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26
126화 내 선행이 불러온 놀라운 인연들 (2)
“노바 예술대학교의 이사장님이라고요?”
오스트리아를 흔히 음악의 나라라고 불리 운다. 하이든, 모차르트, 요한 슈트라우스, 슈베르트 등. 유명 음악가가 모두 오스트리아 출신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런 오스트리아에 설립된 노바 예술대학은, 예술계에서 가장 명성 있는 대학 중 하나였다.
-음악뿐만 아니라, 미술과 연극, 오페라 등의 분야에서도 뛰어난 인물들을 많이 배출한 최고의 학교라 할 수 있습니다.
“…오스트리아면 굉장히 멀리 떨어진 나라일 텐데, 어떻게 제가 장학재단을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을까요?”
아무리 내가 유명해졌다지만, 한국에서 장학재단을 설립한다는 아주 사소한 일이 먼 나라에까지 알려질 리 없지 않은가.
-혹시, 에덤 코바치라는 분을 기억하십니까?
“에덤 코바치 씨요? 아아! 당연히 기억하죠. 국제 미술가 연맹의 협회장이지 않습니까.”
그는 예전에 내게 약 2천억 원을 지불하고 폴 고갱의 그림을 사 갔던 바로 그 사람이었다.
-그분이 얼마 전에 한국에 방문하셨답니다. 그때, 사장님께서 예술인 장학재단을 설립한다는 소식을 듣게 되었고. 그것을 친구인 폴 하프만 씨에게 말했던 모양입니다.
“에덤 코바치 씨가 폴 하프만 씨에게 내 소식을 전했다고요? 어째서… 아니, 어떻게요?”
국제 미술가 연맹의 협회장이자 나와의 접점이 있었던 에덤 코바치 씨라면, 내가 예술 분야의 장학재단을 설립한다는 소식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 소식을 굳이 나와 접점이 없는 폴 하프만 씨에게 전달한 것이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제가 알아본 바로는, 폴 하프만 씨가 사장님의 막대한 연산력에 관심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연산력에요?”
나는 예술대학교의 이사장이 인공지능의 연산력에 관심을 보일만한 일이 선뜻 떠오르진 않았지만. 그 폴 하프만이라는 사람이 내 도움을 원한다는 것은 아주 잘 알 수 있었다.
‘그렇다면 그에게서 장학재단과 관련하여, 무언가의 제안이 들어올 수도 있겠군.’
나는 자비르 씨에게 혹시 이에 관해 알고 있는 것이 있는지를 물었다.
-죄송합니다. 그것까진 알아내질 못했네요.
“아닙니다. 그냥 한 번 물어본 것뿐입니다. 나중에 폴 하프만 씨를 만나면 그쪽이 뭘 원하는지는 자연히 알 수 있겠죠.”
-그를 만나보실 생각이십니까?
굳이 내가 안면도 없는 폴 하프만 씨를 만날 이유는 없었다. 하지만.
“…나중에 한 번 만나보도록 하죠. 대신, 다른 일정들이 끝난 후로 약속을 잡아주세요.”
내가 설립하는 장학재단에 그가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한 나는, 진행 중인 다른 일들이 끝난 뒤에 그와 이야기를 나눠 볼 마음이 들었다.
‘유명 예술대학 이사장님이 왜 연산력이 필요한지 궁금하기도 하고.’
그러나 폴 하프만 씨와 만나는 일은 그리 급하지 않았기에, 나는 이 일을 최하순위로 미룬 것이었다.
“그나저나 폴 하프만 씨가 에덤 코바치 씨와 연관이 있다던가, 그가 연산력에 관심이 있다는 정보는 대체 어떻게 알아내신 겁니까? 이메일에 그런 속사정까지 적혀있진 않았을 텐데요.”
-혹시 몰라, 폴 하프만 씨의 SNS를 통해 주변에 사장님과 인연이 있던 인물이 있는지를 조사해보았습니다. 그러던 중에 폴 하프만 씨의 친구 목록에서 에덤 코바치 씨의 이름을 발견하였고. 그의 SNS 계정으로 넘어가 게시글을 살펴보니, 한국에서 찍은 사진과 장학재단 설립에 관한 기사 일부 내용이 업로드되어 있었습니다.
자비르 씨는 이어서 에덤 코바치 씨의 게시글에 폴 하프만 씨의 이름이 태그되어 있었다고 설명하였다.
-그래서 저는 폴 하프만 씨 비서와 에덤 코바치 씨 비서의 연락처를 알아내어 연락을 시도하였고, 다행히 제가 사장님의 비서라는 사실을 밝히자. 자세한 경위를 전해 들을 수 있었던 겁니다.
“…그 모든 일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알아보셨다고요?”
-네. 왠지 사장님이 궁금해하실 것 같았거든요.
역시, 자비르 씨는 유능했다.
만약 내가 이것에 대해 알아보려 했다면, 꽤 오랜 시간을 투자해야 했으며. 그것은 굉장히 귀찮고 번거로운 과정이 되었을 것이었다.
“수고하셨습니다, 자비르 씨. 덕분에 궁금증이 풀렸어요.”
-아닙니다. 혹시, 제게 더 지시하실 사항이 있으실까요?
“아뇨, 없습니다. 그냥 평상시대로 업무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저는 루나리스 패션에 들려, 한유경 씨의 업무를 돕겠습니다.
현재 구상민 씨는 내 부탁으로 미국의 넥스인텔리 본사에서 상필이를 돕고 있었기에, 현재는 한유경 씨가 루나리스 패션을 맡고 있었다.
‘한유경 씨가 아무리 일을 잘해도, 아직은 전문경영인의 일을 완벽하게 대행하진 못하지.’
하지만 자비르 씨와 함께 업무를 본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예전에 자비르 씨가 구상민 씨에게서 한 달간 비서 일을 배울 때, 전문경영인의 일도 함께 익혔기에. 자비르 씨는 한유경 씨의 일을 완벽하게 보조할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항상 감사합니다, 자비르 씨.”
-아닙니다. 제가 할 일인데요. 그럼 나중에 뵙겠습니다. 쉬십시오.
자비르 씨와의 통화를 끝내고, 나는 곧장 집으로 돌아와 오래간만에 여유로운 휴식을 취했다.
치이익-! 딱!
꿀꺽꿀꺽! 캬!
‘경치 좋네.’
한강의 경치를 바라보며 마시는 시원한 맥주가 아주 예술이었다.
‘치킨이나 시켜 먹을까.’
약, 15분 후.
나는 빠르게 배달된 반반 치킨을 안주 삼아 순식간에 맥주 3캔을 비웠다.
‘오랜만에 먹어서 그런가. 진짜 맛있네.’
아무리 비싼 음식을 먹어보아도, 역시 치맥은 근본이라 할 수 있었다.
잠시 후, 마지막 한 조각까지 해치운 나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알딸딸한 기분으로 콧노래를 부르며 욕실로 향하여 씻기 시작했다.
쏴아아-!
차가운 물이 몸에 닿자, 점차 정신이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다시 1시간 후.
샤워를 마친 나는 물기를 닦으며 거실로 나왔고, 핸드폰에 부재중 전화 두 통과 한 통의 메시지가 도착해 있는 것을 발견할 수 있었다.
[에블린… 아니, 곽수정입니다. 늦은 시간에 죄송합니다만. 아까 말씀드린 부탁에 관해 이야기하고 싶은데, 시간 괜찮으시면 연락 부탁드립니다.]나는 곧장 시간을 확인해보았다. 00시 21분. 전화를 걸기엔 너무 늦은 시간이었다.
‘아까 곽수정 씨가 부탁할 것이 있으니 나중에 이야기하자고 말하긴 했었지만….’
설마 당장 오늘 연락을 줄 줄은 몰랐다.
‘가족들과 못다 한 얘기가 많을 텐데, 그 와중에 내게 연락하다니?’
잃어버린 가족들과 대화 도중에 짬을 내어 연락을 줄 정도라면, 굉장히 급한 일이거나 간절한 일이라는 뜻이었다.
‘…늦은 시간이지만, 전화해볼까?’
나는 왜인지 그녀가 아직 깨어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뚜루루- 달칵.
-여보세요.
아니나 다를까. 그녀는 나의 연락을 기다리고 있던 모양이었다.
“…조금 놀랐습니다.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기도 모자랄 텐데, 그 와중에 이렇게 급히 연락을 주실 줄은 몰랐거든요.”
-…원래는 저도 내일쯤 연락을 드릴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그때까지 기다리기가 너무 힘들더군요.
“대체 무슨 부탁을 하려고 이러시는 건지 궁금해지네요.”
-그게….
곽수정 씨는 내게 자신이 진행 중인 연구와 그것을 성공시키기 위해 우리 회사의 연산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설명하였다.
“…빌려드리는 것은 어렵지 않습니다만. 그래서 제가 얻는 이득이 무엇일까요?”
약간의 연산력을 잠시 빌려주는 것은 쉬운 일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연구는 세상에 굉장히 이로운 것이었으니, 도와주고픈 마음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대가를 받지 않고 연산력을 막 빌려줄 수는 없었다.
‘형평성에 어긋나.’
누구는 대가를 받고 연산력을 제공해 주고, 누구는 공짜로 빌려주게 되면. 나중에 문제가 될 수 있었으니까.
그러니 사소한 것이라도 대가는 꼭 받아야만 했다.
-…저는 우리 연구기관에서 아주 중요한 위치에 있지만, 그렇다고 제 마음대로 모든 결정을 내리지는 못합니다. 대가를 바라신다면, 저희 연구소장님에게 허락받아야 해요.
“연구소장님과 미리 상의를 하고 오신 것이 아닌가 보네요?”
-네. 제가 한국행 비행기 안에서도, 머릿속으로 연구만 하느라. 거기까진 미처 생각하지 못했었네요. 죄송해요.
“…….”
며칠 전 처음 보았을 때부터 지금까지 쭉 지켜보며 느낀 것이지만, 그녀는 연구 외에는 모든 것에 관심이 없는 사람인 듯 보였다.
-그래도 제가 부탁하면 소장님이 긍정적으로 고려해주실 거예요.
“…확신은 못하시는 거군요.”
-…예.
“…….”
곤란한 일이었다.
‘이런 식이면 연산력을 빌려주기 힘든데.’
곽수정 씨의 연구에는 흥미가 있었다. 그녀의 말이 사실이라면, 앞으로 인간은 많은 질병을 예방할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곽수정 씨가 소속된 연구기관이 어딘가요?”
-미국 센프란시스코에 있는 제네시스 라이프 랩(Genesis Life Lab)이에요.
“어딘가에 소속이 된 규모가 큰 연구소인가요? 재정 상태는 어떻죠?”
-독립적인 연구소이며, 규모는 꽤 큰 편이에요. 하지만 몇 년간 큰 성과를 내지 못하여, 투자자들이 떠나는 바람에 재정 상태는 그리 좋지 못해요.
그렇다는 것은, 설사 그 연구소장이라는 사람이 곽수정 씨의 말을 들어준다고 해도. 내가 만족할 만한 대가를 지불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뜻이었다.
“…독립적인 기관이라면, 연구가 성공했을 때 특허를 통해 이득을 보는 구조겠군요?”
-모든 연구가 그렇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는 사장님 말씀이 맞습니다. 기존엔 투자자들에게 일부 지분을 나누어 주기도 했었죠.
“…일부라면 어느 정도의 비율인가요?”
-글쎄요. 얼마를 투자하였느냐에 따라 다르긴 하겠지만… 대체적으로 10%를 넘지는 않았던 것 같습니다.
“10%…”
낮다면 낮고, 높다면 높은 비율이었다.
‘곽수정 씨의 연구가 성공하기만 하면, 떼돈을 벌 수 있을 거야.’
인류에 큰 기여를 하는 연구였지만, 아무래도 나도 사업을 하는 입장이다 보니. 이익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10%의 이익이라지만, 나중을 생각하면 꽤 큰 비율이긴 해.’
고작 약간의 투자만으로 얻을 수 있는 이익이라기엔 꽤나 과하다는 생각도 들긴 했다.
‘하지만 만족이 되지 않아.’
이성적으로는 무려 10%지만, 감성적으로는 겨우 10%로 느껴질 뿐이었다.
‘비율을 올릴 방법이 없을까.’
내가 만족할 수준의 대가를 얻을 방법. 그것이 존재한다면, 나는 당장이라도 그녀에게 연산력을 제공해 줄 마음이 있었다.
나는 잠시 곽수정 씨에게 양해를 구하고, 생각에 잠기었다.
‘방법… 좋은 방법….’
그렇게 약 5분이 흘렀지만, 마땅히 좋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는 않았다.
‘머리가 아프네….’
아까 마신 술 때문이었을까. 복잡한 생각을 하다 보니, 머릿속이 어지러웠다.
‘그냥 확 사버릴까.’
문득 떠올린 생각에 나는 실소했다.
‘…잠깐. 가능하긴 할 텐데?’
그런데… 생각할수록 괜찮은 아이디어가 아닐 수 없었다.
‘독립적인 연구기관이지만, 재정 상태가 그리 좋지 못하다고 했었지.’
게다가 몇 년간 성과도 내지 못했다고 했다.
“곽수정 씨. 그 제네시스 라이프 랩이라는 연구기관, 누가 주인입니까?”
-저희 소장님이 설립하시고 지금까지 운영해 오셨죠.
“소장님께서 돈이 많으신 모양이네요?”
-물려받은 재산이 많아, 예전에는 굉장한 부자였다고 들었어요. 이쪽 분야에 열정적이기도 하셨고요. 하지만 요 몇 년 사이 연구가 지지부진하다 보니 그 많던 재산이 거의 다 소진되었다고 하더군요.
“사정이 그런데도 여전히 연구소를 운영하고 계시는군요?”
-…네. 제 동료의 말에 따르면, 현재 연구소를 제값 받고 팔긴 그른 모양이에요. 그리고 연구소가 팔리면 소장님도 계속 그 자리를 보존할 수 있다는 보장이 없으니, 그 이유 때문이라도 다른 사람에게 매각할 생각이 없다고 하셨어요.
내가 그 소장님이라는 인물에 대해 조금 더 물으니, 곽수정 씨는 단 한 마디로 그를 설명해 주었다.
-돈보단 연구를 완성하는 것에 진심인 분이에요. 저도 그런 소장님의 신념에 반해 이쪽 연구소로 이직했던 거고요.
“…그렇다면 자리만 보존해드리면, 연구소를 매각하실 의향도 있으시겠군요.”
-아마도요? 그런데 그건 왜 물으시는… 아, 설마?
세상사 관심이 없는 곽수정 씨도, 내가 무엇을 말하려는 지 눈치챈 모양이었다.
“네. 제가 그 연구소의 새로운 주인이 되면 어떨까 싶었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곽수정 씨의 연구가 성공하였을 때. 내가 막대한 이득을 챙기는 것도 가능했다.
‘게다가 그 연구소에선 다른 괜찮은 연구도 진행되고 있는 것 같으니… 다른 이득도 볼 수 있겠지.’
자세한 것은 더 알아봐야겠지만, 곽수정 씨의 말에 따르면 상당히 괜찮은 연구기관으로 보였다.
‘넥스인텔리와의 시너지도 좋아 보여.’
곽수정 씨는 자신의 연구에 우리의 연산력이 많은 도움이 될 것이라 하였다.
‘내가 그 연구소의 주인이 된다면, 연구에 필요한 연산력을 마음껏 제공해 줄 수 있겠지.’
그렇게 된다면 현재 그곳에서 진행 중인 많은 연구에 가속이 붙을 터. 빠른 시간에 이득을 볼 가능성이 컸다.
‘미국에 있는 구상민 씨에게 그 연구소에 관해 알아봐달라고 해야겠어.’
나는 곽수정 씨와 일단 통화를 종료한 뒤, 곧장 구상민 씨에게 연락했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구상민 씨로부터 뜻밖의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그 연구소에서 혁신적인 탈모 치료제를 개발 중인 연구원이 있다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