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24
124화 사람을 찾습니다
아무리 내가 유명해졌다고는 하지만. 두바이의 왕자가 내게 연락했었다는 것이 나는 도저히 믿기지 않았다.
‘대체 왜?’
아랍에미리트 연합국에 소속된 7개의 토후국 중 하나인 두바이. 그곳을 통치하는 왕가의 왕자가 뭐가 아쉬워서 내게 메시지를 남긴단 말인가.
“정말 두바이의 왕자라고 말했었나요?”
-네, 제가 직접 확인했습니다.
아랍어를 할 줄 아는 자비르 씨가 확인했다고 하니, 두바이의 왕자가 정말 내게 연락한 것이 맞는 모양이었다.
“…뭐라고 하던가요?”
-사장님께 두 가지 부탁이 있다고 했습니다.
“부탁이요?”
-예. 첫 번째는 사장님을 두바이로 초대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저를요?”
뜬금없이 나를 초대한다는 말에 나는 더욱 이해되지 않았다.
-그게, 자힘 알라미 왕자의 어머니가 파킨슨병에 걸려있었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번에 ICU에서 개발된 약 덕분에 병세가 많이 호전되었다고, 감사의 의미에서 사장님을 초대하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래요?”
다른 불치병은 ICU가 주도하여 개발하고 있었지만, 파킨슨병만큼은 아니었다. 그것은 내가 성윤복 장인을 회복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것이니까.
“다른 부탁은 무엇이죠?”
-다른 하나는 새로운 유전을 찾기 위해 넥스인텔리의 막대한 연산력을 빌리고 싶다는 것이었습니다.
“새로운 유전이라고요?”
아랍에미리트는 산유국이 맞지만, 두바이는 아니었다. 두바이는 석유로 인한 수입 비중이 1% 밖에 안 되는 도시이며, 때문에 다른 연방 지역과는 다른 형태의 경제 모델로 발전된 도시였다.
‘그런 도시의 왕자가 유전을 찾고 있다고?’
나는 연락해온 왕자에게 뭔가 사정이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고, 이러한 의문을 자비르 씨에게 말했다.
-그건 아마 후계자 다툼 때문에 그럴 겁니다.
자비르 씨는 내게 연락한 자힘 알라미 왕자가 현재 두바이 국왕인 라딘 알라미 왕의 막내아들이라는 것을 설명해주었다.
-현재 라딘 알라미 왕의 병세가 심상치 않다고 합니다. 때문에 차기 왕을 선별해야만 하는데, 라딘 알라미 왕이 두바이에 가장 큰 이익을 가져다준 왕자에게 자리를 물려주겠다고 공표했답니다.
막내 왕자라면 권력 구도에서 한참 벗어난 위치이다. 그런 막내 왕자에게도 왕위를 계승할 기회가 생긴 것이니, 막대한 공을 세우려 하는 것이 당연했다.
‘그런데 하필이면 유전이라….’
두바이에는 유전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런데 굳이 유전을 찾으려 한다는 것은, 아마 막내 왕자에게 어떤 정보가 있는 것일 터.
‘한 번 만나볼 필요는 있겠어.’
나는 자비르 씨에게 초대 날짜가 언제인지를 물었다.
-앞으로 한 달 뒤인 9월 23일입니다.
“생각보다 많이 여유롭네요?”
-자힘 알라미 왕자에게 해외에서 처리해야 할 일이 있답니다. 그래도 최대한 빠르게 일정을 잡은 것이니 양해를 부탁한다고 적혀 있었습니다.
자비르 씨와의 통화를 종료한 뒤, 나는 생각했다.
‘한 달 뒤에 중동으로 가야 하는 건가? 어째, 계속 바쁜 일이 생기는 것 같네.’
나는 한동안 일에서 손을 떼고, 버킷리스트를 완성하는 것에 집중하려 했었다.
‘물론, 지금도 버킷리스트를 완성하는데 꾸준히 도전하고 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일이 많으니 최선을 다하진 못했어.’
일에서 완전히 손을 놓고 버킷리스트에만 집중하고 싶었지만, 지금 하는 일들이 내 이득을 위해서가 아닌, 타인의 행복을 위해 하는 것이기 때문에. 완전히 손을 뗄 수가 없었다.
‘그래도 불치병 치료제 개발은 이제 1년만 기다리면 되고, 두바이 왕자를 만나는 것은 한 달 뒤라고 했으니. 그때까진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겠어.’
생각해보면, 나는 업무 외에도 한국에서 해야 할 일이 너무나 많았다.
‘곽창민 디자이너와 김현수 학생과 이야기를 해봐야 해.’
사실, 독일에서 돌아왔을 때. 짬을 내어 두 사람과 이야기를 해보려 했었다.
‘그런데 자꾸만 타이밍이 엇나갔었지.’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내가 찾을 때마다 부재중이었다.
그래서 따로 전화로 연락하여 약속을 잡으려 했지만. 세 교수님들과 계약을 한다던가, 그 교수님 들을 크리스토퍼에게 소개해 주는 등의 일이 생겨 지금까지 약속이 밀리게 된 것이었다.
‘이번엔 꼭 두 사람과 이야기를 나눠 봐야지.’
내가 해야 할 일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상필이에게도 연락해야 해.’
나는 독일에서 돌아오면, 게임회사를 차리고 싶어 하는 녀석의 꿈을 이뤄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생각보다 많이 늦어졌지만, 이제라도 고생한 상필이에게 회사를 차려줘야 해.’
인공지능의 개발은 이제 상필이가 없어도, 남은 사람들이 잘 개발해 나갈 수 있었다.
‘먼저 두 사람의 일을 해결하고, 그다음 상필이에게 연락해 보자.’
그렇게 마음먹은 나는 즉시 핸드폰을 꺼내, 먼저 곽창민 디자이너에게 연락하려 했다.
우웅-
그때, 메시지 하나가 도착했다.
[오늘도 파이팅이야! ♥]아일라가 보낸 문자에 나는 입꼬리를 말아 올리며, 답장을 보내었다.
[바쁜 와중에도 연락해줘서 고마워~ 공연은 언제 끝나?] [한국시간으로 저녁 9시에 끝나~ 이제 공연하러 가야 해.] [알았어, 이따 연락하자! 사랑해 ♥] [나도 사랑해 ♥]짧은 대화였지만, 행복지수가 마구마구 상승한 나는, 올라간 입꼬리가 도무지 내려오질 않았다.
‘행복하다.’
나는 오늘 하루 모든 일이 잘 풀릴 것만 같은 느낌이 들었다.
***
오랜만에 만난 곽창민 디자이너는 얼굴이 많이 수척해 있었다.
“죄송합니다.”
한유경 씨나 다른 동료들에게 미리 뭔가를 들었던 것일까. 곽창민 디자이너는 만나자마자 내게 사과부터 하였다.
“왜 이러세요, 곽 디자이너님. 갑자기 사과를 왜 하세요?”
“제가 그동안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만 바깥으로 나돌아다녀서. 그래서 면담하자고 하신 것 아닙니까?”
전혀 아니었다.
“요즘 얼굴이 많이 어두워지셨다고 들었습니다. 걱정이 되어서 이렇게 대화를 나눠 보고 싶었습니다.”
“…정말 그게 전부인가요?”
“… 당연하죠.”
곽창민 디자이너는 긴 한숨을 내쉬며, 입을 열었다.
“제가 또 오해했나 보군요.”
그는 한유경 씨에게서 내가 자신을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전해 들었었다고 말해주었다.
“선뜻 믿기가 어려웠습니다.”
“어째서요? 저는 그렇게 매정한 사람이 아닙니다.”
“그건 잘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요즘 제가 업무에 집중하지 못했던 것이 사실이니까요. 만약 제가 사장이었다면, 곧바로 해고해 버렸을 겁니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곽창민 디자이너는 조만간 자신이 잘릴 것이라는 생각을 늘 품고 있었던 것 같았다.
“그렇게까지 말씀하시니 더욱 궁금해지네요. 대체 그동안 무슨 일이 있으셨길래, 곧 해고당할 거라 생각할 정도로 업무에 집중하지 못하셨던 겁니까?”
“저는….”
나는 처음으로 곽창민 디자이너의 속사정을 듣게 되었다. 그리고 나는 그동안 곽창민 디자이너가 왜 그토록 돈에 집착했는지를 알게 되었다.
“제겐 저의 실수로 잃어버린 여동생이 있습니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함께 여행을 간 곽창민 디자이너는 동생과 함께 호텔 주변을 걷고 있었고. 잠시 날아든 나비에 한눈을 파는 사이, 동생의 손을 놓아버렸다는 이야기를 해주었다.
“당황한 저는 동생의 이름을 외치며 온 사방을 뛰어다녔습니다만, 동생의 흔적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부모님은요?”
“당연히 저는 곧바로 부모님께 이 사실을 알렸습니다. 그리고 부모님은 즉시 뛰쳐나가 호텔 직원들과 함께 동생을 찾으러 사방을 뒤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도 찾지 못했던 겁니까?”
“직원과 경찰이 호텔과 주변 가게들의 CCTV를 확인하여 동생의 동선을 확인하였지만. 하필 그때가 축제가 벌어지고 있던 때라 주변에 관광객이 너무 많았습니다.”
CCTV는 화질이 매우 안 좋다. 그런데 거기에다 사람들까지 많이 찍혀 있다면, 어린아이의 이동 경로를 추격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 될 것이다.
“그날 이후, 부모님은 미소를 잃어버리셨습니다. 저 또한 죄책감에 매일 악몽을 꾸어야 했죠.”
안타까운 일이었다. 아이의 실수라기엔 너무나 큰 대가였으니 말이다.
“저는 성인이 되었을 때부터 동생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동생을 찾아 그때의 일을 사과하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오래전에 잃어버린 동생을 혼자의 힘으로 찾는 것은 불가능했죠.”
“…혹시, 흥신소를 찾아가셨던 겁니까?”
갓 성인이 된 그가 사람을 찾기 위해 도움 청할 곳이라면, 흥신소밖에 없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곽창민 디자이너가 고개를 끄덕였다.
“저는 수소문 끝에 실력이 좋다는 흥신소를 찾아갔습니다. 그리고 그들이 요구하는 돈을 구해다 주었죠. 다행히 혼자 동생을 찾을 때보단 훨씬 단서들이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동생을 아직 찾지 못하셨네요.”
“…네. 대신, 동생이 마지막으로 목격된 곳이 어딘지는 찾을 수 있었습니다.”
“그곳이 어딘데요?”
곽창민 디자이너는 창밖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답했다.
“인천 공항이었습니다.”
“예? 어린아이가 인천 공항까지 혼자 이동했단 말입니까?”
“아뇨. 어떤 남자의 손을 붙잡고 있었다고, 당시 공항에서 근무했던 직원이 그러더군요.”
“설마, 동생이 그 남자의 손을 잡고 외국으로 나간 것은 아니겠죠?”
곽창민 씨는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확인해보니, 동생이 외국으로 나간 흔적이 있더군요.”
“그럼 오히려 잘된 일 아닙니까?”
남자와 동생이 비행기에 올랐다면, 공항에 기록이 남아있을 것이고. 그것을 토대로 추적이 가능할 터.
“저도 그런 줄 알았지만. 문제가 생기고 말았습니다.”
“…또 어떤 문제요?”
“동생을 데려간 남자가 영국에서 사고를 당해 사망했다고 합니다. 그 시기가 동생을 영국으로 데려간 직후였다고 하더군요.”
“이런…!”
나는 나도 모르게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셨습니까?”
“그 흥신소 직원들의 실력은 대단했습니다. 그래서 그들에게 주기적으로 추가 요금을 지불하고, 영국 어딘가에 있을 동생의 흔적을 찾아달라 부탁하였습니다.”
그 말에 나는 그동안 곽창민 디자이너가 돈에 집착했던 이유를 깨달을 수 있었다.
‘흥신소 직원이 외국으로 나가서 사람을 찾는다면, 당연히 많은 활동비를 요구하겠지.’
그리고 아무리 흥신소 직원이 많은 돈을 요구하더라도 곽창민 디자이너는 거절할 수 없었을 것이다.
‘몇십 년 만에 동생의 흔적을 발견할 수 있었으니까.’
인간은 한 번 맛본 희망의 끈을 절대로 놓지 못한다. 그것이 헛된 희망일지라도.
‘흥신소 직원들이 책임감 있게 찾을 확률이 낮은 사람을 계속 조사할 리 없지.’
나는 그 직원들이 곽창민 디자이너의 돈을 뜯어내기 위해, 동생을 찾는 척만 했으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이어지는 그의 이야기는 내 예상과는 달랐다.
“그런데 얼마 전에 흥신소 직원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몇 년 만에 제 동생으로 보이는 사람을 찾았다는 소식이었죠.”
굉장히 놀라운 이야기였다.
하지만 여전히 어두운 그의 표정에 뭔가 일이 잘 못 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저는 곧장 휴가를 내고 영국으로 향했습니다.”
“아… 그래서 그때 장기 휴가를 다녀오셨던 거군요.”
“네, 맞습니다. 동생의 얼굴을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였죠. 하지만 흥신소 직원이 알려준 집에 동생은 없었습니다.”
“…어떻게 된 건가요?”
“알고 보니, 그 여성분은 동생과 잠시 보육원에서 함께 지냈던 친구라고 하더군요.”
“이런….”
하지만 그리 나쁜 소식은 아니었다.
“그래도 그 보육원에 동생분의 기록이 남아있었을 테니, 다행한 일 아닙니까?”
“맞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날부터 흥신소 직원의 연락이 있을 때마다 자주 영국을 다녀오게 되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업무에 집중하지 못했다면, 나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고. 오히려 특별 휴가라도 드리고 싶은 마음이었다.
“지금은 어떻게 되었죠?”
“흥신소 직원들이 노력해준 덕분에 동생이 입양 간 가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여기서 변수가 발생했죠.”
“…어떤 변수요?”
“네. 입양했던 부모님들이 동생을 잃어버렸답니다.”
“또… 말입니까?”
천천히 고개를 끄덕이는 곽창민 디자이너를 보며 나는 생각했다.
‘이 정도면 동생분이 예전의 나만큼이나 불운한 것 같은데.’
곽창민 디자이너는 지친 표정으로 말했다.
“그래도 점점 동생이 있는 곳에 다가가는 느낌입니다. 흥신소 직원들이 열심히 성과를 내고 있기도 하고요.”
“…곽창민 씨. 제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그리고 동생분 소식이 들려오면, 회사 일은 걱정하지 마시고 마음껏 휴가를 다녀오세요.”
“…네. 감사합니다.”
곽창민 디자이너가 다시 회사로 돌아간 후, 나는 곧장 자비르 씨에게 연락하여. 곽창민 디자이너를 돕고 있다는 흥신소에 대해 알아봐 달라고 부탁하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나는 곽창민 디자이너의 잃어버린 동생을 찾아주고 싶었다.
‘가족을 잃는 아픔이 어떤지 나는 잘 알고 있으니까.’
그렇게 나는 동생을 찾을 방법을 고심하였다. 그리고 한 가지 좋은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었다.
‘…그래. 내 유명세를 이용하면 되지 않을까?’
요즘 내게는 전세계의 기자들에게서 인터뷰 요청이 쏟아지고 있었다.
‘인터뷰를 진행하면서 자연스럽게 곽창민 디자이너의 동생을 찾는다는 내용을 넣는 거야. 여차하면 그 내용을 기재해주는 조건으로 인터뷰를 받을 수도 있고.’
생각할수록 괜찮은 방법 같아 보였다.
그렇게 나는 일주일 후, 기자들과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리고.
“찾았다고요?”
나는 내 유명세 덕분에 생각보다도 빨리 곽창민 디자이너의 동생을 찾을 수 있었다. 그런데 그 과정에서 나는 뜻밖의 정보를 하나 더 입수하게 되었다.
“…찾아낸 동생이 누구라고요?”
곽창민 디자이너의 동생은 외국의 저명한 생명 공학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