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36
136화 미다스의 손 (2)
-마침내, 탈모의 완전한 치료제가 개발되었다는 소식입니다.
-제네시스 라이프 랩에서 개발된 이 치료제는 모발이 생성되는 모낭을 완전히 재생할 수 있으며….
-…새로운 탈모 치료제는 ICU와 연계하여 3상 임상시험까지 단 3개월 만에 이뤄질 것으로 예상되어….
-빠르면 6개월, 늦어도 1년 안에 탈모 치료제가 출시될 수 있을 것이라….
-…이 모든 것이 이토록 빠르게 가능할 수 있었던 것은, 한 사람의 도움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리고 그 사람은 요즘 한창 이름을 알리고 있는, 동양의 신비로운 사업가이자 투자자인 미스터 윤. 윤현민이라고 합니다!
-미스터 윤은 여러 사업을 운영하거나 투자를 하여, 모두 성공시키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래서 세간에선 그를 부르는 별명이….
“미다스의 손.”
옆자리에 누워있던 아일라가 뉴스가 흘러나오고 있는 자신의 핸드폰 화면을 가리키며, 장난기 가득한 눈으로 말했다.
“내 남자친구가 손에 닿는 모든 것을 황금으로 만든다는 그 미다스라니, 믿기지 않는데?”
그래, 나도 믿기지 않는다.
대체 누가 저런 낯뜨거운 별명을 붙였는지.
“그런데 진짜야?”
“뭐가?”
“손 대는 사업마다 다 성공한다는 게.”
물론, 진짜다. 나는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 정도의 강운을 가지고 있으니까.
하지만 이러한 것을 아일라에게 설명할 수는 없었으므로, 그녀는 내가 사업을 보는 눈이 뛰어난 것으로 오해하고 말았다.
‘…상관없겠지.’
어차피 결과는 똑같을 테니 말이다.
“그래도 대단한데?”
“뭐가?”
“내가 제주도에서 만난 남자가, 이렇게 세계적으로 알려진 사업가가 되다니 말이야.”
그러게나 말이다.
‘그때는 라이브 카페 하나 차리기에도 벅찼었는데.’
몇 년 만에 나는 백억 단위를 가지고 사업과 투자를 하는 사람이 되고 말았다.
그뿐이랴.
“요즘엔 편지도 받는다며?”
이전에 연구소 앞에서 탈모 치료제 개발 일정을 발표한 것을 계기로, 내가 투자한 사업들이 알려지게 되었고.
그 이후로 내 회사 사무실에는 하루에도 수 백통의 감사 편지가 쌓이기 시작했다.
‘탈모 환자는 물론, 불치병을 앓고 있는 환자들의 편지까지.’
자비르 씨의 도움으로도 그 모든 편지를 다 일일이 읽을 수가 없어서, 아예 따로 이 일만 전담하는 직원을 뽑아야 할 판국이었다.
‘자선 사업을 하는 유명인들도 이런 편지들을 받는다고 듣긴 했었지만, 설마 내가 이렇게 되리라고는 상상도 못 했는데.’
얼떨떨하기도 하고, 생소한 기분이었지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제까지 내가 해온 일들이 보람차다는 것이었다.
‘…예전에 선녀 보살이 선행을 베풀면 더 큰 행운이 올 거라고 그랬었지.’
솔직히 눈에 보이지도 않는 행운의 크기를 가늠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지금 느끼는 보람찬 감정을 생각해보면, 이것이야말로 선녀 보살이 말한 커다란 행운이 아닐까 싶었다.
“현민, 그래서 이제 뭐 할 거야?”
“음… 치료제 생산을 맡아줄 기업은 루카스 씨가 알아서 찾아주기로 했으니 신경 쓰지 않아도 될 것 같아. 그럼 남은 건 상필이를 만나서, 게임회사 설립하는 것을 도와주는 것 정도만 하면 될 것 같은데?”
그런 나의 말에 아일라가 내 어깨를 가볍게 때렸다.
“아니이이. 그게 아니라아아.”
말꼬리를 길게 늘이는 아일라의 예쁜 눈동자가, 무언가를 갈망하는 듯 나를 바라본다.
“이렇게 매력적인 여자친구가 옆자리에, 그것도 무방비로 누워있는데. 계속 그렇게 일 얘기만 할 거야?”
“…….”
이건 내가 잘못한 것이 맞았다.
“아니!”
“꺅!”
깊은 밤.
우리는 여느 연인처럼 사랑의 대화를 나누었다.
***
다음 날, 한국의 자비르 씨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사장님, 제네시스 라이프 랩의 주가가 폭등 중인 것은 알고 계시죠?
“네, 알고 있습니다. 탈모 치료제의 생산이 시작되면 그야말로 돈을 쓸어 담을 거라는 기대감이 있을 테니, 앞으로도 쭉 주가가 상승하겠죠.”
-그렇다면, 사장님과 연관된 다른 주식들도 모두 폭등하는 중이라는 것도 알고 계십니까?
“예?”
이게 무슨 소리인가.
나는 얼른 주식 어플을 실행시켰다.
‘아니, 이게 왜?’
제네시스 라이프 랩과는 전혀 상관없는 루나리스 패션, 한창 전세계에 MO 플랜트를 설치 중인 미라클 에코, 가면 갈수록 연산력이 늘어가는 넥스인텔리. 나와 협력 관계인 ICU의 주가까지.
주식 창은 온통 붉은색으로 물들어 있었다.
‘이것들이 왜 이렇게 올랐지?’
탈모 치료제와 상관이 있든 없든. 자비르 씨의 말대로, 나와 관계된 모든 주가가 상승한 것이었다.
-사장님의 명성이 그만큼 커진 듯 보입니다.
“제 명성이라뇨?”
-탈모 치료제가 한창 이슈가 되면서, 사장님의 별명이 널리 알려지게 되었잖습니까.
“제 별명이라면… 설마?”
-예, 미다스의 손이요. 손대는 모든 사업과 투자가 성공한다는 소문에, 사람들이 사장님의 행보를 따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런 자비르 씨의 설명에, 나는 당황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내 투자 방식을 따라 한다고…’
그런 것은 투자의 귀재로 알려진 워렌 머핏에게나 일어나는 일이 아니었던가.
‘이것 참….’
사무실에 도착하는 편지들도 그렇고, 방송에서 내 이야기가 퍼지고 있는 것도 그렇고.
‘내가 진짜 유명해지긴 했나 보네.’
신기했다.
고작 5년 전만 해도, 나는 불운한 일개 회사원이었을 뿐이었는데. 이제는 세계가 주목하는 유명인이 되었으니 말이다.
‘이러다 동네 마트에만 가도 사람들이 다 알아보는 것 아니야?’
그런 생각이 떠오른 나는 곧장 고개를 흔들었다.
‘에이, 그게 말이 돼? 내가 무슨 연예인도 아니고.’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 나는, 자비르 씨에게 다른 특이 사항은 없었는지를 물었다.
-어제 폴 하프만 씨와 통화를 하였습니다.
“노바 예술 대학교 이사장님 말이군요. 그래서 연산력을 어디에 쓰신다고 하시던가요?”
폴 하프만 씨는 이전에 내가 설립하려고 한 장학 재단에 도움을 주는 대신, 내가 가진 연산력을 원한다고 하였었다.
-폴 하프만 씨는 사장님의 연산력을 통해, 훼손된 그림 한 점을 복원하고 싶어 하셨습니다.
“그림이요?”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혹시 특정 프로그램으로 그림을 복원한다는 뜻인가요?”
-맞습니다. 노바 예술 대학교에는 시범적으로 운영하는 AI 그림 복원 프로그램이 있다고 합니다.
“그림을 복원하는데, 많은 연산력이 필요한 모양이죠?”
-제가 잠시 알아본 바에 의하면. 간단한 그림이거나, 비교적 최근에 그려진 작품이라면. 복원에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런데 반대로 그림이 오래되었을수록 복원 과정이 매우 복잡해지며, 시간도 그만큼 많이 든다고 하네요.
“그렇다는 얘기는 폴 하프만 씨가 복원하려는 그림이, 굉장히 오래된 작품이라는 말이 되겠군요?”
-네, 맞습니다.
나는 무척이나 궁금해졌다.
대체 어떤 대단한 그림이길래, 유명 예술 대학의 이사장님께서 먼 나라의 장학 재단에 도움을 주면서까지 복원하려고 하는 건지 말이다.
-헤르만 라비올리가 그린 ‘잊혀진 멜로디’라는 작품이랍니다.
“오….”
모르는 이름이었다.
“…유명한 화가인가요?”
-사실 저도 이번에 처음 들어본 화가였습니다. 찾아보니, 15세기에 활동한 무명의 화가였더군요.
나는 더욱 이해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별로 유명하지 않은 화가의 그림을 복원하기 위해서, 굳이 저에게 연락했다는 건가요?”
-네, 아무래도 무언가 사정이 있는 듯 보였습니다.
“그래요? 혹시 그 사정에 대해서는 아무런 말씀이 없으시던가요?”
-그렇지 않아도 제가 여쭤보았는데, 폴 하프만 씨가 그 이야기는 사장님을 직접 만나 뵙고 말씀드리겠다고 했습니다.
“흠… 그러고 보니 전에 보냈던 메일에서도 나를 직접 만나보고 싶다고 했었죠.”
-네, 맞습니다.
그 말에 나는 무언가 이상함을 느꼈다.
‘별로 가치가 없는 그림을 복원하기 위해 내게 연락했다는 것은 그렇다고 쳐. 그런데 왜 굳이 나와 만나려 하는 거지?’
폴 하프만 씨가 원하는 것이 연산력이라면, 굳이 나를 통하지 않더라도 내 대리인인 자비르 씨와 이야기를 나눠도 되었다.
‘오히려 대리인과 계약을 진행하는 편이 더 복원 시간을 단축하는 길일 텐데.’
그런데 저번에도 그렇고, 폴 하프만 씨는 나를 꼭 만나고 싶어 하는 강한 뉘앙스를 풍겨왔다.
‘…수상해.’
무척이나 수상했지만, 동시에 나는 폴 하프만 씨의 이야기가 더욱 궁금해졌다.
‘대체 무슨 사정이 있는 걸까.’
결국 강한 호기심을 이길 수 없었던 나는, 자비르 씨에게 물었다.
“조만간 폴 하프만 씨를 만나러 가봐야겠습니다. 혹시, 약속 날짜가 정해졌나요?”
-아뇨, 사장님 일정이 어떻게 될지 몰라서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그럼 폴 하프만 씨에게 연락해서 괜찮은 날짜를 물어봐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렇게 자비르 씨와의 통화를 종료한 나는 생각했다.
‘미국에서의 일정이 끝나면, 곧장 오스트리아로 가야겠어.’
그렇게 하기 위해선, 전용기를 한 번 더 사용해야만 했으므로. 나는 자힘 왕자에게 연락하여 허락을 구했다.
-저는 당분간 전용기를 탈 일이 없으니, 미스터 윤이 원하는 만큼 쓰셔도 됩니다.
그렇게 왕자의 허락도 받은 나는, 곧장 침대에서 늦잠을 자는 아일라를 깨워 물었다.
“아일라, 미국에서의 내 일정이 끝나면, 나랑 오스트리아에 가지 않을래?”
“으음… 오스트리아? 거긴 왜?”
“거기에 있는 예술 대학에서 만날 사람이 있….”
‘아니, 잠깐만.’
나는 오스트리아라는 단어에, 문득 잊고 있던 한 가지가 떠올랐다.
‘그래… 버킷리스트가 있었어.’
버킷리스트의 대부분은 장소에 구애를 받지 않았지만, 아우토반에서 질주하기와 같은 것은 반드시 해당 나라에 가야만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오직 오스트리아에서만 가능한 버킷리스트도 있지.’
그것은 다름 아닌.
“음악의 도시 비엔나에서 거리공연을 하고 싶어.”
그런 나의 말에 아일라가 두 눈을 반짝였다.
“좋아!”
***
치지지직-
고풍스러운 디자인의 방안에서 한 남자가 클래식한 디자인의 축음기를 조작하고 있었다.
따라라라- 라라라-
마침내 축음기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아름다운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왔다.
비발디의 사계 중 겨울. 그 냉기와 서리를 떠올리게 하는 선율에 맞춰, 한 남자가 콧노래를 부르며 우아하게 춤을 추었다.
“으흠흠…!”
남자는 눈을 감은 채, 온 방 안을 빙글빙글 돌았다. 그 몸놀림은 마치 어느 무도회장에 참여한 고풍스러운 귀족을 떠올리게 했다.
따라라-! 따라라라-!
축음기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이 어느새 클라이맥스에 다다랐다.
남자의 몸놀림 또한 더욱 바삐 움직이기 시작했다.
따르르릉- 따르르릉-
어찌나 집중했는지 그는 자신의 사무실에 울리는 전화 소리도 듣지를 못하였다.
빙글 빙글.
남자는 계속해서 춤을 추었다. 끈질기게 울리던 전화 소리가 멈추었다. 음악 또한 마지막에 다다르고 있었다.
따라라- 딴.
그렇게 음악이 끝났을 때, 남자는 거친 숨을 내쉬며 축음기로 다가갔다. 그리고 축음기에서 돌아가고 있던 음반을 집어 들어 그대로 부숴버렸다.
콰직.
손에 묻은 음반 파편을 탈탈 털어낸 남자는 근처의 소파에 털썩 주저앉아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나도 나이를 먹었군.’
중년의 남자, 아니. 폴 하프만은 아무래도 다시 운동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똑똑.
그때, 그의 비서가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비서는 곧장 폴 하프만에게 다가가 보고했다.
“이사장님, 전화를 안 받으셔서 직접 보고를 드리러 왔습니다.”
“그랬나? 그래, 무슨 일이지?”
“미스터 윤과의 일정이 잡혔습니다.”
그런 비서의 보고에 폴 하프만의 표정이 눈에 띄게 밝아졌다.
“잘됐군! 약속이 언제지?”
“2주 뒤의 화요일 점심입니다.”
“그래? 시기도 나쁘지 않아… 알려줘서 고맙네.”
“네, 그럼….”
용건을 마친 비서가 사무실을 빠져나가자, 폴 하프만이 즉시 전화기를 집어 들어 누군가에게 연락하기 시작했다.
뚜루루-
긴 신호음이 이어졌다. 폴 하프만은 초조하게 통화가 연결되길 기다렸다.
달칵.
그리고 마침내 통화가 연결되었을 때. 폴 하프만은 진중하고 예의바른 목소리로 말했다.
“접니다. 말씀하신 대로 미스터 윤과 약속을 잡았습니다.”
-…잘했군. 언제지?
“2주 후의 화요일입니다.”
-알았다. 그밖에 다른 보고는 없나?
“없습니다.”
“그래.”
뚝.
용건이 끝나자마자 종료된 통화에 당황할 법도 하건만. 폴 하프만은 익숙한 듯 미소를 지으며 전화를 내려놓았다.
‘들떠 보이시는군. 마침내 미스터 윤을 만날 수 있다고 해서 그런가.’
폴 하프만이 윤현민을 만나고자 했던 이유는 다름 아닌, 그분이 그를 보고 싶어 했기 때문이었다.
‘이럴 때가 아니지. 그분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겠어.’
까다로운 취향의 그분을 모시려면 준비해야 할 것이 한둘이 아니었다.
‘마릭 알파이즈 님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으려면, 미리미리 준비를 해둬야 해.’
마릭 알파이즈.
그는 이전에 라힘 왕자가 언급한, 음지에서 활동하는 또 다른 운 좋은 남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