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39
139화 이래 봬도 꽤 운이 좋거든요
“들어가실 수 없습니다.”
폴 에이프릴 씨는 호언장담했던 것과는 다르게, 왕궁 입구에서 경비원에게 제지를 당했다.
“아, 잠시만요.”
그는 신분증을 꺼내, 보여주었다. 하지만 경비원은 여전히 고개를 저었다.
“……..”
이에 에이프릴 씨는 미간을 좁힌 채,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고. 곧바로 경비원에게 전화를 넘겼다.
“받아요.”
이게 뭐 하는 짓이지? 라는 표정으로 전화를 받은 경비원은, 이후 갑자기 깍듯한 태도로 돌변하였다.
“넵! 알겠습니다!”
그렇게 통화를 종료한 경비원은 우리를 안쪽까지 친절히 에스코트해 주었다.
“그럼 즐겁게 구경하십시오!”
경비원이 사라지고 나자, 나는 궁금해졌다.
‘대체 누구와 통화를 했길래 경비원이 친절해진 걸까…’
나는 곧장 에이프릴 씨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별것 아니라는 듯이 대답했다.
“아, 얀 막시모프에게 연락했었습니다.”
“그게 누군데요?”
“제 친구인데… 그 친구 아버지가 지금 좀 많이 유명합니다.”
“… 그럼, 에이프릴 씨 친구의 전화를 받고, 경비원이 우리를 들여보내 주었다고요? 어떻게요?”
“그게, 그 친구가 현직 대통령의 아들이거든요.”
“…예?”
그 말에 우리는 몹시 놀라고 말았다.
“그럼 대통령 아들의 인맥으로 왕궁 내부 촬영을 허가받은 거예요?”
“그 친구가 제 도움을 많이 받고 있거든요. 그래서 제 부탁은 웬만하면 다 들어줍니다.”
“…대단하네요.”
내가 순수하게 감탄하자, 에이프릴 씨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너무 제 근처만 있지 않아도 되니, 제 시야가 닿는 곳이라면 자유롭게 구경하셔도 됩니다. 사진도 마음대로 찍으시고요.”
“정말요? 그런데 사진을 막 찍으면, 보안 문제가 생길 수 있지 않나요?”
“이 근처 구역은 미리 허가를 받은 곳이니까 그런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인터넷에만 올리지 말아 주세요.”
그렇게 에이프릴 씨는 우리에게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를 잡고, 본격적으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그러자 아일라가 잔뜩 신이 난 표정으로 내게 말했다.
“이런 좋은 기회를 얻다니! 자기, 어서 구경가자!”
좋아하는 아일라의 모습에 나는 오히려 동전 던지기 내기에서 진 것이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자기! 안 올 거야?”
“지금 갈게!”
왕궁의 내부는 마치 거대한 왕족들의 저택을 연상하게 했고, 외부에서 본 모습만큼이나 거대했으며, 고풍스러운 분위기를 자랑했다.
‘확실히 구경하는 재미가 있어.’
그렇게 아일라와 구석구석을 구경하던 나는, 문득 한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복도에 사람이 없네.’
현직 대통령의 집무실로도 사용되는 왕궁에 업무를 보고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니. 무척이나 이상한 일이었다.
‘설마, 에이프릴 씨의 촬영 때문에 이 근처에 사람이 안 오는 건가…’
그의 부탁으로 왕궁 특정 구역이 접근 금지가 되었다면, 사람이 안 보이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폴 에이프릴 씨가 그런 대단한 인맥의 소유자였다니. 역시 난 운이 좋아. 그런데….’
나는 오른손을 심장 부근에 가져다 대었다. 평소와는 조금 다른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왜 이렇게 찝찝하지.’
우연히 만난 폴 에이프릴 씨 덕분에 출입이 금지된 왕궁 내부를 구경할 수 있게 된 운 좋은 상황이었지만. 나는 평소처럼 이 상황을 마음 편히 즐길 수가 없었다.
‘…나만 이상한 건가.’
고개를 갸웃한 나는, 왕궁 내부를 신나게 감상하고 있는 아일라를 보며 생각했다.
‘그래, 아일라의 저 모습이 일반적인 반응이긴 하지.’
낯선 남자의 도움이긴 했지만, 특별한 경험을 할 수 있었으니. 결과적으로 잘된 일이 맞았다. 그러니 내가 지금 느끼는 이 답답함은 그저 기우인 것이 분명했다.
‘아일라도 좋아하고, 자비르 씨도 즐거워하니. 좋은 결과인 거야.’
그리고 강한 행운의 소유자인 내게 안 좋은 상황이 일어날 리 없었다.
‘그러니까 나도 마음 편히 즐기자.’
그렇게 결론을 내린 내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답답한 감정을 털어내고 있었을 때.
“미스터 윤! 잠시 이쪽으로 와주시겠어요?”
저 멀리, 웬 거대한 액자가 걸려 있는 복도 끝에서 에이프릴 씨가 우리를 불렀다.
“무슨 일이시죠?”
“이 액자 속 그림 아래에서 두 분을 모델 삼아, 사진을 찍고 싶습니다.”
“사진이요?”
아까 그는 왕궁을 구경시켜주는 조건으로, 우리에게 모델을 해달라고 제안했었다.
“알겠습니다.”
고개를 끄덕인 나는. 아일라와 함께 에이프릴 씨의 지시대로 포즈를 취하기 시작했다.
“네, 좋습니다. 두 분, 조금 더 가까이 붙어 보시겠어요?”
“이렇게요?”
“굿! 딱 좋아요. 그대로 가만히… 됐습니다!”
에이프릴 씨는 이후로도 계속 구도를 바꿔가며 우리의 사진을 찍었다. 그러던 중 그는 근처에 있던 자비르 씨를 자꾸만 힐끔거리더니, 이내 그에게도 모델을 해달라 부탁하였다.
“혹시, 그쪽 분도 한 장 찍을 수 있을까요?”
“…저 말씀이십니까?”
그의 부탁에 자비르 씨가 내게 허락을 구하듯 나를 바라보았고. 나는 그에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어려운 부탁도 아닌데, 한 장 찍어주시죠.”
“알겠습니다.”
찰칵.
그렇게 자비르 씨의 사진까지 찍고 나자, 에이프릴 씨는 만족한 듯 미소를 지어 보였다.
“감사합니다. 덕분에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었네요.”
“저희야말로, 좋은 구경 했습니다. 감사합니다.”
“방금 찍은 사진을 제 개인적인 포토북에 싣고 싶은데. 괜찮으신가요?”
“혹시, 상업적인 용도로 판매하실 거라는 말씀이신가요?”
에이프릴 씨가 고개를 저었다.
“개인적인 소장용입니다.”
“…뭐, 그렇다면 전 상관없습니다. 자비르 씨와 아일라는?”
두 사람도 괜찮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아!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시면, 방금 찍은 여러분의 사진을 보내드리겠습니다.”
“오! 좋습니다.”
나는 그에게 나의 이메일 주소를 알려주며 물었다.
“그럼 이제 왕궁 구경은 끝이 난 건가요?”
“제가 허가를 받은 시간은 1시간 30분이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벌써 1시간 20분이 지나버렸죠.”
곧 나가야 한다는 소리였다.
“…아쉽네요. 조금 더 구경하고 싶었는데.”
아닌 게 아니라, 이런 기회는 자주 있는 것이 아니었다.
‘앞으로 최대 10년은 다시 못 들어온다고 봐야 해.’
현재의 대통령이 임기를 마치고, 다음 대통령이 올라와 왕궁의 출입 제한을 해제해준다면 다시 이곳을 구경하러 올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오스트리아의 연방 대통령의 임기는 6년이며, 연임을 할 수 있으므로 최대 12년은 왕궁이 출입 금지 상태가 될 것이었다. (현재 임기가 시작된 지 2년이 지났으므로, 앞으로 남은 기간은 10년이다.)
‘현직 대통령이 마음을 바꾸지 않는 한 말이지.’
그러니 이왕 이런 기회를 얻은 김에, 나는 조금 더 왕궁 내부를 구경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아일라도 조금 더 있고 싶어 하는 것 같고.’
그러나 아무리 대통령의 아들과 친분이 있는 에이프릴 씨라도. 별다른 수는 없을 것이 분명했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마지막으로 사진이나 하나 더 찍고….’
그때, 에이프릴 씨가 뜻밖의 제안을 해왔다.
“그럼… 혹시 저와 저녁 식사를 같이하시겠습니까? 그렇게 하신다면 조금 더 왕궁을 구경하실 수 있을 겁니다.”
“그게 무슨 말이죠?”
“제 친구과 이곳에서 함께 식사하기로 약속이 되어있습니다.”
“아까 말씀하신 대통령 아들 친구 말씀하시는 거죠? 그런데 그 자리에 저희를 초대하신다고요?”
에이프릴 씨가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조금 경계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어째서요?”
“…어째서라뇨?”
“솔직히 오늘 처음 만난 사람에게, 이런 제안을 해온다는 것이 좀 이해가 안 돼서요. 혹시, 불쾌하셨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만.”
길거리에서 우연히 마주친 우리의 모습을 보고, 사진을 찍는 대가로 왕궁 내부를 구경시켜주는 것?
그래, 그 정도는 그럴 수 있다고 치자. 하지만 친구와의 개인적인 약속에 낯선 우리를 초대한다는 것은, 누가 보아도 이상한 일이었다.
“…사실, 제가 거짓말을 하나 했습니다.”
“거짓말이요?”
“네. 아까 여러분이 누군지 모른다고 한 것 말입니다. 사실은 두 분이 누구인지 첫눈에 알아봤습니다.”
“아….”
에이프릴 씨는 스타더스트 밴드의 팬이었으며, 인공지능 폰과 루나리스 패션을 즐겨 입기에 나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두 분 다 선글라스와 모자를 쓰시긴 했지만, 제가 사진작가다 보니 일반인들보다 관찰력이 좋습니다. 아일라 씨의 눈 밑 점이라던가, 미스터 윤의 왼팔에 있는 자그마한 흉터 같은 것을 보고 두 분의 정체를 알 수 있었습니다.”
“그렇군요.”
“아, 혹시 두 분의 사이가 비밀이신 거라면. 절대로 함구할 테니, 걱정하지 마세요.”
“…감사합니다.”
아무래도 다음부턴 조금 더 조심해서 정체를 숨기고 다녀야 할 것 같았다.
“자기.”
아일라가 내 소매를 잡아당기며 조용히 속삭였다.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에이프릴 씨의 초대에 응하자.”
“그럴까?”
“응. 흔치 않은 기회잖아.”
아일라는 새로운 경험을 좋아한다. 그리고 나 또한 이 기회를 놓치고 싶지 않았다.
‘또 다른 인맥을 늘릴 기회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여러분도 같이 간다고 미리 알려야겠습니다. 잠시만요.”
에이프릴 씨는 우리와 조금 멀리 떨어져서, 누군가와 통화를 하였다.
“자, 그럼 가실까요.”
그렇게 우리는 에이프릴 씨를 따라, 왕궁의 응접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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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접실에 도착하자, 미리 도착해있던 얀 막시모프 씨가 우리를 반겨주었다.
“반갑습니다, 미스터 윤.”
그는 훤칠한 키에 서글서글한 인상의 20대 중반 남자였다.
“아까 전화로 이야기는 들었습니다. 제 친구와 우연히 만나셨다고요?”
“네, 그렇게 되었습니다.”
“하하, 잘 되었네요. 그렇지 않아도 제가 미스터 윤을 꼭 한 번 만나 뵙고 싶었거든요.”
“저를요?”
내가 고개를 살짝 갸웃하자, 막시모프 씨가 그 이유를 설명해 주었다.
“요즘 한창 미스터 윤의 이야기로 세상이 떠들썩하지 않습니까. 다양한 사업을 성공시킨 미다스의 손이라니. 누구나 친해지고 싶지 않겠습니까? 하하!”
“아닙니다. 소문이 너무 과장된 거라 민망하네요.”
“그런가요? 그래도 많은 사업을 성공시키신 것은 맞으니, 정말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렇게 예쁜 분과….”
막시모프 씨는 나와 아일라를 보며, 몹시 부럽다는 얼굴이 되었다.
“진짜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하하… 운이 좋았네요.”
“아, 그리고 저도 두 분 사이에 관한 비밀은 반드시 지키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일단, 자리에 앉으실까요? 시장하실 것 같아 미리 음식을 준비해 두었습니다.”
막시모프 씨의 말대로, 테이블 위엔 먹음직스러운 음식들이 놓여 있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자리에 앉아, 저녁 식사를 시작하였다.
“하하, 한 번은 제가 몽골에 간 적이 있는데요. 거기에서….”
막시모프 씨는 그 특유의 재담으로 식사 자리가 어색하지 않게 해주었으며, 그 덕에 긴장이 풀린 우리는. 부담 없이 맛있게 식사할 수 있었다.
달그락.
그렇게 마지막 후식까지 먹고 나자, 막시모프 씨가 우리에게 물었다.
“혹시, 이후에 일정이 있으십니까?”
“음. 원래는 쇼핑몰에 가려고 했었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럼 어쩔 수 없지요.”
“뭐가 어쩔 수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아, 제가 사실 카드 게임을 너무 좋아해서 요. 그래서 원래는 식사 후에 마릭… 아니, 폴과 카드 게임을 하기로 약속했었거든요. 그런데 아시다시피, 카드 게임은 여러 사람이 함께 즐길수록 더 재미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혹시 함께하실 수 없나 해서, 일정을 여쭤본 겁니다.”
“음….”
나는 시계를 확인해 보았다. 오후 7시.
‘쇼핑몰이 11시까지 한다고 했었으니까, 아직 여유롭긴 해.’
슬쩍 옆자리를 바라보니, 아일라도 카드 게임이 하고 싶었는지. 나를 향해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1시간 정도라면 같이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게 정말입니까? 감사합니다. 그럼 곧바로 준비하도록 하죠.”
그렇게 우리는 얀 막시모프 씨와 간단한 카드 게임인 포커를 치게 되었다.
탁탁.
막시모프 씨가 카드 게임을 준비하는 사이, 에이프릴 씨가 내게 다가와 말을 걸었다.
“포커 잘하십니까?”
“원래는 규칙도 잘 몰랐었는데 전에 카지노에서 한 번 쳐보면서 알게 되었습니다.”
“오호. 그럼 아직 초보시겠네요.”
“네. 하지만 그래도 자신 있습니다.”
나는 매우 운이 좋으니 말이다.
“하하, 그렇습니까? 그런데 저도 어디 가서 포커로 져본 일이 없어서요.”
에이프릴 씨는 자신감으로 가득 찬 얼굴로 내 눈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제가 이래 봬도 꽤 운이 좋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