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27
127화 내 선행이 불러온 놀라운 인연들 (3)
현대인의 가장 큰 고민거리 중 하나이기도 한 탈모는, 의학이 발달한 지금도 완전한 치료법이 개발되지 않았다.
현재 개발된 치료제는 먹는 약과 바르는 약 등이 있지만. 그것은 탈모가 진행되는 속도를 늦춰주는 것뿐이지, 완벽하게 치료를 해주는 것이 아니었다.
게다가 먹는 약은 발기 부전, 성욕 감퇴, 우울감 등의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도 있었다.
그나마 자가 모발 이식 수술 정도가 현재로서는 가장 확실한 치료법이라 할 수 있지만. 그마저도 자신이 원래 가지고 있는 모낭을 뽑아 쓰는 것뿐이기에 여러 단점을 가지고 있었다.
잠시 이에 대해 간단히 설명해 주자면. 모발 이식은 전체적인 모낭의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며 수술 부위에는 반드시 흉터가 남게 되는 단점이 있었다.
또, 수술 이후 꾸준한 관리를 해주지 않으면 결국 다시 탈모가 진행되기도 한다.
이렇듯 지금의 탈모 치료는 여러 가지 부작용과 단점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다른 대안이 없기에, 탈모 환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약의 복용이나 수술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만약 이런 상황에서 완전한 탈모 치료제가 나타난다면 어떻게 될까.
‘그야말로 대박이겠지.’
오죽하면 우스갯소리로 탈모를 치료한 사람은 노벨 의학상을 받을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겠는가.
-연구자의 이름은 데이비드 베이커. 올해 30세의 남자로, 약 10년 전부터 탈모 치료를 위해 노력해왔다고 하더군요.
“10년 전이면, 20살이 되자마자 탈모 치료제 개발을 시작했다는 소리인데. 굉장히 특이하네요.”
한창 혈기 왕성할 20살. 야망도 꿈도 크게 가질 나이일 텐데, 그때부터 무려 10년이나 탈모 치료에만 관심을 쏟다니. 일반적인 일이라고 할 수는 없었다.
-알아보니, 데이비드 베이커 씨의 집안은 대대로 탈모를 앓고 있었더군요. 그것도 한 세대도 빠짐없이 말이죠.
“아.”
탈모가 진행되는 것엔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그중 가장 강력한 요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유전적인 원인이었다.
‘막거나 예방할 수 없으니까.’
-아무튼 데이비드 베이커 씨는 10년간 포기하지 않고 계속 탈모를 치료하기 위해 노력해왔고, 최근 꽤 긍정적인 성과를 내었다고 합니다.
“그게 아까 말씀하신 혁신적인 탈모 치료제인 건가요?”
-네, 맞습니다.
나는 구상민 씨에게 그 탈모 치료제가 대체 무엇이길래 혁신적이라고 하는 것인지 물었다.
-이론적으로, 그가 개발한 먹는 약과 주사를 통해 죽은 모낭을 완전히 재생시킬 수 있다고 하더군요.
“모낭을요?!”
모낭은 쉽게 말해 털을 만들고 키우며, 모근에 영양분을 공급하여 모발이 자라게 해주는 곳이었다.
그런데 이 모낭은 태아 상태에서 단 한 번만 만들어지기 때문에. 이 모낭이 파괴되면 그 자리에는 다시 모발이 자라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그동안 많은 연구자가 이 모낭을 재생시키려는 연구를 계속해 왔지만, 지금까지도 모낭을 재생시키는 방법을 찾은 연구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런데 구상민 씨의 말에 따르면, 이 데이비드라는 남자가 그 방법을 찾았다는 것이 아닌가.
-하지만 베이커 씨의 치료제가 부작용 없이 완성되기 위해선. 알약 제조에 필요한 알맞은 포뮬라를 찾아야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 경우의 수가 수만 가지나 되어, 이를 찾기 위해선 엄청난 수의 실험을 반복해야 한다고 하네요. 그러니 약이 완성되는 것은 아직 먼 미래의 일일 것 같습니다.
“그래도 그게 어딥니까.”
정말 데이비드 베이커 씨가 미래에 탈모 치료제를 개발할 수 있다면, 제네시스 라이프 랩을 매입하는 것은 탁월한 선택이 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설사, 탈모 치료제 개발에 실패해도 상관없어.’
어차피 내가 제네시스 라이프 랩을 매입하려 했던 이유는, 곽수정 씨의 연구 때문이었다. 그러니 탈모 치료제는 그저 덤이라 할 수 있다.
‘다만, 그 덤이라는 게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지도 모른다는 것이지만.’
특정 단백질을 통해 미리 질병을 예방할 수 있는 연구와, 탈모 치료제 개발. 이 두 가지만으로도 제네시스 라이프 랩을 매입하는 것은 큰 가치가 있었다.
‘…그런데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기는 해.’
곽수정 씨의 말에 따르면, 제네시스 라이프 랩은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연구소였다.
더 명성 있고, 더 뛰어난 인재들이 모여있는 기업에서도 하지 못한 일을. 재정 상태가 불안한 연구소에서 할수 있었다는 것이, 나는 약간 의심스러웠다.
내가 이러한 의문을 구상민 씨에게 말하자, 그는 간단히 베이커 씨의 과거를 설명해 주었다.
-베이커 씨가 제네시스 라이프 랩에 합류한 것은 얼마 안 되었습니다. 그전까지는 마크 컴퍼니에 7년간 다녔었고. 그곳에 입사했을 때부터 탈모 치료제를 본격적으로 연구하기 시작했다고 하더군요.
마크 컴퍼니는 세계 최대의 탈모약 제조 회사였다.
‘데이비드 베이커 씨가 수년간 마크 컴퍼니의 지원을 받아, 연구해 왔다면. 이런 작은 연구소에서 탈모 치료제를 거의 완성하게 된 것도 설명이 돼.’
어떤 이유로 마크 컴퍼니를 퇴사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가 회사를 나왔다고 해서, 머릿속에 들어있는 이론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닐 테니 말이다.
“그런데 마크 컴퍼니를 다니며 연구했던 이론으로 탈모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었다고 하셨잖습니까? 그럼 베이커 씨가 퇴사할 때 비밀엄수 조약 같은 것으루하지 않았을까요? 만약 그렇다면 추후에 문제가 생길텐데요.”
상필이도 구골에서 퇴사하며, 여러 가지 프로젝트에 대한 비밀엄수 조약을 맺었다고 말했었다. 그러니 베이커 씨라고 다르진 않았을 터.
-그건 아닙니다만. 당시 베이커 씨가 진행했던 연구들은 큰 성과를 내지 못한데다, 이론이나 개념조차 정립되지 않았기에. 회사 측에서도 굳이 탈모 연구에 관한 비밀엄수 조약을 체결하진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래요? 그건 다행이네요.”
그렇다는 얘기는 비밀엄수 조약을 맺지 않아도 될 정도로 그의 연구가 지지부진했다는 뜻이 될 수 있었다.
‘그럼 베이커 씨가 퇴사하고 고작 3년 만에 탈모 치료제 개발에 큰 발전을 이뤘다는 뜻인데.’
어떤 계기가 있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이 이야기를 듣고 취해야 할 행동은 오로지 하나뿐이었다.
“제네시스 라이프 랩의 매입을 서둘러 주세요.”
탈모 치료제에 대한 소문에 다른 사람들이 눈독 들이기 전에, 혹은 실망하고 떠났던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오기 전에. 이 자그만 연구소를 서둘러 사들여야 했다.
-알겠습니다. 곧바로 진행하도록 하죠.
“좋습니다. 그리고 현재 넥스인텔리의 일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구상민 씨는 내 부탁으로 넥스인텔리의 상필이를 돕고 있었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상필이가 곧 넥스인텔리를 떠나기 때문이었다.
‘녀석에게 게임 회사를 차려주기로 약속했으니까.’
녀석은 내 제안에 뛸 듯이 기뻐하며 받아들였고, 지금은 자신의 뒤를 이어 넥스인텔리를 운영할 사람에게 인수인계하는 중이었다.
그리고 이를 구상민 씨가 도우러 간 것이었다.
-네, 인수인계도 거의 끝났고. 윤상필 씨의 말에 따르면, 현재 진행 중인 프로젝트가 마무리되는 대로 본격적으로 게임 회사를 설립하겠다고 합니다.
“잘 되었네요. 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구상민 씨.”
-아닙니다. 이번에 제가 한 일은 별로 없었는데요.
“그래도요. 아무튼 그럼, 마무리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내가 전화를 끊으려던 찰나, 구상민 씨가 급히 나를 불렀다.
-사장님, 잠시만요.
“네, 구상민 씨. 말씀하세요.”
-다름이 아니라, 사장님께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이요?”
구상민 씨가 내게 부탁해 온 것은 처음이었기 때문에, 나는 조금 긴장한 목소리로 자세한 이야기를 들려달라 말하였다.
-현재 저는 공식적으로는 루나리스 패션의 전문경영인으로 고용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론 사장님의 이런저런 사업을 돕고 있었죠.
“…예, 그렇죠.”
-물론, 이 일이 지루하다던가 힘들다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매일이 즐거웠죠. 사장님이 생각지도 못한 사업을 시작하게 된다던가, 전혀 예상치 못한 유명인과 미팅하는 것도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
-이제 사장님의 곁에는 유능한 인재들이 많이 모여들었죠. 자비르 씨도 그렇고, 한유경 씨도 점점 전문경영인의 일에 익숙해지고 있고요. 자비르 씨는 제게 조금만 더 배우면, 아마 더 뛰어난 능력을 보일 수도 있을 겁니다.
“…네, 맞습니다. 그래서요?”
-그러니 이제 저는 루나리스 패션의 일을 그만두고 싶습니다.
“예?!”
일을 그만두고 싶다니.
구상민 씨의 이런 선언은 내게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구상민 씨에겐 늘 좌송하고 감사해.’
그의 말대로 구상민 씨는 루나리스 패션의 전문경영인 자격으로 내게 고용되었다. 하지만 그동안 나는, 나를 도와줄 사람을 구하지 못했고. 때문에 구상민 씨를 많이 의지하게 되었다.
물론, 구상민 씨가 이에 대해 별다른 말은 하지 않았지만. 내가 계속해서 모든 사업에 그를 의지하는 것은 분명 잘못된 일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구상민 씨가 이대로 일을 그만두게 되는 것은 안 될 말이었다.
‘아직 내게는 구상민 씨가 필요해.’
내가 여러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바로 구상민 씨의 존재였다.
‘아무리 한유경 씨나 자비르 씨가 있다지만. 아직은 많이 불안정하지.’
두 사람은 분명 유능했지만, 둘이 힘을 합치더라도. 아직은 구상민 씨의 수준에 미치지는 못한다.
나는 이러한 내 진심을 구상민 씨에게 전했다.
-하하, 사장님. 오해하셨군요. 저는 일을 완전히 그만두고 싶다는 것이 아닙니다.
“그럼요?”
-저는 그저 제가 가장 잘하는 일을 하고 싶은 것뿐입니다.
“잘하는 일이요?”
이어서 구상민 씨는 내게 자신이 제네시스 라이프 랩을 운영해보고 싶다고 털어놓았다.
그리고 이런 그의 부탁, 아니. 제안은 내게도 환영할 만 한 일이었다.
‘구상민 씨는 상록제약의 전무이사였어. 제약에 관해선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며, 업계가 어떻게 돌아가는지도 잘 알아. 그러니 구상민 씨가 제네시스 라이프 랩을 맡아 운영한다면, 분명 크게 발전시킬 수 있을 거야.’
그렇게 생각한 나는 구상민 씨에게 이렇게 말했다.
“연구소를 운영해보시겠다니, 오히려 제가 구상민 씨에게 부탁드리고 싶은 일이네요. 좋습니다. 원하시는 대로 해보세요.”
-감사합니다, 사장님.
“그런데 현재 연구소 소장님의 직위는 계속 유지해드려야 합니다. 그래서 구상민 씨의 직위는 여전히 전문경영인이 될 것 같은데, 괜찮으실까요?”
-상관없습니다. 저는 직위를 바라는 게 아니라, 제 손으로 연구소를 키워보고 싶은 것이니까요.
그렇게 나는 구상민 씨가 제네시스 라이프에 랩을 운영하는 것을 허락하였고, 그가 발전시킬 연구소의 모습을 기대하게 되었다.
***
그로부터 약 2주 후.
구상민 씨의 빠른 일 처리로 제네시스 라이프 랩은 무사히 내 소유가 되었으며, 추가로 곽수정 씨와 데이비드 베이커 씨의 연구에 연산력을 제공하는 일도 곧장 진행되었다.
데이비드 베이커 씨에게 연산력을 제공하자는 아이디어는 내가 떠올린 것이었는데, 수만 번의 실험을 해야 하는 게 문제라면. 시뮬레이터로 그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최고의 시뮬레이터를 소유한 크리스토퍼와의 협력이 필요했고, 나는 그와의 협상이 길게 이어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의외로 그는 그동안 알게 모르게 나에게 받은 도움이 많다며 이번만 특별히 별다른 조건 없이 ICU의 시뮬레이터를 빌려주었다.
여담으로, 이 소식을 들은 베이커 씨는 그 자리에서 방방 뛰며 한 번도 만난 적이 없는 내게 환호성을 지르며 감사 인사를 전하였다고 한다.
“감사합니다. 윤현민 사장님.”
그리고 여기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기 직전, 내게 인사하러 온 곽수정 씨도 감사 인사를 전하고 있었다.
“미국에 돌아가는 대로 다시 실험에 돌입하겠습니다. 그리고 성과가 나면 가장 먼저 연락하여 알려드리죠.”
“알겠습니다. 그럼, 조심히 가세요.”
그렇게 곽수정 씨가 공항으로 떠난 후. 나는 핸드폰을 꺼내 곧장 자비르 씨에게 연락했다.
“우리가 타고 갈 전용기가 언제 도착한다고 했었죠?”
-내일모레입니다. 사장님.
이틀 뒤. 우리는 자힘 알라미 왕자가 보내준 전용기를 타고 두바이로 떠날 예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