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35
135화 미다스의 손 (1)
“루카스 씨! 크리스토퍼! 여기서 뭐하시는 겁니까?”
“아니, 미스터 윤이야 말로 여긴 어떻게?”
“일단, 타세요. 들어가서 얘기하시죠.”
나는 두 사람을 태워, 연구소에 들어왔다. 그리곤 비어있는 방을 찾아, 이곳에서 잠시 기다려달라고 말하였다.
“급한 회의만 끝내고 돌아오겠습니다.”
당장 어떻게 된 일인지 두 사람에게 자초지종을 듣고 싶었으나, 지금은 연구소 밖에 모여든 사람들을 돌려보내는 것이 먼저였다.
“데이비드 베이커 씨는 어디에 계시죠?”
“다른 분들하고 같이 회의실에 있을 겁니다.”
나는 구상민 씨의 안내에 따라, 2층 회의실로 향하기 시작했다.
“아, 구상민 씨. 혹시 데이비드 씨가 올렸다는 글을 캡처해 놓은 것이 있나요?”
“물론입니다. 메시지로 전송해 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데이비드 씨가 올린 게시글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게시글을 대충 훑으며 나는 회의실에 도착할 수 있었다.
드르륵-
문을 열자, 그곳에 모여있는 연구소장님과 곽수정 씨, 그리고 멋들어진 금발 머리를 자랑하는 데이비드 베이커 씨의 얼굴을 확인할 수 있었다.
“반갑습니다. 제가 제네시스 라이프 랩의 연구소장인 아이작 스미스입니다.”
연구소장님을 필두로, 회의실의 모두와 인사를 나눈 나는. 곧장 데이비드 씨에게 어떻게 된 일인지를 물었다.
“그것이….”
데이비드 씨는 나의 지원으로 지난 10년간 진행해왔던 실험이 쉽게 성공하게 되자, 너무 기쁜 마음에 환호성을 질렀다고 이야기했다.
“…그래서 이 기쁜 소식을 지금껏 저를 응원해주었던 사람들에게 빨리 알리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그 결과가 이렇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나는 그런 데이비드 씨의 심정이 어느 정도 이해가 되었다.
‘10년 만에 결실을 거둔 것이니까.’
하지만 이후의 데이비드 씨의 대처는 결코 그런 사정으로 변명할 수 있는 것이 아니었다.
“계정을 비공개로 돌리신 이유가, 밀려드는 메시지를 감당할 수 없어서라고 들었는데. 맞나요?”
“…예.”
처음부터 소통을 안 했으면 모를까. 갑자기 계정이 비공개 처리가 되어 버리니, 자세한 정보가 궁금한 사람들이 저렇게 몰려드는 것이 당연했다.
“데이비드 씨의 행동은 너무 경솔한 것이었습니다. 아시죠?”
“…죄송합니다.”
“지금의 상황은 데이비드 씨에게 책임이 있어요. 그러니까, 지금부터 제가 하는 질문에 신중하고 정확하게 대답해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수습이 가능해져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는 데이비드 씨에게 나는 물었다.
“실험은 정말 성공한 것입니까?”
“네. 사장님께서 지원해주신 연산력 덕분에 가상 시뮬레이션으로 수많은 경우의 수를 제외할 수 있었고, 그렇게 얻어진 결과로 진행한 동물 실험도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렇다면 이제 임상시험만이 남은 건가요?”
“예, 그렇습니다.”
“음… 그럼 만약 임상시험이 모두 성공했다고 가정했을 때, 치료제의 대량 생산까지 어느 정도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하시나요.”
“그건….”
곧장 대답하려던 데이비드 씨는 신중하고 정확하게 말하라는 내 말을 기억 했는지, 종이와 펜을 꺼내 옆자리의 곽수정 씨와 무언가의 대화를 나누기 시작했다.
“…임상시험이 끝났다고 가정한다면, 대략 3개월이면 대량 생산을 시작할 수 있을 겁니다.”
“생각보다 빠르게 생산이 가능한 모양이군요.”
“아무래도 돈이 되는 분야이니, 제약 회사에서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 테니까요.”
다만, 이것은 앞서 말했듯이 임상 시험이 끝났다고 가정했을 때의 기간이었다.
‘임상시험이 1상에서 3상까지 진행되기 위해선 10년의 세월이 필요해.’
그렇다면 최소 10년 3개월… 아니, FDA의 승인도 받아야 하니 그 이상의 세월이 걸리게 된다.
‘이 사실을 밖에 모여든 사람들이 얌전하게 납득해 줄까?’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엄청난 기간이다.
‘…데이비드 씨가 조금만 이성적으로 글을 올렸더라면 좋았을 것을.’
아까 회의실에 들어오기 전에 읽었던 그의 게시글은, 당장이라도 치료제가 생산될 것 같은 뉘앙스를 잔뜩 풍기고 있었다.
아마 너무 기뻤던 나머지, 떠오르는 대로 글을 써 올린 것이 화근이었던 모양이었다.
‘이 일을 어쩐다.’
나는 골치가 아파졌다. 내가 인수한 연구소에서 탈모 치료제가 개발되었는데, 순수하게 기뻐하지 못하는 상황이 되어 버렸으니 말이다.
‘아니, 잠깐.’
그때, 내 머릿속에 한 가지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FDA 승인, 임상시험….’
너무나 익숙한 단어들이었다.
‘…그래, ICU가 있었지!’
나는 최근에 성윤복 장인의 일로, 그 두 가지의 기간을 모두 획기적으로 단축한 적이 있었다.
‘이미 FDA의 승인을 받은 적이 있는 ICU의 시뮬레이터를 이용한다면, 임상시험에 소모되는 기간을 엄청나게 줄일 수 있어!’
성윤복 장인의 일로 시작된 ICU의 임상시험은. 당시에는 1상까지만 허가가 났었지만, 이젠 3상까지 그 범위가 확대되었다.
‘당장 크리스토퍼에게 연락을 해봐야… 아니지.’
마침, 그는 지금 우리 연구소의 어느 방에서 나를 기다리는 중이었다.
“데이비드 씨, 아래층에 내려가면 두 사람이 방에서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그 두 분을 좀 데려와 주시겠습니까?”
그렇게 잠시 후, 데이비드 씨의 안내를 받은 크리스토퍼와 루카스 씨가 회의실로 들어왔다.
“미스터 윤, 무슨 일로 나를 찾은 거야?”
나는 크리스토퍼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고, 그는 방긋 웃으며 내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신과의 협력은 언제나 환영이야. 대신에 탈모 치료제가 생산에 들어가면, 내게 먼저 제공해 줬으면 좋겠어.”
“크리스토퍼에게요?”
순간, 나는 그의 머리를 살펴보았으나. 크리스토퍼의 머리카락은 풍성 그 자체였다.
“아, 내가 쓸 것은 아니고. 내 동생이 필요할 것 같아서 말이지.”
“크리스토퍼에게 동생이 있었어요?”
“응, 여동생이 하나 있어.”
“아… 그래서 여기까지 직접 찾아오신 건가 보네요?”
“…당신은 모를 거야. 그것 때문에 여동생이 얼마나 나를 닦달하는지를.”
“…….”
무언가 우울해 보이는 크리스토퍼의 모습을 보니, 아는 왠지 루카스 씨도 비슷한 이유로 이곳에 찾아온 것 같아 그를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러자 루카스 씨 또한 침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저는 아내가….”
“아….”
두 사람의 안타까운 사연에 나는 무겁게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알겠습니다. 치료제가 본격적인 생산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두 분에게 제공해 드리죠.”
“정말입니까?”
“고마워, 미스터 윤.”
탈모 치료제가 개발되는 기간을 단축해줄 크리스토퍼는 물론이고, 그동안 나와 많은 협력 사업을 한 루카스 씨도 외면할 수는 없었다.
그런데, 루카스 씨는 그런 나의 호의를 그냥 받을 생각은 없었는지, 내게 다른 제안을 해오기 시작했다.
“치료제가 대량 생산에 들어갈 때, 여러 제약 회사를 끌어들일 생각이신가요?”
“그래야 한 번에 많은 양의 치료제를 생산할 수 있을 테니, 아무래도 그래야겠죠?”
“미스터 윤, 단번에 많은 제약 회사를 끌어들이게 되면. 그들과의 협상이 매우 어려워질 겁니다.”
“…어째서요?”
“제약 회사는 바보가 아닙니다. 미스터 윤이 단번에 많은 회사와 계약하려 든다면, 그들도 미스터 윤이 생산을 서두르고 있다는 것을 눈치챌 겁니다. 그리된다면 자연히 협상 기간이 늘어나게 되겠죠.”
“…확실히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그러니 그 협상을 제게 맡겨 주시죠.”
루카스 씨는 여러 유명 제약 회사 중에 리치만 골드의 돈을 빌려 쓰지 않은 곳이 없다고 설명했다.
“리치만 골드의 CEO인 제가 그들 앞에 앉으면, 협상이 매우 순조롭게 진행될 겁니다.”
“그렇게 해주신다면, 저야 감사하죠. 그런데 루카스 씨가 왜 이런 번거로운 일을 하시려는 거죠?”
“크리스토퍼는 미스터 윤에게 도움을 주면서 탈모 치료제를 요구했지만, 저는 아무것도 해드린 것이 없잖습니까. 그러니 이런 일이라도 대신해드리고 싶었습니다.”
거절할 이유가 없었던 나는 환하게 웃으며 두 사람과 악수하였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악수를 마친 나는, 곧장 고개를 돌려 아이작 소장님에게 물었다.
“소장님, 혹시 연구소에 대형 스피커와 마이크가 있을까요?”
***
지난밤, 데이비드의 SNS에 올라온 글에 잠을 이루지 못했던 크리스는. 퀭한 눈으로 연구소를 불만스럽게 바라보았다.
‘대체 언제까지 우리를 밖에 세워둘 참이야!’
그의 반짝이는 머리는 내리쬐는 햇빛에, 문어처럼 붉게 변하고 있었다.
‘…대체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야? 사람들이 이렇게 많이 모였으면, 뭐라도 빨리 발표해야 하지 않나? 설마, 이제 와서 착오가 있었다고 하진 않겠지?’
만약, 정말 그렇게 된다면. 크리스는 가만히 있을 생각이 없었다.
‘다 뒤엎어 줄 거야.’
크리스는 데이비드의 글이 올라오자마자 모든 내용을 자신의 컴퓨터에 저장해 두었다.
‘그 캡처 사진들을 내가 운영하는 사이트에 올려서, 제네시스 라이프 랩은 사기꾼들의 집단이라고 홍보해 주겠어. 다시는 이딴 장난질하지 못하게 말이야.’
오랜 기다림에 지쳐 그런 생각까지 품게 된 크리스였지만, 사실 그의 진심은 달랐다.
‘제발 부탁이니 탈모 치료제가 곧 출시된다고 발표해줘.’
그의 나이 이제 겨우 24살이었다. 앞으로 대머리로 살아가기엔 너무나도 창창한 나이가 아닌가.
게다가 민머리여도 잘 어울리는 다른 미국인들과는 달리, 그는 탈모가 시작되자, 15년은 늙어 보인다는 말을 종종 듣곤 했었다.
‘내 사랑 제시카도 그렇게 떠나갔지….’
그렇기에 그는 누구보다도 탈모 치료제의 개발이 간절했고, 날이 밝자마자 이렇게 직접 연구소로 달려왔던 것이었다.
‘아마 여기 모인 다른 사람들도 나와 마찬가지겠지.’
저마다의 이유는 다르겠지만, 그들의 목적과 바람은 하나일 것이다.
‘탈모를 탈출하는 것.’
이 자리에 모여든 탈모인들은 그렇게 간절한 마음으로 연구소에서 뭔가를 발표해주길 기다렸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음…’
마침내 연구소 안에서 누군가가 뭔가를 잔뜩 들고 걸어 나오기 시작했다.
‘데이비드?’
크리스를 포함한 여러 사람이 데이비드의 모습을 알아보고 그에게 소리쳤다.
“이봐! 데이비드! 이제야 나타난 거야?”
“어떻게 된 거야? SNS는 왜 닫은 거지?”
“뭐라도 말을 해봐! 지금 너 때문에 모여든 우리가 안 보여?!”
그런 외침을 들은 데이비드가 멋쩍게 웃으며 외쳤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여러분이 궁금해하시는 것을 곧 발표해드리겠습니다!”
그 말에 웅성거림이 줄어들게 되었고, 데이비드는 계속해서 마이크와 스피커를 설치하며 간이 단상을 만들기 시작했다.
“아아. 마이크 테스트. 원, 투, 원, 투. 됐다!”
그리고 잠시후.
마침내 마이크 설치가 끝난 데이비드는 흘린 땀을 훔치더니, 다시 연구소로 달려가 버렸고. 웬 동양인 남자를 데리고 나왔다.
“…어? 나 저 사람 알 거 같은데…”
“저 사람, 그 패션 회사 대표 아니야?”
“영화배우… 아니, 감독 아니었던가?”
“다들 무슨 소리야? 저 사람 MO 플랜트인가 뭔가 하는 환경 사업가잖아!”
“엥? 인공지능 에보를 만든 회사 대표 아니었어?”
윤현민의 행보는 대중에게 꽤나 알려진 상태였지만, 그가 이 정도로 다양한 사업과 투자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의외로 드물었다.
하지만 저마다 단상에 오르는 동양인 남자의 직업을 다르게 알아도, 그의 이름이 무엇인지는 모두가 정확히 알고 있었다.
“미스터 윤!”
미스터 윤.
요즘 들어 자주 신문 기사에 등장하는 신비로운 동양인 남자.
사람들은 왜 그런 미스터 윤이 이곳에 있는지, 또 그가 왜 저 단상에 오르는지 의문이 들었다.
“아아.”
가볍게 마이크를 두드리며, 미스터 윤이 입을 열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제네시스 라이프 랩을 인수하게 된 윤현민이라고 합니다.”
그 말에 크리스는 두 눈을 크게 떴다.
‘저 남자가 이 연구소를 샀다고?’
심심할 때마다 인터넷 기사를 읽는 크리스는 윤현민이 어떤 인물인지 잘 알고 있었다.
‘손대는 모든 사업을 성공시키는 미다스의 손이라 불리는 남자!’
그런 인물이 이 별 볼 일 없는 연구소를 인수했다니.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크리스는 탈모 치료제에 대한 기대감이 마구 상승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여러분이 무엇을 궁금해하시는지 잘 알고 있습니다. 해서, 거두절미하고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윤현민은 천천히 좌중을 둘러보며 말을 이어나갔다.
“앞으로 6개월 안에 탈모 치료제의 대량 생산에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런 윤현민의 발표에, 일대가 잠시 정적에 휩싸였고.
“우와아아!”
주변이 환한 환호성으로 뒤덮이기 시작했다.
촤르르-
그리고 그 모든 장면을, 여러 대의 방송국 카메라가 선명하게 촬영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