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47
147화 유비무환
형사의 입에서 타겟이라는 단어가 나온다는 것은, 보통 범죄와 관련된 일일 확률이 높았다.
‘이 경우엔 두 가지 정도로 해석할 수 있겠어.’
내 목숨을 노리던가, 내 사업을 노리던가.
그러나 전화 너머 형사의 목소리가 다급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후자일 가능성이 컸다.
아니나 다를까.
“제가 타겟이 되었다니요? 그게 무슨 말이죠?”
-폴 하프만의 자택을 수색하던 중, 마릭 알파이즈가 당신의 사업들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하게 되었습니다.
드웨이크 핸슨 형사는 마릭 알파이즈가 내게 관심을 가지는 이유가, 내 사업을 모두 빼앗기 위함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해주었다.
“그럼, 폴 하프만이 그 마릭 알파이즈라는 사람과 관련이 있다는 말씀입니까?”
-정황상 그래 보입니다. 다만, 폴 하프만이 이렇게 순순히 잡혀 왔다는 것은. 마릭 알파이즈가 폴 하프만과의 관계를 정리했다는 뜻이 됩니다. 그게 아니었다면, 폴 하프만을 진작 빼내었을 테니까요.
그래, 그건 그렇다고 치자.
나는 형사님의 말에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점이 하나 있었다.
“…만난 적도 없는 마릭 알파이즈가 대체 왜 저를 노리는 거죠?”
-그것은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만, 모종의 계기로 당신이 그의 흥미를 끌었다고 추측됩니다.
드웨이크 형사는 마릭 알파이즈의 과거를 간단히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그는 세계적으로 온갖 불법적인 일에 손을 대는 인물입니다. 불법 총기류 판매, 마약, 도박 등. 음지 사업의 대부분을 장악하고 있죠.
“…그런데요?”
-그래서 그는 일반적인 사업에는 손을 대지 않습니다. 불법으로 벌어들이는 돈이 어마어마하니, 굳이 머리아프고 귀찮은 일들을 할 필요가 없는 거죠.
“더욱 이해가 안 되네요. 그런 사람이 뭐 때문에 제 사업들을 노린다는 겁니까. 제 사업은 절대 간단하지 않은데요.”
운 좋은 내가 운영해서 그렇지, 보통 사람은 하나만 가져도 운영하기에도 벅찰 것이다.
-말씀드린 것처럼 마릭 알파이즈는 양지의 사업은 손대지 않습니다만, 단 하나의 예외가 있습니다.
“…예외라면?”
전화 너머에서 드웨이크 형사의 숨 삼키는 소리가 들려왔다.
-…바로 재미있는 장난감을 발견했을 때입니다.
“예?”
-마릭 알파이즈는 흥미가 생긴 상대를 자신이 질릴 때까지 괴롭히는 것으로 유명합니다. 그것도 상대가 성공한 분야에서, 마릭 스스로가 더 성공하며 철저하게 농락하죠.
그 말에 나는 또 하나의 의문점이 생겼다.
“정말 마릭 알파이즈가 제 사업들을 노리고 있다는 명확한 근거가 발견된 건가요?”
드웨이크 형사는 폴 하프만의 집을 수색하다, 마릭 알파이즈가 나를 노리고 있다는 정보를 입수했다고 했다.
하지만 방금 나눈 대화에선 마치 형사의 추측에 가깝다는 뉘앙스가 많이 느껴졌었다.
-…아뇨, 명확한 증거가 있는 것은 아닙니다.
“역시… 그런데 왜 그렇게까지 확신에 찬 어조로 말씀하신 건가요?”
-그건….
형사는 뭔가에 지친 듯한 한숨을 내쉬었다.
-…제가 무려 6년이나 마릭 알파이즈를 쫓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드웨이크 형사는 약간의 한숨과 함께, 계속해서 말을 이어나갔다.
-형사는 한 범인을 오래 쫓다 보면, 말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특유의 감이 생기게 됩니다. 저 또한 마릭을 쫓으며 그러한 감각이 자연스럽게 커지게 되었죠.
“그럼 그 형사님의 직감으로 제가 노려지고 있다고 생각하신 거군요.”
-…예.
그 말에 나는 궁금해졌다.
“대체 폴 하프만의 집에서 뭐가 나왔길래, 형사님께서 그렇게 생각하셨는지 알고 싶네요.”
-그건….
“어렵겠지만, 말씀해 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형사님의 직감이 옳다면, 이제 저도 당사자이니. 사소한 것 하나라도 더 알고 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
이런 나의 말에 드웨이크 형사가 잠시 고민하더니, 곧 입을 열었다.
-…폴 하프만의 자택에서 발견된 것은, 당신의 모든 사업에 대해 정리한 보고서였습니다. 그리고 저는 폴 하프만이 이 자료를 누군가에게 보낸 흔적을 찾아내었고, 추적 결과 수신자가 ML638이라는 아이디를 사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습니다.
“ML638이요…”
-네, 마릭의 약자입니다.
드웨이크 형사는 마릭은 이메일을 주기적으로 바꾸는데, 이때 자신의 이니셜에 숫자를 조합한 아이디를 즐겨 쓴다고 말해주었다.
-전에 마릭의 부하를 잡아, 그의 소지품을 뒤졌을 때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비슷한 일이라면 어떤…”
-그 부하가 소지하고 있던 물품 중에는, 마릭에게 보낸 어느 사업들의 보고서가 있었죠. 당시에 저는 그 보고서를 대수롭지 않게 읽고 넘겼었습니다. 보고서 속의 기업 사장님께 연락할 생각도 안 하고 말이죠.
후우….
드웨이크 형사님은 긴 한숨을 내뱉으며 말을 이어나갔다.
-그리고 그 보고서에 적힌 사업체들이 몇 달 뒤에 어떻게 되었을지 상상이 가십니까?
“…어떻게 되었는데요?”
-마릭의 말도 안 되는 사업 수단에 의해 모두 망해버렸습니다. 그 잘나가던 기업의 CEO들은 모두 빚더미를 짊어지게 되었죠.
나는 나도 모르게 입을 벌렸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사람이길래, 이런 일을 벌일 수가 있는 거지?’
그것도 베테랑으로 보이는 드웨이크 형사님이 수년간 쫓아다녔었는데, 단 한 번을 잡히지도 않고 말이다.
-그래서 미스터 윤에게 연락하여 알려드린 겁니다. 같은 실수를 두 번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요.
스피커를 통해 들려온 형사의 목소리엔 진심이 많이 묻어나 있었다.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지 않습니까?”
-예?
“제게 뭔가의 도움을 바라시는 거죠? 그래서 부하 형사를 시키지 않고, 이렇게 직접 전화를 주신 것 아닌가요?”
그런 내 말에 드웨이크 형사가 꽤 놀라워하는 반응을 보였다.
-맞습니다. 미스터 윤도 감이 좋으시군요.
“감사합니다.”
-그럼 돌려 말하지 않겠습니다. 미스터 윤, 마릭 알파이즈를 잡기 위해선 당신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협조라면 어떤 협조를 말씀하시는 거죠?”
정말 마릭 알파이즈게 내 사업을 노린다면, 나는 기꺼이 형사님에게 협조할 생각이 있었다.
-상대 회사를 망하게 만드는 데 성공했을 때, 마릭 알파이즈는 어떤 식으로든 반드시 망한 회사의 대표와 대면합니다. 그러니….
“…그때 형사님에게 연락해달라는 말씀이시군요.”
-네, 맞습니다.
나는 그런 형사의 부탁에 조금은 곤란한 목소리로 답했다.
“그건 어렵겠는데요?”
-…왜죠? 마릭 알파이즈는 생각보다 영악하고 악랄한 놈입니다. 이번에는 반드시 잡아야 한단 말입니다.
“그건 동의해요. 그런데 방금 형사님이, 마릭 알파이즈와 제가 대면하기 위해선 제가 완전히 망해야 한다고 하셨잖습니까.”
-그…렇죠?
“그러니 그건 불가능합니다. 저는 제 사업을 절대로 망하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니까요.”
형사님은 내가 마릭에게 결국 당할 거라는 것을 전제로 말한 것이었다. 아마, 수년간 마릭이라는 인물을 쫓으며 그의 능력을 보았을 테니. 무의식중에 그렇게 생각했던 것 같아 보였다.
하지만 나는 절대로 내 회사를 망하게 놔둘 생각이 없었다.
-미스터 윤의 마음은 알겠습니다만. 이미 타겟이 되었다면, 그런 것은 결국, 무의미할 뿐입니다. 마릭 알파이즈는 그런 각오로는 막을 수 없는 인물이니까요. 제가 당신에게 연락을 드리고 경고를 한 이유는, 손실을 최소한으로 줄이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뿐입니다.
“…한국에 길고 짧은 것은 대 봐야 안다는 말이 있습니다. 잘하고 못하는 것은 실제로 겨뤄보고 겪어봐야 알 수 있다는 뜻이죠.”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것인지 알겠습니다만, 마릭은….
“형사님. 형사님이 마릭 알파이즈라는 인물에 대해 잘 알고 있기에, 저의 이런 말이 우습게 들리실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저 또한 만만한 인물은 아닙니다.”
나는 강한 행운을 가진 사람이다.
‘전에 라힘 왕자가 마릭 알파이즈라는 사람도 엄청난 행운을 가지고 있다고 했었지.’
하지만 그렇다고 내 운이 그 마릭 알파이즈라는 사람보다 낮지는 않을 것이다.
‘어쩌면 동급 정도 되겠지.’
드웨이크 형사는 마릭 알파이즈를 수년간 쫓았다고 말했었다. 또한 라힘 왕자는 그가 전쟁터에서 맨몸으로 총을 팔고 다녀도, 털끝 하나 다치지 않았다고 이야기해 주었었다.
이 이야기들이 모두 사실이라면, 마릭 알파이즈는 매우 강한 운을 가진 사람이 맞았다.
‘폴 에이프릴이라는 사람도 운이 참 강했었지.’
그와의 카드 게임은 서로가 우위를 쉽게 점하지 못하고, 결국 무승부로 끝나고 말았었다.
이러한 사실로 미루어 볼 때, 나만큼이나 운이 좋을 마릭 알파이즈를 상대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 예측할 수 있었다.
‘하지만 반대로 마릭 알파이즈 또한 나를 상대로 100% 이길 수 없겠지.’
서로의 조건은 같다. 그러니 달리 말하면, 이 세상에서 오직 나만이 마릭 알파이즈와 대등하게 싸울 수 있다는 것이 된다.
‘게다가 드웨이크 형사가 그의 존재를 알려준 덕분에, 미리 마릭 알파이즈의 수작을 대비할 수 있게 되었어.’
유비무환.
미리 대비한다면 아무런 걱정이 없을 것이다.
‘마릭이나 에이프릴 씨 이외에도 강한 행운을 가진 사람들이 또 있을까?’
아마 있다고 해도, 우리만큼 강한 운을 가지지는 못했을 것이다.
‘만약 그런 사람들이 많았다면, 세상이 벌써 떠들썩했을 테니까.’
하지만 아주 조금이라도 운이 좋은 사람이 나를 방해하러 나타날 가능성은 있었다.
‘그들이 나나 마릭 알파이즈만큼 운이 좋진 않겠지만, 그럼에도 신경이 거슬릴 정도의 방해를 할 수는 있을 거야.’
그러니 미리 대비를 한다면, 운에 의지하지 않아도 상대할 수 있을 만큼 준비하는 편이 좋을 거라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이러한 내 생각을 드웨이크 형사님에게 모두 설명할 수는 없었으므로, 나는 일단 한발 물러나는 척 말했다.
“좋습니다. 형사님에게 협력할게요. 대신, 한 가지 부탁이 있습니다.”
-예, 말씀하세요. 어떤 부탁입니까?
“제게 자료를 좀 보내주세요.”
-자료요? 자료라면 어떤…
“전에도 마릭 알파이즈가 다른 기업들을 노린 적이 있었다면서요. 그때, 그가 어떤 전략과 방식으로 앞서나가던 기업들을 이길 수 있었는지를 알고 싶습니다.”
몇 년이나 마릭 알파이즈를 쫓았다고 했으니, 그런 자료 정도는 수집해 놓았을 것이다.
-알겠습니다. 그렇게 하죠.
“감사합니다. 그럼 말씀하신 대로 마릭 알파이즈가 운영하는 것 같은 경쟁 기업이 나타나게 되면, 바로 연락드리겠습니다.”
나는 통화를 종료한 뒤, 곧장 자비르 씨에게 말했다.
“마릭 알파이즈라는 인물에 대해 알아봐 주세요. 아마, 두바이의 라힘 왕자에게 연락하면.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겁니다.”
“알겠습니다. 돌아가는 대로 바로 알아보겠습니다.”
지피지기면 백전백승이다.
스스로에 대해선 이미 잘 알고 있으니, 이제 적에 대해 알아야 할 차례이다.
‘내가 어떻게 이룬 것들인데. 절대 빼앗길 수 없지.’
나는 그렇게 각오를 다지며, 자비르 씨에게 아까 생각했던 에보를 이용한 보안 강화 계획을 말해주었다.
“회사가 커지고, 제가 유명해진 만큼. 앞으로는 우리의 것을 훔치려고 드는 놈들이 나타나게 될 겁니다.”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혹시 보안을 강화할 만한 또 다른 아이디어가 있다면, 언제든 말씀해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다시 출발해 볼까요?”
자비르 씨는 고개를 끄덕이며, 차에 시동을 걸었다.
부릉-!
운전대에 손을 올리던 자비르 씨가 출발하기 직전, 뭔가가 떠올랐다는 듯 다시 내게 고개를 돌렸다.
“사장님, 보안도 보안이지만. 안전도 생각하셔야 하지 않겠습니까?”
“안전이요?”
“네. 꼭 마릭 알파이즈의 일이 아니더라도, 사장님은 세상에 얼굴이 많이 알려졌으니까요. 이제 거리를 걸어도 별의 별사람들이 다가오게 될 겁니다.”
자비르 씨의 말대로 일지도 모른다.
“그럼 어떻게, 경호원이라도 고용해야 할까요?”
“저는 그러는 편이 좋을 것 같다고 생각합니다.”
경호원이라.
‘하긴, 전에도 구상민 씨와 이런 비슷한 대화를 나누었었지.’
그땐, 싸움을 잘하는 자비르 씨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확실히, 안전에 신경을 조금 더 쓰긴 해야 할 것 같아.’
세상에서 가장 싸움을 잘하기로 소문난 어느 복서도, 엄청난 덩치의 경호원을 여럿 거느리고 다니지 않는가.
그뿐만 아니라 유명한 가수, 배우, 세계적인 기업의 CEO도 경호원을 고용한다.
‘외국이라 더욱 안전에 신경을 쓰는 걸 꺼야.’
한국에서야 위험한 일이 없겠지만, 나는 외국에 나가는 일도 잦으니. 경호원이 필요하긴 할 것이다.
그러므로.
‘적당한 인물이 있는지 한 번 알아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