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40
140화 로열 스트레이트 플러쉬!
막시모프 씨의 비서들이 익숙한 듯한 동작으로, 둥근 테이블을 응접실 한가운데에 설치하였다.
테이블은 네 명 정도가 앉을 정도의 크기였는데, 상판에는 카지노에서나 볼법한 초록색 게임판이 깔려 있었다.
“자, 그럼 모두 앉아주시기를 바랍니다.”
우리가 테이블에 착석하자, 막시모프 씨가 룰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포커에는 여러 가지 방식이 있는데, 오늘 우리가 할 것은 바로 텍사스 홀덤입니다.”
텍사스 홀덤이라면 예전 라스베가스에서 해 본 적이 있었기에, 내게 익숙한 방식이라 할 수 있었다.
‘세븐 포커와 족보가 다르다는 차이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잘 되었다. 한국에서 많이 하는 세븐 포커는 오히려 족보와 룰을 잘 몰랐으니 말이다.
“포커에 사용될 칩은 각자 100개씩 지급될 겁니다. 원래는 칩의 색깔마다 금액이 정해져 있지만, 오늘은 1시간 동안 짧게 플레이할 것이며 실제로 돈을 거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칩의 개수로 승부를 가리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막시모프 씨가 신호를 주자, 대기하고 있던 비서들이 우리에게 검은색 칩 100개를 건네주었다.
“모두 포커를 쳐본 경험이 있다고 하셨으니, 기본 룰에 대한 설명은 생략하겠습니다. 혹시라도 게임 도중에 막히는 부분이 생기신다면, 뒤쪽에 대기 중인 제 비서들에게 물어보시면 됩니다. 그럼, 시간도 없으니 곧바로 시작하겠습니다.”
막시모프 씨의 선언과 함께 곧바로 게임이 시작되었다.
“자, 먼저 세팅을 시작하겠습니다.”
세팅은 카드를 받기 전, 블라인드들이 팟의 크기를 결정하는 것을 말했다.
‘일단 내가 스몰 블라인드인가.’
텍사스 홀덤은 매판마다 각자에게 역할이 주어지는데. 카드를 나눠주는 딜러와 그 왼쪽 자리의 플레이어인 버튼, 다시 순서대로 팟의 크기를 결정하는 스몰 블라인드와 빅 블라인드가 있었다.
다만 지금은 인원수가 적으므로, 딜러가 버튼의 역할을 겸하고 있었고. 따라서 딜러인 막시모프 씨의 왼쪽 자리인 내가 스몰 블라인드가 된 것이었다.
‘스몰 블라인드는 칩을 정해진만큼 걸 수 있어.’
패가 공개되지 않은 상황에서 가장 먼저 칩을 거는 역할이므로, 꽤 불리한 포지션이지만. 다른 사람들이 이 게임에서 얼마의 칩을 걸게 만들지 결정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내 왼쪽 자리의 빅 블라인드가 정확히 나의 두 배를 걸어야 하기 때문이지.’
현재 빅 블라인드는 아일라였다.
‘…일단 처음이니까 가볍게 가볼까.’
나는 칩 두 개를 걸었다. 그러자 두 배를 걸어야 하는 아일라가 곧바로 네 개의 칩을 내밀었다.
그렇게 팟의 크기가 정해지자, 딜러인 막시모프 씨가 모두에게 카드를 2장씩 나눠주었다.
탁탁탁.
그렇게 모두가 카드를 확인하고 있을 때, 나는 각자의 표정을 곁눈질로 슬쩍 살펴보았다.
‘포커는 심리전이 상당히 중요하지.’
포커 경험이 많은 막시모프 씨는 역시나 포커페이스를 잘 유지하고 있었다.
아일라도 최대한 표정을 숨기려 하고 있었지만, 남자친구인 내 눈을 피해갈 수는 없었다.
‘귓불이 살짝 붉은 것을 보니 원하는 패가 나오지 않은 모양이네.’
그리고 마지막으로 에이프릴 씨는, 패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얼굴에 자신감이 가득해 보였다.
‘…운이 꽤 좋다고 말했었지?’
나는 궁금했다. 에이프릴 씨가 얼마나 운이 좋길래, 그렇게 확신을 가지고 말할 수 있었는지 말이다.
‘과연 나보다 더 운이 좋을까? 두고 보면 알겠지.’
물론 절대 그럴 일은 없겠지만 말이다.
‘일단 내 손에 들어온 패는 하트 A와 스페이드 A.’
벌써 최소 원 페어를 만들었으니, 나쁘지 않은 조합이라 할 수 있었다.
“프리플롭 시작해주세요.”
프리플롭은 게임에 앞서서 선 배팅을 하는 것을 말했다.
“흐음.”
배팅은 빅 블라인드의 왼쪽 자리의 에이프릴 씨부터였고, 그는 단숨에 여덟 개의 칩을 내밀며 레이즈를 외쳤다.
그렇게 한 바퀴를 돌게 되었지만, 레이즈가 나타났으니 모두가 콜이나 폴드를 외칠 때까지 계속 이 과정이 반복되었다.
“콜.”
그렇게 한 바퀴가 더 돌고 나서야 플롭(본 게임)이 시작되었다.
딜러인 막시모프 씨가 카드 1장을 버리고 덱 맨 위의 3장을 차례로 펼쳤다.
펼쳐진 카드는 각각 다이아 K, 클로버 J, 다이아 A였다. 이것은 이제 공유 카드로서 각자의 패에서 가장 알맞은 조합을 찾아내어 다시 배팅이 시작된다.
그러니까 이번에는 스몰 블라인드인 나부터 배팅이 시작된다는 말이었다.
‘공용카드에 다이아 A가 있으니, 트리플에서 잘하면 풀하우스… 아니, 어쩌면 포카드까지도 노려볼 수 있어.’
그러니 레이즈로 판을 키우는 것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 하지만 생각 없이 그렇게 했다간 나머지 사람들이 내 패가 높은 걸 눈치채고 폴드(다이)해 버릴지도 모른다.
나는 조심스럽게 칩을 내밀며 말했다.
“콜.”
그러자 다음 차례인 아일라는 고민이 많았는 지, 체크를 외치며 자신의 턴을 넘기며 시간을 벌었다.
그렇게 다시 에이프릴 씨의 차례가 되었을 때.
“레이즈.”
그는 또다시 레이즈를 외치며 내가 내민 칩의 두 배를 내밀었다.
‘또 이렇게 세게 나온다고?’
블러핑일까? 아니면 정말 나보다 좋은 패가 나온 것일까.
‘…상관없지.’
어떤 패가 나왔건, 강한 행운을 지닌 나보다 좋은 게 나왔을 리 없다.
“폴드.”
상황이 이렇게 되자, 아일라는 일찌감치 이번 게임을 포기하였다.
그렇게 다음 라운드인 턴이 시작되었다.
막시모프 씨가 다시 맨 위 카드를 버리고 카드 한 장을 추가로 오픈했다.
[하트 J.]‘됐다.’
이로써 나는 풀하우스를 완성했다.
‘풀하우스면 4번째로 좋은 패였지?’
4번째라 하면 별로 좋지 못하다고 생각될 수 있지만, 나머지 상위 3개의 족보는 확률상 거의 나타나기 힘들었다.
‘그러니 사실상 이 패가 가장 높다고 봐도 돼.’
그렇게 모두가 콜을 외치고 마지막 라운드인 리버가 시작되었다.
마찬가지로 딜러가 맨 위 1장을 버린 뒤, 마지막 공용카드를 공개하였다.
[스페이드 K]나는 혹시나 클로버 A가 나와주지 않을까 기대했지만, 이 상태로도 충분히 좋은 패였기에 곧바로 콜을 외치었다.
“레ㅇ… 음. 콜.”
에이프릴 씨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레이즈를 외치려다 콜을 외쳤고, 딜러는 여기에서 폴드를 선언해 버렸다.
그렇게 마지막 라운드가 끝나며, 팟이 종료되었다.
“오픈해주세요.”
막시모프 씨의 진행에 따라, 리버에서 베팅을 시작한 내가 먼저 카드를 오픈하였다.
“오오! 풀하우스!”
막시모프 씨와 아일라가 감탄의 탄성을 질렀다. 그리고 에이프릴 씨는….
‘여전히 표정을 읽을 수가 없네.’
포커페이스를 유지하고 있는 그였지만, 나는 걱정하지 않았다.
‘어차피 내가 이길 테니.’
나는 에이프릴 씨가 카드를 오픈하길 기다렸다. 그리고.
“제 카드는….”
탁.
“K 포카드입니다.”
‘뭐?!’
나는 두 눈을 크게 떴다.
‘포카드라고?’
포카드가 나올 확률은 1/4,165. 약, 0.02%의 확률이었다.
‘그게 게임을 시작한 첫판에 나온다고?’
그래. 아무리 극악의 확률이라도 나오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내가 이렇게나 놀란 이유는 따로 있었다.
‘확률 게임에서 내가 지다니?’
촤르륵-
테이블 위에 수북이 쌓인 칩을 쓸어가는 에이프릴 씨의 모습을 나는 혼란스러운 눈으로 바라보았다.
‘이런 적은 처음인데?’
그렇게 내가 어떻게 된 일인지를 고민하고 있었을 때, 두 번째 판이 시작되었다.
***
‘이런 적은 처음인데?’
게임이 진행될수록, 폴 에이프릴, 아니. 마릭 알파이즈는 점점 당황스러워졌다.
‘분명 처음에는 내가 우세했었건만.’
마릭은 첫판에 이어, 두 번째 판에서도 레이즈를 외치며 승리를 가져갔었다. 모든 것이 예상대로였으며 평소와 같았다.
하지만 세 번째 판이 시작되었을 때부터, 그는 이변을 보게 되었다.
-포카드.
-스트레이트 플러쉬.
그가 포카드를 내민 순간, 윤현민은 그보다 윗 단계의 스트레이트 플러쉬를 완성해버렸다.
‘그래, 한 번이면 우연이라 칠 수 있다.’
하지만 그게 끝이 아니었다. 네 번째 판에서도 윤현민은 마릭보다 좋은 패를 완성하는 데 성공했으니까.
‘세 번째와 네 번째 판에서 지는 바람에, 거의 다 끝나가던 윤현민의 칩이 다시 불어나기 시작했지.’
하지만 다행히 이후 이어진 다섯 번째 판에서는 마릭이 다시 승리를 거머쥘 수 있었다.
‘좋아!’
다시 흐름을 뺏어오는 데 성공한 마릭이 자신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프리플롭 시작하겠습니다.”
그렇게 다시 시작된 여섯 번째 판. 이번에도 마릭은 자신의 승리를 의심치 않았으나.
“스트레이트 플러쉬.”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쉬.”
“뭣…!”
이번에는 윤현민의 승리였다.
“와… 한 게임에 이게 되는구나.”
“그러게나 말입니다. 저도 처음 봤습니다.”
진작 모든 칩을 다 잃고 두 사람의 경기를 관전하던 막시모프와 아일라가 눈앞의 결과에 입을 벌렸다.
그런 두 사람의 반응을 보며, 마릭은 정말 오랜만에 재미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기분 얼마 만이지?’
강운이 생긴 이후로, 마릭은 점점 삶에 흥미를 잃어갔다. 뭘 해도 잘되었고, 어떻게 해도 최상의 결과가 나오는 삶.
‘복권에도 수없이 당첨되었고, 위험한 사업을 해도 다치지 않았지.’
그런 삶에 마릭은 점점 재미와 흥미를 잃어갔다.
마릭의 삶은 게임에 비유하자면, 무적 치트를 쓰고 플레이를 하는 것과 같았다. 그 어떤 적도 건드릴 수 없는 무적 상태로 게임을 하게 되면, 처음에는 무척이나 재미가 있지만. 플레이하면 플레이할수록 모든 흥미가 사라지게 된다.
지금 마릭의 상태가 딱 그러했다.
‘그런데….’
그는 눈앞에서 자신의 칩을 세고 있는 윤현민을 바라보며 생각했다.
‘나 말고도 또 있었다니.’
마릭은 알 수 있었다. 눈앞의 남자가 자신과 같은 강운을 지닌 자이며, 그런 윤현민의 앞에서게 되면 자신의 행운도 100%가 아니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지금 관전 중인 두 사람을 보면, 행운은 여전히 작용한다. 다만 나와 같은 행운을 지닌 윤현민과 승부를 겨루게 되면, 내 행운과 그의 행운이 충돌하게 되어 의외의 결과가 나오는 것 같군.’
그렇다는 것은, 이 세상에 오직 윤현민만이 그를 즐겁게 해줄 수 있다는 뜻이었다.
‘가벼운 마음으로 오스트리아에 온 것인데, 뜻밖의 보물을 만났어.’
처음 노바 예술 대학교의 폴 하프만에게 연락을 받아 윤현민의 존재를 알게 되었을 때, 마릭은 그저 무료하던 차에 한 번 구경이나 해 보자는 마음으로 비행기에 올랐다.
하지만 막상 윤현민을 마주하고 나니, 그 생각은 완전히 바뀌어버렸다.
‘당분간은 심심하지 않겠어.’
마릭은 자신의 패를 확인하는 윤현민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이상해.’
한 편, 윤현민 또한 눈앞의 상대가 범상치 않다는 것을 어느 정도 눈치를 챘다.
‘운이 꽤 좋다더니, 빈말이 아니었어.’
설마 자신이 이 정도로 고전할 줄 몰랐던 윤현민은, 정말 오랜만에 온 신경을 집중하여 게임에 임했다.
“스트레이트.”
“플러시.”
일곱 번째 판은 에이프릴 씨의 승리였다.
‘이로써 스코어는 4:3이군.’
윤현민은 잠시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8시 40분. 약속한 게임 시간은 이미 넘긴 지 오래였다.
‘하지만 이대로는 못가.’
저 사람과 승부를 내고 싶었다.
다행히 그런 마음은 아일라도 마찬가지였는지, 그녀는 틈틈이 윤현민을 응원하고 있었다.
“그럼 8번째 게임 시작합니다.”
카드가 나눠지고. 각자 자신의 패를 확인했다.
“배팅.”
칩이 배팅 되고, 공용카드가 공개되면서. 두 사람은 각자 순서대로 같은 단어를 외치었다.
“레이즈.”
“레이즈.”
플롭을 지나, 턴에서도 리버에서도 두 사람은 레이즈를 외쳤고. 테이블엔 칩이 또다시 수북하게 쌓이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콜.”
“콜.”
쇼다운.
두 사람의 패가 공개되었다.
“스트레이트 플러쉬.”
“로얄 스트레이트 플러쉬.”
뭣?!
아까와 똑같은 상황이 재현된 상황에, 주변에서 관전하던 모든 이가 경악했다.
“이, 이게 또 나올 확률이 대체 얼마지…”
따로 계산하지 않아도 무척이나 극악의 확률이라는 것은 확실했다.
하지만 이 엄청난 결과에 두 사람은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들은 그저 다시 무승부가 되었다는 사실에만 집중하고 있었다.
댕- 댕- 댕-
정각을 알리는 괘종시계 소리가 들려오자, 마릭이 윤현민에게 물었다.
“가실 건가요? 곧 있으면 쇼핑몰이 닫을 텐데요.”
“글쎄요. 갈 때 가더라도. 승부를 가려야지 않겠어요?”
그 말에 마릭은 만족스런 웃음을 지어보였다.
“그럼 곧바로 다음 판을 시작해 볼까요?”
그렇게 9번째 판이 시작되려던 찰나. 윤현민은 문득 자신을 응원 중인 아일라의 모습을 보게 되었다.
‘…아일라도 쇼핑몰에 가고 싶어 했었는데.’
이대로 승부가 나지 않는 포커 게임을 계속하다간, 쇼핑몰은 아예 못가게 될 것이 뻔했다.
‘이미 약속한 시각이 한참 지났어. 그러니….’
여기까지.
윤현민은 자신처럼 운이 좋은 사람을 만난 것이 무척이나 신기하였지만, 흥미는 흥미일 뿐. 그에겐 아일라와의 소중한 일상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마음을 정한 윤현민이 에이프릴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이만 가봐야겠습니다.”
그런 윤현민의 말에 마릭이 칩을 옮기던 손을 멈추었다.
“…왜죠? 끝은 봐야 한다고 하셨잖습니까.”
“저도 그러고 싶긴 한데, 너무 늦은 것 같습니다. 서로 오늘은 충분히 즐긴 것 같으니, 이만 가볼까 합니다.”
‘간다고? 이대로?’
마릭은 용납할 수 없었다.
윤현민과 끝장을 보아야, 속이 뻥 뚫릴 것 같았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는 돌아가겠다는 윤현민을 만류할 수 없었다. 지금의 그는 마릭이 아닌, 폴 에이프릴이었으니까.
‘마릭으로써 윤현민을 강제로 멈출 수는 있으나, 그렇게 되면 폴 하프만과 준비한 것들이 모두 물거품이 돼.’
기껏 정체를 숨기고 접근했는데, 여기에서 산통을 깨뜨릴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그럼 이만.”
자리에서 일어서는 윤현민을 보며, 마릭은 자기도 모르게 다급히 외쳤다.
“칩! 칩의 개수로 승부를 보면 되지 않습니까?”
“칩이요?”
이에 윤현민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네요. 애초에 승부는 승리 횟수가 아니라, 칩의 개수로 정하기로 했었으니까요.”
윤현민이 납득한 것으로 보이자, 마릭이 재빨리 말했다.
“그럼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칩의 개수를 확인하는 것은 잠깐이면 될 테니까요.”
그런 마릭의 말에, 막시모프가 벌떡 일어나 비서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두 분의 칩을 확인해드리도록 하세요.”
그렇게 비서들이 두 사람의 칩을 하나하나 세기 시작했다.
일, 삼, 십.
이십 일, 사십오, 구십구.
백이, 백 오십사, 백 팔십.
그렇게 비서들이 칩을 모두 헤아렸을 때. 결과는 마릭의 바람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200개입니다.”
“여기도 200개입니다.”
윤현민과 마릭의 칩은 정확히 똑같이 200개 였다.
“이것마저도 무승부라니.”
마릭은 매우 실망한 목소리로 말했고.
“아무래도 오늘 밤엔 승부를 낼 수 없을 것 같네요.”
윤현민도 결과가 무척 아쉬워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어딘가 후련해 보이는 목소리였다.
“즐거웠습니다. 오늘의 일은 즐거운 추억으로 기억될 것 같네요.”
“저도 즐거웠습니다. 하지만 못다한 승부는 다음에 다시 하시죠.”
마릭은 그 말과 함께 내게 자신의 명함을 건네주었다.
“조만간 또 만납시다.”
“좋습니다.”
그렇게 윤현민과 아일라는 에이프릴과 막시모프에게 인사를 건넨 후, 방을 빠져나가 곧장 쇼핑몰로 향했다.
“…막시모프.”
“네, 마릭 님.”
두 사람이 사라지자, 얀 막시모프는 마릭에게 바로 존칭을 붙였다.
“윤현민이 오스트리아에 머무는 동안, 그의 행적 모두를 저에게 보고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아, 그리고 폴 하프만에게도 조금 더 손님 맞을 준비를 철저히 하라고 전해주시고요.”
“예.”
윤현민의 운은 생각보다 강했다. 이를 테스트하기 위해선, 지금 폴 하프만이 준비한 것으로는 턱도 없었다.
‘…그걸 한 번 써볼까.’
마릭이 윤현민에게 실험할 아이디어를 떠올리고 있었을 때, 막시모프가 그에게 조심히 물어왔다.
“저… 마릭 님. 상은 언제쯤 주실 건가요?”
“상…”
“하하… 오늘 갑자기 연락해 주셨는데도, 원하시는 상황과 분위기를 연출하기 위해 제가 많은 노력을 하지 않았습니까. 그러니까….”
막시모프가 마릭의 가슴 언저리를 열망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어쩔 수 없네요.”
마릭은 제 가슴속 주머니에서 어떤 자그마한 봉지를 꺼내었다.
“이걸 달라는 말이죠?”
“ㅇ… 예!”
툭.
“…자, 가지든지 말든지.”
마릭이 그것을 땅바닥에 던지자, 막시모프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것을 얼른 집어 들었다.
“가, 감사합니다!”
연신 감사 인사를 전한 막시모프는 그 봉지 속에 든 하얀 가루를 다급하게 흡입하기 시작했다.
“헤헤….”
순간 풀려버린 그의 눈. 그 모습에 마릭은 스스로에게 감탄했다.
‘내가 만들었지만, 효과 한번 빠르군.’
헤실헤실 웃기 시작한 막시모프를 보며, 마릭은 윤현민을 떠올렸다.
‘가지고 놀다가 나중에 질리게 되면. 그도 저렇게 만들어 버릴까. 그편도 재밌을 것 같은데.’
마릭은 윤현민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고민에 잠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