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53
153화 마이클과 잭슨
먼 이국땅에서의 격렬한 추격전… 같은 일은 벌어지지 않았다.
“이거 놔!”
올리버 씨에 의해 팔이 꺾여 순식간에 제압을 당한 거구의 사내는, 우리를 향해 콧바람을 잔뜩 뀌며 성을 내었다.
“대체 나한테 왜 그래!? 내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당신이 마이클 씨인가요?”
“…뭘 묻고 있어? 이미 알고 날 붙잡은 거잖아!?”
거구의 사내가 몸부림을 치며 저항했지만, 올리버 씨의 거센 악력에는 무의미할 뿐이었다.
“마이클 씨, 몇 가지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그러니 잠시만 얌전히….”
“웃기시네! 묻긴 뭘 물어! 보나 마나 또 이상한 제안이나 하겠지.”
이상한 제안이라니. 이 사람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 것일까.
‘대화의 흐름이 이상해. 마치 우리를 다른 사람들과 착각한 것 같은 느낌인데….’
아니나 다를까.
이어지는 마이클 씨의 말에, 나는 내 느낌이 틀리지 않았음을 알 수 있었다.
“전에도 얘기했지만, 나는 네놈들이 제안하는 그딴 수상쩍은 일에는 관심 없다니까!”
“…마이클 씨, 오해가 있으신 것 같은데, 우린 당신이 생각하는 그 사람들이 아닙니다.”
“뭐?!”
올리버 씨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려고 안간힘쓰던 그가 멈칫했다.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를. 당신들이 그놈들과 관련이 없다고?”
“누구를 말씀하시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우리는 어딘가에 소속된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럼 왜 날 쫓아온 건데?”
“그건 작년 여름에 마이클 씨가 이곳에서 휘말렸던 폭… 아니, 어떤 사건 때문에 여쭐 것이 있어서. 당신을 찾고 있었으니까요.”
“작년 여름?”
마이클 씨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작년 여름에 내가 사건에 휘말렸었다고? 이곳에서?”
“…예.”
“음….”
마이클 씨의 이마 주름이 더욱 깊게 파였다.
‘뭐지?’
뭔가 이상했다.
‘그런 강렬한 기억은 쉽게 잊히는 것이 아닌데?’
누군가에게 피떡이 되도록 얻어맞았는데, 그걸 잊는다는 것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것이 아니고서야 절대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마이클 씨가 기억상실증에 걸린 사람처럼 보이진 않았다.
‘그럼 저 반응은 대체 뭐지?’
마이클 씨는 정말로 기억이 나지 않는지, 미간을 잔뜩 찌푸리며 기억을 더듬고 있었다.
“아!”
그러다 마침내 뭔가가 생각났는지, 마이클 씨가 두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역시 그건 말도 안 돼. 나는 작년 여름에 이곳에 없었거든.”
“…예?”
나는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나는 그때 발리가 아니라 캐나다에 있었으니까!”
“…당신 마이클 씨잖아요. 방금 저 집에서 나왔고요.”
“그래.”
“…마이클 씨가 저 집을 얻은 게 작년 여름이지 않습니까?”
“그건 또 무슨 말이야? 내가 저 집을 얻었다니?”
서로를 바라보는 우리의 눈동자에는 물음표가 한가득 떠올라 있었다.
“저 집은 우리 형이 얻은 집인데?”
“예에?”
형이라니.
나는 더욱 혼란스러워졌다.
“형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는데요?”
“…잭슨인데.”
술집 주인은 분명 빨간 지붕이 마이클 씨의 집이라고 했었다.
‘이상해.’
뭔가가 잘못되었음을 깨달은 나는, 올리버 씨에게 말했다.
“…그분 놔주세요.”
마침내 자유를 되찾은 마이클 씨가 곧바로 도망을 치려 했지만, 무언가 내 분위기가 이상한 것을 느끼곤. 엉거주춤한 자세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거 지금 무슨 수작인데?”
수작 같은 것은 없었다.
다만 오해가 있었을 뿐.
“마이클 씨, 당신이 여기에 온 목적이 뭡니까?”
“그걸 내가 왜 말해줘야 하는데?”
“중요한 문젭니다. 말씀해주세요.”
내 진지한 눈을 본 마이클 씨가 잠시 망설이다 마지못해 대답해주었다.
“실종된 우리 형을 찾으러 왔다.”
그래, 오해가 있었다.
‘우리가 찾는 사람은 마이클이 아니라 잭슨 씨였던 거야.’
나는 눈앞의 마이클 씨와 조금 더 대화를 나눌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
.
.
마이클 씨와의 짧은 대화를 통해, 우리는 이게 어떻게 된 상황인지 대충 파악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작년 여름 즈음에 잭슨 씨가 쌍둥이 동생인 마이클 씨의 이름으로 이 집을 얻었고. 동생의 이름으로 이 마을에서 살았던 거야. 그런데 크리스토퍼와의 일이 생기고, 얼마 뒤에 모습을 감춘 거지.’
그리고 그런 실종된 형을 찾기 위해, 마이클 씨가 이곳에 방문했던 것이었다.
“그, 그럼. 우리 형이 어떤 사건에 휘말려서 사라졌다는 거야?”
“…그건 아직 모릅니다. 다만, 잭슨 씨를 찾기 위해선 당신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잭슨 씨를 찾아야 한다는 공통의 목표가 있었으며, 대화 도중 마이클 씨가 나름 유명한 나를 알아본 덕분인지. 그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알았어. 뭐든지 물어봐.”
“일단, 저 집에 전에도 들어가신 적이 있으시죠?”
“어떻게 알았어?”
아까 술집 주인이 알려줬었다. 빨간 지붕 집에 누군가 침입하여 경찰이 왔었다고.
“왜 몰래 들어가신 겁니까? 당신은 잭슨 씨의 동생이니, 집주인에게 부탁하면 그냥 들어갈 수 있었을 텐데요.”
마이클 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우리 형… 아니, 언제나 제멋대로 대충 사는 그 인간이 월세를 제대로 냈을 리 없으니까.”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월세라면 잭슨 씨가 2년 치를 한 번에 납부했다고 술집 주인이 그랬었다.
‘설마, 그 사실을 모르는 건가?’
이어지는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 설마가 맞는 것 같았다.
“집을 오래 비웠으니, 월세가 많이 밀렸을 거야. 그러니 집주인이 형이랑 똑같이 생긴 나를 보면 어떻게 되겠어?”
“…밀린 월세를 내놓으라고 소동이 벌어지겠죠.”
“그렇지?”
“하지만 잭슨 씨는 무려 2년 치의 월세를 미리 납부했는데요.”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자초지종을 설명하자, 마이클 씨는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럴 리가 없는데… 맨날 돈이나 빌리러 다니던 그 인간이 돈이 어디에서 나서?”
나는 마이클 씨와 잭슨 씨에게 접근하라고 지시한 사람이 마릭이라 생각되었지만, 아직 심증만 있을 뿐이니. 마이클 씨에게 말하진 않았다.
“그런데 저 집은 어떻게 들어가신 거죠?”
“뭘 어떻게 들어가. 비밀번호 누르고 들어갔지.”
“잭슨 씨의 집 비밀번호를 이미 알고 계셨다고요?”
“당연하지. 어릴 때부터 우리 형이 쓰던 비밀번호가 있거든. 그걸 누르니까 되던데?”
나는 곧바로 이해되었다.
“…그렇군요. 아, 그리고 혹시….”
나는 마이클 씨에게 형과의 좋은 추억이 있는지, 실종 사실을 언제부터 알게 되었는지, 형과 함께 찍은 사진이 있는지 등의 여러 가지 사소한 것들을 물어보았다.
“여기, 작년 봄에 우리 집에서 형과 찍은 사진이야.”
“…두 분이 정말 똑같이 생기셨네요.”
“그래. 그런데 이런 것은 왜 물어보는 거야?”
사실 나는 그를 시험한 것이었다.
‘마이클 씨가 거짓말을 했을 수도 있으니까.’
사라진 잭슨 씨의 쌍둥이 동생이라는 주장은, 그저 그의 말뿐. 아무런 증거가 없었다.
‘물론, 지금처럼 사진을 보여달라고 하면 되지만.’
그마저도 미리 조작된 사진을 들고 다니는 걸지도 모르니, 여러 가지 질문을 통해 그 진위를 파악하려 한 것이었다.
‘그리고 마이클 씨는 내 모든 질문에 막힘 없이 대답했어.’
그렇게 마음속 의심을 약 80% 정도 걷어낸 나는, 그의 질문에 대답해 주었다.
“아니, 그냥 개인적인 궁금증이었습니다.”
“그게 뭔…..”
“아! 한 가지 더 당신에게 궁금한 것이 있습니다.”
나는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키며 물었다.
“아까 우리에게 그런 이상한 제안은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하셨잖습니까.”
“…그랬지?”
“누가 당신에게 그런 제안을 했으며, 그 이유는 뭔지 아십니까?”
내 직감으로는 바로 그 사람이 마릭과 연관이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마이클 씨는 고개를 저으며 모르겠다고 대답했고,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왜 마이클 씨가 그들의 제안을 거절했는지를 설명해주었다.
“형은 예전부터 위험한 일에 종종 손을 대어왔고, 많은 곤란을 당해왔어. 나는 그런 형의 모습을 보며, 다짐했지. 절대로 잭슨처럼 살지 않겠다고. 그래서 그놈들이 내게 와서 큰돈을 주고 부탁하는 것도 바로 거절한 거야.”
“…그럼 그들이 구체적으로 무슨 제안을 해온 겁니까?”
“누군가에게 영상 통화를 할 건데, 자신들이 주는 대본 그대로 말해주면 큰돈을 준다는 것이었지.”
그 말에 나는 한 가지를 확신할 수 있었다.
‘마릭 쪽도 잭슨 씨의 행방을 모르는 거야.’
그렇지 않고서야 쌍둥이 동생인 마이클 씨를 굳이 찾아와 제안할 이유가 없었다.
‘어쩌면 그 CCTV 영상도 정말 삭제되었을지도 모르겠는데?’
CCTV 영상이 있었다면, 잭슨 씨를 찾으려 하지 않았을 것이고. 굳이 마이클 씨에게 대역을 부탁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다면 내가 이 일에 끼어들 이유가 없는데….’
하지만 이것은 그저 내 생각일 뿐.
확신하기 위해선, 증거가 필요했다.
‘단서를 찾아야 해. 그러려면 잭슨 씨를 찾는 게 먼저야.’
나는 마이클 씨에게 물었다.
“마지막으로 형을 보았을 때가 언제인가요?”
“아마 작년 초여름쯤이었을 거야. 그때 우린 샌프란시스코에서 종종 맥주를 마셨거든.”
“그때 잭슨 씨가 이상한 말이나 행동은 안 했었나요?”
“으음….”
마이클 씨가 자신의 턱을 쓰다듬으며 잠시 생각에 잠기었다.
“아! 맞다! 형이 그랬어. 조만간 큰돈을 벌어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내가 이걸 왜 잊고 있었지?”
“큰돈이요?”
“응. 물론, 나는 믿지 않았었지만.”
그것은 아마 크리스토퍼의 폭행 사건과 연관이 있을 게 뻔했다.
“…마이클 씨, 아무래도 잭슨 씨가 살았던 집을 둘러봐야겠습니다.”
“뭐하러? 내가 이미 다 뒤져 봤는데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어.”
“…그래도 부탁드리겠습니다.”
마이클 씨가 찾지 못하더라도, 나는 단서를 운 좋게 찾아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알았어.”
“감사합니다. 그럼 곧장 집주인에게 연락하여….”
비밀번호를 알고 있는 마이클 씨가 문을 열어주면 되지만, 나는 혹시 집주인 내외가 또 경찰에 신고할지 모른다고 생각했기에. 미리 집주인과 협의를 거칠 생각이었다.
“갈 필요 없어. 거기 집주인 양반들 어제부터 일주일간 여행을 갔거든.”
“네? 그걸 마이클 씨가 어떻게….”
“전에 몰래 형 집에 들어가려고 담장 뒤에 숨어있다가, 본의 아니게 집주인 내외가 대화하는 것을 들었거든.”
“아하.”
“그럼, 날 따라와.”
마이클 씨는 곧장 빨간 지붕 문의 비밀번호를 눌렀고, 나는 그 모습을 유심히 바라보았다.
‘2,4,7,6.’
손가락의 위치로 보아, 저 번호가 맞을 것이 분명했다.
‘기억해두자.’
혹시 나중에 써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니 말이다.
삐리리-
“들어와.”
마이클 씨가 제집인 마냥 문을 열어주었다.
“두 사람은 바깥을 지켜줘요.”
내 말에 자비르 씨와 올리버 씨가 경계를 서기 시작했고, 나는 곧장 집안으로 들어섰다.
‘좁네.’
그곳은 예전에 내가 로또에 당첨되기 전에 살았던 반지하 정도 되는 원룸이었다.
“어디 마음대로 둘러봐.”
나는 집안 곳곳을 돌아다니며, 잭슨 씨의 소지품을 살펴보았다.
‘어디 보자….’
책상에 가지런히 꼽힌 책과 수첩, 그리고 서랍을 열어보기도 하며 나는 단서가 될만한 것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무리 뒤져도 이렇다 할 특별한 점이 보이지 않았다.
“내 말 맞지? 그런 곳은 이미 내가 며칠 전에 벌써 다 찾아봤다니깐.”
“휴… 그렇군요.”
아까부터 쉬지 않고 움직여서 그런지 조금 지쳤던 나는, 짧은 한숨과 함께 바닥에 주저앉았다.
“…음?”
바닥이 뭔가 이상했다.
‘왜 여기만 튀어나와 있지?’
다른 바닥은 아주 평평했으나, 유독 내가 앉은 바닥만 미세하게 볼록 튀어나와 있었다.
“마이클 씨, 좀 도와주세요.”
뭔가 직감이 든 나는 급히 그와 함께 바닥의 카페트를 들었다. 그러자.
“…역시.”
그곳엔 아주 작은 손잡이가 있었다.
덜컹!
내가 손잡이를 잡아당기니, 바닥에 숨겨진 작은 공간이 드러났다.
“이건…”
그곳엔 손가락만 한 금괴 열 개와, 낡은 일기장이 들어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