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31
131화 별궁 연회장에서 벌어진 일 (3)
끼이이-
“들어오시죠.”
라자크라는 비서의 안내에 따라, 우리는 카임 왕자의 방에 들어갔다.
방안의 모습은 매우 화려했는데, 가구는 물론이고 사방의 벽면이 각종 반짝이는 보석으로 장식되어 있었다.
“네가 자힘 녀석이 데려왔다는 윤현민이란 자인가?”
아랍 전통 복장을 한 근육질의 남자가 침대에 걸터앉아 거만하게 다리를 꼰 채, 우리에게 물어왔다.
“그런데 어느 쪽이 윤현민이지? 검정? 노랑?”
누가 들어도 인종차별적인 언사에, 나는 순간 인상을 찌푸릴 뻔했다.
“와, 왕자님!”
카임 왕자의 태도에 놀란 비서가 그에게 다가가 속삭였다.
“왼쪽 분이 미스터 윤입니다.”
“노랑이었군.”
“왕자님… 그런 식으로 말씀하시면 안 됩니다….”
“왜? 뭐가 문젠데?”
“…….”
“불만이면 말하라고 전해. 이곳이 어디인지 깨닫게 해줄 테니.”
귓속말이 맞나 싶을 정도로, 그들의 대화는 내 귀에 쏙쏙 들어왔다.
‘…보아하니, 내 기를 죽일 속셈인 것 같은데.’
처음에는 카임 왕자가 그저 인종차별을 하는 줄 알았지만, 생각해보니 지금 그들은 아랍어가 아닌 영어로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일부러 겁을 주기 위해, 내가 들을 수 있도록 영어로 얘기하는 거야.’
너무 뻔한 수작에 나는 도리어 어리둥절했다.
‘진짜 이런 식으로 대화하면, 내가 속을 거라고 생각한 건가?’
나는 혹시라도 다른 꿍꿍이가 있을지 고민해 보았다.
하지만 이후 이어진 대화를 통해, 카임 왕자가 그런 꿍꿍이를 숨길 만큼 심계가 뛰어난 인물이 아님을 알게 되었고.
동시에 왜 자힘 왕자가 계약서에 카임 왕자에 관한 조항을 넣지 않았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자힘이 네게 어떤 제안을 했지?”
“…죄송하지만, 그에 대해선 말씀드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어째서?”
“저는 이미 자힘 왕자님과 계약을 마쳤거든요.”
“뭐? 오자마자 벌써 계약했다고? 나는 네가 방금까지 연회를 즐겼다고 들었는데?”
“그 연회장에서 계약을 끝냈습니다.”
“…하하! 거짓말도 말이 되어야 속아주든가 하지. 그런 중요한 일을 술과 음식을 먹으며 한다는 것이 가능하기나 한… 뭐?”
비서 라자크가 카임 왕자에게 무언가를 속삭였다. 아마 방금 연회장에서 있었던 일을 보고 하는 모양이었다.
“크흠.”
카임 왕자는 헛기침을 한번 한 뒤, 내게 말했다.
“아무래도 계약을 한 것은 정말인가 보군. 그런데 연회장에서 대충 계약한 것을 보면, 그리 대단한 계약은 아니었던 것 같은데. 나와 새로운 계약을 하는 것은 어때?”
“새로운 계약 말입니까…”
“그래, 자힘이 무엇을 약속했건. 내가 그 이상을 주겠다. 자힘 녀석과의 계약을 파기한 것에 대한 대가도 추가로 지불해 주지. 그 대신, 녀석이 정말 그 막대한 연산력으로 새로운 유전만 찾을 생각인 건지, 또 혹시라도 녀석이 숨기고 있는 계획이 있는지를 알아내서 내게 모두 보고하도록 해.”
자힘 왕자는 내게, 미래의 사업권과 10년간 전용기를 빌려주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그런데 그 이상의 대가를 주겠다니.
웃음이 나올 지경이었지만, 나는 시치미를 뚝 떼며 말했다.
“…정말이십니까?”
“그럼. 정말이고 말고.”
“…그렇다면 당장 제게 계약서를 한 장 써주실 수 있으실까요?”
“계약서?”
카임 왕자의 눈썹이 꿈틀 거렸다.
“계약서는 서로 신뢰가 없는 것들 끼리나 하는 것이지. 나는 두바이의 제2 왕자다. 그런 내 말이 신뢰가 가지 않는 건 아니겠지?”
“…….”
나는 이번에야말로 카임 왕자가 진심으로 이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하는 것인지 궁금했고. 그의 얼굴을 유심히 뜯어보기 시작했다.
‘…진짜 같은데?’
자신감이 넘치는 태도에 거만한 얼굴. 무엇보다 당황한 비서의 얼굴을 보아하니. 카임 왕자의 제안은 진심으로 보였다.
‘…상식적으로 진짜 내가 이런 제안을 받아들일 거라고 생각하는 건가?’
계약서 한 장도 안 써주고, 무조건 믿으라니. 요즘 세상에 말뿐인 약속을 누가 믿을 수 있단 말인가.
이 뻔뻔한 상황에 나는 자비르 씨에게 통역을 듣는 척하며, 그에게 물었다.
“…왜 저런 말도 안 되는 제안을 하는 걸까요?”
“제가 미리 알아본 바에 의하면, 이곳 왕가 사람들은 공식적인 업무를 외에는 원래 계약서를 잘 작성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먼저 계약서를 쓰자고 한 자힘 왕자가 특이했던 것이죠.”
원래 그런 것이라고 하니, 아주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나는 안하무인의 태도를 보이는 카임 왕자보단, 나를 존중해주고 친절히 대해준 자힘 왕자가 훨씬 더 호감이 갔다.
‘…그래도 구체적으로 어떤 보상을 주려 했는지 들어는 볼까.’
거절할 때 거절하더라도,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말이다.
“계약을 파기하는 대신 제게 어떤 보상을 주신다는 건가요?”
“자힘 녀석은 아마 기껏해야 약간의 푼돈을 약속했을 것이다.”
“…….”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우리 왕자들이 현재 쓸 수 있는 돈은 한정이 되어 있다. 그래서 자힘 녀석이 네게 약속한 돈은 얼마 되지 않을 것이다. 물론, 그것만으로도 너는 충분하다고 여긴 것 같긴 하다만.”
카임 왕자는 완전히 잘못 짚고 있었지만, 나는 계속해서 티 내지 않고 잠자코 그의 말을 들었다.
“현금은 어느 나라에서건 최고의 보상이라 할 수 있지. 그러니 나는 네게 자힘이 제시한 것보다 더 큰 금액을 주겠다고 약속해 주지.”
“…그것은 왕자님께서 후계자 경쟁에 승리한 이후를 말씀하시는 거겠죠?”
“당연하다. 지금은 자금이 묶여있으니까.”
“…….”
역시, 속셈이 너무 뻔했다.
자힘 왕자와 마찬가지로, 후계자 경쟁에 승리할 수 있도록 내가 자신을 돕게 만들려는 것은 같았으나. 카임 왕자는 조금 더 노골적이었다.
‘왜 자힘 왕자가 카임 왕자를 경계하지 않는지 알겠어.’
이도록 심계가 얕은 인물이니, 굳이 경계하지 않는 것이리라.
“…그건 그렇다고 치고, 계약 위반에 대한 보상은 무엇으로 주실 생각이십니까?”
“그 보상은 내가 지금 구상하고 있는… 그런데 너, 나를 상대로 너무 보상보상만 외치는 것 같은데.”
조금 전까지 그럭저럭 괜찮았던 분위기가 순식간에 가라앉으며, 카임 왕자의 두 눈이 서늘하게 변하였다.
“충고 하나 하지. 왕족을 상대로 너무 비즈니스적인 태도는 좋지 않아.”
“…….”
그 위압적인 태도를 보며, 나는 카임 왕자가 어떤 인물인지 완벽히 이해할 수 있었다.
‘경솔하고, 생각이 얕으며, 자신은 특별한 왕족이라는 우월감에 도취한 자.’
이런 인물은 오히려 다루기 쉬웠다.
‘비위만 맞춰주면 되니까.’
속내도 읽기 쉬우며, 할 줄 아는 것이라고는 권위를 내세우며 위협하는 것뿐.
‘두바이의 왕자라는 신분 덕분에, 그동안 이런 방식이 잘 먹혀왔겠지.’
아마 내가 아쉬운 입장이었다면, 저런 카임 왕자의 뜻대로 움직였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그가 생각하는 것처럼 을의 입장으로 두바이에 온 것이 아니었다.
‘자힘 왕자 또한 그것을 알기에, 내게 그토록 잘 대해주었던 거야.’
그러므로 나는 카임 왕자의 저런 위압적인 태도가 무섭지 않았다. 다만, 그의 비위를 맞추다 보면 무언가 내게 이득이 될 상황이 찾아올 것 같았기에.
“왕자님께 감히 불손한 태도를 보인 점은 정말 죄송합니다. 하지만 먼 나라에서 혈혈단신으로 찾아온 제 입장도 생각해 주시기 바랍니다.”
나는 일단 카임 왕자가 원하는 태도와 모습을 보여주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고개를 흡족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보상이 무엇인지를 물었었지. 내가 네게 줄 보상은 내가 구상하고 있는 사업에 함께 할 기회를 주는 것이다.”
“…사업이요?”
“그래. 후계자 경쟁에서 승리할 만한 요소이자, 앞으로 우리 두바이의 경제적 성장에 크게 이바지할 그런 사업이지.”
카임 왕자의 얼굴은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너, 두바이의 주 수입원이 무엇인 줄 알고 있나?”
“…석유가 아니라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
“그렇지. 석유는 두바이 수입에 1% 밖에 차지하지 않고 있으니까. 두바이의 주수입원은 관광업과 금융업, 그리고 부동산이다.”
예상외로, 카임 왕자의 입에서 술술 흘러나오기 시작한 이야기는 꽤 그럴듯했으며 내 흥미를 끌기 충분했다.
“라힘 형님은 금융업이 최고라 여기지만, 나는 최고의 사업은 관광이라 생각한다. 그렇기에 나는 중국과 일본에 접근하여 두바이의 관광 사업을 더욱 활발하게 바꾸려 했지. 누구의 방해로 무산되었지만.”
“…….”
“그런데 생각해보면, 아시아를 대표하는 나라가 중국과 일본만 있는 것은 아니더란 말이지.”
“…혹시 한국을 얘기하시는 겁니까?”
카임 왕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중국과 일본에 비해 그 규모가 작긴 하지만. 생각해보니 시작부터 큰 이익을 노릴 필요는 없겠더라고. 한국과의 관광 사업이 성공하게 된다면, 나머지 나라들도 자연스럽게 우리 두바이에 눈독을 들이게 될 테니까.”
그 말은 옳았다. 하지만 한 가지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이 있었다.
“이미 두바이에는 많은 관광객이 찾아옵니다. 그중에는 중국인과 일본인, 그리고 한국인도 있죠. 그런데 무슨 관광 사업을 말씀하시는지 모르겠습니다.”
“일반적인 관광 사업이라면 지금도 두바이에서 하고 있는 것이 맞아. 하지만 내가 생각하는 관광 사업은 부동산과 더불어 문화 사업까지 발전시킬 수 있는 아이디어야.”
카임 왕자는 득의에 찬 미소를 지으며 설명을 이어나갔다.
“나는 두바이에 그들 나라만을 위한 영화 세트장을 지을 생각이야.”
“…영화 세트장이요?”
“그래. 생각해봐, 관광이란 무언가 새로운 것을 구경하기 위해 하는 것이잖아. 그 요소는 맛있는 음식이 될 수도 있고, 멋진 풍경이 될 수도 있지만. 영화 속에 등장한 장소를 체험하는 것이 될 수도 있어.”
카임 왕자는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관광 사업을 위해, 한국 영화 촬영지를 두바이에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중국인도 일본인도, 그리고 한국인도. 자국에 대한 애정도가 높다고 들었어. 그러니 만약 두바이에서 촬영한 그들의 영화가 큰 성공을 거두게 된다면. 그것을 자랑스러워할 한국인들이 우리 두바이의 영화 세트장을 방문해보고 싶어 하지 않겠어?”
옳은 말이었다. 한국에서도 유명 드라마나 영화 촬영지에 방문하기 위해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도 많으니 말이다.
다만, 카임 왕자의 계획이 성공하기 위해선. 한 가지 전제 조건이 필요했다.
‘무조건 영화가 성공해야 해.’
영화가 흥행하지 않는다면 무조건 실패하는 사업이었다.
‘아마 카임 왕자의 계획을 방해했다는 사람은 1왕자인 라힘 왕자겠지. 후계자 경쟁과는 별개로, 위험도가 높다고 생각했을 테니까.’
하지만 만약 카임 왕자의 계획은 영화 사업에 흥미가 있는 나로서도 꽤 관심 가는 주제였다.
그렇기에 나는 카임 왕자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혹시, 영화를 반드시 흥행시킬 방법이 있으신가요?”
“당연하지. 나는 그렇게 허술한 사람이 아니야.”
“…그 방법이 무엇인가요?”
“흥행이 보장된 감독을 섭외하면 돼. 중국에는 얀 옌 감독, 일본에는 와타나베 하시모토. 그리고 한국엔… 음. 라자크, 그 한국인 신인 감독 이름이 뭐였지?”
“최지훈 감독입니다.”
비서의 입에서 나온 익숙한 이름에, 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아, 맞아. 최지훈. 루비스피어 영화제에서 대상을 탔으며, 넷플리스에서도 큰 성공을 거둔 그 사람을 영입하면, 아마 높은 확률로 영화는 성공할 거야.”
그런 카임 왕자의 말에 나는 생각했다.
‘이거 생각지도 못하게 큰 기회를 잡은 것 같은데?’
무려 두바이의 자본으로 지어지는 영화 세트장에서 촬영할 기회였다. 그것도 나와 이미 계약이 되어 있는 감독이 말이다.
‘…하지만 그렇다고 자힘 왕자와의 계약을 파기하고 싶진 않은데.’
내게 친절히 대해주며, 합당한 보상을 약속한 자힘 왕자를 배신하고 싶지 않았던 나는, 카임 왕자를 돕는 척하며 보상만 받아낼 방법이 없을지를 궁리하였다.
‘…이렇게 해볼까?’
뭔가를 떠올린 나는, 되든 안 되든 일단 저지르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자힘 왕자님과의 계약을 파기할 수는 없을 것 같습니다.”
“뭐?”
나는 카임 왕자가 화를 내기 전에 재빨리 말을 이었다.
“왜냐하면 계약을 파기하지 않는 게 더 왕자님께 도움이 될 거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네가 자힘 녀석과 함께 하는 게 내게 도움이 된다고?”
고개를 기울이는 카임 왕자에게 나는 말했다.
“자힘 왕자가 저를 신뢰해야, 숨기고 있는 계획을 더 잘 말해주지 않겠습니까?”
그런 나의 말에, 카임 왕자가 팔짱을 끼며 고개를 끄덕였다.
“음… 틀린 말은 아니야.”
“그러니 자힘 왕자와의 계약을 유지하면서, 그의 신뢰를 얻어. 그의 계획을 더 자세히 알아내어 보고해드리죠.”
물론, 정말로 스파이 짓을 할 생각은 없었다.
이 방을 나가게 되면, 나는 자힘 왕자를 찾아가 모든 것을 털어놓을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자힘 왕자가 일부러 흘려주는 정보를 카임 왕자에게 전달하는 거야.’
그렇게 된다면, 자힘 왕자에게도 도움이 될 것이며. 카임 왕자 또한 내게 보상을 주게 될 것이었다.
“…….”
카임 왕자는 나의 제안에 무언가를 곰곰이 생각하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좋다. 그렇게 하지. 대신, 나도 한 가지 조건이 더 있다.”
“어떤 조건입니까?”
“그것은….”
그의 조건을 들은 나는 난감했다.
“예? 자힘 왕자가 새 유전을 탐사할 때 사용할 탐사 시뮬레이터를 못 쓰게 만들라니요?”
“왜 못하겠나?”
당연히 못 한다.
그것 범죄나 다름없으니까.
‘어쩌지…’
여기서 못하겠다고 말한다면, 카임 왕자는 지금까지의 대화를 모두 없던 일로 만들 것이 분명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내가 이 제안을 거절해도 입막음 당할 일은 없다는 거야.’
분명 카임 왕자는 범죄를 지시하긴 했지만, 증거를 남기지는 않았다. 그리고 내가 그의 계획을 모두 들었다고 해도. 그것은 아마 왕자들 사이에서 공공연하게 퍼져있는 정보일 가능성이 컸다.
‘형제들이 탐사 시뮬레이터를 망가뜨리려고 한다는 것은, 아마 자힘 왕자도 예상했을 거야.’
카임 왕자도 그것을 알고 있기에, 나를 시켜 탐사 시뮬레이터를 없애려는 것이 분명했다.
‘어쩔 수 없지.’
나는 조금 고민했지만, 이 제안은 거절하는 것이 맞았다.
‘…영화 사업 이야기는 조금 아깝지만. 그렇다고 범죄에 연루될 수는 없어.’
그렇게 내가 카임 왕자의 제안을 거절하려던 순간.
“자, 받아.”
어느새 다가온 카임 왕자가, 내 주머니에 뭔가를 집어넣었다.
“시뮬레이터를 파괴할 프로그램이 들어있는 USB다. 이걸로 날 대신해서 자힘 녀석에게 한 방 먹여주도록 해.”
“…죄송하지만 저는 이 제안을 받아들일 수가 없….”
“그래, 없겠지. 거부감이 들 거야.”
카임 왕자는 다 이해한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하지만 결국, 너는 내 제안을 받아들일 거야. 어떻게 아냐고? 내 앞에서 양심 운운하던 것들이 모두 그랬거든.”
“…….”
“그러니 돌아가서 고민해봐. 그리고 너의 대답은 결과로 전해 듣도록 하지.”
그렇게 나는 복잡한 심경으로 다시 방으로 돌아왔다.
***
다음 날, 늦은 오후.
심경이 복잡한 나는, 자힘 왕자를 찾아가지도 못하고 침대에 드러누워 생각에 잠겨있었다.
‘그 자리에서 거절했어야 했는데.’
나는 주머니에서 카임 왕자가 전해 준 USB를 꺼내 만지작거렸다.
‘얼떨결에 받아오긴 했지만, 카임 왕자에게 미움을 사더라도 역시 이런 짓은 할 수 없어.’
그렇게 결론을 내린 나는 곧장 USB를 쓰레기통에 집어넣으려고 했다. 그리고 그때.
똑똑똑.
“사장님, 접니다.”
문을 열고 들어온 자비르 씨가 내게 다급히 말했다.
“자힘 왕자의 탐사 시뮬레이터가 망가졌다고 합니다!”
“예에?”
뜻밖의 소식에 나는 어안이 벙벙했지만, 곧 괜찮은 생각을 떠올릴 수 있었다.
‘어쩌면 이 상황을 이용해볼 수 있을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