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57
157화 세상에서 가장 견고한 보안
자동차 산업은 지금의 나조차 부담이 될 정도로 엄청난 자본이 필요했다.
‘심지어 그런 자본을 쏟아붓고도 실패할 리스크가 크지.’
벤츠, 랜드로버, 람보르기니, 페라리, 폭스바겐, 기아, 현대 등. 당장 생각나는 것만 해도 전세계에서 이름을 떨치는 자동차 기업이 한두 개가 아니었다.
그러니 후발주자로 지금의 자동차 시장에 뛰어든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었다.
‘그건데 그 모든 리스크를 대신 짊어져 주겠다니?’
조금 전, 제이든 회장은 자본을 대어주고 기술 자문을 해줄 것이며. 만약 시장 진출에 실패하더라도 책임을 묻기는커녕, 재투자를 통해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도록 해주겠다고 제안해 왔었다.
“대신, 제가 원하는 모든 기능과 디자인을 넣은 자동차를 만들어 주시죠.”
그쯤이야 당연히 할 수 있었다. 대부분의 자본을 제공해 주겠다는데 뭔들 못 할까.
다만, 이런 파격적인 조건에는 항상 함정이 숨어있기 마련이기에. 나는 제이든 회장에게 이것을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왜 제게 이런 좋은 기회를 주시려는 건가요? 이 정도의 조건이라면, 저보다 자동차 산업에 밝은 사업가나 전문가들이 눈에 불을 켜고 달려들려 할 텐데요.”
분명 나는 언젠가 자동차 산업에 뛰어들고 싶은 마음이 있었지만, 그렇다고 내가 제이든 회장처럼 자동차를 사랑하는 마음이 있는 것은 아니었으며. 그에 관한 지식도 짧았다.
‘그저 루나리스 패션이나 넥스인텔리처럼 내 손길이 닿은 자동차를 만들어보고 싶었을 뿐이지.’
그러니 제이든 회장의 제안은, 나를 잘 모르는 데에서 빚어진 헤프닝일 뿐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그러나 이어지는 제이든 회장의 대답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것이었다.
“올리버가 미스터 윤을 잘 따르는 것 같더군요.”
“예.”
“바로 그게 제가 당신에게 파격적인 제안을 한 이유입니다.”
“예?”
뜬금없이 튀어나온 올리버 씨의 이름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러자 제이든 회장이 계속해서 설명을 이어나갔다.
“올리버는 모든 고용 계약을 내기를 통해 이루죠. 하지만 유일하게 제 부탁만큼은 아무런 조건 없이 들어준답니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혹시 들으셨나요?”
아까 레스토랑에서 올리버 씨는 자신이 어려웠을 때, 제이든 회장이 도와준 적이 있었다고 말했었다.
‘아마, 제이든 회장의 부탁을 그냥 들어주는 것은 그 때문이겠지.’
내가 이것을 설명하자, 제이든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맞습니다. 그래서 올리버는 제게 절대로 해가 될 일을 하지 않죠. 그런데 그런 올리버가 제게 당신을 데려왔습니다. 그 뜻이 무엇이겠습니까?”
“…제가 회장님께 해가 되는 사람이 아니라는 것입니까?”
제이든 회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만약 미스터 윤이 내게 해가 되는 사람이었다면, 올리버는 제게 어떤 식으로든 당신을 멀리하라는 신호를 주었을 것입니다. 하지만 올리버는 그러지 않았죠.”
“…그건.”
“지금도 그는 우리의 뒤를 따라오고 있으면서도, 제게 아무런 리액션을 보내지 않고 있잖습니까.”
제이든 회장의 시선을 따라 슬쩍 돌아보자, 그의 말대로 올리버 씨가 묵묵히 우리의 경호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고작 그런 이유만으로 제게 투자하시겠다는 게, 저는 여전히 이해되지 않습니다.”
올리버 씨와 제이든 회장의 끈끈한 신뢰 관계는 잘 알겠으나, 그것만으로 내게 이런 큰 금액과 기회를 주겠다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확인해야 해.’
지난 폴 하프만과의 일을 떠올려보자. 호의로 가득한 줄 알았던 거래의 이면엔, 내가 이룩한 것을 빼앗으려던 추악한 음모가 숨지 않았는가.
‘조건 없는 호의는 없어.’
지금 제이든 회장이 언급한 것은, 내가 믿을만한 사람인지 아닌지에 대한 것뿐이다. 제이든 회장도 한 기업을 이끄는 수장이므로, 이런 사업에 대한 것을 감정적으로만 판단하진 않았을 것이다.
‘그러니 나를 선택한 이유가 분명 있겠지.’
만약 아무런 이유가 없다면. 이것은 독이 든 제안이라 판단하여야 한다.
“당연히 그 이유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다행히 제이든 회장은 내게 투자하려는 또 다른 이유를 설명해주기 시작했다.
“당신은 매우 특이한 사업가입니다. 자수성가한 사업가들은 보통 당신처럼 전혀 다른 분야에 마구 투자하거나 사업을 시작하지 않아요.”
“…시너지를 일으키지 않는 다양한 분야의 투자는, 실패할 확률이 높기 때문인가요?”
“역시 알고 계시는군요.”
물론 알고 있었다. 나도 내가 엄청난 운의 소유자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다면, 그런 식으로 사업을 운영하진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 사실을 모르는 제이든 회장은, 그저 내가 엄청난 통찰력의 소유자라고 생각하는 듯 보였다.
“당신에겐 사업을 보는 눈이 있습니다. 보통 이런 눈을 가진 사람은 거의 손해를 보지 않죠. 만약 손해를 보더라도, 곧바로 다른 사업을 통해 손실을 메꿉니다.”
“…그러니까 회장님은, 이제까지 제가 모든 사업에서 실패하지 않았으니. 자동차 사업도 성공시킬 수 있을 거라 판단하셨단 말씀이신가요?”
제이든 회장이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정확합니다.”
이것 참.
‘이걸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해야 할지 아니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네.’
내게 사업을 보는 눈은 없었으나, 강한 운을 가지고 있으므로. 제이든 회장의 말대로 나는 분명 자동차 사업을 성공시킬 자신은 있었다.
‘과정이야 어떻든, 결과적으로 성공하긴 할 테니. 제이든 회장이 사람 보는 눈이 있다고 할 수 있겠네.’
그렇게 내가 잠시 말없이 생각에 빠져 있자, 제이든 회장이 내게 말을 걸었다.
“미스터 윤은 의심이 많군요. 이렇게 설명해드렸는데도 아직 말씀이 없으신 것을 보면 말이죠.”
“아… 기분 나쁘셨다면 죄송합니다.”
“아뇨, 아뇨. 그런 뜻이 아니라, 오히려 미스터 윤에게 투자하는 이유 한 가지가 더해졌다는 뜻이었습니다. 의심은 사업가로서 반드시 갖춰야 할 덕목이니까요.”
“…아.”
그런 나를 보며 제이든 회장이 빙긋 웃으며 물었다.
“자, 제 제안을 받아들이실 건지 아닌지 결정하셨나요?”
“저는….”
나는 제이든 회장에게 마주 웃어 보이며 대답했다.
“거절할 이유가 없어 보이네요. 앞으로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나는 뜻하지 않게 찾아온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
다음 날.
우리는 이른 아침부터 마이클 씨를 안전한 장소로 옮기기 위해, 전용기가 있는 공항으로 향했다.
“그럼 곧바로 발리로 돌아가는 건가요?”
우리를 마중해준 제이든 회장의 물음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거기는 이미 노출된 상태라서요. 조금 더 안전한 미국으로 갈 생각입니다.”
정확히는 제네시스 라이프 랩으로 마이클 씨와 잭슨 씨를 데려갈 생각이었다.
‘거기라면 병원에 준하는 의료 설비도 갖춰져 있고, 어느 정도 의학 지식이 있는 연구원도 있으니. 기억 상실에 걸린 잭슨 씨를 보호하기에 좋아.’
게다가 제네시스 라이프 랩은 현재, 탈모 치료제와 질병 예측 시스템의 구현 연구 덕분에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었다.
‘그런 곳을 함부로 침입했다간 언론에 노출되기가 십상이니, 음지에서 활동하는 마릭 알파이즈 쪽의 사람들이 일을 벌이기엔 매우 힘들 거야.’
지금 상황에서 여러모로 딱 알맞은 장소라 할 수 있었다.
“그렇군요. 그럼 조심히 가시길 바랍니다.”
“예, 감사합니다. 회장님. 아, 그리고 자동차 사업 건에 대한 구체적인 이야기는, 조만간 다시 연락을 드릴 테니 그때 다시 얘기 나누도록 하시죠.”
“좋습니다.”
그렇게 제이든 회장과 작별 인사를 나눈 나는, 곧장 전용기에 올라 샌프란시스코로 향했다.
“그럼 잘 부탁드립니다, 곽수정 씨.”
제네시스 라이프 랩에 도착한 나는, 가장 믿을 만한 사람인 곽수정 씨에게 잭슨 씨를 부탁하였다.
“네, 걱정하지 마세요. 뇌는 제 전공 분야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지식이 있으며. 제 휘하 연구원 중에는 뇌 분야를 전공한 사람도 있으니. 저분의 기억을 이른 시일 안에 되찾게 할 수 있을 거예요.”
그렇게 곽수정 씨가 잭슨 씨를 데려가자, 마이클 씨가 내게 다가와 감사 인사와 함께 뭔가를 건네주었다.
“자, 우리 형을 찾아줬으니. 약속대로 일기장을 넘겨줄게.”
나는 그에게 건네받은 일기장을 가방 속에 고이 집어넣었다.
“감사합니다. 혹시, 랩에서 지내시다가 불편한 점이 생기시면 언제든 이쪽 번호로 연락해 주세요.”
나는 자비르 씨의 번호가 적힌 명함을 마이클 씨에게 건네주며 작별 인사를 했다.
“다음에 또 봐!”
그렇게 마이클 씨까지 떠난 후, 나는 곧장 인공지능 폰을 꺼내 들었다.
‘크리스토퍼에게 연락해야지.’
일기장도 얻었고, 비록 기억 상실에 걸리긴 했지만 증인도 확보하였으니. 크리스토퍼에게 더는 마릭 알파이즈에게 휘둘릴 필요가 없다고 말해줄 필요가 있었다.
뚜루루- 딸칵.
-미스터 윤?
신호음이 가자마자 전화를 받은 크리스토퍼의 목소리에는, 우려와 기대감이 동시에 녹아 있었다.
“크리스토퍼, 좋은 소식이 있어.”
나는 그에게 그동안 있었던 일을 모두 말해주었다.
-그, 그게 정말이야?
“내가 거짓말을 할 이유가 있나?”
-…미스터 윤.
“왜?”
-당신은 정말 어메이징 한 남자야! 내 비서도 찾지 못한 그 남자를 단번에 찾아내다니 말야! 와하하!
기뻐하는 크리스토퍼의 환호성이 귓가에 시끄럽게 울리는 바람에, 나는 인상을 팍 찌푸렸다.
-지난 며칠 동안 그것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잤었는데, 미스터 윤 덕분에 오늘 밤은 편히 발 뻗고 잘 수 있겠어!
“…크리스토퍼, 궁금한 것이 있는데.”
나는 마릭 알파이즈가 그를 일부러 함정에 빠뜨렸다는 것이 증명된 지금, 크리스토퍼가 어떻게 행동할지를 물었다.
-어떻게 하긴. 별수 없이 그냥 가만히 있어야지.
“그럼 따로 신고하거나 복수할 생각은 없는 거야?”
크리스토퍼는 당연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그런 종류의 인간들은 언제나 자기가 빠져나갈 구멍을 만든 다음 일을 벌여. 물론, 우리에게 증인이 있으니까 신고는 할 수 있겠지만. 아마 소용없겠지.
“왜 소용이 없는데?”
-미스터 윤이 그랬잖아. 마릭의 부하로 보이는 남자가 삼거리에서 경찰에게 호통을 치고 있었다고. 그게 뭘 뜻하는 거겠어?
그 말에 나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설마, 마릭 알파이즈가 경찰을 매수했다는 거야?”
-그럴 확률이 높아. 어쩌면 경찰뿐만이 아닐지도 모르지.
“…….”
예전에 드웨이크 형사님은 마릭 알파이즈를 수년간 쫓았음에도, 아직까지 그를 잡지 못했다고 말했었다.
‘그 이유가 각 나라의 경찰 조직을 매수해서였던 건가!’
아니, 어쩌면 매수한 것이 아닐 수도 있었다.
‘크리스토퍼처럼 약점을 잡고 협박을 했을지도 몰라.’
만약 그것이 사실이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 별로 없었으므로. 그의 말처럼 그냥 가만히 있는 편이 나았다.
-그나마 미스터 윤 덕분에, 이제 더는 협박당할 일이 없으니. 나로서는 다행이지.
“…….”
“앞으로는 행동을 조심할 테니, 너무 걱정 하지 마. 그럼, 다음에 또 보자고.”
그렇게 크리스토퍼와의 통화를 끝낸 나는 생각했다.
‘마릭 알파이즈가 잭슨 씨를 되찾기 위해 위험을 감수할 확률은 낮아. 하지만 나와 경쟁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면, 생각이 바뀔지도 모르지.’
제네시스 라이프 랩의 보안이 높은 수준이긴 하지만, 철통같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는 없었다.
‘…그걸 당장 개발해야겠어.’
나는 다시 폰을 들어, 넥스인텔리의 찰리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나를 반겨주는 찰리 씨에게 나는 진지한 목소리로 말했다.
“인공지능 에보를 활용한 보안 시스템을 개발해 주세요.”
나는 세상에서 가장 견고한 보안 시스템이 필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