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28
128화 누구나 그럴싸한 계획을 가지고 있다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이라 알려진 부르즈 칼리파는. 최근에 새로 지어지는 제다 타워에 그 명성을 빼앗길 뻔했다.
하지만 코로나의 여파로 제다 타워의 공사가 잠정 중단되면서, 최고층 빌딩이라는 타이틀을 계속 지킬 수 있었다.
부르즈 칼리파는 총 163층으로 지어졌고, 그중 사무실로 이용되는 층은 151층까지였다.
그러니 이곳 151층의 사무실은 명실상부 세계에서 가장 높은 층에 있는 사무실이라 할 수 있었고, 이 사무실을 사용하는 이는 두바이에서 신분이 매우 높은 사람이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지금.
사락.
이 드넓은 사무실에 조각 같은 외모의 남자가 최고급 의자에 앉아 무언가의 서류를 검토 중이었다.
“음….”
남자는 서류 내용에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 것이 있는지, 인상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벌컥!
그때, 갑자기 칸도라(두바이 전통의상)를 걸친 한 남자가 사무실의 문을 벌컥 열고 들어왔다.
“형님!”
사무실을 쩌렁쩌렁 울리는 목소리에, 서류를 검토 중이던 남자는 더욱 인상을 찌푸렸다.
하지만 그가 고개를 들어 올려 눈앞의 동생을 바라보았을 때, 그 얼굴에는 인위적인 온화함만이 남아있었다.
“카임, 노크도 없이 들어온 것을 보니 무슨 급한 일이 있나 모양이구나?”
“라힘 형님. 자힘을 이대로 가만히 두실 겁니까?”
콧방귀를 잔뜩 끼며 성을 내는 동생을 보며, 라힘은 검지로 책상을 천천히 두드리기 시작했다.
“또 그 소리니. 전에도 말했다시피, 이건 아버지가 정하신 정당한 후계 경쟁이야. 자힘도 당당히 제 뜻을 펼칠 권리가 있어.”
“아니, 그것도 정도가 있죠. 두바이에서 유전을 찾겠다는 것이 말이 됩니까?”
“그렇긴 하지. 하지만 전혀 근거가 없는 것은 아니잖아. 두바이에 새로운 유전이 있다는 연구 논문이 얼마 전에 발표되었잖아? 이름이… 아만 교수였던가.”
그런 라힘의 말에 카임은 기가 찬다는 듯이 더욱 큰 콧방귀를 뀌었다.
“하! 그 교수의 소문을 못 들어보셨어요? 그는 괴짜에 허구한 날 헛소리만 해대는 망상가일 뿐이라고요.”
“어쨌거나 자힘의 일은 그냥 녀석이 알아서 하도록 놔두렴.”
“형님!”
카임의 외침이 다시 한번 사무실에 쩌렁쩌렁 울려 퍼졌다. 이에 라임의 미간이 확 좁아졌다.
“시끄럽구나, 카임. 나는 네가 왜 이렇게 자힘을 못 잡아먹어서 안달인지 이해가 되지 않아.”
“당연히 형님을 위해서죠. 원래부터 두바이의 다음 주인은 전통적으로 승계 1순위인 형님이었잖습니까. 그러니 애초에 형님과 경쟁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인 겁니다.”
“내가 두바이의 다음 주인이라고?”
툭툭툭툭.
라힘은 조금 더 빠르고 강하게 책상을 두드리기 시작했다. 눈앞의 자힘이 신경이 쓰일 정도로 말이다.
“…형님?”
그렇게 잠시 사무실에 정적이 흘렀다.
툭.
라힘의 손가락이 멎었을 때, 라힘이 무표정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정말 그렇게 생각하니?”
“…다, 당연하죠!”
“…그래?”
카임을 바라보는 라힘의 두 눈이 반개했다.
“그런데 너는 왜 내가 모르게 몰래 중국과 관광 사업 협상을 벌리려 했던 거지?”
그 말에 카임의 눈동자가 흔들렸다.
“그게 무, 무슨 말입니까? 저는 그런 적이 결코….”
“카임. 너는 예전부터 거짓말에는 소질이 없었어.”
그 말에 라힘이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을 깨달은 카임은. 두 눈을 바닥으로 내리깔며, 떨리는 목소리로 답하였다.
“…모두 형님을 위해서 벌였던 일입니다.”
“…그래. 나를 위해, 내가 모르게 일을 벌였던 거겠지. 그렇지?”
“…예.”
“하지만 이 형은 이해가 되지 않는구나.”
툭. 툭. 툭.
사무실에 다시 책상을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지기 시작했다.
“중국과의 관광 사업 협정을 맺는 것은 우리에게 큰 이익을 가져다줄 겁니다. 하지만 이를 형님께서 반대하실 것 같았기에….”
“그래서 몰래 협정을 맺으려 한 것이다?”
“…맞습니다.”
“후우….”
라힘이 긴 한숨을 내뱉으며 말했다.
“카임. 반대를 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어서란다.”
“…저도 압니다. 최근 두바이와 중국 간에 갈등이 생긴 것과 수준 이하의 중국 관광객들 때문에 다른 관광객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했기 때문 아닙니까.”
“…….”
“하지만 중국 관광객이 가져다주는 수입은 엄청납니다. 이는 아버지가 말씀하신 대로 두바이 발전에 아주 큰 기여를 할 수 있는 자금을 확보할 수단….”
툭.
“카임, 머리가 나쁘면 가만히 있으렴. 그렇게만 해도 반은 간단다.”
드르륵.
라힘은 자리에서 일어나 카임에게 다가가, 그의 어깨를 꽉 붙잡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제발 시키는 거나 잘하란 말이다. 괜히 여기저기 설치다 일이나 망치지 말고.”
“…….”
“그리고 내가 아까 말했을 텐데. 너는 거짓말에 재능이 없다고. 뭐? 나를 위해 중국과 협정을 맺으려 해? 하!”
꽈악-!
카임의 어깨를 쥔 카힘의 손에 힘이 더욱 들어갔다.
“카힘, 내 동생아. 헛된 꿈은 꾸지 않는 게 현명한 거란다. 괜히 못 오를 나무를 쳐다보다가 목이 꺾일지도 모르니까.”
“…알겠… 습니다….”
카임이 표정을 일그러뜨리며, 고개를 끄덕이자. 라힘이 다시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그의 어깨를 놓아주었다.
“그럼 카임. 이제 그만 가서 일 보렴. 보다시피 이 형님이 좀 바빠서 너랑 놀아줄 시간이 없구나. 아, 그리고 중국 협정 건은 내가 이미 어젯밤에 무산시켜 두었단다. 우리 카인도 할 일이 많을 텐데, 괜히 번거로워질 것 같아서. 고맙지?”
그런 라힘의 말에 카임의 두 눈이 놀란 토끼 눈이 되었다.
“…예, 감… 사합니다. 형님. 그럼 가보겠습니다.”
“그래. 조심히 가렴.”
잔뜩 굳은 표정의 카임이 사라지자, 곧장 라힘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쯧! 이놈이고 저놈이고, 왜 기어오르지 못해서 안달일까.”
헛바람만 들어서 되지도 않는 짓거리나 해대는 카임이나, 그동안 조용히 지내다 후계자 경쟁이 시작되니 갑자기 나대기 시작하는 자힘까지.
‘너희들은 그저 내가 왕위를 계승할 때 필요한 들러리일 뿐인데. 왜 그 사실을 모르는 거지?’
현 두바이의 국왕인 아버지가 후계자 경쟁을 공표하시긴 했지만, 그것은 그저 보여주기식의 쇼일 뿐. 그래도 전통을 무시하시지 않는 아버지가 진짜로 자신이 아닌 다른 후계자를 염두에 둘 리 없었다.
‘…다만.’
라힘은 책상 위에 널브러져 있는 서류 중 하나를 집어 들었다.
‘이게 정말 가능하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도 있겠어.’
서류 속에는 자힘이 아만 교수와 무언가를 열심히 토론하는 사진이 있었다.
‘새로운 유전이라….’
1966년부터 지금까지 두바이에서 발견된 유전은 고작 3개뿐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아부다비 다음으로 가는 석유 매장량을 보유하게 되었지만.
‘그 유전들은 이미 바닥을 드러내고 있지.’
과거, 전문가들은 두바이의 유전이 2030년에 완전히 고갈될 것으로 예측했었다. 하지만 석유가 필요한 분야는 아주 많았고, 석유를 아껴가며 소비하는 것은 지금으로서는 거의 불가능해졌다.
덕분에 두바이의 석유는 당장 내년이라도 완전히 고갈될 위기였다.
‘이런 상황에서 자힘이 정말로 새로운 유전을 찾는다면?’
그렇게 된다면, 예전부터 자힘을 가장 이뻐했던 아버지가 마음을 달리 먹게 될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멍청한 카임은 저대로 내버려 둬도 된다. 하지만 자힘은 아니야.’
매일 책만 붙잡고 있던 녀석은 카임과 달리, 제법 머리를 굴릴 줄 알았다.
‘조심해서 나쁜 것은 없으니, 보험 정도는 들어두는 편이 좋겠어.’
라힘은 책상 위의 서류 한 장을 더 집어 들었다. 그것은 곧 두바이를 방문할 어떤 인물에 대한 조사 기록이었다.
‘한국의 윤현민이라….’
그는 고작 5년 만에 세계적인 사업가이자 투자자가 된 꽤 대단한 인물이었다.
‘이 자가 가진 연산력을 빌려, 유전을 탐사하겠다는 거지?’
현 국왕 라딘 알라미는 후계자 경쟁에 꼭 지켜야 할 규칙을 몇 가지 정하였는데, 그중 하나가 후계자 경쟁하는 동안엔 반드시 주어진 예산안에서만 행동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괜히 카임이 되도 않는 중국인을 포섭하려 했던 게 아니야. 녀석도 부족한 자금을 메꾸려고 그런 무리한 계획을 세운 것이겠지.’
그들에게 주어진 예산은 터무니없이 적었는데. 자힘의 경우, 유전 탐색을 단 한 번만 진행할 수 있을 정도였다.
‘녀석에게 주어진 기회는 단 한 번뿐.’
그것만 무산시키거나 방해할 수 있다면, 자힘이 후계자 경쟁 구도를 뒤집을 가능성은 완전히 사라진다.
‘그러니 자힘, 내 동생아. 미안하지만 이 형님이 방해를 좀 해야겠구나.’
라힘은 호출 버튼을 눌러, 자신의 비서인 로이드를 불렀다.
“자힘이 한국에 전용기를 한 대 보낼 겁니다. 그 전용기의 기장과 승무원을 우리 쪽 사람으로 바꿔놓으세요.”
라힘은 바꿔치기한 기장과 승무원을 통해 윤현민을 포섭할 생각이었다.
‘자힘이 유전을 탐사하기 위해선, 윤현민의 도움이 꼭 필요할 거야.’
후계자 경쟁이 끝날 때까지 윤현민을 납치하여 가둬두지 않는 이상, 자힘은 직접 한국을 방문해서라도 윤현민을 만나려 할 것이었다.
‘그 둘을 매번 만나지 못하게 방해하는 것은 한계가 있어. 그것보단 내가 먼저 그에게 접근하여 내 사람으로 만드는 편이 훨씬 낫겠지.’
그렇게 된다면, 윤현민을 통해 자힘의 계획을 더욱 효과적으로 방해하는 것이 가능했다.
“어떤 제안으로 윤현민을 포섭하면 될까요?”
“보아하니 윤현민은 온갖 사업에 손을 대는 사람이더군요. 아마도 그는 돈을 아주 좋아하는 인물일 겁니다.”
“그럼 역시 현금으로 포섭을 하면 되겠습니까?”
라힘은 고개를 저었다.
“현재 저는 후계자 경쟁 중입니다. 무엇을 하던, 주어진 예산안에서만 움직여야 하죠. 그러니 한 사람을 포섭하는 일에 돈을 쓸 수는 없어요.”
“그럼 어떻게 포섭해야 할까요?”
“두바이의 사업권. 추후 내가 국왕이 되면, 그에게 두바이에서 세금 없이 자유롭게 한 가지 사업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주겠다 하세요.”
그런 라힘의 말에 로이드가 놀라 두 눈을 크게 떴다.
“예? 그건 너무 과한 대가 아닙니까?”
“이 정도는 되어야 그자를 확실히 포섭할 수 있을 겁니다.”
“하지만….”
“자힘도 그자에게 아마 비슷한 제안을 할 겁니다. 하지만 녀석은 아직 경험이 적어요. 그러니 세금 혜택까지 줄 생각은 하지 못할 겁니다.”
그 말에 로이드는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그럼 바로 준비하겠습니다.”
“중간 보고는 필요 없으니, 자잘한 부분은 로이드가 알아서 판단하세요.”
“예.”
그렇게 로이드가 제 할 일을 하러 떠난 뒤, 사무실에 홀로 남은 라힘은 속으로 생각했다.
‘물론, 정말 세금 혜택을 줄 생각은 없지만.’
약속은 약속이니 규모가 작은 사업권 정도는 줄 생각이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그가 요즘 떠오르는 사업가라 해도, 동양의 자그마한 나라 출신에게 사업 비과세라는 큰 혜택을 줄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약속은 언제나 뒤집힐 수 있는 법이지.’
국왕이 된 라힘이 말을 바꾼다고 해도. 구두로만 한 약속에 일개 개인인 윤현민이 뭘 어떻게 하겠는가.
‘소소한 사업권을 주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여겨야지.’
라힘이 그렇게 제안을 뒤집더라도, 돈을 좋아하는 윤현민은 어쩔 수 없이 웃으며 고개를 조아릴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며칠 뒤.
라힘은 로이드에게 예상치 못한 소식을 전해 듣게 되었다.
“우리 쪽 사람들이 탑승한 전용기가 이륙을 못 했다고요?”
“…예. 갑자기 전용기에 치명적인 결함이 발견되어 긴급 점검에 들어간 것이 그 원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요? 일정이 밀린 겁니까?”
“그게… 소식을 들은 폐하께서 자힘 님께 알-하인(Al-Hayn)을 빌려주셨습니다.”
“알-하인?”
알-하인은 두바이 국왕만 사용할 수 있는 전용기의 이름이었으며, 알-하인에 탑승할 수 있는 기장과 승무원은 정해져 있었기에. 라힘의 사람들로 바꾸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했다.
“이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이때의 라힘 왕자는 알지 못하였다. 어느 운 좋은 남자에 의해, 그의 계획들이 모조리 망가지게 된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