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50
150화 쉿! 조용히 해!
윤현민의 내기 제안은 무척이나 흥미로웠지만. 동시에 도저히 이해가 안 되기도 하였다.
‘열 번 연속으로 앞뒷면을 맞추겠다니… 그게 얼마나 극악한 확률인지 모르는 건가?’
무려 1/1024의 확률이다.
‘0.1%도 안 되는 확률에 배팅하겠다는 게 말이 되나.’
어쨌거나 그로서는 거절할 이유가 없는 제안이었다. 무려 100만 달러를 그냥 주겠다는 것과 다름없는데, 왜 거절하겠는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는 게 어때?”
하지만 정작 올리버의 입에서 튀어나온 말은 달랐다.
그는 이 철없는 동양인 부자의 혈기를 한 번 눈감아 줘야 한다고 생각했다. 아무리 큰돈을 먹을 기회라지만, 그의 양심이 도저히 이 내기를 마음 편히 받아들일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
동전을 다시 주머니에 넣으며, 올리버는 윤현민에게 충고했다.
“머리를 식히고 찬찬히 생각해봐. 그럼 당신 제안이 얼마나 터무니없는지 알게 될 거야.”
“…….”
이에 윤현민이 곰곰이 생각에 잠기는 듯 보였다.
‘…괜히 말해줬나.’
눈앞에서 100만 달러가 하늘로 날아가는 환영이 보였지만, 올리버는 고개를 저으며 아까운 감정을 털어냈다.
‘…그래, 경험상 이런 돈은 나중에 탈이 난다는 것을 배웠었잖아. 그러니 잘 말한 거야.’
그렇게 올리버가 스스로의 선택에 뿌듯해하고 있었을 때, 마침내 윤현민의 입이 다시 열렸다.
“저는 이 내기를….”
“그래, 철회해. 다음부턴 아무리 급해도 잘 생각하고 말할 수 있도록 하….”
“…꼭 해야겠습니다.”
“…뭐?”
올리버는 어이가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조금 화가 났다.
‘기껏 기회를 줬더니…! 정신을 못 차리고!’
지난 세월. 올리버는 부자들의 경호를 맡아왔고, 갑자기 부자가 된 젊은이들이 어떻게 몰락해왔는지 보아왔다.
‘쓸데없는 자존심과 패기, 그리고 과시로 돈을 탕진했었지.’
그의 시선에 윤현민은 돈을 자랑하느라 안달 난, 여느 철없는 갑부와 다름없어 보였다.
‘…그래, 이번 기회에 한번 호되게 당해보는 것도 좋겠지.’
그렇게 생각한 올리버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래, 내기해보자고. 대신 나중에 딴말하기 없기야.”
“올리버 씨야말로 딴말하지 말아요.”
하하.
어이가 없었다.
올리버는 대체 무슨 근거로 저런 자신감을 보이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럼 시작하지.”
다시 동전을 꺼내든 올리버가, 엄지에 동전을 올려둔 채 물었다.
“앞? 뒤?”
“음… 앞이요.”
팅!
빙그르르-
탁.
공중에 떠오른 동전을 손뼉 치듯 낚아챈 올리버가, 천천히 손바닥을 펴보았다.
“…일단 첫 번째 시도는 성공했어.”
결과는 앞면이었다.
“자, 다음은 앞일까 뒤일까.”
“이번엔… 뒷면으로 하죠.”
“그래 뒷면이라는 거지…”
그렇게 올리버가 다시 동전을 튕겼다.
탁.
결과는 윤현민이 말한 대로 뒷면이었다.
‘…그럴 수도 있지.’
확률은 반반.
그러니 두 번 연속으로 맞히는 일 것은 생각보다 흔한 일이었다.
“뒷면.”
“앞면.”
“다시 앞면.”
하지만 이렇게 연달아 다섯 번이나 맞히는 것은 절대로 흔한 일이 아니었다.
‘뭐야 이거?’
올리버는 속으로 경악했다. 내기와 도박을 좋아하는 그도, 다섯 번 이상 앞 뒷면을 맞히는 경우를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었으니 말이다.
팅.
탁.
여섯 번째 시도.
윤현민은 뒷면이 나올 것으로 예측했다.
‘아니겠지.’
그래 아닐 것이다.
6번째만 되어도 정말 말도 안 되는 확률이지 않은가.
그러나 손바닥을 펴서 결과를 확인한 올리버는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말도 안 돼….”
이번에도 윤현민이 맞췄다.
‘0.01%의 확률이었는데…’
대체 운이 얼마나 좋으면 이 확률을 뚫을 수 있는 걸까.
‘…하지만 그것도 이제 끝이야.’
지금부터는 미스터 윤이 앞뒤를 맞힐 확률이 0.01% 이하가 된다.
남은 기회는 4번.
그것까지 모두 맞힐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자, 7번째야. 앞면일까, 뒷면일까?”
“앞면 같네요.”
망설임 없는 대답.
그 자신감이 넘치는 얼굴에 올리버는 불안한 마음이 스멀스멀 올라왔지만, 이내 고개를 흔들며 그것을 털어내었다.
‘그래도 내가 내기에서 져서 정말 저 녀석에게 고용되는 일은 발생하지 않아. 그건 정말 말도 안 되는 확률이야.’
팅!
힘차게 튕긴 동전이 하늘로 솟구쳤다가 올리버의 손바닥에 툭 떨어진다.
“그럼… 확인한다.”
그렇게 올리버가 손바닥을 펼치려는 순간.
“뒷면.”
윤현민이 말을 바꾸었다. 이에 윤현민이 자신의 예측을 바꾸려 한다고 생각한 올리버가 대답했다.
“왜? 갑자기 불안해? 미안하지만 이미 예측한 것을 바꿀 수는 없….”
“그리고 앞면, 앞면.”
“…뭐?”
전혀 이해할 수 없는 말에 올리버가 고개를 갸웃하자, 윤현민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생각보다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는 것 같아서요. 나머지 게임도 한 번에 다 예측할 테니, 연속으로 동전을 던지시죠.”
“…하하!”
올리버는 그런 윤현민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
‘재밌네.’
지금껏 올리버와 계약 내기를 한 사람들은 모두 한결같이 간절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었다.
‘다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실력 좋은 나의 경호를 받고 싶어 했으니까.’
하지만 윤현민은 달랐다. 당연히 자신과 계약할 것이라고 믿는 것인지, 그의 눈빛엔 어떠한 불안감도 느껴지지 않았다.
“좋아. 그렇게 할게. 일단, 이번 게임 결과부터 확인하고.”
손바닥을 열어보니, 동전의 앞면이 보였다.
“…그럼 연속으로 동전을 던지도록 하지.”
팅… 탁…
8번째 동전을 던졌을 때까지만 해도 올리버는 여전히 절대 일어날 수 없는 일이라 생각했다.
“뒷면.”
팅… 탁…
9번째 동전을 던졌을 땐, 어떤 기대감이 들었다.
“…앞면.”
팅…! 탁!
그리고 마지막 10번째 동전을 던졌을 땐.
이젠 오히려 윤현민의 예측이 맞기를 바랐다.
‘무려 1024분의 1의 확률…!’
내기와 도박을 좋아하는 올리버는 이 경이로운 순간을 두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기 때문이었다.
“앞면인가요? 뒷면인가요?”
윤현민의 물음에 올리버는 떨리는 손으로 마지막으로 던졌던 동전을 확인하였다.
“뒷면….”
“예?”
마지막 10번째를 앞면으로 예측했던 윤현민이 동요했다.
‘그럴 리가 없는데…’
그렇게 윤현민이 동전을 확인하러 올리버에게 다가간 순간.
“…이 아니라 앞면! 앞면이라고! 와하하!”
환호성을 지르는 올리버의 손바닥에는 동전의 앞면이 놓여 있었다.
“내 평생 이런 광경을 볼 줄이야! 하하!”
내기에서 졌건만, 올리버는 마치 자신이 도박에 성공이라도 한 듯 윤현민을 얼싸안고 기뻐했다.
윤현민 또한 그런 올리버와 같이 환호하며 그에게 미소를 지어 보이며 말했다.
“그럼 올리버 씨.”
“하하! 왜 불러?”
“이제 계약 기간에 관해 이야기해 볼까요?”
“계약 기간? 그게 무ㅅ…”
그때 내기의 조건이 떠오른 올리버가 아차 하는 표정을 지었다.
“올리버 씨가 이기면 백만 달러, 제가 이기면 당신과의 계약 기간을 제가 마음대로 정해도 된다고 하셨죠.”
“그…랬지?”
웃음기가 싹 걷힌 올리버를 향해, 윤현민이 악수를 청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립니다, 올리버 씨.”
윤현민에게 제대로 물린 올리버가,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그의 손을 맞잡았다.
***
“그게 정말이야?”
내 제안에 올리버 씨가 반색하며 되물어왔다.
“그럼요, 정말이고 말고요.”
“진짜 계약 기간을 6개월로 해주는 거야?”
나는 그렇게 경우가 없는 사람이 아니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내기 한 번으로 한 사람과 노예 계약을 맺을 생각 따윈 전혀 없었으니까.
다만.
“대신, 6개월마다 무조건 저와 내기 계약을 하셔야 합니다. 제가 내기에서 승리하면 다시 6개월 연장. 올리버 씨가 승리하면 그대로 자유가 되는 거죠.”
“그 정도야 당연하지! 오히려 내가 바라던 바라고.”
기회를 주긴 할 것이다. 내가 다 이길 테지만.
“당신, 참 멋진 사람이군!”
그 사실을 모르는 올리버 씨는 나의 양심적인 계약 조건에 무척이나 감동했다.
‘두 사람에게 미리 정보를 들어 다행이야.’
나는 크리스토퍼와 윌 게이츠 씨에게, 올리버 씨가 늘 내기로 고용주와의 계약을 연장하거나 파기해 왔다는 것을 미리 들어 알고 있었다.
‘덕분에 정말 괜찮은 경호원을 구한 것 같아.’
아까 양아치들과의 싸움을 통해 실력도 어느 정도 봤고, 크리스토퍼와 윌 게이츠 씨의 보장도 있었다.
게다가 내기를 그렇게나 좋아한다니. 나에겐 정말 딱 알맞은 사람이었다. 왜냐하면.
‘나도 내기는 좋아하니까.’
그렇게 나는 나의 새로운 경호원이 된 올리버 씨와 함께, 술집을 나섰다.
“그럼 경호는 오늘부터 시작하면 되는 겁니까?”
어느새 정중해진 그의 말투를 보니, 내가 정말 그를 고용한 것이 실감이 났다.
“에이, 농담도….”
나는 농담인 줄 알았으나, 그는 정말 마음만 먹으면 지금부터 일할 수 있다는 기세였다.
“음, 그래 주시면 저야 감사하지만 술도 마셨고, 올리버 씨도 준비가 필요할 테니 내일 오후부터 같이 움직이는 것으로 하죠.”
“내일 오후에 어디로 가면 될까요?”
“캘리포니아 공항으로 오세요.”
“공항이라면… 해외에 일정이 있으신 겁니까?”
“해외는 아니고요. 뉴욕에 갈 일이 있습니다.”
“뉴욕에요? 뉴욕에는 무슨 일로…”
“크리스토퍼를 만나러 가야 하거든요.”
나는 그와 해결할 문제가 남아있었다.
‘성윤복 장인이 그랬었지.’
크리스토퍼는 누군가의 전화를 받았고, 나에 대한 정보를 넘겨주었다.
‘비록 그 정보라는 것이 별것 아닌 것들이긴 했지만. 그래도 확인은 해봐야지.’
성윤복 장인은 전화를 받은 크리스토퍼가 사색이 된 표정을 지었다고 했었다.
‘전화 너머의 상대는 크리스토퍼가 지난여름에 한 일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했었지.’
그 일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정황상 크리스토퍼가 전화 너머의 상대에게 협박을 당한 것은 분명했다.
‘문제는 그 전화 너머의 상대가 아마도 마릭 알파이즈일지도 모른다는 거지.’
만약 정말 그가 맞다면. 내 주변인을 협박하여 정보를 알아낸 이유가, 드웨이크 형사님의 말대로 내 사업들을 노리기 위해서일 것이 분명했다.
‘이런 대화를 전화로 할 수는 없으니, 직접 만나 자세한 이야기를 나눠봐야지.’
그렇게 다음 날.
나는 자비르 씨와 올리버 씨를 데리고, 뉴욕으로 향했다.
.
.
.
“…미스터 윤, 당신 뭐 하시는 분입니까?”
자힘 왕자의 전용기에서 내렸을 때, 올리버 씨가 내게 어이없다는 듯이 물어왔다.
“…제가 하는 일이 궁금하시다면, 뉴스나 기사를 검색해 보세요.”
“아니, 제 말뜻이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아시잖습니까. 어떻게 개인이 이런 호화로운 전용기를….”
“아, 그건….”
내가 올리버 씨에게 전용기에 대해 이야게 해주려던 그때.
“미스터 윤!”
내가 온다는 소식을 미리 전해 들었던, 크리스토퍼가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오랜만이야, 크리스토퍼.”
“하하! 실제로 얼굴을 보는 건 정말 오랜만인걸? 자, 어서 가자고. 내가 맛있는 음식을 준비해 두었으니까.”
나는 그가 미리 준비한 리무진을 타고 이동하기 시작했다.
달칵.
드넓은 리무진 안의 와인 보관대에서 고급 와인을 꺼내 고르던 크리스토퍼가, 여상한 말투로 내게 물었다.
“그런데 왜 갑자기 나를 보자고 한 거야?”
나는 그런 크리스토퍼에게 단도직입적으로 말했다.
“크리스토퍼, 혹시 마릭 알파이즈라는 사람 알아?”
“마릭 알파이즈? 그게 누군데?”
“…….”
크리스토퍼는 아무렇지도 않다는 목소리로 대답했고. 나는 그런 그의 반응에 무척이나 놀랐다.
쉿.
조용히 해.
왜냐하면 크리스토퍼는 지금, 다급한 얼굴로 입술에 검지를 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하, 그런 얘기보단 내가 어제 본 희귀한 동물 얘기를 들어보는 것은 어때?”
“…희귀한 동물? 뭘 보러 갔길래?”
“글쎄, 내가 어제….”
내가 장단을 맞춰주자, 크리스토퍼는 일상 이야기를 해주며 손가락으로 자신의 귀를 가리켰다.
‘…설마, 도청 장치가 있다는 뜻인가?’
나는 표정을 굳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