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17
117화 마침내 독일로
나는 구상민 씨에게 자세한 정황을 물었다.
-제가 화장실을 가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칼을 든 두 필리핀 남자가 다가와 다짜고짜 자비르 씨를 위협하며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했답니다.
“정신 나간 놈들이었나 보네요. 자비르 씨의 덩치도 상당한데, 굳이 그런 상대에게 강도질을 하다니….”
그 필리핀 강도들의 체격이 상당했다 하더라도, 장담컨대 자비르 씨의 덩치엔 한참 미치지 못했을 것이다.
이에 대해 구상민 씨가 계속해서 보충 설명을 해주었다.
-저희는 그날 필요한 현금을 찾고자 은행에 들렀다 나오는 길이었습니다. 그때, 무거운 현금 가방을 들고 있던 것이 자비르 씨였고요. 아마도 범인들은 자비르 씨에게 현금이 있는 것을 보고 눈이 돌아 달려들었던 것 같습니다.
“근데 정말로 두 남자가 칼을 휘둘렀던 겁니까?”
구상민 씨는 곧바로 긍정했다.
-네. 자비르 씨의 말에 따르면, 처음에는 위협만 할 생각인 듯 보였으나. 자비르 씨의 저항이 거세자 나중엔 진심으로 칼을 휘둘렀답니다.
“…그런 상대를 자비르 씨가 제압했다고요?”
-예, 그것도 맨손으로요.
나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진심으로 칼을 휘두르는 강도를, 그것도 무려 두 명이나 맨손으로 제압했다니.
그런 것은 영화 속에서나 가능한 일이지, 실제로는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주먹은 몇 대는 버틸 수 있지만, 칼은 단 한 번만 베이거나 찔려도 끝이니까.’
칼을 쥠으로써 늘어난 리치도 무시하지 못한다. 오죽하면 칼을 든 상대를 이기는 방법은 오직 도망뿐이라는 말이 나왔겠는가.
‘어딘가에서 특수 요원 훈련이라도 받았다면 모를까.’
브룬디의 가난한 환경에서 자란 그가, 그런 훈련을 받았을 리도 없었다.
-자비르 씨가 그러더군요. 브룬디의 뒷골목엔 칼을 든 강도 정도는 심심치 않게 나온다고 말이죠.
브룬디의 치안은 굉장히 열악했다. 우리나라에선 브룬디의 옛 수도인 부줌부라를 제외한 전 지역을 출국 권고(가급적 여행 계획 취소 단계)로 지정해 놓았다.
심지어 호주에선 아예 전 지역을 여행금지 지역으로 설정해 놓을 정도였으니, 브룬디의 치안이 얼마나 최악인지 알 수 있었다.
-그런 브룬디에서 자란 자비르 씨는 어릴 적부터 혹독하게 싸우는 법을 배웠다고 하더군요.
“…격투기를 전문적으로 배웠다는 이야기인가요?”
-아뇨, 그건 아닙니다. 하지만 낙후되고 위험한 지역에서 살아남기 위해 익혔던 것이니, 실전 격투술에 가깝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건 그것대로 대단하네요.”
그 어려운 환경에서 6개 국어를 하며 상당한 경영 지식을 쌓을 정도로 공부했으며, 그 와중에 운동까지 겸하였다니.
말로만 들었던 문무겸비라는 게 이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아, 잠시만요. 아까 자비르 씨가 6개 국어가 아니라, 8개 국어를 한다고 하셨었죠?”
-맞습니다. 최근에 한국에 지내면서 중국어와 일본어도 익혔다고 하더군요.
“…와우.”
-자비르 씨의 머리가 비상한 덕분인지, 업무를 배우는 속도가 남다르더군요.
구상민 씨는 그에게 기본을 가르치는 시간으로 한 달을 예상했었다.
하지만 자비르 씨가 워낙 빨리 배우고 적응하여, 그 기간이 2주로 줄어들었다고, 구상민 씨는 감탄하며 말했다.
-그래서 저는 여유로워진 남은 2주간, 그에게 더 세부적이고 복잡한 업무들을 가르쳤습니다.
“예를 들면요?”
비서의 업무라고 해봤자, 일정 관리나 나를 보조해 주는 것이 전부이다. 그런데 더 세부적이고 복잡한 업무라니. 나는 구상민 씨가 가르쳤다는 그 심화 과정이 궁금했다.
하지만 구상민 씨는 짓궂은 웃음을 터뜨리며,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후후. 그건 나중에 확인해 보시죠. 어쨌거나 자비르 씨는 지금 당장 비서 업무를 수행해도 손색이 없을 것 같습니다. 곧장 한국으로 돌려보낼까요?
“네, 그렇게 해주세요.”
독일 여행까지 앞으로 10일. 준비할 것이 많았다.
‘나를 도와줄 사람이 있다면, 여행 준비가 한결 수월할 거야.’
또한, 구상민 씨가 준 경호원이라 말할 정도인 자비르 씨가 나와 함께 비행기를 탄다면. 해외여행이 더욱 안전해질 것이다.
‘독일은 치안이 매우 좋은 나라이지만, 사람 일이란 어떻게 될지 모르는 법이니까.’
그렇게 이틀 후, 자비르 씨가 한국에 도착했다.
***
“지시하신 업무를 모두 처리했습니다.”
나는 여행 준비에 앞서, 자비르 씨에게 나와 관계된 사업들이 나 없이도 잘 돌아갈지 점검을 부탁하였다.
‘원래라면 내가 직접 사업들을 둘러보고 점검하느라 진을 뺐을 거야.’
하지만 자비르 씨에게 그것을 맡기니, 오롯이 여행 준비에만 전념할 수 있어서 너무 편했다.
“문제점이 있었나요?”
“두 가지 애로사항만 빼면, 모든 것이 완벽합니다.”
“애로사항이 두 가지나 있었나요?”
나는 그가 제출한 보고서에 적힌 애로사항을 읽어보았다.
‘곽창민 디자이너와 김현수 학생이 문제가 있다고?’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자비르 씨가 그것에 대한 보충 설명을 해주었다.
-곽창민 디자이너는 최근 집안에 문제가 생겼고, 그 때문에 지금 업무에 전혀 집중을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집안 문제라뇨?”
-이전에 일주일의 휴가를 다녀온 것도 바로 그 문제 때문이라고 합니다.
“아…!”
기억난다.
전에 뉴욕에서 돌아와 루나리스 패션에 결제 서류 건으로 방문했을 때, 곽창민 디자이너가 일주일 동안 휴가를 갔다고 분명 한유경 씨가 말해줬었다.
‘그런데 그게 집안 문제 때문이었다고?’
최근 여러 사업을 한 번에 운영하다 보니, 주변 사람 모두를 케어하기가 매우 힘들었었다.
‘그래서 신경을 쓰지 못했어.’
곽창민 씨는 우리 루나리스 패션에 없어선 안 될 디자이너였다. 그런 그에게 아무런 신경도 써주지 못했다는 것이, 나는 조금 마음에 걸렸다.
“혹시 어떤 문제인지도 알아내셨나요?”
“개인 가정사에 그렇게까지 파고들 수는 없다고 판단하여, 자세히 알아보진 않았습니다. 한 번 조사해 볼까요?”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나중에 제가 곽창민 씨에게 따로 물어보겠습니다.”
어차피 나는 내일 독일로 떠난다. 곽창민 씨에게 문제가 있더라도, 그걸 하루 만에 해결할 수는 없을 테니. 독일을 다녀온 뒤 그와 찬찬히 얘기하는 편이 나을 것이다.
“그리고 김현수 학생에겐 어떤 문제가 있었나요?”
김현수는 이지혜 씨 친구의 동생으로, 전에 카페 드리머가 1층까지 확장했을 때 도움을 주었던 대학생이었다.
당시에 방학 기간인 두 달 정도만 아르바이트하기로 하였으나, 일이 적성에 맞았는지. 시간이 날 때마다 가게로 찾아와 연주 일을 도와주고 있었다.
‘이지혜 씨도 김현수 학생 덕분에 시간을 유동적으로 쓸 수 있게 되었다며, 좋아했었지.’
지금은 김현수 학생과 이지혜 씨 말고도 추가 연주자를 고용한 상황이었지만. 그럼에도 카페 드리머는 김현수 학생의 존재가 필요했다.
김현수 학생이 연주자들을 보조함으로써 그들의 근무 만족도를 올려주어, 양질의 연주가 나오도록 해주기도 했으며. 무엇보다 김현수 학생의 연주를 좋아하는 손님들이 꽤 많았기 때문이었다.
‘손님들이 김현수 학생의 연주를 보기 위해 가게를 찾아와 준 덕분에, 매출액이 또 올랐다고 이지혜 씨가 말했었지.’
그런 김현수 학생에게 문제가 생겼다는 말에, 나는 자비르 씨에게 설명을 재촉했다.
“아무래도 학과가 적성에 잘 맞지 않는 모양입니다. 그 때문에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그것이 연주에 악영향을 끼치는 상황이라고 합니다.”
그의 전공은 에너지 자원 공학이었다.
‘예고를 졸업하여 공대로 진학한 것이 일반적이지 않은 일이긴 했지.’
김현수 학생은 공학이 돈을 잘 벌기 때문에 공대로 진학했다고 말했었다.
그런데 설마 그 학과가 적성에 맞질 않았을 줄이야.
‘나중에 자세한 사정을 물어봐야겠어.’
누구나 저마다의 사정과 목표가 있으니, 당시에 나는 굳이 그것에 관해 묻지 않았지만. 기껏 진학한 학과가 적성에 맞질 않는다고 하니, 한 번쯤 상담을 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들도 나의 지인이라 할 수 있으니, 문제가 있다면 내가 해결해주고 싶어.’
로또에 당첨되고, 여러 가지 사업을 하며 많은 돈을 벌기 시작했을 때. 나는 내 주변인 만큼은 반드시 잘 돌봐주리라 마음먹었었다.
‘그동안 바빠서 주변을 잘 살피지 못했지만, 이젠 자비르 씨가 있으니 다시 예전처럼 지인들을 챙겨줄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한 나는 자비르 씨에게 말했다.
“김현수 학생의 문제도 독일에서 돌아왔을 때, 해결해보도록 하죠.”
“알겠습니다. 그럼, 당분간은 현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각 사무실에 연락을 넣어두겠습니다.”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자비르 씨는 한유경 씨와 이지혜 씨. 그리고 미라클 에코의 이동환 대표와 해외의 윌 게이츠, 크리스토퍼의 비서에게 각각 연락하여. 당분간 자리를 비운다는 메시지를 남겨 두었다.
‘확실히 편해.’
예전 같았으면 이런 자질구레한 전화도 시간을 투자하여 내가 직접 해야 했었다. 그런데 자비르 씨를 고용한 뒤로는 이런 시간을 많이 아낄 수 있었다.
심지어 그는 내가 독일을 방문하는 목적을 듣더니, 아우토반을 이용해서 갈 수 있는 도시와 경로, 그리고 그곳에서 꼭 가봐야 할 관광 명소와 맛집 등의 목록을 찾아주었다.
‘말 한마디로 이런 일이 자동으로 처리되다니.’
왜 대기업 사장님들이 비서를 고용하는지 이제야 알 것 같았다.
“앞으로 각 사업의 중요도가 낮은 보고들은 제가 수신할 수 있도록 처리해두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자비르 씨.”
나는 나를 대신하여 여러 잡무를 처리해준 그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였다.
“아닙니다, 당연히 제가 할 일인데요.”
“그래도요.”
“…저도 사장님께 감사드립니다. 제가 필리핀에 가 있는 동안, 저희 김규태 신부님을 더 좋은 병원으로 옮겨주셨다고 들었습니다.”
김규태 신부님은 현재 전립선암을 앓고 계셨고, 방사선 치료와 항암 치료를 병행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 치료들은 효과가 미미했으며 그렇게 병은 점점 악화하고 있었었는데, 나는 그런 신부님에게 얼마 전 한국에 도입된 중입자 치료를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하여 주었다.
‘기존의 방사선이나 양성자 치료는 암이 아닌 다른 세포를 상하게 만들지. 하지만 중입자는 아니야.’
중입자는 오로지 암세포만 골라 강한 세기로 죽이는 것이 가능했다.
‘방사선이 잽이라면, 중입자는 전력을 다한 훅인 셈이지.’
그렇기에 나는 얼마 뒤면 김규태 신부님의 상태가 호전되리라 기대하는 중이었다.
“사장님, 정말… 정말 감사드립니다….”
떨리는 손으로 내 손을 붙잡으며 감사 인사를 하는 자비르 씨의 목소리가 떨리고 있었다.
그리고.
주륵.
“이런.”
나는 얼른 휴지 몇장을 뽑아 그에게 건네주었다.
“괜찮으세요?”
“…죄송합니다, 이런 모습을 보여드려서.”
자비르 씨가 휴지로 눈가를 훔치며 대답했다.
“제가 해드린 일도 별로 없는데, 그렇게 눈물까지 흘리시니 제가 민망해지네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해주신 일이 없다니요?! 사장님 덕분에 저는 제 은인에게 신세를 갚을 수 있었고, 가족들도 안정적으로 돌 볼 수 있게 되었는데요.”
“그건….”
“그러니 저는 그때 지갑을 주워 사장님과 인연이 닿게 된 것이 제 인생 가장 큰 행운이라 생각합니다.”
두 번째였다.
이런 말을 듣게 된 것은.
‘전에 최지훈 씨도 이런 말을 했었지.’
나를 만나 도움을 받게 된 두 사람은 모두 나와의 인연을 행운이라고 여기었다.
‘…그때도 느낀 것이지만.’
한 사람의 인생을 건진다는 것은 꽤 보람차고 기분이 좋은 일이었다.
“앞으로 사장님의 말씀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비서가 되겠습니다.”
그런 자비르 씨에게 나는 농담을 건네었다.
“제가 불법적인 일을 시켜도요?”
“네.”
“…예?”
망설임 없는 대답에 나는 오히려 당황했다. 그런 나를 보며, 자비르 씨는 씨익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지만 사장님이 그런 짓을 벌일 분으로는 보이지 않습니다.”
“…당연하죠. 저는 절대 범법행위를 하지 않습니다.”
“네. 그러니까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사장님.”
이렇게 나는, 나를 위해 뭐든 하겠다는 충성스러운 비서를 얻게 되었다.
***
다음 날.
나는 자비르 씨와 함께 독일행 비행기에 올랐다. 물론, 좌석은 당연히 퍼스트클래스였다.
‘너무 기대되는데?’
두근두근.
그 유명한 아우토반에서 달리는 기분이 어떨지 상상하니, 나는 심장이 마구 두근거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