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34
134화 탈모 치료제가 개발 되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 나는 자힘 왕자와 함께 두바이 공항으로 도착했다.
“저 격납고에 제 전용기가 보관되어 있습니다.”
나를 격납고로 안내한 자힘 왕자는 전용기의 정비가 완벽하다는 설명과 함께, 앞으로 내가 요청하면 언제든 전용기를 한국에 보내주겠다고 말했다.
이전에 자힘 왕자는 10년간 내게 전용기를 빌려주겠다고 약속하였었는데, 아무래도 한국에 전용기를 보관하기는 어려움이 많으므로. 평소에는 자힘 왕자가 관리하고 있다가, 내가 필요할 때마다 빌려주겠다는 것이었다.
‘잘됐네.’
나로서도 그렇게 하는 편이 더 편리하고 좋았다.
“자힘 왕자님, 그럼 이번에 전용기를 좀 길게 빌려도 되겠습니까?”
“길게요? 한국 말고, 다른 나라에 방문하실 예정이십니까?”
“네, 한국에 들렀다가 곧바로 누굴 좀 만나러 미국에 갈 생각입니다.”
현재 미국에는 아일라가 있었다.
“물론입니다. 그럼 미리 절차를 준비해놔야겠군요. 전용기 승무원에게도 그리 전해두겠습니다.”
“미리 말씀드렸어야 했는데, 제가 그만 깜빡했네요.”
“아닙니다. 별일도 아닌데요.”
자힘 왕자는 전용기 승무원들에게 여러 지시사항을 전달한 뒤, 다시 내게 말했다.
“탑승하시면 곧바로 한국으로 출발할 겁니다.”
“감사합니다, 왕자님. 덕분에 두바이에서 무척이나 즐겁게 지낼 수 있었네요.”
“아닙니다. 저야말로 미스터 윤의 도움을 많이 받았는데요. 그럼 조심히 들어가시길.”
“예, 왕자님도 건강하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자힘 왕자와 인사를 마친 나는, 곧장 전용기에 올랐다.
‘오오…!’
자힘 왕자의 전용기는 국왕 전용기처럼 화려하지는 않았지만, 그의 성격처럼 심플하고 깔끔했으며 고급스러웠다.
‘좋은데?’
국왕 전용기처럼 모든 것을 갖추진 않았지만, 얼핏 보기에도 필수로 있어야 할 것은 모두 있는 듯 보였다. 이런 전용기를 10년이나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사실에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이제 곧 비행기가 이륙할 예정이오니, 안전벨트를 착용해 주시길 바랍니다.”
안내에 따라 내가 안전벨트를 착용하자. 곧이어 비행기가 이륙할 준비를 시작하였다.
우우우웅-
거친 엔진소리와 함께, 활주로를 달리기 시작하던 비행기가 떠오르며 지상에서 점점 멀어져 갔다.
하늘 위에서 자그맣게 보이는 두바이의 전경을 바라보던 나는, 문득 어젯밤에 라힘 왕자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나만큼이나 운이 좋은 사람이 있다니. 정말일까?’
평생을 불운했던 나는 죽다 살아나며 거대한 행운이 생기게 되었다. 그런 나만큼이나 운이 좋은 사람이 있다는 라힘 왕자의 말은 솔직히 믿기가 어려웠다.
‘게다가 그런 사람이 지금까지도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다는 게 이상해.’
아무리 음지에서 활동하는 사람이라지만, 그럴 수가 있는 걸까?
‘…하긴. 그조차 운이 좋아서 이름이 알려지지 않았던 걸지도.’
나는 라힘 왕자에게서 들은 그 남자의 이름을 나지막하게 곱씹어 보았다.
“마릭 알파이즈(Malik Al-Fayez)….”
언젠가 그와 만날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
한국에 도착한 나는 가장 먼저 라이브 카페와 루나리스 패션에 들려, 그동안의 업무를 보고 받았다.
“사장님, 추가 연주자를 고용해야 할 것 같습니다.”
“이지혜 씨가 필요하다고 판단하면, 고용하는 게 맞겠죠. 적당한 사람을 찾아봐 주세요.”
“밀린 서류를 결재해 주셔야 합니다.”
“물론 해야죠. 그런데 제가 또 일정이 있어서요. 혹시 한유경 씨가 저 대신 결제해주시면 안 될까요?”
이지혜 씨와 한유경 씨는 나와 오랜 시간 함께해 왔던 만큼, 믿을 수 있었으며 그 능력 또한 출중했다.
‘특히, 한유경 씨는 최근에 구상민 씨에게 전문 경영인의 교육을 받은 이후로 더욱 일을 잘하게 되었지.’
그러니 나는 이제 두 사람에게 더 많은 일을 마음 놓고 맡길 수 있었다. 물론, 업무량이 늘어난 만큼. 두 사람의 월급도 올려주었다.
“그럼 수고해 주세요.”
그렇게 나는 두 사람을 믿고 곧장 밀알 보육원으로 서둘러 향했다.
“왔니?”
“원장님, 오랜만이에요.”
나는 원장님과 수녀님들, 그리고 아이들에게 선물을 나누어 주었고. 이제는 대학 입시 준비를 시작한 근형이에게 내가 설립 중인 예술 장학 재단에 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럼 저 돈 걱정 없이, 그림 공부를 해도 되는 거예요?”
“물론이지.”
매우 기뻐하는 근형이의 모습을 보며, 나는 무언가 한 가지를 잊고 있다는 것을 떠올렸다.
‘…아! 폴 하프만 씨!’
두바이에서의 일정이 길어지는 바람에 그만 깜빡하고 말았다.
‘모든 일정이 끝나면, 오스트리아의 노바 예술 대학교에 방문하기로 했었는데….’
대학교 이사장인 폴 하프만 씨를 만나, 그가 어떤 제안을 해올지 들어보기로 한 것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이왕 이렇게 된 거, 조금 더 기다리라고 하지 뭐.’
아직 중요한 일정이 끝나지 않았다.
‘아일라를 만나러 가야 해.’
내가 왜 한국에 오자마자 쉬지도 않고 바로 업무부터 끝내려 들었으며, 그마저도 서둘렀겠는가.
‘빨리 일정을 끝내고 미국으로 갈 거야.’
사귀기 시작하자마자 무려 두 달을 떨어져 지냈으니. 솔직히 나는 두바이에서 곧바로 미국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었다.
‘일단, 자비르 씨에게 폴 하프만 씨와 통화하여 대략적인 요구사항을 듣고, 그와의 스케줄을 잡아달라고 해야겠다.’
그렇게 나는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자비르 씨에게 연락했다.
-알겠습니다. 곧바로 폴 하프만 씨에게 연락해 보죠.
“감사합니다. 그리고 자비르 씨, 당분간 한국에 남아서 저 대신 여러 가지 업무를 보조해 주세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사장님, 꼭 당장 떠나실 분처럼 말씀하시네요?
“아, 맞아요. 저 내일 미국으로 떠납니다.”
-…예?
다음 날 저녁, 나는 한국에 돌아온 지 하루도 되지 않아 곧장 미국으로 향했다.
.
.
.
아일라를 만날 생각에 부풀어 있었던 나는, 공항에서 뜻밖의 인물의 마중을 받을 수 있었다.
“사장님이 미국에 방문하신다는 얘기를 듣고, 한걸음에 달려왔습니다.”
구상민 씨가 나를 보며 미소를 짓고 있었다.
“구상민 씨가 여긴 어떻게…”
“자비르에게 이야기 들었습니다.”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아일라를 찾았다.
“…분명 아일라가 마중 나오기로 했었는데….”
“아, 제가 그분에게 미리 양해를 구했습니다. 사장님이 지금 당장 꼭 보셔야 할 게 있어서요.”
“…….”
“걱정하지 마세요. 저녁까진 끝내 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양해는요?’
순간, 처음으로 구상민 씨가 원망스러워질 뻔했다.
하지만 그동안 구상민 씨가 나를 위해 해주었던 일들과 헌신을 생각해보면, 그가 나를 이렇게 급히 찾아왔다는 것에는 이유가 있을 것이 분명했다.
“회사에 무슨 문제라도 생겼나요?”
아니나 다를까. 구상민 씨가 조금 심각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시간이 없으니 일단 이동하면서 보고드리겠습니다.”
나는 어딘가 다급해 보이는 구상민 씨를 따라, 공항 앞에 주차된 그의 차량에 탑승하였다.
부릉-
“그동안 두 가지의 특별한 일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일전에 인수하신 연구소에서 에블린… 아니, 곽수정 씨가 시뮬레이션에 성공하여 본격적인 실험에 들어갔다는 것입니다.”
“오오!”
곽수정 씨는 특정 단백질을 통해, 한 사람이 미래에 가지게 될 질병을 예측하는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것참 축하할 만한 소식이네요. 그런데 그것만으로 이리 급히 공항까지 찾아오신 것은 아니실 테고. 두 번째는 뭐죠?”
“…이틀 전, 데이비드 씨가 실험에 성공했다고 하더군요.”
“데이비드 씨라면… 탈모 치료제를 연구 중이신 분 아닙니까?”
그는 내가 인수한 연구소의 일원으로, 곽수정 씨의 동료이기도 했는데. 모낭을 완전히 재생시키는 연구를 하고 있었다.
“그것도 정말 기쁜 소식이군요. 전세계 탈모인들이 기뻐하겠어요.”
“…예. 맞습니다.”
“…그런데 표정이 그리 좋아 보이시지 않네요.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그게….”
구상민 씨가 옅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나갔다.
“데이비드 씨가 SNS를 무척이나 열심히 하시더군요.”
“…그거야 요즘 다들 하지 않습….”
“자신의 SNS 계정에 완벽한 탈모 치료제를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고 글을 올렸답니다.”
“…예?”
구상민 씨는 그동안 데이비드 씨가 이전부터 탈모 치료제를 개발하면서 그 과정을 간단하게 SNS에 올려 왔었다고 설명하였다.
“데이비드 씨가 SNS 활동을 시작한 것은 20대 초반 무렵입니다.”
“연구를 시작한 초창기 때부터 글을 올리신 거네요.”
“네, 맞습니다. 그렇게 몇 년이나 활동을 이어오자, 꽤 많은 수의 탈모인들이 관심을 보여왔고. 간간이 데이비드 씨에게 후원도 들어왔다고 하더군요.”
“…관심을 보인 탈모인들의 수가 몇 명인데요?”
“대략 9천만 명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 말에 나는 입을 반쯤 벌리고 말았다.
“거의 1억 명 아닙니까? 그 많은 인원이 데이비드 씨의 탈모 치료제 연구에 관심을 보이고 있었다고요?”
탈모약을 개발하는 다른 메이저 대기업 회사의 계정도 아니고, 잘 알려지지 않은 자그마한 연구소에 소속된 연구원의 SNS 계정에 그렇게나 많은 사람이 팔로우했다는 것이 나는 믿기지 않았다.
“그만큼 탈모 치료제 개발이 간절했던 것이겠죠.”
“…어쨌거나 데이비드 씨가 계정에 글을 올린 여파로, 어떤 문제가 생긴 겁니까?”
본래 연구소에 소속된 직원이 이러한 글을 올리는 것은 금지되어 있었다. 기업의 기밀이 유출될 수도 있고, 주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아마 데이비드 씨가 게재한 글로 인해, 무언가 큰 문제가 발생한 것이 분명했다.
“…그게, 문제가 곧 보이실 겁니다.”
“예?”
그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게 무슨 말….”
구상민 씨가 핸들을 돌리며, 나타난 눈 앞의 광경에 나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세상에… 대체 저게 몇 명이야…’
얼핏 보아도 천 명은 넘어 보이는 인원이 연구소 주위에 몰려들어 있었고. 그런 그들을 멀리에서 여러 명의 경찰이 예의주시하는 중이었다.
“모두 데이비드 씨의 SNS를 보고 모여든 탈모 환자들입니다.”
“…저분들이 모두 탈모 환자라고요?”
과연, 자세히 보니 대부분 머리에서 빛이 나고 있었다.
“그러니까 저분들 모두가 데이비드 씨가 글을 올린 이틀 만에 모였단 말씀이신가요?”
“아뇨, 데이비드 씨가 글을 올린 것은 어제 아침이었습니다.”
미친.
“…그럼 하루 만에 이렇게나 모였다고요?”
“지금도 계속 인원이 늘어나고 있죠.”
“아니, 이렇게 몰려드는 이유가 뭔데요?”
“탈모 치료제가 개발되었다는 글을 올린 이후로, 데이비드 씨의 SNS 계정에는 엄청난 수의 문의 메시지가 쏟아지기 시작했답니다. 데이비드 씨는 당연히 그 모든 메시지에 답변할 수 없었고, 결국 SNS 계정을 비공개로 돌린 것이죠.”
“설마…”
“네, 저분들 모두 탈모 치료제의 출시 일정과 가격 등을 묻기 위해 연구소로 모여든 것입니다.”
이것은 심각한 문제였다. 이곳 연구소는 그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곳으로, 저만한 인원들을 수용할 수가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다고 저렇게 방치할 수도 없는데….’
이렇게나 많은 인원이 모여들게 된다면, 누군가가 다치게 될 수도 있었고. 최악의 경우에는 인명 사고가 날지도 모른다.
“구상민 씨가 저를 왜 급히 찾으셨는지 알겠네요.”
아마 구상민 씨는 저 사람들을 얌전히 집으로 돌려보내기 위해, 내 도움이 필요했을 것이다.
“제가 설득하기보단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있는 사장님의 말이라면, 저분들도 납득하고 얌전히 치료제의 출시를 기다릴 수 있을 테니까요.”
이것은 확실히 아일라를 만나는 것보다 급한 문제가 맞았다.
나는 아까의 구상민 씨처럼 옅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일단 데이비드 씨에게 왜 그렇게 경솔하게 행동했는지 경위를 들어볼 겸, 연구소에서 간단히 회의를 좀 해보죠.”
“알겠습니다.”
그렇게 우리가 연구소로 진입하려던 그때, 나는 모여든 인파 속에서 무척이나 익숙한 얼굴 둘을 발견할 수 있었다.
‘저 사람들이 왜 여기에…’
두 사람은 다름 아닌 루카스 씨와 크리스토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