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56
156화 저와 일 하나 같이 해보시겠습니까?
다행히 제이든 회장은 아직 레스토랑에서 커피를 마시며 신문을 읽고 있었다.
“저, 회장님. 혹시….”
그에게 다가간 올리버 씨가 자초지종을 설명하였고. 사정을 모두 들은 제이든 회장이 매우 놀라워하며 말하였다.
“내가 차로 친 남자가 확실히 덩치가 좀 있긴 한데….”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는 제이든 회장에게 답답해진 나는, 참지 못하고 곧장 물었다.
“혹시, 그 남자 이름이 뭔지 들으셨나요?”
“음? 그쪽은 누구시죠…”
“아, 저는….”
나는 뒤늦게 제이든 회장에게 인사하며. 스스로를 소개했다.
“아, 그러고 보니 요즘 신문에서 자주 보는 분이었군요. 세상에 긍정적인 사업을 많이 한다고 본 것 같은데, 맞죠?”
“예, 맞습니다.”
“하하. 사업을 아주 잘하고 계시네요. 이익만 좇는 사업은 오래가지 못하는 법이거든요. 저 때는 말이죠….”
갑자기 이야기가 삼천포로 빠지기 시작하자, 가만히 듣고 있던 올리버 씨가 다시 대화에 끼어들었다.
“회장님, 이분이 저의 현재 고용주님입니다.”
“아아, 그렇군요.”
“그런데 제 고용주가 사정이 있어서요, 그 남자에 대한 정보를 먼저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 그 이야기를 하고 있었죠. 그러니까 어제 그 남자가 자신의 이름이 마이클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런 제이든 회장의 말에 나와 올리버 씨가 동시에 말했다.
““잭슨 씨입니다!””
“응? 잭슨이라니요? 그게 무슨 말이죠?”
올리버 씨는 잭슨 씨의 쌍둥이 동생에 관한 것을 설명해 주었다.
“음… 그게 모두 정말이라면, 마이클… 아니, 잭슨의 기억을 되살리기 위해서라도 여러분들을 제 저택에 데려가긴 해야겠군요.”
“저택이라뇨? 설마, 잭슨 씨가 회장님의 저택에 있는 건가요?!”
내가 놀란 목소리로 묻자, 제이든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병원보단 우리 저택 의료시설이 더 좋거든요. 주치의 실력도 최고고.”
그 말에 나는 잭슨 씨를 주기적으로 감시했을 것이 뻔한 마릭의 사람들이, 어째서 그를 놓치게 되었는지 알 수 있었다.
‘보안이 매우 철저한 글로벌 대기업 회장의 저택에 있으니, 당연히 찾을 수가 없지.’
덕분에 일이 순조롭게 풀릴 것 같았다.
“그런데 조금 전에 기억을 되살려야 한다는 게 무슨 말씀인가요? 설마, 잭슨 씨가 기억 상실에라도 걸린 겁니까?”
그런 내 물음에 제이든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다행히 일시적인 기억 상실이라더군요.”
잭슨이 기억 상실에 걸렸다는 것은, 별로 좋은 소식은 아니었다.
“그래도 다행히 여러분이 잭슨을 알고 계시니, 그의 기억도 금방 돌아오게 될 겁니다. 주치의가 친구나 가족의 도움이 있다면, 기억을 회복하는 것이 더 빨라질 거라고 말했었으니까요.”
“그럼 일단 저희가 회장님의 저택에 방문해도 괜찮겠습니까?”
제이든 회장이 씨익 웃으며 답했다.
“물론입니다.”
나는 회장님의 저택 위치를 알고 있을 올리버 씨에게 나머지 일행을 데리고 와달라 부탁한 뒤, 곧장 제이든 회장님과 함께 저택으로 향하였다.
.
.
.
내가 저택에 도착하고 30분도 안 되어, 나머지 세 사람이 도착했다.
“우리 형이 여기에 있다는 게 정말이야?”
지친 기색의 역력해 보이는 마이클 씨가 내게 다급히 물었다.
“네. 안 그래도 지금 막 만나러 가려던 참이었습니다.”
나는 세 사람을 데리고 아까 제이든 회장이 알려준 방으로 향했다.
똑똑.
문을 열고 들어가자, 제이든 회장이 침대에 누워있는 잭슨 씨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것이 보였다.
“형!”
한눈에 잭슨 씨를 알아본 마이클 씨가 뛰쳐나가 그를 안았지만, 마이클 씨는 무척이나 당황스러운 눈치였다.
“확실히 형제가 맞네요. 정말 똑같이 생겼어요.”
제이든 회장이 신기한 듯 그런 두 사람을 바라보았다.
“이 멍청아! 연락도 두절 되더니! 왜 이런 꼴로 누워있어!”
“…누구세요?”
“네 동생! 마이클이다!”
“마이클… 마이클은 난데… 아니, 아닌가….”
마이클 씨는 그에게 이름이 잭슨이라는 것을 알려주며, 함께 찍었던 옛날 사진을 하나씩 보여주었다.
“이것도 기억 안 나? 그럼 이건?”
“으으… 머리가 어지러워….”
“엄살피우지 말고, 이것도 봐봐! 옛날에 형이 바닷가에서 웃통 벗고 달리다가 심하게 넘어졌었잖아. 그때 생긴 흉터가 옆구리에 남아있지.”
“으윽…!”
마이클 씨가 뭔가를 보여줄수록, 잭슨 씨는 자꾸만 두통을 호소했다.
“마이클 씨, 초조한 마음은 알겠지만. 너무 그렇게 몰아세우면 역효과가 날 수 있습니다.”
보다 못한 자비르 씨가 나서서 말리자, 마이클 씨가 비로소 흥분을 가라앉히며 물러났다.
“대, 대체 이게 어떻게 된 일이죠?”
잭슨 씨가 혼란스러운 얼굴로 제이든 회장에게 물었고, 회장은 그에게 차분히 자초지종을 설명해 주었다.
“…이 많은 분이 저를 찾으러 온 거였군요. 감사합니다, 여러분.”
기억을 잃어서였을까. 잭슨 씨는 마이클 씨에게 듣던 것보다 예의 바르고 개념도 있어 보였다.
‘…하지만 이 상태로는 증인이 되어달라고 그를 설득할 수도, 아예 우리 쪽으로 끌어들일 수도 없어.’
그렇다고 이곳에서 잭슨 씨가 기억을 떠올릴 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리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아까 삼거리에서 보았던 그 남자가 조만간 찾아올 거니까.’
삼거리에서 경찰들과 나누었던 대화로 미루어보아, 어쩌면 당장 내일이라도 이곳을 찾아낼지도 모르는 일이었다.
‘물론, 그 남자가 오더라도 이곳의 보안을 뚫을 수는 없겠지만.’
그는 세계적인 부자 중 하나인 크리스토퍼를 함정에 빠트려 협박했던 마릭의 사람이었다.
‘이 저택에 침입하기 위해 무슨 짓을 벌일지 몰라. 경찰을 이용할지도 모르지.’
그런 위험을 예상한 나는, 당장 잭슨 씨를 다른 곳으로 옮겨야 한다는 결론에 다다랐다.
“제이든 회장님.”
나는 그에게 우리가 처한 상황을 대충 설명해 주었다. 물론, 크리스토퍼에 대한 것과 마릭이라는 인물에 대한 것은 모두 뺐다.
“그러니까, 정체 모를 집단이 잭슨 씨를 노리고 있다는 건가요?”
“예. 그래서 그를 당장 안전한 장소로 데려가려 합니다.”
“하지만 잭슨은 아직 거동이 불편합니다, 침대에서도 상체만 겨우 일으킬 수 있죠. 그러니 비행기를 타는 것은 무리가 아닐까요?”
“다행히도 제가 런던에 올 때, 전용기를 타고 왔습니다. 게다가 전용기에는 최고급 의료시설이 갖춰져 있으니. 잭슨 씨가 탑승하기에는 무리가 없을 겁니다.”
그런 내 말에 제이든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다면, 안심되는군요.”
“그럼 곧바로 잭슨 씨를 옮길 준비를 해도 되겠습니까?”
제이든 회장이 고개를 끄덕이려 할 때, 자비르 씨가 대화에 끼어들며 내게 조언했다.
“사장님, 그냥 내일 아침에 이동하는 편이 좋지 않겠습니까?”
평소 내 의견에 대부분 군말 없이 따르는 자비르 씨가 말린다는 것은, 무슨 이유가 있는 것이 분명했다.
“어째서요?”
“너무 늦었습니다. 지금 비행기에 오르게 되면 야간 비행을 하게 될 텐데, 그렇게 되면 일행 모두가 너무 피곤해질 겁니다.”
“조금 피곤하겠지만, 휴식을 비행기 안에서 하면 되지 않을까요?”
그런 내 물음에 답을 해준 것은 제이든 회장이었다.
“들어보니, 저 친구 말이 맞는 것 같군요. 지금 잭슨이 겉으로 보기엔 멀쩡해 보여도, 교통사고 후유증이 좀 있습니다. 그런 상태에서 무리하게 움직이게 되면, 건강이 악화하고 말 겁니다.”
두 사람의 말을 들어보니, 일리가 있었다.
‘그래, 자비르 씨의 말대로 밤이 늦었어. 삼거리에서 본 그 남자가 아무리 마릭 쪽 사람이라지만. 이런 늦은 시간까지 잭슨 씨를 찾고 있진 않겠지.’
그러니 자비르 씨의 말대로 내일 아침에 이동해도 괜찮을 것 같았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이든 회장님, 하룻밤 신세를 좀 지겠습니다.”
“그렇게 하시죠. 대신, 부탁 한 가지만 들어주세요.”
“부탁이요?”
내가 반문하자, 제이든 회장이 나를 향해 씨익 웃으며 말했다.
“오늘 잠들기 전까지 내 말동무 상대가 되어주세요.”
***
제이든 회장은 나와 함께 드넓은 저택을 걸으며, 많은 질문을 하였다.
“기사를 보니, 다양한 분야에 사업을 진행했던데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평소에도 환경에 관심이 있었나요?”
“인공지능은 어떻게 개발하게 된 건가요?”
“정말 시뮬레이터로 모든 불치병 치료제를 만들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나요?”
나는 그 모든 질문에 답을 해주었고, 그럴 때마다 제이든 회장의 감탄을 들을 수 있었다.
“미스터 윤은 요즘 젊은이 같지 않게 패기가 넘치는군요. 마음에 듭니다.”
“…감사합니다.”
“혹시 애인이 있나요? 없다면, 우리 넷째 딸이 엄청 미인인….”
순간, 눈앞에 도끼눈을 뜬 아일라의 허상을 본 내가 다급히 외쳤다.
“네! 애인! 있습니다!”
그런 내 말에 제이든 회장이 눈에 띄게 실망했다.
“그런가요….”
“…….”
“뭐, 당연하겠죠. 미스터 윤처럼 매력적인 사내를 그 어떤 여자가 가만히 내버려 두겠습니까.”
절대로 내가 그 정도는 아니었지만, 나는 적당히 제이든 회장의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그래서 말인데, 미스터 윤. 남자는 사랑하는 여인을 위해 노력을 많이 해야만 합니다. 제가 젊었을 적에는….”
아까도 살짝 느꼈었지만, 제이든 회장은 진중한 겉모습과는 다르게 투 머치 토커였다.
‘…그래도 제이든 회장 덕분에 잭슨 씨를 찾을 수 있었고, 하룻밤 신세도 지게 되었으니….’
나는 제이든 회장의 TMI를 잠자코 들어주었다. 그렇게 체감상 2시간 같은 20분이 흘렀을 때, 제이든 회장이 다시 내게 물었다.
“미스터 윤, 혹시 앞으로 하고 싶거나, 이루고 싶은 사업이 있나요?”
“음….”
마침 딱 떠오르는 사업이 하나 있었다.
‘언젠가 자동차를 만들어보고 싶긴 한데….’
예전에 폴 하프만을 만나러 비엔나에 방문했을 때, 나는 빌린 폭스바겐 차량을 보며 언젠가 자동차 사업을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었다.
“저는 자동차를 만들어보고 싶습니다.”
“오! 자동차요?”
그런 내 말에 제이든 회장의 두 눈이 더욱 반짝였다.
“왜 자동차를 만들고 싶은 겁니까?”
“그게….”
그 이유를 말하려던 그때, 뭔가를 발견한 제이든 회장이 제자리에 우뚝 멈춰 서버렸다.
“회장님?”
“으음….”
제이든 회장은 저 멀리 정면에 주차된 어떤 차량을 보며 긴 한숨을 내뱉기 시작했다.
“휴우…. 미안합니다. 저 차만 보면 마음이 싱숭생숭해져서….”
“괜찮습니다. 그런데 무슨 사연이 있는 차량인가요?”
“그게….”
이어지는 제이든 회장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는 엄청난 자동차 매니아였고. 그중에서도 랜드로버사의 디펜더라는 차량을 매우 사랑하였다.
“그런데 그 디펜더가 이제 완전히 단종되었다지 뭡니까.”
“디펜더라면 매번 단종되었다고 발표해도 몇 년 후에 다시 돌아오곤 하지 않습니까.”
“이번엔 그 사정이 좀 다릅니다. 정말로 다시 생산하지 않겠다고 아예 못을 박아버렸어요.”
제이든 회장은 핸드폰을 꺼내 랜드로버사에서 모든 디펜더 생산 설비를 철거했다는 기사를 보여주었다.
“나는 새로운 디펜더가 생산되면 그것을 꼭 구매했습니다. 새로운 버전의 디펜더를 타고 다니면 일상생활에서 맛볼 수 없는 행복감이 느껴졌거든요. 하지만 이젠 그게 불가능하게 된 것이, 너무나 슬픕니다.”
“랜드로버사에 문의는 해보셨나요? 매번 신차를 구매해오신 회장님 정도라면, 그쪽에서 특별 생산을 해줄 수도 있을 텐데요.”
“이미 몇 차례 물어보았지만, 모두 거절당하고 말았네요.”
“…….”
나는 제이든 회장의 심정을 공감하진 못했지만, 이해할 수는 있었다.
‘수집가들이 뭔가의 이유로 컬렉션을 완성하지 못하게 되었을 때의 기분이랑 비슷하겠지.’
침울해하는 제이든 회장의 얼굴을 보니, 왠지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그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다.
그러다 문득, 아까 제이든 회장에게 내가 하려던 답이 떠올랐다.
“혹시, 자동차를 직접 만드시는 건 어떠십니까? 회장님은 디펜더의 열렬한 팬이시니, 누구보다 더 차량의 구조를 잘 아시잖아요.”
제이든 회장에겐 자본도 있었고 열정도 있었으므로, 자동차를 만들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
“…디펜더에 관해서는 내가 전문가이긴 하죠.”
“그렇다면 디펜더와 비슷하게, 아니. 더 뛰어나게 만들 수도 있겠는데요?”
그런 내 말에 제이든 회장이 씁쓸하게 웃으며 말했다.
“저도 생각을 안 해본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게 딱 한 가지가 부족하여, 시작할 수가 없네요.”
“한 가지라면 어떤…”
“시간입니다.”
제이든 회장은 영국 최대의 화학 기업의 수장이었다.
“기업 기밀이라 자세한 사정은 말할 수 없지만, 새로 발견된 신기술 때문에 제가 요즘 너무 바쁩니다.”
“…믿을만한 직원을 시킬 수는 없는 건가요?”
“제가 무조건 확인을 해야 하는 서류가 많아서요. 거기에 결재 사인을 하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순식간에 가버립니다.”
그 심정은 나도 잘 알고 있었다.
물론, 루나리스 패션의 결재서류가 제이든 회장의 것보단 훨씬 적겠지만 말이다.
“만약, 자동차 사업을 시작하려면. 몇 년은 지나야 겨우 가능할 것 같네요.”
“음….”
열정도 자본도 모두 갖춘 그인데, 단지 시간이 없어서 꿈을 이룰 수 없다니.
나는 그 안타까운 일에 나도 모르게 중얼거리고 말았다.
“차라리 제가 만들어 드릴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음?”
내 중얼거림을 들은 제이든 회장이 뭔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내 환호성을 지르기 시작했다.
“바로 그겁니다!”
“예?!”
“미스터 윤! 자본은 제가 댈 테니, 저와 일 하나 같이 해보시겠습니까?”
그것은 자신과 함께 자동차 사업을 해보지 않겠냐는 뜻밖의 제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