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32
132화 터… 터졌다!!!
라힘 왕자는 부르즈 칼리파 사무실에서 그의 비서인 로이드에게 뭔가를 보고 받고 있었다.
“분부하신 대로 미리 심어놓은 우리 쪽 사람을 통해, 자힘 왕자의 탐사 시뮬레이터를 훼손하는 것에 성공했습니다.”
“…배후에 내가 있다는 것을 들키지는 않았겠지?”
“물론입니다. 아마 자힘 왕자는 상황상 이번 일을 카임 왕자가 꾸몄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라힘 왕자님이 저지르기엔 너무 단순하고 과격한 방법이었으니까요.”
“…그래, 잘했다. 이만 돌아가 보도록.”
“예.”
비서가 조용히 사무실을 빠져나간 뒤, 라힘 왕자는 생각했다.
‘…이런 건 마음에 들지 않지만, 어쩔 수 없었나.’
본래 이런 직접적인 개입은 라힘 왕자의 취향이 아니었다. 그는 어디까지나 수면 아래에서 일을 꾸미는 것을 선호했다.
하지만 윤현민이 이미 자힘과 만나버린 이상 별다른 수가 없었다.
‘예전부터 자힘 녀석은 사람들의 호감을 사는 재주가 있었지.’
녀석 특유의 분위기와 말투 덕분에, 어릴 적부터 자힘은 늘 주위의 지지를 받곤 했고. 덕분에 자힘의 주변에는 녀석을 배신하는 자가 아무도 없었다.
‘…그나마 권력에는 욕심이 없는 녀석이었기에, 가만히 내버려 뒀건만.’
후계자 경쟁이 시작되니, 갑자기 태도를 돌변하리라고는 라힘도 예상하지 못했다.
‘어쨌거나 이걸로 약간의 시간은 벌었다.’
자힘의 계획인 유전 탐사는. 탐사 과정도 그렇지만, 실제로 행하는 시추에 시간이 많이 소요된다.
‘그것도 단 한 번의 기회밖에 없으니, 정확도를 위해 무리를 해서라도 윤현민을 끌어들이고 싶었겠지.’
하지만 그것도 아무런 소용이 없게 되었다. 연산력을 확보하더라도, 정작 그것을 활용할 시뮬레이터가 망가져 버렸으니 말이다.
‘시뮬레이터를 고친다고 하더라도, 최소 한 달은 소요될 터. 그 시간이면 나는 경쟁에서 다른 두 녀석보다 더욱 앞질러 있을 수 있다.’
지금 라힘 왕자의 실적은 다른 두 형제보다 앞서 있었지만. 주변 참모의 계산 결과에 따르면 자힘 왕자가 새 유전을 찾아내는 데 성공할 경우, 근소한 차이로 후계자 경쟁에서 역전당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이제 괜찮다. 녀석은 이제 한 달의 시간을 날려버리게 되었으니까.’
누군가에게는 겨우 한 달이겠지만, 자힘 녀석에겐 무려 한 달이었다. 그리고 이 격차는 치명적일 정도로 컸다.
왜냐하면 라힘 왕자가 공적을 쌓고 있는 분야는 다름 아닌 금융업이었으니 말이다.
‘앞으로 한 달이면, 내가 가진 예산 대부분을 투자한 빌딩의 공사가 재개된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제다 타워. 현재 세계에서 가장 높은 빌딩인 부르즈 칼리파보다 높게 지어질 건물이었다.
‘그동안 여러 가지 이유로 공사가 잠정 중단되었던 곳이지만. 내가 인맥을 동원해 알아본 바에 의하면, 앞으로 한 달 뒤에 다시 공사가 시작된다고 했었어.’
제다 타워의 소유주인 빈라둠 가(家)의 일원이 술자리에서 했던 말인데다, 따로 교차 검증까지 하였으니 틀림없었다.
‘현재 사우디 빈라둠 그룹의 주가는 바닥 중에서도 바닥이지.’
예전 사우디 아라비아의 왕세자의 대숙청으로 빈라둠 그룹의 회장이 구속되었으며, 코로나라는 악재까지 겹치는 바람에. 제다 타워의 공사가 중단되었던 것이었다.
그로 인해 빈라둠 그룹의 주가는 연일 폭락하였고, 그 여파는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었다.
하지만 제다 타워의 건설이 다시 시작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졌다.
‘세계 최고층 빌딩을 지었다는 명성과 기술력을 확보하게 되리라는 기대감이 생길 것이니, 주가는 폭등하게 되겠지.’
그렇게 된다면, 라힘은 형제들 중에서 독보적으로 많은 현금을 확보하게 될 것이다.
‘금융업은 자본이 많을수록 더 큰 이익을 가져올 수 있지.’
마치 눈덩이처럼, 라힘의 힘은 순식간에 불어나게 될 것이다.
‘…어차피 이리될 줄 알았다면, 고집 피우지 말고 더 빨리 수작을 부릴 걸 그랬군.’
진작 탐사 시뮬레이터를 망가뜨렸다면, 이제까지 자힘과 해왔던 복잡한 수 싸움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 터.
‘…됐다. 이제라도 해냈으면 된 거지. 이제 카임, 자힘 녀석들의 일에 신경 쓰지 않아도 될 테니 무척 잘 되었어.’
그렇게 다시 비서 로이드를 호출한 라힘 왕자는, 중대한 사항이 아니라면 형제들에 관한 보고는 하지 않아도 좋다는 지시를 내리었다.
한편, 그 시각 자힘 왕자의 집무실에는 윤현민이 자힘 왕자와 독대하는 중이었다.
***
“여기 이걸 좀 봐주십시오.”
나는 자힘 왕자에게 카임 왕자에게 받은 USB를 건네주었다.
“…이게 무엇이죠?”
“시뮬레이터를 망가뜨릴 프로그램이 들어있는 USB입니다.”
“…!!!”
내 말에 무척이나 놀란 자힘 왕자는, 내게 당장이라도 화를 낼 듯 표정이 험악해졌다.
“…….”
“…….”
그러나 당장이라도 고함을 칠 것 같았던 그는, 이내 입을 다물며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기 시작했다.
“…미스터 윤은 범인이 아니군요. 만약 범인이었다면, 이렇게 쉽게 자백할 리 없으니까요.”
예상대로 자힘 왕자는 내 의도를 빨리 파악해 주었다.
“제가 저지르지도 않은 일에 누명을 쓰는 것은 질색이라서요.”
“…그래도 미스터 윤이 왜 이런 USB를 가지고 있었는지를 설명해 주셔야겠습니다.”
“물론입니다.”
나는 자힘 왕자에게 어젯밤 카임 왕자와 있었던 일을 설명해 주었다.
“…카임 형님은 언제나 단순하게 행동하시지만, 그렇기에 오히려 허점을 잘 노려옵니다. 바보도 아니고 설마 이런 짓을 할까 싶은 일들을 정말로 해버리니까요.”
“그럴 수도 있겠군요.”
“결론은 카임 형님은 미스터 윤을 시켜, 내 시뮬레이터를 망가뜨리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미스터 윤이 그 계획을 실행에 옮기기도 전에 누군가 먼저 선수를 쳤다. 라는 이야기로군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자힘 왕자는 두 손으로 제 얼굴을 쓸어 넘기며 말했다.
“미스터 윤의 말이 정말이라면, 범인은 라힘 형님이 분명하겠네요.”
“저는 제가 알고 있는 사실 모두를 얘기했습니다.”
나는 당당했다.
잘못하면 내가 독박을 쓸 수도 있는 상황이었기에, 나는 자힘 왕자에게 있는 그대로의 사소한 사실까지 모두 털어놓았으니 말이다.
“…사실, 누가 이런 짓을 벌였는지를 따지는 것은. 지금 상황에 그리 영양가 있는 대화는 아닙니다.”
“범인을 찾는 것이 별로 중요하지 않다는 말이신가요.”
“네. 중요한 것은, 유전 탐사를 진행하는 데 큰 문제가 생겼고, 이를 어떻게 해결하느냐입니다.”
자힘 왕자는 라힘 왕자를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서는 앞으로 한 달 이내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어야 한다는 것을 설명해 주었다.
“유전이 있을 만한 곳에 당장 시추를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최소 2달은 소요됩니다.”
“그런데 시뮬레이터가 망가져 버렸으니, 그 기간이 더욱 길어지게 되겠군요.”
“네, 그러니 이 중요한 때에 시뮬레이터가 망가졌다는 것은, 저로선 굉장히 뼈아픈 손실입니다.”
“…시뮬레이터를 고치는 데 얼마나 걸린다고 하던가요?”
“해커들의 말로는 최소 6주는 걸린다고 하더군요.”
“그럼 다른 시뮬레이터로 탐사를 진행하는 것은 어떻습니까?”
어차피 시뮬레이터는 기계가 아닌 프로그램일 뿐이니, 얼마든지 대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자힘 왕자는 곧바로 내 의견에 고개를 저었다.
“망가진 시뮬레이터는 이번 유전 탐사를 위해 특별히 개발된 것입니다. 다른 시뮬레이터로는 아마 정확성이 조금 떨어지게 될 거예요. 게다가 시뮬레이션에 필요한 데이터가 모두 망가진 프로그램 안에 들어있기도 하고요.”
“백업은요?”
“당연히 외장 하드와 클라우드에 백업해두었지만, 그마저도 바이러스로 인해 락이 걸려 있더군요. 아마 시뮬레이터를 망가뜨리면서, 동시에 수작을 부린 것 같습니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온라인인 클라우드는 그렇다 쳐도, 자힘 왕자가 중요한 자료가 들어있는 외장 하드를 아무렇게나 방치하진 않았을 터.
범인이 어떻게 철저한 보안으로 지켜지고 있었을 외장 하드를 어떻게 찾아서 수작을 부린다는 말인가.
“얼마 전, 시뮬레이터 관리 부서에 신입이 한 명 들어왔다더군요.”
“그 사람이 라힘 왕자의 사람이었던 겁니까?”
“네. 심리테스트와 거짓말 탐지기 등. 철저한 검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어딘가 허점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자힘 왕자의 설명에, 나는 전체적인 상황이 머릿속으로 그려지기 시작했다.
“대안은 있으십니까?”
“…시뮬레이터가 없어도 새로운 유전의 대략적인 위치를 추측할 수는 있습니다. 다만, 매우 큰 도박이지요.”
애초에 자힘 왕자가 무리하게 나를 두바이로 데려온 이유는, 막대한 연산력으로 정확한 유전의 위치를 예측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것이 이제는 불가능하게 되었다는 것은… 자칫하면 자힘 왕자에게서 받을 내 보상이 날아가 버릴지도 모른다는 뜻?!’
그것만은 안 되었다.
‘방법이… 없나?’
그렇게 내가 방법을 고심하고 있던 때, 지금까지 잠자코 통역만 해주던 자비르 씨가 내 어깨를 톡톡 두드리며 속삭였다.
“사장님, 그 락이 걸려있다던 백업 데이터 말입니다. 제가 한번 풀어보면 어떨까요?”
“자비르 씨가요?”
순간, 내 머릿속에 잊고 있던 사실 하나가 떠올랐다.
‘맞다, 자비르 씨 화이트 해커였지?!’
자비르 씨는 국제 화이트 해커 대회에서 입상할 정도의 인재였다.
“하실 수 있겠어요?”
“…일단 상태를 봐야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이 사실을 들은 자힘 왕자는 밑져야 본전이라는 식으로 말했다.
“데이터를 복구하고 있는 곳으로 안내해드리죠.”
잠시 후, 우리는 망가진 시뮬레이터가 있는 지하실에 도착했다.
“이곳은….”
최첨단 컴퓨터와 설비가 가득 있는 지하실의 모습에, 우리는 입을 반쯤 벌렸다.
“바로 저기입니다.”
자힘 왕자가 가리킨 곳에는 여러 해커들이 락을 풀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어떻게 되어가고 있죠?”
해커들은 자힘 왕자에게 인사하며, 상황이 좋지 않다고 보고하였고. 이에 자힘 왕자는 그들에게 자비르 씨를 가리키며 협조를 부탁했다.
“자, 미스터 무헬라. 이제 우리 해커들이 당신에게 순순히 협력할 겁니다.”
자힘 왕자의 말에, 자비르 씨는 해커들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시작했다.
“락을 풀다가 막힌 부분이 어딥니까?”
“바로 여깁니다. 이 부분을 함부로 건드리게 되면, 난수로 인하여 데이터가 꼬여버리게 될 것 같아 내버려 두고 있었습니다.”
“아, 그건 이걸 이렇게 우회해서 들어가면….”
자비르 씨는 해커들이 막힌 부분들을 하나씩 해결해주며,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렸다.
그렇게 약 두 시간 후.
탁!
“이제 락을 해제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말에 자힘 왕자가 놀람과 동시에 기쁨의 함성을 질렀다.
“아니, 우리 쪽 최고의 해커들도 하지 못한 일을 해내시다니…! 대단하십니다!”
“다만, 지금 락을 풀게 되면 일부 데이터에 손상이 발생하게 됩니다. 손상이 되지 않게 하려면 앞으로 한 달간 복구를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떻게 할까요?”
그 말에 자힘 왕자는 잠시 고민하기 시작했다.
“…어쩔 수 없죠. 시간이 없으니 일부 데이터 손실 정도는 감수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지금 바로 락을 해제하겠습니다.”
그렇게 데이터 락이 해제되었음을 확인한 자힘 왕자는, 자비르 씨에게 매우 고마워했고. 내게도 감사 인사를 전하였다.
“미스터 윤을 두바이로 모시지 않았으면. 정말 큰일이 날 뻔했습니다.”
“하하, 아닙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하실 생각이십니까?”
“어쩌긴요. 당장 새로운 시뮬레이터를 구하여 곧바로 유전 탐사를 시작해야죠. 다만, 시뮬레이션을 돌리는 것은. 몰래 진행해야 할 것 같습니다.”
역시.
자힘 왕자도 나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었다.
‘라힘 왕자가 자힘 왕자의 데이터가 살아났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또다시 수작을 부리러 올 거야.’
그러니 귀찮은 일들을 사전에 막으려면, 그가 알기 전에 모든 준비를 끝내 놓는 편이 최선이었다.
“비밀리에 시뮬레이터를 구하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어려워도 해내야죠.”
“…어쩌면 제가 시뮬레이터를 몰래 구해다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크리스토퍼의 도움을 받는다면, ICU의 시뮬레이터를 이용할 수 있을 터.
‘두바이 왕자의 부탁이라고 하면, 아마 크리스토퍼도 흔쾌히 수락할 거야.’
비록, 탐사 전문 시뮬레이터는 아니지만. 그럼에도 유전의 위치를 꽤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을 것이다.
“정말 아무도 모르게 ICU의 시뮬레이터를 구해주실 수 있으시겠습니까?”
“물론입니다. 대신, 저도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나는 카임 왕자에게 이번 시뮬레이터를 망가뜨린 범인이 카임 왕자인 것 같다는 소문을 퍼뜨리고, 나를 의심해달라는 부탁을 하였다.
‘그래야 내가 시뮬레이터를 망가뜨린 장본인이라고 여기는 카임 왕자가 나를 신뢰할 수 있겠지.’
내 의도를 알아챈 자힘 왕자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잘 해봅시다.”
그렇게 일주일 후.
“됐습니다.”
자힘 왕자는 ICU의 시뮬레이터로 유전의 위치를 대략 파악하는 데 성공했다. 다만, 변수가 생기고 말았다.
어쩔 수 없이 급히 데이터를 복구하면서 발생한 약간의 손상 때문에, 유전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없다는 점이었다.
‘유전이 있을 만한 곳으로 여겨지는 곳은 총 다섯 군데.’
그중에 한 군데를 찍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미스터 윤.”
모니터에 떠오른 결과에 표정을 굳힌 자힘 왕자가 나를 불렀다.
“네, 왕자님.”
“확률은 약 20%군요.”
“…예.”
“미스터 윤이 아니었다면 이 20%의 수치도 얻을 수 없었을 겁니다.”
“과찬이십니다.”
“그래서 저는 미스터 윤이 이 선택을 대신 해주었으면 합니다.”
“예?”
자힘 왕자는 지금의 결과를 만들어 준 나를 믿는다며, 내게 선택권을 맡기었다.
‘이것 참.’
가볍게 선택하기에는 너무나 중대한 결정 아닌가.
‘유전이 있을 만한 곳이….’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왠지 강렬한 이끌림이 느껴지는 한 장소를 선택하게 되었다.
그리고 약 두 달 후.
“터… 터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