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48
148화 내기 계약 (1)
나는 고민했다.
‘경호원을 몇 명이나 뽑아야 하지?’
유명인들이 고용한 경호원의 수는 매우 다양했다.
일상생활이나 가끔 특별한 날에만 경호원이 필요한 경우엔 한 명에서 두 명 정도면 충분했지만, 24시간 경호가 필요한 경우엔 많은 수의 경호원이 필요했다.
‘그 유명한 권투선수도 경호원을 9명 이상 데리고 다니지.’
크리스토퍼와 윌 게이츠 씨에게 동시에 연락하여 물어보니. 두 사람은 경호원과 계약할 때 팀 단위의 전문 경호 업체와 하는 것이 편하다는 충고를 해주었다.
‘24시간 경호를 하려면 경호원분들이 반드시 교대 근무를 하게 될 테니까.’
두 사람은 자신들이 이용하는 전문 경호 업체를 소개해 주었다. 하지만 나는 스스로가 그 정도로 유난을 떨 수준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이건 너무 과해.’
내가 세상에 없어선 안 될 중요 인물이라거나, 누군가 내 목숨을 노리는 것이 아닌 이상. 내게 24시간 밀착 경호는 전혀 필요한 서비스가 아니었다.
‘내가 경호원이 필요한 이유는, 그저 해외에 나갔을 때 혹시 모를 사태를 대비하려는 것뿐이야.’
나는 운이 매우 좋으니, 원래라면 단 한 명의 경호원도 필요하지 않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 운이 좋은 사람들을 만나게 되면서, 그 생각이 조금 바뀌었다.
‘마릭이나 에이프릴 씨처럼 운 좋은 사람이 내게 위해를 가할 수도 있으니까.’
그럴 확률은 극히 희박하긴 하지만, 그 만약을 대비해 경호원 한 명 정도는 고용해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래, 가장 우수한 실력의 경호원을 딱 한 명만 고용하자.’
그러면서 나는 경호 실력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도 뛰어난 인물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자비르 씨가 싸움 실력도 뛰어난 비서인 것 처럼. 내 경호원은 어느 정도 두뇌 회전이 빠른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이런 내 생각을 두 사람에게 말하자, 신기하게도 두 사람의 입에서 같은 이름이 튀어나왔다.
-올리버 앤더슨.
-그가 미스터 윤이 찾는 딱 알맞은 인물일 것 같은데.
윌 게이츠 씨와 크리스토퍼는 이전에 자신들이 영입하려다 실패한 한 인물에 대해 이야기해 주기 시작했다.
***
두두두두-
어두운 밤.
한 대의 커다란 헬기가 드넓은 정글 숲 한가운데에 내려앉았다.
“다들 빨리 내려!”
헬기에는 총 6명의 사람이 타고 있었는데, 그들 모두 무장을 한 상태였다.
“야간 투시경 착용!”
리더로 보이는 남성의 지시에 나머지 다섯 명이 일사불란하게 야간 투시경을 장착했다. 그러자 어둡고 컴컴하던 시야가 밝아졌다.
“서두르자.”
리더는 GPS 장치로 누군가의 위치를 확인하였고, 두 손가락으로 어딘가를 가리켰다.
“서쪽 1km 지점에 그가 있다.”
고개를 끄덕인 팀원들이 알아서 각자의 포지션을 잡아, 이동하기 시작했다.
스르르-
샤아아-
뱀과 도마뱀, 그리고 온갖 벌레 소리가 곳곳에서 들려왔지만, 그들은 인상도 찌푸리지 않으며 천천히 앞으로 나아갔다.
그렇게 약 500M를 전진했을 때, 팀원 중 한 명이 뭔가를 발견했다.
“대장, 저거…!”
그것은 아무렇게나 방치된 모닥불의 흔적이었다. 리더로 보이는 사내가 그 흔적에 가만히 손을 대어보았다.
“차가워.”
그것은 모닥불을 한동안 피우지 않았다는 뜻이므로, 이곳이 오랫동안 쓰이지 않은 장소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어째서?’
간이 텐트도 설치되어 있는 이 장소를 왜 그는 쓰지 않았던 걸까.
‘…그를 찾으면 알 수 있겠지.’
리더는 고개를 갸웃하며 외쳤다.
“가자.”
그들은 조금 속도를 올렸다. 리더는 계속해서 GPS 장치를 보며 팀원들에게 나아갈 방향을 알려주었다.
그렇게 약 10분 후.
“저기 좀 보십시오!”
팀원이 가리킨 곳에는 정글의 풀과 나무줄기로 만든 듯한 움막이 있었다.
“GPS 신호도 바로 저기에서 잡히는군.”
리더가 손짓하자, 팀원들은 일제히 그곳에 총을 겨누며, 천천히 움막에 다가갔다.
화악-!
긴장된 표정으로 움막을 가리던 커다란 나뭇가지를 젖히자, 안에는 거의 벌거벗다시피 한 사람이 가쁜 숨을 헐떡이며 쓰러져 있었다.
‘어떻게 할까요?’
팀원 중 하나가 리더를 바라보았다.
‘확인해봐.’
리더가 턱짓하자, 가장 앞에 있던 팀원이 남자의 어깨를 흔들며 말을 걸었다.
“에단 블레이크 씨, 당신입니까?”
“으으… 물….”
“에단 씨? 구조 신호를 보낸 사람이 당신 맞습니까?”
“아…아….”
남자는 오랫동안 수분을 섭취하지 못한 듯, 입술이 비쩍 말라 있었고. 정글 속에 오랫동안 갇힌 탓인지,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였다.
“무울….”
남자는 허공에 헛손질하며, 계속 물을 달라고만 반복했다.
“알버트, 네 수통을 건네줘.”
리더의 말에 남자에게 말을 걸었던 팀원이 허리춤에서 수통을 꺼내 남자에게 내밀었다.
“자, 여기 있습니다.”
벌컥벌컥!
남자는 수통을 건네받자마자 단번에 수통의 물을 모두 들이켰다.
“후아…!”
그러자 남자는 조금 정신이 돌아오는지,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상황을 파악하려 하였다.
“절… 구하러 오신 겁니까?”
“네, 맞습니다. 에단 블레이크 씨가 구조 신호를 보내지 않으셨습니까.”
남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구조 신호는 제가 보낸 것이 맞습니다. 하지만 저는 에단 블레이크가 아닙니다.”
“예?”
그 말에 놀란 팀원이 즉시 리더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리더는 팀원에게 비켜보라고 손짓한 뒤, 남자와 눈높이를 맞추며 물었다.
“그럼 너는 누구지?”
“저는 에단 블레이크 씨의 경호원입니다.”
“…아, 네가 몇달 전에 에단 블레이크가 고용했다는 바로 그 경호원이었나 보군. 그럼 에단 블레이크는 지금 어디에 있지?”
친절한 목소리의 팀원과는 달리, 어딘가 위압적인 리더의 분위기에. 남자는 어깨를 움츠리며 대답했다.
“제 고용주는 비행기가 추락했을 때, 큰 상처를 입고 말았습니다. 제가 며칠간 최선을 다해 돌봐드렸지만, 결국….”
안타깝다는 듯이 눈을 내리까는 남자의 반응을 보며, 리더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럼 에단 블레이크 씨의 시신은 어떻게 했지?”
“땅에 묻어드렸습니다.”
“어디인지 안내할 수 있나?”
“안내해 드릴 수는 있지만… 이렇게 어두운 한밤중에 굳이 가야 합니까? 나중에 날이 밝은 후에 이동해도….”
“당장 안내해.”
남자는 곤란하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안 됩니다. 정글의 밤은 무척이나 위험하다고요.”
“우리는 에단 블레이크 씨의 시신이라도 찾아야만 한다. 그래야만 돌아갈 수 있어. 너도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면, 협조하는 게 좋을 거다.”
이어서 리더는 남자에게 조금이라도 빨리 정글을 벗어나고 싶다면, 당장 에단 블레이크 씨가 묻힌 곳을 안내하라고 말했다.
“…어쩔 수 없겠네요. 그럼 제게도 야간 투시경을 하나 주세요. 아, 그리고 먹을 것도 좀….”
“좋다.”
리더는 예비용으로 들고온 투시경 하나와 초코바를 남자에게 건네주었다.
“안내해.”
그렇게 남자는 초코바를 우적 씹으며, 어두운 정글 숲을 앞장서 걷기 시작했다.
.
.
.
‘이상하군.’
남자가 안내를 시작한 지 벌써 30분의 시간이 흘렀다.
‘아까부터 주변을 빙글빙글 돌기만 하잖아.’
처음에는 어두운 정글 숲에서 길을 착각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렇게까지 길을 못 찾는다는 것은 말이 안 되었다.
‘정글에 오랫동안 방치 된 사람이 시신을 멀리 옮길 수 있었을까?’
불가능했다.
그러니 시신이 묻힌 장소는 반드시 이 근처여야만 했다.
‘그러고 보니 이상한 게 하나 더 있어.’
탈수 증세가 왔다기엔 남자의 몸은 근육이 전혀 빠지지 않아 아주 탄탄해 보였다.
‘설마 연기를 한 걸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에단 블레이크는 자신의 경호원과 단둘이서 경비행기를 타고 이동했었어. 그러니 이 정글에 있는 사람이라고는 우리뿐.’
그러니 저 남자가 유일하게 이 정글을 탈출시켜 줄 그들을 왜 속인단 말인가.
‘설마 에단에게 충성하는 마음으로 우리를 적대한다고 해도, 실행에 옮기기는 매우 힘들어.’
이쪽은 중무장한 용병이 무려 여섯이나 된다. 그런 그들을 맨몸으로 상대한다는 것은 미친 짓이나 다름없었다.
그러니 저 남자가 우리를 속이려 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 일이었다.
“대장.”
그때, 남자와 함께 걸으며 여러 가지를 묻던 팀원이 리더에게 다가와 러시아어로 속삭였다.
“…저 남자가 뭐라고 했지?”
“주변이 어두워서 헷갈린다고 하더군요. 게다가 묻힌 장소가 정확히 어딘지 기억이 희미하다고 합니다.”
“매우 수상하군.”
“그렇죠? 어떻게 할까요?”
“음….”
리더는 잠시 고민했고, 이내 결단을 내렸다.
“시간이 없어서 평화롭게 일을 해결하려 했지만, 이렇게 되면 어쩔 수 없지.”
리더는 조용히 허리춤의 칼을 뽑으며 말했다.
“팀원들과 함께 제압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심문을 통해 에단의 시신이 묻힌 장소를 알아낸다.”
“예.”
“명심해. 우리가 받은 최우선적인 명령은, 에단이 가지고 있던 목걸이 속 데이터 칩을 회수하는 것이다.”
고개를 끄덕인 부하가 다른 팀원들과 눈빛을 교환하는 사이, 남자는 정글의 울창한 나무를 더듬거리며 뭔가를 찾고 있었다.
“이봐 지금 뭐하는…!”
그런 남자의 모습을 확인한 팀원이 그에게 다가가 어깨를 거칠게 붙잡았고.
푸욱!
“커어….”
곧 살이 갈라지는 소름 돋는 소리와 함께, 팀원의 외마디 단말마가 들려왔다.
쿵-
순식간에 벌어진 일에, 팀원들은 무척이나 당황했지만. 이성 보단 본능으로 움직이는 훈련을 받은 그들은, 즉시 남자의 주변을 에워싸기 시작했다.
“너 뭐야!”
팀원의 성난 물음에, 남자는 죽은 팀원의 몸에서 뽑아 든 마체테를 쥐고 자세를 잡으며 대답했다.
“기껏 구조 신호를 보냈더니, 이상한 놈들이 기어 왔군. 뭐, 예상했던 바이지만.”
남자의 입에서 유창한 러시아어가 흘러나오자, 리더와 대화를 주고받았던 팀원이 흠칫 놀랐다.
철컥.
“이봐.”
리더가 남자에게 칼과 권총을 겨누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냉정하게 생각하지. 지금 너 혼자 우리 모두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나?”
남자를 향해 겨눠지는 다섯 정의 총. 그에 비해 남자는 고작 마체테 한 자루가 전부였다.
“에덤 블레이크는 살아있나?”
그 말에 남자는 어깨를 으쓱였다.
“무의미한 질문이라고 생각하는데. 고용주가 살아있으니, 내가 이러는 것 아닐까?”
“…그렇군. 혹시나 해서 확인해본 것뿐이다.”
“뻔한 걸 굳이 묻는 것을 보니, 대가리 회전이 느린 녀석이군. 리더가 저 모양이면, 그 팀은 생존확률이 확 떨어질 텐데.”
남자의 도발에 리더는 눈썹을 살짝 찡그렸을 뿐, 별다른 미동은 보이지 않았다.
“살 기회를 주지. 에덤 블레이크의 위치를 대라.”
“오? 솔깃한 제안인데? 하지만 거절할래.”
“어째서지?”
리더는 곧 몸에 바람구멍이 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저런 여유를 부리는 남자가 이해되지 않았다.
“그게….”
남자가 천천히 한 발 짝 물러나며 무언가를 밟았고. 정글 숲에서 들려선 안 될 소리가 들려왔다.
“무기는 너희만 가지고 있는 게 아니라서.”
딸깍-
희미하게 들려오는 격철음에 리더가 대경실색한 목소리로 외쳤다.
“엎드려!”
번쩍-!
어두운 정글 숲에 섬광탄의 새하얀 빛이 강렬하게 비추었다.
서걱-!
으악!
두두두두-!
재빨리 귀를 막고 눈을 감은 채 고개를 돌렸던 리더는, 주변에서 들려오는 희미한 비명에 잔뜩 긴장하며 풀숲에 몸을 숨겼다.
‘어디냐…!’
이윽고 섬광탄의 빛이 걷혔을 때, 리더는 되찾은 시야로 빠르게 주변을 훑었다.
‘젠장!’
눈앞에는 모든 팀원이 쓰러져 있었다. 리더는 전방으로 총구를 겨누며 숨소리를 죽였다.
‘대체 어떻게 된 일이지?’
분명 맨몸이었다. 칼 한 자루를 쥐고 있었지만, 그것은 총을 든 그들에겐 별 소용없는 무기였을 터.
‘그런데 어떻게 순식간에 이런 결과를 만들 수가 있는 거지?’
그들이 설치한 폭약으로 에단 블레이크의 비행기를 폭파한 지 무려 석 달이 지났다. 아무리 전투의 달인이었다고 한들, 이런 환경에서 석 달이나 있으면 컨디션이 무척이나 나빠졌을 터.
‘빌어먹을.’
어떻게 된 일인지 도저히 모르겠지만, 일단 놈을 제압하는 것이 먼저였다.
‘나와라.’
풀숲에서 리더는 한참이나 놈이 나타나길 기다렸다.
“…….”
하지만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놈은 코빼기도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더 흘렀을까.
‘젠장.’
이러고 있을 시간이 없었다. 자신이 이러고 있는 동안, 혹시라도 그 남자가 이미 멀리 도망쳤다면. 임무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 뻔했다.
부스럭-
리더는 어쩔 수 없이 풀숲에서 나와, 총구를 겨누며 천천히 나아갔다.
저벅.
저벅.
그렇게 한 걸음씩 앞으로 나아가던 그가, 쓰러진 팀원의 시신 옆을 걸었을 때.
덥썩!
누군가 자신의 발목을 붙잡았다.
“기다렸잖아.”
죽은 팀원으로 위장해 엎드려 있던 남자가 씨익 웃었다.
두두두두-!
소스라치게 놀란 리더가 총을 발사했지만, 남자가 발목을 잡아당기는 바람에 중심을 잃고 넘어져. 총알은 하늘로 발사되었다.
푸욱-!
“끄윽!”
쓰러진 리더를 순식간에 마체테로 꿰뚫어 제압한 남자는, 즉시 총을 빼앗아 그를 겨누었다.
탕! 탕! 탕! 탕!
네 번의 총성과 함께, 리더의 팔다리가 축 늘어졌다.
“끄윽!”
리더는 고통을 참아내며, 남자를 노려보았다.
“묻고 싶은 게 있는데. 누가 보낸 거지?”
“하아… 하아… 당연히 말할 수 없다는 걸 너도 알….”
“…그래?”
서걱.
“끄아아아!”
“한쪽 아킬레스건을 잘랐어. 이제 하나만 더 자르면 너는 걷지 못하는 몸이 될 거야. 이 정글 숲속에서 그런 몸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 것 같아?”
“…그래도 나는 말하지 못… 끄아아악!”
“축하해. 이제 걷지 못하게 되었네.”
남자는 씨익 웃으며 자리에서 일어섰다.
“두 번째 기회를 줄게. 누가 보냈는지 말하면, 너를 데리고 가줄게. 싫으면 여기에서 악어 밥이나 되시던가.”
“…….”
자신의 몸뚱이가 악어에게 집어삼켜지는 상상을 한 리더의 두 눈동자가 흔들렸다.
‘이놈은 진짜다…!’
몇 번 묻지도 않고, 벌써 두 개의 아킬레스 건이 잘려 나갔다. 그 말인즉, 이놈은 그가 대답하든 하지 않든 별로 미련이 없다는 뜻이 된다.
한참을 고민하던 리더가 마침내 입을 열었다.
“…약속은 지켜주겠지?”
“물론.”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망설이던 리더는 한 사람의 이름을 내뱉었다.
“역시, 그 사람일 줄 알았어. 알려줘서 고마워.”
“그럼 이제 나를….”
탕!
“미안, 어쩔 수 없었어. 너를 살려두면 내 고용주가 위험해질 것 같아서 말야. 그래도 악어밥이 되는 것보단 덜 고통스럽게 해줬으니, 너무 원망하지는 마.”
“커헉…! 대, 대체 너는 누구….”
“나? 올리버 앤더슨인데?”
“뭐… 네가…”
희미해져 가는 의식 속, 리더는 생각했다.
‘하필이면 그 괴물 놈이었다니….’
그렇게 리더의 숨이 끊기자, 남자는 콧노래를 부르며 곧장 자신의 고용주가 숨어있는 장소로 향했다.
“이제 나오세요.”
“후우… 다 끝난 건가요?”
아까 리더가 다 꺼진 모닥불이 있던 곳. 그곳 근처의 풀숲에 파둔 땅굴에서, 에단 블레이크가 모습을 드러냈다.
“네, 이제 문명사회로 돌아갈 시간입니다.”
올리버는 에단을 데리고 아까 용병들이 타고 온 헬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출발해.”
총구가 겨눠지자, 잔뜩 겁먹은 조종사가 곧장 헬기를 이륙시켰다.
타다다다다-!
요란한 소리와 함께 헬기가 떠오르자, 당장이라도 감격한 에단이 울먹이며 말했다.
“감사합니다, 당신이 아니었다면 나는 지금쯤….”
“됐어요. 나는 당신 덕분에 생고생했으니까, 그런 감사 인사는 별로 듣고 싶지 않네요. 계약만 아니었으면 버리고 가는 건데.”
“…그렇죠. 그래서 말인데 혹시 나와 한번 더 계약해줄 수는 없습니까? 이대로 돌아가면, 분명 동생이 내 목숨을 또 노리게 될 겁니다.”
올리버는 아까 리더에게 이 사태를 만든 장본인이 에단의 동생이라는 것을 들었고, 그것은 헬기에 도착하기 직전. 에단에게 알려줬었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계약하는지 잘 알고 있을 텐데요?”
“설마 이 상황에서도 그걸 또 하라는 말씀인가요?”
올리버가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나를 고용하고 싶다면, 그래야죠.”
“하아… 알겠습니다. 이번에는 또 어떤 내기입니까?”
“음… 동전 던지기 어떻습니까?”
에단이 마지못해 고개를 끄덕이자, 신이난 올리버가 조종사에게 말했다.
“이봐, 동전 남는 거 있으면 이리 줘봐!”
올리버는 조종사가 건네준 동전을 손에 쥔 채, 에단에게 물었다.
“앞? 뒤?”
“…뒤.”
팅!
튕긴 동전이 솟구쳤다가, 그대로 에단의 손바닥에 떨어졌다.
그리고 그 결과는.
“안타깝네요.”
앞이었다.
“미안하지만 더이상의 계약 연장은 어렵겠습니다.”
“하,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면 안 되겠습니까? 지금까지 우리의 인연을 봐서라도….”
“네. 절대로요.”
단호한 올리버의 표정에, 에단은 무척이나 실망할 수밖에 없었다.
“걱정 마세요. 그래도 착륙 후에 당신이 안전 가옥에 들어가기 전까진 지켜드릴 테니까.”
“…그것참 고맙네요.”
“하하, 뭘요.”
“…….”
그렇게 그들을 태운 헬기가 미국으로 향했다.
***
“그러니까, 그 올리버 앤더슨이라는 용병이 내기를 통해 건당 계약을 한단 말이죠?”
내기라는 말에 윤현민은 빙그레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