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52
152화 행방불명된 청년
“그러니까 마릭 알파이즈가 크리스토퍼의 폭행 증거를 가지고 있다는 거야?”
“그래, 맞아.”
“확실해?”
“어. 왜냐하면 놈이 문자로 그날의 CCTV 영상을 보내왔거든.”
“CCTV 영상을?”
그렇다면 그 CCTV 영상을 보면 그날의 정황을 더 자세하게 파악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나는 크리스토퍼에게 조심스럽게 그 영상을 보여달라 요청했다. 그러자 크리스토퍼는 내가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다 안다는 듯 말했다.
“보여줄 수는 있지만, 네가 원하는 장면은 볼 수 없을 거야.”
과연, 크리스토퍼의 말대로였다.
‘…잘려있어?’
CCTV 영상에는 잔뜩 취한 크리스토퍼가 가게에서 나와, 후드티의 남자와 이야기를 나누는 부분만 나와 있었다.
“그놈이 그러더라고. 자기한테 나머지 영상도 있으니, 협조하는 게 좋을 거라고. 그렇지 않으면 내일 아침 신문 1면에 나올 거라더군. 대신 미스터 윤에 대한 정보를 알려주면 영상은 지워준다고 했었어.”
“…그래서 내 정보를 넘기고 확실히 그 영상을 지운 거야?”
“그렇긴 한데…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한 것은 아냐.”
하긴.
영상을 쥐고 있을지도 모르는 마릭에게, 확실히 지웠는지 따져 물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고 마릭의 말을 따르지 않을 수도 없었을 것이고.’
당장 그의 말을 듣지 않았다면, ICU의 이미지가 추락했을 것이다.
‘게다가 그것은 나에게도 안 좋은 영향으로 다가왔을 거야.’
나 또한 ICU의 대주주였으니 말이다.
‘정말 마릭이 약속을 어기고 크리스토퍼의 영상을 지우지 않았다면, 나중에 또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그를 협박할 것이 분명해.’
한 번은 모르겠지만, 두 번 이상 그에게 휘둘릴 수는 없는 일.
‘나는 마릭 알파이즈가 어떤 사람인지 직접 보지 못했지만. 그가 내 사업을 노린다는 것을 알고 있는 지금, 내 약점이 될 수도 있는 일을 이대로 방치할 수는 없지.’
그러니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직접 확인하고 조사해야겠어.’
나는 조금 전에 크리스토퍼가 보여준 영상 속에서, 그가 피떡으로 만들었다는 사내의 덩치를 아주 잘 확인할 수 있었다.
‘크리스토퍼보다 적어도 머리 하나는 더 크고 어깨도 넓은 사람이, 몸도 제대로 가누지 못하는 술 취한 중년에게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말도 안 되지.’
나는 이러한 내 의문을 크리스토퍼에게 말했다.
“확실히 미스터 윤의 말도 일리가 있어. 하지만 하필 그날 그 남자가 컨디션이 안 좋았을 수도 있잖아. 나처럼 술에 취했다거나.”
“그러니까 그걸 확인하러 가겠다는 거야.”
“…그래, 할 수만 있다면 그게 좋겠지. 하지만 내 유능한 비서도 그 남자를 찾을 수 없었어. 그러니 괜히 쓸데없이 시간만 낭비하는 꼴이 될지도 몰라.”
크리스토퍼의 말이 옳을지도 모른다.
그 남자를 찾고 싶어 하는 마음은 나보다 크리스토퍼가 더 간절했을 것이고, 그만큼 그는 그가 할 수 있는 모든 수단을 다 써보았을 테니 말이다.
그러니 크리스토퍼의 입장에서 일개 사업가일 뿐인 내가 나선다고 한들, 결과가 달라질 리 없다고 생각되는 게 당연했다.
‘일반적이었다면 말이지.’
크리스토퍼가 나에 대해 모르는 것 한 가지.
그것은 내가 운이 무척이나 좋다는 것이다.
‘그러니 내가 직접 그 남자를 찾으러 간다면, 뭔가 다른 결과가 나올 수 있을 거야.’
나는 크리스토퍼에게 자신감 있게 말했다.
“나한테 맡겨봐. 그리고 크리스토퍼의 별장과 그 술집의 위치를 좀 알려주고.”
“…일단, 알겠어. 조금 이따가 내 비서를 통해 전달해줄게.”
고개를 끄덕이던 나는 문득 궁금한 게 하나가 떠올랐다.
“그런데 마릭에게 넘겨준 내 정보는 내 사업들에 관련된 것뿐이야? 혹시 그가 다른 정보는 안 물어봤어?”
“그가 내게 요구한 것은 오직 네가 이룩한 사업과 투자처뿐이야. 아, 아니다. 미스터 윤이 알려지기 시작한 시점의 일도 궁금해하긴 했었어.”
“내가 알려지기 시작한 일이라니?”
“루미에 패션쇼 말이야.”
“아.”
그건 무척이나 옛날이며, 내가 아직 회사로부터 독립하지 못했을 때의 일인데. 그것에 대한 정보까지 원했다니.
‘어쩌면….’
나는 마릭 알파이즈가 내게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이, 내가 손대는 모든 일에 성공하는 것 때문일지도 모른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놈의 미다스의 손이라는 별명이 붙으며 유명해지는 바람에, 이상한 놈과 얽히게 된 것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지금 중요한 것은 그것이 아니었다.
‘그래, 일단은 눈앞의 일부터 해결하자.’
크리스토퍼의 일을 해결하는 것은 내게도 중요한 일이었다.
‘마릭 알파이즈가 크리스토퍼를 이용해도, 아무런 수작도 부릴 수 없도록 만들어야지.’
그렇게 나는 예정에 없던 발리로 떠나게 되었다.
***
-그 남자에 대한 것을 정리한 자료를 문자로 보내드렸습니다.
비행기 안에서 크리스토퍼의 비서가 보내준 문서를 확인한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름은 마이클… 그런데 가명이라고?’
그는 당시에 이사를 온 지 얼마 안 된 가난한 청년이었다.
‘그런데 크리스토퍼와의 사건이 있고 며칠 뒤에 행방불명되었다?’
그것도 모든 짐을 내버려 두고 말이다.
‘그리고 이건 또 뭐야?’
이상한 점이 있었다.
그 마이클이라는 남자가 월세로 얻은 집주인에게 2년 치 월세를 한꺼번에 내었다는 것이었다.
덕분에 마이클이 사라진 지금도, 그 방엔 그의 짐이 그대로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아무리 봐도 이상해.’
나는 발리에 도착하게 되면, 정보를 모으기 위해 크리스토퍼가 갔다는 술집과 그 남자가 지냈던 바로 그 집을 찾아가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잠시 후, 비행기에서 내려 입국 절차를 마친 나는, 싸움의 달인인 올리버 씨에게 질문했다.
“올리버 씨, 어제 만난 크리스토퍼가 만약 주먹을 휘두른다면. 본인보다 더 덩치가 큰 사내를 일방적으로 두드려 팰 수 있을까요?”
“크리스토퍼라면 어제 만났던 그분 말씀이시죠?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서야, 일방적인 폭행은 절대 불가능할 겁니다.”
“특수한 상황이라면 어떤 거죠?”
“그 덩치 큰 사내가 술이나 약에 잔뜩 취해있었다던가, 아니면 일부러 져줬던가. 이 두 가지가 아니고선 그분이 자신보다 체급이 큰 남자를 일방적으로 패는 것은 불가합니다. 더구나 크리스토퍼 씨의 두 손은 굉장히 깨끗했습니다. 그것은 평생 싸움 한번 안 해본 사람이란 증거죠. 그러니….”
“…절대 일방적인 싸움이 이뤄질 수 없다는 것이군요.”
“네.”
올리버 씨조차 불가능하다고 얘기하는 것을, 크리스토퍼는 술에 취한 상태로 해내었다.
‘역시, 말이 안 되는 일이었어.’
나는 그런 올리버 씨의 답변 덕분에, 혹시라도 발리에 헛걸음을 한 것은 아닐까하는 불안감을 모두 떨쳐버릴 수 있었다.
“그런데 고용주님, 우리 발리에는 왜 온 겁니까?”
올리버 씨가 궁금해 죽겠다는 얼굴로 내게 물어왔다. 내가 슬쩍 자비르 씨를 바라보니, 그도 그것이 궁금한 듯. 두 귀를 쫑긋 세우고 있었다.
“…개인적으로 뭘 좀 알아볼 게 있어서요.”
나는 구체적으로 두 사람에게 정확한 사정을 설명하지 않았다. 비밀을 지켜달라는 크리스토퍼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였다.
‘물론, 그 남자를 찾는 과정에서 두 사람이 눈치챌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두 사람에게는 크리스토퍼의 일을 숨길 생각이었다.
“그렇군요.”
그러한 내 생각을 눈치챈 듯. 올리버 씨가 사뭇 진지한 표정으로 내게 다시 물었다.
“하나만 확실히 해주십시오. 지금 알아본다고 하신 것이, 혹 위험한 일은 아닌가요?”
그것은 절대 아니라 할 수 있었다.
“네. 저는 그저 여기에 어떤 사람을 찾으러 온 것뿐이거든요.”
“…알겠습니다. 아무래도 개인적인 일을 하러 오신 것 같으시니, 지금부터 고용주님의 방해가 된다고 판단될 땐. 멀리 떨어져서 경호하겠습니다.”
자비르 씨 또한 동의한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감사합니다. 그럼, 짐부터 풀러 가 볼까요?”
나는 앞서가는 두 사람에게 조금 미안한 감정이 들었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
.
.
잠시 후, 크리스토퍼가 빌려준 별장에 도착한 우리는 각자의 짐을 푼 뒤. 곧장 그가 사건에 휘말렸던 술집 앞으로 향했다.
‘저기군.’
크리스토퍼의 말대로 세련되지도, 허름하지도 않은 평범한 술집이었다.
“여기서 잠시 기다려주세요.”
나는 자비르 씨와 올리버 씨를 잠시 밖에 대기시킨 뒤, 곧장 가게로 들어섰다.
딸랑딸랑.
내가 문을 열고 들어오자, 십수 개의 잔을 피라미드처럼 쌓고 있던 주인이 우리를 돌아보았다.
“아직 오픈 안 했습니다만.”
“아, 저는 술을 마시러 온 것이 아니라….”
나는 주인에게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자 주인은 인상을 팍 찌푸리며 짜증을 내었다.
“또또 그 이야기! 그 자식에 관한 것이라면 입이 닳도록 설명해 줬잖아!”
“하하, 죄송합니다. 저도 이야기를 전해 듣고 멀리서 찾아온 것이라서요. 혹시 실례가 안 된다면, 제게도 그 입이 닳도록 하셨던 설명을 해주실 수 있을까요?”
나는 그러면서 슬쩍, 주인의 주머니에 100달러를 찔러 넣어 주었다.
“흠흠…! 멀리서 왔다니, 어쩔 수 없군.”
주인은 헛기침을 몇 번 한 뒤, 내게 그 남자에 관한 것을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그 남자의 이름은 마이클. 그 당시에는 발리에 이사를 온 지 얼마 안 된 청년이었지.”
그런데 이어지는 주인의 이야기는, 크리스토퍼의 비서가 전해준 정보와 똑같았다.
‘혹시 놓친 것이 있을까 싶어서 물어봤는데, 헛수고였네.’
그렇게 애써 실망한 마음을 감추며, 나는 주인에게 마지막으로 물었다.
“혹시 최근 한두 달 안에 그 남자와 관련된 소문을 들으신 것은 없나요? 신빙성이 떨어지거나 사소한 것이라도 상관없습니다.”
대략 며칠 전, 마릭은 크리스토퍼에게 협박 전화를 걸었다. 그러니 통화 내용과 관련이 있는 그 남자가 만약 모습을 드러냈다면, 지금 이 시기일 확률이 높았다.
“당연히 없… 아!”
뭔가가 떠올랐는지, 손뼉을 친 주인이 내게 창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저 멀리 언덕 위에 유일한 빨간색 지붕이 보이지?”
“네, 보이네요.”
“거기가 마이클이 살았던 곳이거든? 그런데 녀석에게서 2년 치 월세를 받은 집주인이 마이클의 물건을 그대로 내버려 뒀단 말이야.”
“그야 당연하겠죠. 실종이라고 하더라도, 월세를 모두 받았으니 멋대로 손을 댈 수는 없었을 테니까요.”
“그렇지. 그런데 얼마 전에 위층 사는 집주인이 비어있어야 할 그 집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는 거야.”
“도둑이라도 든 겁니까?”
가게 주인이 고개를 저었다.
“신고를 받고 온 경찰이 조사해보니, 누군가가 강제로 침입한 흔적은 없었다고 하더래.”
“그럼 집주인이 헛것을 들은 모양이네요.”
“그게… 집주인이 바로 어제, 또 그 인기척을 들었다는 거야. 그래서 곧장 남편을 깨워 같이 그 집으로 내려갔는데…. 뭘 본 줄 알아?”
“뭘… 봤는데요?”
가게 주인은 무슨 비밀 얘기라도 하듯이 내게 조용히 속삭였다.
“도망가는 덩치 커다란 사내의 익숙한 뒤통수를 보았데.”
“예에?!”
놀란 나는 곧바로 가게 주인에게 물었다.
“설마 행방불명된 청년이 집에 돌아온 건가요?”
“정황상 그렇긴 한데, 집주인이 얼굴 확인을 못 해서 확실하지는 않아. 하지만 만약 그렇다고 해도 이상하지. 자기 집에 돌아왔는데 도망을 간다는 게 말이 안 되잖아.”
“…….”
뜻밖의 귀중한 정보였다.
‘오늘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듣지 못했을 정보야.’
가게 주인은 눈을 반짝이는 나에게 다시 창문 밖을 가리키며 말했다.
“혹시, 그 청년을 찾는 거라면. 빨간 지붕 집으로 가봐. 누가 알아? 운 좋으면 마주칠 수 있을지.”
나 또한 그럴지도 모르겠다는 예감이 들었다.
“감사합니다!”
가게 주인에게 감사 인사를 한 나는, 밖에서 대기 중이던 두 사람에게로 곧장 돌아갔다.
“가 볼 곳이 있습니다. 따라와 주세요.”
나는 두 사람을 데리고 언덕 위 빨간 지붕으로 향했다.
그리고.
끼이익-
“어?”
“응?”
그 빨간 지붕의 집에서 살며시 나오고 있는 덩치 큰 사내와 눈이 마주쳤다.
“젠장!”
뭔가를 직감한 사내가 도망치기 시작했고, 나는 그를 가리키며 외쳤다.
“저 사람! 잡아요!”
그런 나의 외침에 올리버 씨가 쏜살처럼 내달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