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33
133화 어느 운 좋은 남자
여기저기에서 “텨졌다!”를 외쳤지만. 어느 영화의 한 장면처럼 실제로 석유가 분수처럼 뿜어져 나온 것은 아니었다.
연구원들은 그저 시추기를 통해 얌전히 지상으로 올라온 시추 코어의 표본을 확인 및 분석하였고. 그 결과가 나오자 저리 환호성을 지른 것이었다.
시추 코어는 저류층의 암석 조각인데, 이것을 통해 층의 두께, 공극률, 오일 포화도를 알 수 있었다. 그러므로 연구원들이 저리 기뻐한다는 것은, 우리가 기대하던 결과값이 나왔다는 뜻이라 볼 수 있었다.
“어떤가요?”
자힘 왕자가 함박웃음을 짓고 있던 한 연구원에게 물었다.
“왕자님, 대박입니다! 이곳에 석유가 매장되어 있는 것은 물론이고. 그 양도 엄청나 보입니다.”
연구원은 이곳의 석유 매장량이 50억 배럴로 추정된다고 말하였다.
“50억 배럴이면, 지금 두바이의 고갈되어가는 유전의 최대 석유 매장량 보다 무려 9억 배럴이나 높은 수치 아닙니까?”
과거, 두바이에 매장된 40억 배럴의 석유로 무려 60년 이상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발견된 유전은 그것보다 더 큰 규모의 50억 배럴이라는 것이었으니. 연구원들이 저리 환호성을 지르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진짜 대박이잖아?’
역시, 지난 한 달간 한국으로 돌아가지 않고 두바이에서 자힘 왕자를 도운 것은. 옳은 선택이었다.
‘자힘 왕자가 유전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왔으니, 언젠가 내가 곤란한 일을 겪었을 때. 그의 도움을 받을 수 있겠지.’
게다가 새로운 유전을 찾은 자힘 왕자는 후계자 경쟁에서 독보적으로 유리한 입장이 될 것이 분명했다.
‘만약 이번 일로 자힘 왕자가 차기 국왕이 된다면, 그에게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던 나를 모른 척하진 않겠지.’
지난 한 달간 자힘 왕자의 인품을 보아온 나는, 그가 반드시 은혜를 갚으리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미스터 윤. 새로운 유전을 찾을 수 있던 것은 당신 덕분입니다.”
“하하. 별말씀을요. 그럼 이제 왕자님이 후계자 경쟁에서 승리한 것이나 다름없는 건가요?”
“…그건 아직 모르는 일입니다. 앞으로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르니까요. 급등하던 라힘 형님의 주식이 다시 급락하고 있다지만, 조만간 다시 상승하게 될 수도 있으니 말이죠.”
겸손하게 말하는 자힘 왕자였지만, 그의 얼굴에는 숨길 수 없는 기쁨이 가득했다.
‘경쟁에서 앞서게 되었으니 당연한가.’
이제 자힘 왕자가 고민해야 하는 것은, 발견한 석유로 어떻게 이익을 극대화하느냐였다.
‘하지만 그것까지 내가 관여할 일은 아니지.’
내 역할을 여기까지이다. 외부인인 내가 이 이상 왕자의 일에 엮이게 되는 것은 과한 간섭이 될 수 있었다.
‘이제 내가 돕지 않아도 알아서 잘하겠지.’
자힘 왕자라면 지금 가진 카드로 무난히 후계자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나저나 미스터 윤. 카임 형님과의 일은 어떻게 하실 겁니까? 이제 형님도 당신과 나의 관계가 사실 돈독하다는 것을 눈치챘을 텐데요.”
“아,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내가 자힘 왕자를 배신했다고 생각한 카임 왕자는, 지난 한 달 동안 나와 함께 한국과 두바이 영화 관광 사업을 진행하였었다.
‘며칠도 지나지 않아서 여러 장의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었지.’
왕족은 계약서를 쓰지 않는다고 주장하던 카임 왕자가 태도를 바꾼 것은, 내가 최지훈 감독과 각별한 사이라는 것과 죽지 않는 가시고기의 각본가가 나라는 걸 밝힌 직후부터였다.
‘설마 카임 왕자가 그 정도로 영화를 좋아할 줄이야.’
카임 왕자는 세계 각국의 영화는 물론, 루비 스피어 영화제에 출품한 모든 독립 영화를 챙겨볼 정도의 영화 광팬이었다.
‘덕분에 최지훈 감독을 연결해주면서, 내가 원하는 대로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었어.’
카임 왕자도 인지도가 있는 최지훈 감독을 구두 계약만으로 잡아 둘 수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렇게 최지훈 감독과 계약서를 작성하면서, 그와 연결해 준 나 또한 은근슬쩍 카임 왕자와 거래한 것에 대한 계약서를 작성할 수 있었지.’
그러므로 카임 왕자가 나와 자힘 왕자와의 돈독한 관계를 눈치챘다 하더라도, 계약서가 있기에 이미 진행하기로 한 사업을 취소하지는 못한다.
‘물론, 카임 왕자가 나를 조금 안 좋게 생각할 수는 있겠지만. 그가 원하는 영화 관광 사업에 깊이 관여하며 도운 나를 진심으로 미워하진 못하겠지.’
그의 말대로 자힘 왕자를 방해하진 않았지만, 내가 카임 왕자가 원하는 사업을 할 수 있도록 큰 도움을 준 것도 사실이니 말이다.
게다가 카임 왕자는 이제까지와는 다르게 영화 관광 사업이 수월하게 진행되니, 이것만 성공하면 자신이 후계자 경쟁에서 승리하리라고 진심으로 믿고 있었다.
‘내가 봤을 땐 아니지만.’
영화 관광 사업은 무척이나 그럴듯했지만, 그렇다고 새로운 유전을 발견한 자힘 왕자나 일생일대의 투자를 진행 중인 라힘 왕자의 공을 뛰어넘기엔 많이 부족해 보였다.
‘하지만 카임 왕자 본인이 그 사실을 알아채지 못한 것이니, 나중에라도 내게 뭐라 따지지는 못할 거야.’
카임 왕자를 이용하여 나 혼자만 이득을 봤으면 모르지만, 카임 왕자 또한 나의 도움으로 많은 이득을 보았으니 말이다.
“그럼 미스터 윤, 이제 한국으로 돌아가시는 건가요?”
자힘 왕자는 내심 내가 두바이에 더 머물러 주길 원하는 눈치였으나, 앞서 말했듯이 나는 이 이상 이곳 일에 관여할 생각이 없었다.
“아마 그럴 것 같습니다. 해야 할 일이 많거든요.”
“혹시 일전에 말씀하셨던 버킷리스트에 관한 건가요?”
나는 두바이에 한 달간 지내며 시간이 나는 대로 틈틈이 몇 개의 버킷리스트를 완성하였는데. 그때 자힘 왕자가 호기심을 보이길래, 나는 내 버킷리스트에 관한 것을 설명해 준 적이 있었다.
“버킷리스트도 버킷리스트지만, 현재 진행 중인 사업들도 확인해야 하거든요. 그리고… 개인적인 일도 있고요.”
아일라.
그녀를 만나지 못한지, 벌써 두 달이 다 되어간다.
‘보고 싶어.’
사업도 좋고, 버킷리스트도 좋았지만. 그 무엇보다도 아일라를 만나러 가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렇다면 어쩔 수 없겠군요. 그래도 하루 정도만 더 머물다 가시죠. 미스터 윤을 위해 만찬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만찬이요?”
지난번 연회가 무척이나 인상 깊었던 나는, 곧바로 자힘 왕자의 제안을 수락했다.
그날 저녁, 지난번 연회보다도 더 화려한 만찬을 즐긴 나는. 매우 만족해하며 숙소로 돌아왔다. 그런데.
똑똑똑.
두바이에서의 첫날처럼, 나는 누군가의 초대를 받게 되었다.
“라힘 왕자님께서 당신을 만나고자 하십니다.”
***
부르즈 칼리파의 사무실.
두바이에 방문한 지 한 달 만에 나는 라힘 알라미 왕자와 만나게 되었다.
“직접 얼굴을 마주하는 것은 처음이군요. 반갑습니다. 미스터 윤.”
내게 악수를 청해오는 라힘 왕자의 모습에서, 나는 왕족다운 기품과 예절을 느낄 수 있었다.
“저야말로 반갑습니다. 라힘 왕자님.”
“이야기는 많이 들었습니다. 제 동생들을 많이 도와주었다지요?”
“…예.”
착각이었을까.
라힘 왕자의 얼굴은 웃고 있었지만, 그 속에는 왠지 모를 서늘함이 느껴지는 듯 했다.
‘괜히 만나러 왔나.’
나는 그저 두바이에서의 마지막 날이기도 하니, 라힘 왕자와도 한 번 이야기를 나눠봐도 좋겠다고 생각했을 뿐이었다.
‘술김에 너무 가볍게 생각했을지도 모르겠어.’
생각해보면, 라힘 왕자가 내게 좋은 감정을 지니고 있을 리 없었다.
그렇게 내가 약간의 긴장감을 느끼고 있었을 때, 라힘 왕자가 가벼운 웃음을 터뜨리며 분위기를 누그러뜨렸다.
“하하. 너무 그리 긴장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탓하기 위해 만나자고 한 것이 아니니까요.”
“그럼 무엇 때문에 저를 이 늦은 시간에 부르신 건가요?”
“당신에게 부탁하고 싶은 것이 있기 때문입니다.”
“부탁이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인가.
다음날 떠날 사람에게 부탁이라니.
그리고 이어지는 라힘 왕자의 부탁은, 내 예상보다 더 황당한 것이었다.
“제가 부르즈 칼리파에 투자한 주식의 일부를 당신에게 드릴 테니, 부디 받아주셨으면 하네요.”
“…예?”
나는 라힘 왕자의 의도를 파악할 수가 없었다.
“…죄송하지만 그 부탁은 들어드리기 힘들 것 같습니다.”
“어째서요? 제가 무슨 수작이라도 부렸을까 봐요?”
“솔직히 그렇습니다. 왕자님의 의도를 모르겠네요.”
당연히 의심스러웠다.
다만, 카임 왕자도 아니고 라힘 왕자가 이렇게 대놓고 수작을 부린다는 것이 나는 무척이나 이상했다.
“당연히 이유는 있습니다. 당신이 제 주식을 받으면, 제가 이득을 보기 때문입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죠?”
나는 더더욱 그의 말이 이해되지 않았고, 그런 내게 라힘 왕자는 그 이유를 설명하기 시작했다.
“지난 한 달간, 자힘 녀석뿐만 아니라 카임 녀석까지 모든 일이 술술 풀리기 시작하더군요. 당신과 연관된 두 녀석 모두 말입니다.”
“……”
“이상했습니다. 아무리 당신의 도움이 있었다지만, 지난 한 달간 그렇게나 수작을 부렸는데. 그 사업들이 아무런 걸림돌 없이 쉽게 진행된다는 것이 말이죠.”
“…수작을 부리셨다고요?”
내가 몰랐던 사실에 놀라워하자, 라힘 왕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두 녀석에 대한 것은 신경을 쓰지 않으려 했지만, 하루가 멀다 하고 제 유능한 비서가 두 녀석의 특이 사항을 모두 보고해 주더군요. 그래서 아무도 모르게 수작을 부렸었습니다. 하지만 결과는 모두 실패로 돌아가고 말았죠.”
“…….”
“실패한 원인이 무엇인 줄 아십니까? 모두 ‘우연히’ 모종의 방해를 받았기 때문이랍니다. 당신이 생각해도 황당하지 않습니까?”
라힘 왕자는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으며 말을 이었다.
“이제까지 이런 적은 없었기에, 저는 무언가 일이 잘못 돌아가고 있음을 깨닫게 되었고. 두 녀석과 모두 관련된 당신의 뒷조사를 하게 된 것입니다.”
“…제 뒷조사를 해봤자 아무것도 안 나왔을 텐데요.”
“하하. 진심으로 하는 소리는 아니시겠죠?”
진심이었지만, 나는 잠자코 입을 다물었다.
“미스터 윤, 당신은 굉장히 운이 좋은 사람이더군요. 당신이 손대는 사업뿐만 아니라 불운했던 주변 인물들까지 모두 성공시킬 정도로 말이죠.”
“…우연일 뿐입니다.”
“그래요? 그 모든 것이 우연이란 말이죠?”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라힘 왕자는 내게 천천히 다가오며 나지막이 속삭였다.
“미스터 윤, 나는 이미 당신만큼이나 운이 좋은 남자를 만난 적이 있습니다.”
‘나만큼이나 운이 좋은 사람이 있다고?’
그런 라힘 왕자의 말에, 나는 강한 흥미와 호기심을 느낄 수 있었다.
“그는 세상의 음지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총알이 빗발치는 분쟁지역에서 맨몸으로 화기를 공급하기도 하고, 갱단을 상대로 위험한 도박과 마약을 다루기도 합니다. 그런데 그는 단 한 번도 실패하지 않았으며, 심지어 생채기도 난 적이 없습니다. 그렇게 그는 언제나 큰 이득을 보더군요.”
“…아까부터 같은 말씀을 드리는 것 같은데, 그 또한 우연일 수도 있잖습니까.”
“하하. 그저 운이 좋다는 정도가 아닙니다. 마치 세상이 그를 돕는듯한 느낌이었으니까요. 당신이라면 잘 알지 않습니까?”
물론, 잘 알고 있었다. 지난 5년간 여러 사업을 진행하며 늘 느껴왔던 것이었으니까.
“과거, 나는 어떤 사업을 진행하며 그와 여러 번 부딪힌 일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단 한 번도 그를 이길 수가 없었죠.”
자힘 왕자에게서 라힘 왕자의 사업 수단이 얼마나 뛰어난지를 들었던 나는 조금 놀라고 말았다.
“자힘은 예전부터 호감을 사는 데 능했다면, 나는 사람의 본질을 파악하는 데 능했습니다. 그런 내가 어느 날, 우연한 기회를 얻어 그를 만날 수 있었는데. 그를 본 순간, 나는 알 수 있었습니다. 이 사람은 내가 절대 이길 수 없겠다고.”
“…….”
“그리고 미스터 윤. 그것은 지금 당신에게서도 느껴지고 있습니다.”
라힘 왕자는 서랍에서 종이 한 장을 꺼내 내게 내밀었다. 그것은 내게 부르즈 칼리파의 주식을 양도하겠다는 서류였다.
“그때 내가 사업에 실패했던 것은, 그를 적대했기 때문입니다. 나는 이번만큼은 똑같은 실수를 저지르고 싶지 않아요.”
“그래서 제게 주식을 주시겠다는 겁니까?”
“네. 그렇게 한다면, 당신의 강한 운 덕분에 나 또한 그 덕을 볼 수 있겠죠. 그러니 이건 일종의 투자입니다.”
“…….”
서류의 내용을 찬찬히 읽어보니, 과연 내게 불리한 점이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정말 그런 뜬 구름 잡는 이유로 제게 주식을 넘기시겠다는 겁니까.”
“물론입니다.”
그렇다면야, 내가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대신 한 가지 조건만 더 추가해 주신다면, 왕자님의 말씀에 따르도록 하죠.”
“무엇입니까?”
“제가 주식을 받은 것으로 인해, 제게 그 어떤 불이익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조항을 추가해 주세요.”
“좋습니다.”
라힘 왕자는 흔쾌히 내 요구 사항을 들어주었고, 나는 조항이 추가된 서류에 사인을 마치게 되었다.
“내일 장이 열리게 되면, 당신에게 주식이 양도 될 겁니다.”
“…감사합니다.”
“저야말로. 그럼 편안히 한국으로 돌아가시길.”
그렇게 라힘 왕자와 인사한 나는, 사무실을 빠져나가기 위해 발걸음을 돌렸다.
저벅저벅.
그러다 문득 무언가가 떠오른 나는 걸음을 멈추며, 라힘 왕자에게 물었다.
“라힘 왕자님, 그 운이 좋다는 남자가 누구인지 알려 주실 수 있으십니까?”
고개를 끄덕인 라힘 왕자가 내게 대답했다.
“그 남자의 이름은….”
나는 라힘 왕자에게서 들은 사내의 이름을 잊지 않도록 머릿속에 기억해 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