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51
151화 말이 안 되는데?
크리스토퍼는 예약해둔 식당의 프라이빗룸으로 나를 데려갔다.
“휴….”
리무진에서부터 굳은 표정을 유지하고 있던 크리스토퍼는 방에 들어서자마자 목의 넥타이를 느슨하게 풀며, 이제야 살 것 같다는 표정을 지었다.
“여기는 사업 파트너와 가끔 중요한 대화를 나눌 때 오는 가게인데, 방에 전파 차단 기능이 있어서 도청 걱정 없이 얘기할 수 있어.”
“…그래서 대체 무슨 일인데, 내 비서와 경호원까지 못 들어오게 한 거야?”
자비르 씨와 올리버 씨는 크리스토퍼의 요청으로 지금 다른 방에서 식사하고 있었다.
“너를 제외하면 아무도 믿을 수 없어서 말야.”
크리스토퍼는 두 사람이 매수당했을지도 모른다고 의심하고 있었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야? 대체 누가 뭐 때문에 당신을 감시한다고 생각하는 건데?”
나는 솔직히 조금 충격적이었다. 그 자유분방하고 활기 넘치던 크리스토퍼가, 지금은 뭔가에 쫓기듯이 불안해하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남자가 나를 감시하고 있어. 매 순간, 어디에서든.”
“…….”
“지금도 이 문밖에서 나를 지켜보고 있을 거야.”
손톱을 물어뜯으며 안절부절못하는 그의 모습은 뭔가 이상해 보였다.
‘…감시를 당하고 있다고?’
산전수전 다 겪었으며, 세계에서 가장 돈이 많은 사람 중 하나인 크리스토퍼가. 겨우 누군가에게 감시를 당하는 것으로 이렇게 불안해한다?
‘…이상해.’
크리스토퍼가 직접 말해주진 않았지만, 정황상 그를 협박한 사람은 마릭 알파이즈가 맞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이렇게 계속 크리스토퍼를 감시할 이유가 없어.’
드웨이크 형사님의 말에 따르면, 마릭은 지금 나의 사업을 빼앗기 위한 준비로 바쁠 것이다.
‘내 주위 지인들 모두를 감시한다면, 이해하겠어. 나의 정보를 하나라도 더 모을 수 있을 테니까. 하지만 유독 크리스토퍼만 감시한다는 것은 앞뒤가 맞질 않아.’
물론, 이미 다른 지인들도 모르는 사이에 감시를 당하고 있을 수 있겠지만. 만약 그랬다면 어떤 식으로든 내게 소식이 전해졌을 것이다.
‘다들 만만한 사람들이 아니니까.’
한 기업을 이끌고 있거나 이끈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감시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어쩌면 혹시…’
나는 크리스토퍼가 저렇게 불안해하는 이유를 두 가지 정도로 추측해보았다.
‘하나는 그저 크리스토퍼의 망상일 뿐이었다는 것.’
앞서 말했듯, 세계 최고의 부자 중 하나인 크리스토퍼를 불안하게 만들 정도로 감시를 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다.
그러니 그는 있지도 않은 도청과 감시를 두려워하고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고 있다는 것이 더 타당했다.
‘그리고 또 하나는 크리스토퍼가 매우 심각한 사건에 휘말렸다는 것.’
성윤복 장인이 말하길, 크리스토퍼는 마릭에게 지난여름에 네가 한 일을 알고 있다는 말을 듣고. 사색이 되었다고 했었다.
‘마릭에게 무슨 말을 들었는지는 모르겠지만, 분명 그것 때문에 크리스토퍼가 저렇게 된 걸지도 몰라.’
크리스토퍼의 망상이든 심각한 사건에 휘말렸든. 어쨌거나 그와 마릭이 나눈 대화를 알 수 있다면, 어느 쪽이든 확실해질 것이 분명했다.
“혹시 마릭 알파이즈라는 남자와 무슨 대화를 나눴는지 알려줄 수 있어?”
“…역시, 미스터 성에게 다 들었나 보네. 하긴, 그러니까 아까 리무진에서 마릭 알파이즈에 관해 물었던 거겠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맞아. 그래서 찾아온 거야. 나 조만간 마릭이라는 남자와 경쟁을 해야 할 것 같거든.”
그런 내 말에 크리스토퍼가 무척이나 놀란 표정으로 되물어 왔다.
“경쟁?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 이야기는 조금 이따가 할게. 일단 마릭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부터 설명해줘. 너도 그러려고 이런 전파방지가 되는 방으로 날 데려온 것 아니야?”
“맞아. 하지만 그걸 말하려면, 내 비밀 한 가지를 털어놔야 해. 내가 지난여름에 한 멍청한 실수를 말야. 그래서 말인데, 미스터 윤. 내 비밀 지켜줄 수 있겠어?”
크리스토퍼의 얼굴은 마치, 고해성사하기 직전의 사람의 그것을 닮아있었다. 뭔가에 두려워하면서도 후련한 그 표정에 나는 단호히 고개를 끄덕였다.
“걱정하지 마. 나 입 무거워. 그리고 우리가 함께한 사업이 몇 개인데, 내 소중한 파트너의 비밀 한두 가지 정도는 당연히 지켜줘야지.”
심각한 범죄만 아니라면 말이다.
“…고마워.”
내게 감사 인사를 표한 크리스토퍼가 마침내 마릭과 어떤 대화를 나눴는지, 설명하기 시작했다.
“일단, 내가 지난여름에 저지른 잘못을 설명할게.”
***
지난여름.
일에 지쳐 잠시 쉬고 싶었던 크리스토퍼는, 비서와 경호원 하나만 데리고 발리에 있는 별장에 놀러 갔다.
“워후!”
제트스키와 요트를 빌려, 오랜만의 휴식을 제대로 즐기던 그는 화려한 저녁을 먹으며 비서와 경호원에게 술을 권하게 되었다.
“그럼 한 잔만 마시겠습니다.”
“안 됩니다.”
비서는 크리스토퍼가 주는 술을 받아들였으나, 경호원은 자신의 책임을 다하겠다는 이유로 거절하였다.
“안돼! 무조건 마셔!”
하지만 오랜만에 마음이 들뜬 크리스토퍼는 끝까지 경호원에게 술을 권했다.
“오늘 나랑 술 안 마시면, 널 강제로 경호팀장으로 승진시킬 거야.”
“그건…!”
승진이라는 말에 경호원은 동요했다. 그는 크리스토퍼와 오랜 세월 함께 해왔던 터라, 진작 경호팀장 자리에 오를 수 있었지만. 끝까지 크리스토퍼의 곁은 지키고 싶어 일부러 승진을 거절했었기 때문이었다.
“…그럼 한잔만 하겠습니다.”
이에 어쩔 수 없이 경호원은 크리스토퍼와 술을 마시게 되었다.
“크흐흐! 좋다!”
하지만 더욱 기분이 좋아진 크리스토퍼는, 한잔으로 만족할 수 없었고. 결국 비서와 경호원이 지칠 때까지 술을 마시게 했다.
“괜찮아, 괜찮아! 이 철통같은 별장에서 뭔 일이 생기겠어? 너도 그렇게 생각했으니까 경호원으로 너만 데려가는 것에 동의한 거잖아.”
“그건 그렇습니다만….”
“그러니까! 마셔! 우하하!”
그렇게 함께 술을 마시며 저녁 식사를 마친 뒤, 세 사람은 각자의 방으로 돌아가 휴식을 취하게 되었다.
“아침에 보자고.”
비서와 경호원이 비틀거리며 각자의 방으로 들어간 뒤. 크리스토퍼도 지친 몸을 이끌고 침대에 엎어졌다.
“으음….”
하지만 이상하게도 졸음이 쏟아지지 않았다.
‘낮에 그렇게 놀았었는데, 이상하네?’
온갖 액티비티한 활동을 하며 놀았고, 저녁엔 술까지 거나하게 마셨으니. 곯아떨어지는 것이 정상이건만.
‘더 놀고 싶어.’
불혹을 넘긴 나이임에도, 크리스토퍼의 몸은 여전히 쌩쌩했다.
‘오랜만에 휴가를 와서 그런 건가.’
결국 침대에서 일어난 크리스토퍼는 곧장 나갈 채비를 하였다.
‘…잠깐 나갔다 오는 것은 괜찮겠지.’
각자의 방에서 쉬고 있을 두 사람을 방해하고 싶지는 않았기에, 크리스토퍼는 몰래 별장 근처의 술집에서 술 한 잔만 더 하고 오기로 하였다.
끼이익.
별장을 빠져나오는 데 성공한 크리스토퍼가, 근처의 어느 평범한 술집에 들어갔다. 그리고.
콸콸-!
그것을 목격하게 되었다.
“오오!”
탑처럼 쌓인 술잔에 폭포처럼 흘러내리는 위스키.
그것은 일종의 칵테일이라 할 수 있었으며, 만약 이것을 한국인이 보았다면 아마 폭탄주라고 명명했을 것이었다.
“크~ 죽이는구먼!”
가게의 손님들은 저마다 그 정체 모를 칵테일을 쥐고 있었고, 잔을 들이킬 때마다 황홀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그 모습이 어찌나 맛있게 보이던지. 크리스토퍼는 당장 저걸 마셔야겠다는 충동에 휩싸였다.
“마스터! 나도 그거 한 잔 줘요!”
술의 이름은 디셉티브 딜라이트(Deceptive Delight). 기만적인 즐거움이라는 이름의 칵테일이었다.
꿀꺽꿀꺽.
크-
과연 이름대로였다. 알콜향이 강한 술을 즐기는 크리스토퍼는, 처음 목 넘김이 부드러워 실망하였으나. 이후 목이 타들어 가는 듯한 강렬한 느낌에 반하고 말았다.
“마스터! 한잔 더!”
그렇게 한잔. 또 한잔.
크리스토퍼는 자신이 잔뜩 취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채, 계속 술을 마시게 되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엇!”
자신이 너무 오래 이곳에 머물렀다는 것을 깨달은 크리스토퍼가 황급히 시계를 보았다.
‘휴… 아직 새벽 2시군.’
이곳에 온 지 벌써 두 시간이 흘렀다. 이제 그만 돌아갈 시간이었다.
‘즐거웠다.’
그렇게 만족한 크리스토퍼가 비틀거리며 가게 밖으로 나왔을 때, 어떤 음침한 분위기의 후드를 뒤집어쓴 건장한 체구의 남자가 그에게 접근했다.
“혹시 이거 안 필요하실까요.”
남자가 내민 것은 자그마한 비닐 팩이었고, 그 안에는 정체 모를 하얀 가루가 들어있었다.
순간, 크리스토퍼의 머리가 찬물을 맞은 듯 서늘해졌다.
“효과가 아주 끝내 줍니다.”
그것을 본 크리스토퍼의 눈이 돌아갔다.
“이… 미친 놈이!”
퍼억!
술에 취해서였을까. 아니면 자신을 말려줄 두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었을까. 평소라면 점잖게 대응했을 그가 다짜고짜 주먹을 휘둘렀다.
“억! 대체 왜 이러십니까!”
“왜 이러십니까아?! 이 새끼야! 감히 내 앞에서 마약을 들이대!”
퍼억!
“억…!”
마약이라니.
퍽! 퍽!
그 저주스러운 마약이라니!
주먹을 휘두르는 크리스토퍼의 눈에는 증오심이 어려있었다.
‘형… 형…!’
숨을 헐떡이는 크리스토퍼의 시야에 문득, 마약 때문에 죽게 된 형의 모습이 떠올랐다.
‘왜… 왜 그딴 걸 한 거야…!’
자상했던 형은, 어느 날 파티에서 누군가에 의해 강제로 하게 된 마약에 중독되고 말았다.
어떤 마약을 하게 되었는지는 지금도 알 수 없지만, 단 한 번의 경험으로 중독에 빠뜨릴 만큼 강력한 것이었다고 들었다.
‘그렇게 형은 중독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되었고, 결국 젊은 나이에 죽고 말았지.’
크리스토퍼는 그때부터 소중한 형을 앗아간 마약을 증오하게 되었고. 이렇게 마약을 권유하는 인간을 보게 되면, 참을 수 없는 분노를 터뜨리게 되었다.
퍼억! 퍽!
남자는 그런 크리스토퍼의 거센 주먹질에 반항도 못 한 채, 곤죽이 되어갔다.
그렇게 잠시 후.
“허억! 헉!”
거친 숨을 내쉬며, 주먹질을 멈춘 크리스토퍼가, 피떡이 되어 기절하기 직전의 사내를 보고 소스라치게 놀랐다.
‘…어?’
너무 과했다.
평소보다 흥분한 탓에 너무 심하게 남자를 때리고 말았다.
“으으…!”
“이, 이봐 괜찮아?”
그제야 정신을 차릴 수 있었던 크리스토퍼는, 자신이 저지른 폭력이 이해되지 않았다.
분명한 것은 평소였다면 절대 이런 짓을 하지 않았을 거라는 것이었다.
“왜… 이러시는 겁니까…. 저는 그저… 숙취 해소에 좋은 코코넛 가루를… 드렸을… 뿐인데….”
“뭐?”
힘겹게 말하는 남자의 말에 놀란 크리스토퍼는, 급히 그의 주머니에서 아까 보았던 하얀 가루가 든 비닐을 꺼내어 냄새를 맡아 보았다.
‘…이, 이런!’
남자의 말대로 그것은 코코넛 가루가 맞았다.
‘이, 이 일을 어떻게 한다….’
큰 오해를 했고 실수를 저질렀으니, 당연히 책임을 져야 했지만.
‘지금 이것이 알려지면 안 돼….’
현재 ICU는 그 명성이 알려지기 시작한 아주 중요한 때라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이런 시기에 크리스토퍼가 구설에 휘말린다면, ICU의 이미지에 안 좋은 영향을 끼칠 것이 분명했다.
‘그렇게 되면, 불치병 치료제 개발에 차질이 생길 수도 있어.’
‘폭력을 저지른 CEO가 개발하는 불치병 치료제’라는 제목의 기사가 눈앞에 환영처럼 떠올랐다.
‘그것만큼은 절대로 막아야 해!’
“이, 이봐.”
크리스토퍼는 지갑에서 명함과 현금을 전부 꺼내, 남자에게 쥐여주었다.
“미안해, 내가 오해했어. 부디 이걸로 나를 용서해주길 바라. 그리고 만약 돈이 모자란다면, 그 명함에 적힌 번호로 연락해줘. 돈은 얼마든지 줄 테니, 제발 이 일을 조용히 묻어줬으면 해.”
“…으….”
“동의… 하는 거지?”
크리스토퍼의 물음에 남자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고마워.”
크리스토퍼는 얼굴을 가린 뒤, 남자를 부축하여 아까 술을 마셨던 가게 입구까지 데려다주었다.
“가게 안 사람들의 도움을 받길 바라. 그럼 치료 잘 받고, 다시 한번 미안해.”
그렇게 남자에게서 도망치듯 빠져나온 크리스토퍼는, 떨리는 마음으로 자신의 방에 돌아왔고.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게 되었다.
그렇게 다음 날, 계속 마음이 불편했던 크리스토퍼는 원래 계획보다 일찍 휴가에서 돌아가게 되었다.
‘전화가 걸려오겠지.’
반드시 걸려올 것이다. 지갑 속의 돈이라고는 얼마 되지도 않았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며칠이 지나고 몇 달이 지나도록, 그 남자에게서 전화가 걸려오는 일은 없었다.
“발리에 가서 한 남자를 좀 찾아봐 줘.”
크리스토퍼는 비서에게 그 남자를 찾아봐 달라고 부탁했지만, 그의 행방을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그렇게 1년이 지났을 때, 이 일은 크리스토퍼의 머릿속에서 희미해져 가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에게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난 지난여름에 네가 한 짓을 알고 있다.
마릭 알파이즈였다.
***
“어떻게 알았는지 그놈은 내 폭행 사건의 전말을 모두 알고 있었고, 그것이 세상에 밝혀지는 것이 싫다면 미스터 윤의 사업에 대한 정보를 알려달라고 했던 거야.”
‘폭행이라고… 말이 안 되는데?’
나는 크리스토퍼의 이야기에서 한 가지 오류를 찾아낼 수 있었다.
‘주먹질 한 번 안 해봤을 저 깨끗한 손으로 건장한 남자를 피떡으로 만들었다고? 그것도 40대 중반의 남자가 술에 취해 비틀거리는 상태에서?’
무언가 잘 못 되었다.
나는 그렇게 확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