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58
158화 뚫을 수 있으면 뚫어봐
찰리 씨와의 통화를 끝낸 나는, 제네시스 라이프 랩의 응접실에서 잠시 시간을 보내며 누군가를 기다렸다.
똑똑.
“오랜만입니다, 사장님.”
내가 제네시스 라이프 랩에 방문했다는 소식을 듣고, 출장에서 방금 막 돌아온 구상민 씨가 반갑게 인사했다.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나요?”
“하하, 요즘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 말대로 구상민 씨는 안색이 무척 초췌해 보였다.
“쉬엄쉬엄 일하세요. 일도 좋지만, 건강도 중요하잖습니까.”
내가 걱정하자, 구상민 씨가 손사래를 치며 말했다.
“괜찮습니다. 제가 즐거워서 하는 일인데요. 조금 힘들어도, 요즘 저는 하루하루가 아주 만족스럽습니다.”
“…그렇다면 다행이지만요.”
구상민 씨가 제네시스 라이프 랩을 도맡아 운영해준 덕분에, 연구소의 주가는 나날이 증가하고 있었고. 세간의 높은 관심을 여전히 유지하고 있었다.
“아마, 본격적으로 탈모 치료제와 질병 예측 시스템이 대중화가 되면. 이제껏 보지 못했던 굉장한 수익을 벌어들이게 될 겁니다.”
“인류의 수명도 늘어나게 될 거고요?”
스스로가 평생 어떠한 병에 걸릴지를 예측할 수 있다면, 그에 걸맞은 생활방식으로 살아가며 병을 최대한 예방할 수 있을 테니. 자연스럽게 수명이 늘어나게 된다.
“그렇죠. 특히 질병 예측 시스템은 앞으로 건강검진의 필수 요소로 자리 잡게 될 겁니다.”
“신기하네요. 이런 멋진 일에 미약하게나마 제 손길이 닿았으니까요.”
그런 내 말에 구상민 씨가 고개를 저었다.
“미약하다니요, 당치도 않습니다. 업적을 세운 것은 곽수정 씨의 공이지만. 그 시기를 앞당긴 것은 사장님이니, 결코 공이 적지 않습니다.”
“하하.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기분은 좋네요.”
내가 그저 웃어넘기려 하자, 구상민 씨가 사뭇 진지하게 말했다.
“사장님이 아니었다면, 세상이 발전하는 속도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느렸을 겁니다.”
“에이, 설마요. 제가 뭐라고….”
물론, 세상이 발전하는 데 한 손을 보탠 건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내가 엄청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생각되진 않았다.
‘세상엔 나보다 뛰어난 사람들이 많으니까.’
가까운 예로 윌 게이츠, 크리스토퍼 등의 진짜 천재들이 있지 않은가.
“아뇨, 사장님 그건 틀렸습니다.”
구상민 씨는 이러한 내 생각을 곧바로 부정했다.
“그분들이 천재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그분들이 사장님처럼 재야의 인재를 발굴하고 도와주진 않았잖습니까.”
“…그렇긴 하지만, 그건 그저 제가 운이 좋아서 그랬던 것입니다. 그분들도 운 좋게 곽수정 씨 같은 분을 발견했다면, 저와 똑같이 행동했을 겁니다.”
“그랬을 수도 있겠지만, 높은 확률로 안 그랬을 겁니다.”
“어째서요?”
“확실한 수익을 보장할 수 없으니까요.”
수익이라는 말에 나는 뭔가를 깨달을 수 있었다.
‘그래, 나는 언제나 성공을 확신하고 행동하지만. 다른 사람들은 아니야.’
다른 사업가들은 언제나 변수를 고려하고, 리스크를 따져가며 투자를 결정하게 된다. 그런 그들의 입장에서, 증명되지 않은 인재에게 투자를 한다는 것은 굉장히 위험한 행위일 것이다.
“사장님은 수익보단 사람에 투자하여 성공하는 타입의 사업가시죠. 그것은 그 누구도 할 수 없는, 굉장한 재능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내가 아직도 고개를 갸웃하자, 구상민 씨가 몇 가지 예시를 들어주었다.
“사장님의 그러한 투자 덕분에, 어쩌면 사업에 실패할 뻔했던 두 청년이 꿈을 이룰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느 교수는 신약을 개발할 수 있게 되었고, 어떤 연구원은 평생이 걸릴 뻔했던 연구를 끝마치게 되었죠. 그 결과가 어떻습니까?”
온 세상에서 처치 곤란하던 플라스틱 쓰레기가 절반 이하로 줄게 되었고, 절망하던 불치병 환자들에게 미소가 피어올랐으며, 앞으로는 질병을 예방하여 가족들이 서로의 곁에 더욱더 오래 함께할 수 있게 되었다.
“이 모든 것은 이뤄낸 것은 사장님이 발견한 인재들이지만. 이런 세상을 조금 더 일찍 오게 한 것은 모두 사장님 덕분입니다. 그러니 겸손보단 자부심을 느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구상민 씨의 말에, 나는 울컥하는 기분과 함께 어떤 책임감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까지 나는 사업을 너무 천천히 운영해왔었어.’
기간이 촉박하여 서둘러야 했던 일도 있긴 했었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어차피 성공할 거라는 믿음이 있었고. 때문에, 마음 한구석에는 늘 여유와 느긋함이 있었다.
‘예전 라이브 카페만을 운영했을 때라면 그렇게 해도 괜찮아. 하지만 이젠 그러면 안 돼.’
사업의 규모가 커지면서, 나는 세상에 커다란 영향을 끼칠 수 있게 되었다.
‘내가 느긋하게 행동하면, 그만큼 세상의 발전이 느려지겠지.’
나는 강한 운을 가지고 있다. 이 운은 나만을 위해 사용할 수도 있겠지만, 이왕이면 나는 사랑하는 이들과 함께 행복해지는 길을 더 원했다.
‘그러니 앞으로는 조금 더 서둘러서 사업을 운영해보자.’
나는 구상민 씨에게 고마움을 표현했다.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덕분에 중요한 것을 깨달을 수 있었어요.”
“별말씀을요. 그것보다 사장님. 출장지에서 좋은 차를 선물받았는데, 함께 마시시겠습니까?”
“하하, 저야 좋죠.”
이후로 나는 구상민 씨와 함께 티타임을 즐기며, 그동안 못 나누었던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이런,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아쉽지만 저는 이만 일어나야겠습니다. 비행기 시간이 다 되었거든요.”
“방금 출장지에서 돌아오셨는데, 또 어디를 가십니까?”
“네. 이번에는 중국으로 갑니다.”
“중국이요? 거기는 왜…”
“중국에도 탈모 치료제 생산 계약을 맺으러 가야 해서요.”
구상민 씨는 앞으로 반년 안에 전세계에서 치료제를 동시 생산할 계획을 말해주었다.
“그래서 요즘 전세계를 돌아다니며 계약하고 다니느라, 바빴던 겁니다.”
“…그동안 저 대신에 고생이 많으셨군요.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아까도 말씀드렸듯이 제가 좋아서 하는 일인데요, 하하. 그나저나 사장님은 언제까지 샌프란시스코에 머무실 생각이십니까?”
“저는….”
원래는 곧바로 한국으로 돌아갈 생각이었으나, 아까 사업 운영을 조금 서두르자고 결심한바.
“며칠 더 이곳에서 지낼 생각입니다.”
잭슨 씨가 기억을 되찾는 것도 보고, 찰리 씨가 개발한 보안 시스템이 연구소에 적용되는 것도 내 눈으로 확인하고 싶었다.
‘게다가 앞으로 하게 될 자동차 사업에 대한 구상도, 한국보단 미국에서 하는 편이 더 나을 것 같으니까.’
나는 자동차 사업에 대해 아무것도 모른다. 그러니 주위에 잘 알만한 사람에게 조언을 구해야 하는데, 그 대상이 대부분 미국에 있었다.
‘아무래도 한국에서는 시차 문제 때문이라도 자유롭게 전화하기 힘드니까.’
그렇게 나는 샌프란시스코에 잠시 머물기로 결정했다.
***
그로부터 약 3주 후.
“축하드립니다, 잭슨 씨.”
곽수정 씨과 다른 연구원들의 노력 덕분에, 생각보다 빠르게 잭슨 씨의 모든 기억이 돌아왔다.
“기억도 되찾게 해주시고, 그놈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게까지 해주시다니. 뭐라 감사 인사를 드려야 할지 모르겠네요.”
“하하, 정말 고마우시면 사소한 부탁 하나만 들어주시죠.”
나는 잭슨 씨에게 마릭 알파이즈가 또 다른 수작을 부리지 못하도록, 증거로 쓸만한 영상을 제작해주길 부탁했다.
“대신, 잭슨 씨가 안전해지실 때까지 원하시는 만큼 이곳 랩에서 지내셔도 됩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해드려야죠.”
잭슨 씨는 흔쾌히 내 부탁을 수락해 주었고, 나는 영상 제작을 자비르 씨에게 모두 맡기었다.
“그런데 고용주님. 랩의 보안이 완벽하진 않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그런 올리버 씨의 물음에 나는 빙긋 웃으며 답했다.
“원래는 그랬죠. 하지만 이젠 아닙니다.”
일주일 전, 나는 찰리 씨에게 에보를 활용한 보안 시스템이 완성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굉장히 놀랐었지. 아무리 그래도 2주 만에 시스템을 완성할 줄은 몰랐으니까.’
찰리 씨에게 이야기를 들어보니. 에보의 향상된 인공지능과, 연산력을 활용한 덕분에 시스템 구축이 무척이나 쉽고 빨라졌다는 것이었다.
‘연산력은 지금 이 순간에도 늘어가고 있지. 그러니 앞으로는 이런 시스템 개발이 점점 더 빨라질 거야.’
중요한 것은 영감이었다.
어떤 시스템을 구축하면 좋을지 아이디어를 잘 떠올리기만 한다면, 에보를 활용해 그것을 빠르게 현실로 만들 수 있으니까.
“현재 그 에보의 보안 시스템을 이곳 랩 전체에 설치해 두었으니, 이제 정말 안전할 겁니다.”
“…지금까지 많은 부자들의 경호를 서 보았던 저로서는, 아직도 그 보안 시스템이 회의적입니다.”
“어째서요?”
“이전 고용주 중에서도 이런 보안 시스템을 개발하고자 한 사람은 많았습니다. 하지만 하나같이 최상위 해커들의 손에 방화벽이 뚫리곤 하였죠.”
“음….”
나는 찰리 씨의 실력을 믿었지만, 아무래도 보안 문제는 민감하다 보니. 시스템이 잘 구축되었는지에 대한 테스트는 필요해 보였다.
“그럼 한 번 확인해 볼까요?”
“예? 어떻게요?”
나는 곧장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여보세요?
“안녕하세요, 안젤라 기자님. 저 윤현민입니다.”
그녀는 예전에 나를 취재하러 왔었던, 워싱턴 최고의 신문사인 데일리 타임즈의 기자였다.
-오! 미스터 윤! 무슨 일로 연락을 주셨나요?
안젤라 기자님의 목소리에는 큰 기대감이 느껴졌다.
“혹시 간단한 기사 하나만 써주실 수 있나요?”
-기사라뇨? 설마 뭔가를 홍보해달라는 기사를 말씀하시는 거라면 조금 실망인데요?
“아, 그런 것 아닙니다. 그저 상금을 걸고, 우리가 개발한 보안을 뚫어보라는 공고문을 좀 실어주셨으면 해서요.”
그런 내 말에 안젤라 기자님이 무척이나 흥미롭다는 목소리로 물었다.
-보안을 뚫어요? 혹시 해킹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네.”
에보의 보안 시스템이 세계 최고라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했다.
‘그냥 해커들에게 공격을 당해보면 되지.’
찰리 씨는 새로운 보안 시스템이 에보의 연산력과 판단력을 기반으로 만들어졌다고 했었다.
‘스스로 생각하는 AI인 에보가 막대한 연산력을 기반으로 이뤄지는 철통같은 보안이라고 했었지.’
사람의 실력이 아무리 뛰어나더라도, 나노초 단위로 막대한 연산을 이룰 수 있는 에보를 이길 수는 없었다. 이론상은 말이다.
‘에보 만큼 뛰어난 인공지능을 데려오면 모를까.’
하지만 현재로서는 그런 인공지능은 절대 탄생할 수 없었다.
세상에서 가장 막대한 연산력을 가진 것은 바로 우리 넥스인텔리였으니 말이다.
-혹시 상금의 규모는 어느정도 생각하시나요?
“음… 100만 달러 정도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나는 예전에 어느 글로벌 대기업에서 자신들이 만든 프로그램의 취약점을 찾을 목적으로, 막대한 상금을 건 해킹대회를 열었다는 기사를 본 적이 있었다.
‘그때 내가 본 해킹대회의 상금이 분명 10만 달러 정도였어.’
당시에 호기심이 생긴 나는 이것저것 정보를 찾아보았었고, 큰 규모의 해킹대회라도 웬만하면 100만 달러를 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300만 달러짜리 대회도 있던 모양이지만, 그건 해킹 성과에 따라 차등으로 지급하는 방식이니 그런 것이고.’
에보의 보안 성능을 믿고 있는 나는, 만약 우리 보안을 뚫을 수 있다면 100만 달러를 온전히 다 지급할 생각이었다.
‘만약 에보가 최고의 보안 시스템이 아니었더라도, 이것은 절대 손해가 아니야.’
고작 100만 달러로 에보의 엄청난 보안을 뚫을 수 있는 인재를 발견할 수 있을 테니, 보안이 뚫리든 안 뚫리든 모두 내게 이득이었다.
게다가 최종적으로 보안이 뚫리지 않는다면, 이는 매우 좋은 홍보 효과가 될 수 있었다.
‘전세계에서 내로라하는 실력을 갖춘 해커들의 공격을 모두 막아내는 데 성공한다면, 우리 보안 시스템을 탐내는 기업들이 많아질 거니까.’
그렇게 되면 수많은 기업이 우리 보안 시스템을 비싼 가격에 구매하려 달려들게 될 것이다.
-바로 편집장님께 말씀드려 볼게요!
잔뜩 신난 목소리로 통화를 끊은 안젤라 씨는 잠시 후 다시 전화를 걸어와, 편집장이 매우 기뻐하며 기사를 실어주기로 했다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저는 이 기사를 전세계에 홍보하고 싶은데, 그게 데일리 타임즈에 기사를 싣는 것만으로 가능할까요?”
-우리 신문사에서 먼저 기사를 내면. 다른 신문사에서도 부리나케 따라서 기사를 적을 거예요. 그런 식으로 점점 퍼져나가다 보면, 전세계에 소문이 나는 것은 시간문제죠.
“그렇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겠군요.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안젤라 기자님.”
-저만 믿으세요!
그렇게 다음 날.
데일리 타임즈 신문 1면에는, 전세계 해커에게 내민 나의 도전장이 실리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