닐 테고. 본인 아들 대신에 퇴학까지 당해주었는데, 약속한 대가를 주지 않으려고 하다니.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돈이 아까웠다기보다는, 괘씸했던 모양입니다.
“괘씸하다뇨? 왜요?”
-자신들의 아들들은 교수님들의 컴퓨터를 해킹하여 답지를 얻고 나서야 겨우 100점을 맞았는데, 자비르 씨는 순수한 실력으로 100점을 맞았으니까요.
“…하!”
나는 어이가 없었다.
“겨우 그딴 이유로 사람의 인생을 저렇게 엉망으로 만들었다고요?”
-자꾸만 지급이 늦어지자, 자비르 씨가 매일 같이 그들을 찾아가 조목조목 따지고 들어. 결국 대가를 받아냈답니다. 아마 그런 자비르 씨의 행동이 거슬렸을지도 모르겠네요.
“그거야 당연한 것 아닌가요? 만약, 저였더라도 찾아가 결판을 냈을 겁니다.”
“또, 자비르 씨가 외국인이라는 점도 그들이 막 나가게 된 원인 중 하나였을 겁니다. 그는 세계에서 가장 가난한 나라 중 하나인 브룬디 출신이었으니, 다소 심하게 대해도 별 탈이 없을 거란 계산이었겠죠.”
“…….”
-…어쨌든, 그렇게 취업 길이 막히게 된 자비르 씨는. 아르바이트를 전전하다가 결국, 공사판까지 흘러 들어가게 된 것입니다.
“…….”
나는 아까 자비르 씨가 했던 말을 떠올려보았다.
‘2,100만 원이면 집안을 일으킬 수 있다고 했었지.’
당시 그에게는 무려 2,100만 원이었겠지만. 결과적으로 겨우 2,100만 원 때문에 그는 학업도, 꿈도 잃게 된 셈이었다.
‘안타까워.’
나는 그가 정말로 안타까웠고, 그런 자비르 씨에게 못되게 군 대기업 사장들에게 화가 났다.
“…혹시, 자비르 씨가 이후에 다시 대학에 가고자 시도한 적이 있습니까?”
-네, 총 3번의 시도를 했었습니다.
“그럼 설마 그것도…”
-…맞습니다. 대기업 사장님들이 인맥을 동원하여 그의 합격을 막았답니다.
역시는 역시였다.
‘대체 무슨 억하심정으로 그런 짓을 한 거지?’
나는 도저히 그 대기업 사장들의 행동이 이해되지 않았다.
“…혹시, 그 대기업들이 어디 어디인지 알려주실 수 있으십니까?”
보통 일반인이었던 예전과 달리, 에보를 개발한 나의 사회적 위상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앞으로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기업들은 우리 회사의 연산력을 앞다퉈 빌리게 될 거야.’
에보의 활용도는 무궁무진했고, 이를 이용하면 어떤 사업이든 그 기간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것이 가능했다.
‘그러니 자비르 씨를 괴롭혔던 그 세 기업도 언젠가 내게 접근해 오겠지.’
만약, 자비르 씨가 내 비서가 되어준다면. 나는 그를 위해 기꺼이 저 세 기업에게 철저한 갑질을 할 생각이 있었다.
-알려드릴 수는 있습니다. 그런데 윤현민 씨. 지금까지 제가 이야기해드린 것들은 모두 저희 거암 그룹의 힘으로 알아낸 정보입니다.
“…그렇죠.”
-하지만 공식적으로 저희는 이번 일과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동의하십니까?
아무래도 강진수 사장은 자비르 씨를 괴롭힌 세 대기업의 눈치를 보는 모양이었다.
“그 세 기업이 거암 그룹과 어떤 연관이 있나 보네요? 사업 파트너라도 되는 겁니까?”
-노 코멘트하겠습니다.
강진수 사장이 이렇게까지 조심히 말하는 것을 보면, 그 세 대기업은 최소한 거암 그룹과 맞먹는 급일 것이다.
“알겠습니다.”
내가 동의하자, 강진수 사장은 곧바로 그 세 기업의 목록을 불러주었다.
-MJ 그룹, 현진 그룹, 세전 그룹입니다.
MJ 그룹은 에너지와 통신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었으며, 현진 그룹은 항공과 호텔, 그리고 운송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었다.
그리고 마지막 세전 그룹은 패션과 유통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었다.
‘셋 모두 대한민국에서 내노라 하는 유명한 기업들이야.’
나는 그 그룹들의 이름을 마음속에 잘 새겨 두었다.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강진수 사장님. 조사하시느라 고생 많으셨습니다.”
-하하, 제가 뭐 한 게 있나요. 저희 비서진들이 고생했죠.
“그래도 도와주셨으니, 혹시 당장에 제 도움이 필요하신 일이 있으실까요?”
도움을 받았으니, 이제 내가 도움을 줄 차례였다.
-지금은 딱히 없습니다.
“그럼, 이 신세는 다음에 갚도록 하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렇게 나는 강진수 사장과의 통화를 끝내려 했다. 그런데 문득, 궁금한 것이 하나 더 떠올랐다.
“강진수 사장님, 자비르 씨는 대체 왜 한국에서 계속 머무는 걸까요? 우리나라에서 지내기가 이토록 어렵다면, 그 나쁜 대기업들의 입김이 닿지 않는 해외에서 학교를 다니거나 취업하면 될 텐데 말이죠.”
-아, 그건….
이어지는 강진수 사장의 설명에, 나는 자비르 씨를 채용해야겠다는 생각이 더욱 강해졌다.
***
나는 자비르 씨가 일하는 공사장을 찾아갔다.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자비르 씨는 다짜고짜 자신의 직장을 찾아온 내게, 경계의 시선을 보내었다.
“자비르 씨를 제 비서로 채용하고 싶습니다.”
나는 곧장 그에게 내 명함 중 하나를 내밀었다.
“…루나리스 패션의 대표시라고요?”
“넥스인텔리라는 인공지능 개발 회사의 사장이기도 하죠.”
“그게 무슨…”
그는 그런 나의 말을 쉽게 믿지 않았고, 오히려 날 사기꾼으로 의심하는 듯 보였다.
“이걸 좀 봐주시겠습니까.”
그래서 나는 내 로키아 EVO 폰으로 그에게 내가 나온 기사들을 찾아 보여주었다.
“이건…”
자비르 씨는 믿기지 않는다는 듯, 여러 기사 속 내 모습이 찍힌 사진과 나를 번갈아 보며 중얼거렸다.
“그런데 대체 왜 저를 비서로 채용하시려는 건가요? 윤현민 사장님과 저는 인연이라고 해봐야, 그때 우연히 마주친 게 전부이지 않습니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었다.
‘6개 국어를 할 줄 알며, 학교를 그만뒀음에도 대학생 현역들을 가르칠 정도의 지식을 가진 사람인데다. 매우 정직하고 올바른 사람.’
하지만 그러한 것들 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것이 그에게 있었다.
‘의리와 보은.’
그가 더 많은 기회가 있는 외국으로 떠나지 않고, 계속 한국에 머무는 이유는 다름 아닌 그를 도와주었던 그 신부님 때문이었다.
‘투병 중이시라고 했었지.’
자비르 씨에게 글자를 가르쳐주고, 책을 구해다 주었으며. 지원금을 모아 한국으로 유학까지 보내주었던 신부님은, 지금 암으로 투병 생활을 하는 중이었다.
‘가족이 없는 신부님을 위해, 자비르 씨가 계속 그의 곁에 머물며 돌보는 중이라고 강진수 사장이 그랬었지.’
그 때문에 자비르 씨는 한국을 떠나지 않은 것이었다.
나는 그런 자비르 씨의 의리 있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고, 그를 꼭 비서로 채용하고 싶어진 것이었다.
하지만 그러한 사정을 자비르 씨에게 굳이 말하기엔, 조금 민망하였기에. 나는 대학생을 가르치던 그의 능력이 좋아 보였다고 대충 얼버무렸다.
“저는 저를 도와줄 비서를 찾고 있었습니다. 그런 와중에 우연히 길가에서 자비르 씨의 모습을 보게 되었죠.”
“…하지만 사장님께선 제 능력에 대해 정확히 모르시지 않습니까. 비서 채용을 그렇게 마음 가는 대로 해도 되는 겁니까?”
자비르 씨의 능력은 이미 다 파악했지만, 여기서 당신의 뒷 조사를 했다고 말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저는 실력보단 인성을 중요시합니다. 그때, 제 지갑을 찾아주기 위해 달려오시던 모습이 참 인상 깊더군요.”
“…그런가요?”
자비르 씨는 지금의 상황이 얼떨떨한 모양이었다.
“거두절미하고, 일단 계약서부터 읽어보시죠.”
내게서 계약서를 건네받은 자비르 씨는, 그것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연봉이 4천만 원이라고요?!”
나는 예전에 최지훈 감독에게도 5천만 원의 연봉을 제안한 바가 있었다.
‘최지훈 감독은 실력이 증명된 사람이었지. 하지만 자비르 씨는 아니야.’
남들이 보기에 자비르 씨는 공신력 있는 어학 점수가 있는 것도 아니었고, 경력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러니 처음부터 최지훈 감독님과 같은 연봉을 준다는 것은, 조금 형평성에 어긋나는 일이라 할 수 있었다.
다만.
“앞으로 1년간 당신의 능력이나 유능함을 증명할 수 있다면, 곧바로 연봉을 올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
너무나 좋은 조건에 자비르 씨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일단 계속 읽어보시죠.”
“…네.”
이후로 자비르 씨는 계약서에 적힌 여러 가지 복지 혜택을 읽으며 감탄하기도 했고, 근무 시간에 관해 질문을 해오는 등.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주었다.
“…어?”
그러던 중, 어느 항목을 읽은 그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사장님… 이거 진짜입니까?”
자비르 씨가 그 항목을 가리키며 물어왔다.
[을의 가족, 혹은 그에 준하는 자가 병에 걸렸을 시. 을은 갑에게 의료지원을 요구할 수 있다.] [여기서 말하는 의료지원이란, 의료비뿐만이 아니라 간병인 등의 모든 치료에 필요한 행위를 말한다.]이것은 아픈 신부님뿐만 아니라, 고향의 가족들까지 생각해야 하는 그의 부담을 덜어주고자. 내가 특별히 만든 조항이었다.
“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이 가족에 준하는 자라는 것에 대한 기준이 뭔가요?”
“제가 판단했을 때, 가족이라 볼 수 있으면 됩니다.”
“…사장님. 그럼, 혹시….”
긴장한 표정의 자비르 씨는 이미 사정을 알고 있는 내게, 신부님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이런 경우라면, 우리 신부님도 가족에 준하는 자가 될 수 있는 건가요?”
자비르 씨가 떨리는 목소리로 물어왔고, 나는 망설임 없이 대답해주었다.
“물론이죠.”
“…계약하겠습니다.”
나는 그에게 팬을 건네주었다.
스윽- 슥!
계약서에 정성껏 사인하기 시작한 그의 눈동자에는, 뜨거운 물기가 맺혀 있었다.
***
나는 구상민 씨에게 자비르 씨의 교육을 부탁했다.
‘내 전반적인 사업내용을 다 알고 있는 구상민 씨라면, 자비르 씨에게 필요한 내용을 잘 가르치실 거야.’
그렇게 자비르 씨를 필리핀에 있는 구상민 씨에게 보낸 뒤. 나는 독일에 람보르기니를 운송해줄 업체와 계약을 마무리하였다.
‘앞으로 40일 뒤 도착이라고 했지?’
구상민 씨는 자비르 씨에 대한 교육을 한 달 동안 진행한다고 말했었다.
‘이번 독일 여행에 한번 자비르 씨를 데려가 볼까?’
나는 나를 보조해줄 그를 데려간다면, 더욱 편안하게 여행을 즐길 수 있을 것이다.
그렇게 30일 뒤.
나는 구상민 씨에게서 놀라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이 친구, 6개 국어가 아닌. 8개 국어를 할 줄 알더군요.
“…예?”
-게다가 싸움도 굉장히 잘합니다. 엊그제엔 칼을 든 강도 둘과 마주쳐서, 아주 묵사발을 내놨더군요. 물어보니, 어릴 때부터 여러 격투기를 배웠던 모양입니다. 이 정도면 준 경호원으로 채용하셔도 괜찮을 것 같아 보였습니다.
…아무래도 나는 내 생각보다도 더 굉장한 비서를 고용한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