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59
159화 너무나 견고한 철벽
드르렁-
한창 인터넷 밈으로 유명했던 슬픈 개구리의 안대를 착용한 남자가 코를 골며 깊은 잠에 빠져 있었다.
벌컥-!
“잭! 어서 일어나봐!”
남자의 방을 갑자기 습격한 스모키 화장을 진하게 한 여자가 그를 마구 흔들어 깨우기 시작했다.
“무, 무슨 일인데…!? 사만다, 너야?”
“그래, 나다. 그러니까 잭, 어서 일어나 보라고.”
잭이라 불린 남자는 신경질적으로 안대를 벗으며 곧장 시계를 보았다.
“아직 1시밖에 안 되었잖아…. 한창 잘 시간에 왜 깨우는 거야?”
“한창 잘 시간은 무슨. 창밖을 봐, 해가 중천이야.”
그녀의 말대로 창밖은 훤한 대낮이었다. 하지만 잭은 아랑곳하지 않고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낮이든 밤이든 무슨 상관인데… 나 어제 밤새도록 작업한 거 몰라서 그래?”
“응? 작업이라니? 무슨 작업? 너 설마 또…”
“이크.”
순간, 짜증이 난 바람에 말실수해버린 잭이 얼른 대화 주제를 전환하려 했으나. 이미 늦어버렸다.
“너 솔직히 말해. 또 그런 의뢰를 받은 거야?”
“그게… 전에 단골이었던 고객이 딱 이번만 도와달라고 사정해서….”
“…….”
“게다가 이번 달 생활비가 위험하기도 했고.”
“…무슨 의뢰였는데.”
“아, 별거는 아니야. 그저 어느 회사의 보안을 좀 뚫어달라는 것뿐이었으니까.”
“…그 회사가 어딘데?”
“…….”
“대답.”
“…카지노.”
또다시 범죄에 가담했다는 잭의 말에 사만다가 이마를 짚었다.
“…하아! 잭, 다시는 위험한 일 안 하겠다고 약속했잖아.”
“그치만… 내가 가진 재주가 이런 것뿐인데 어떻게 해. 전과가 있어서 일반 회사엔 취업도 안 되고. 게다가 그렇게 큰 건도 아니었어. 그 아저씨가 그냥 잃은 돈만 복구하겠다고 했거든.”
“…….”
“한 번만 봐주면 안 될까? 그래도 정말 심각한 범죄엔 손대지 않기로 한 약속은 깨지 않았잖아.”
사만다도 잭의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었다.
‘이게 다 첫 단추를 잘못 끼운 내 잘못이야.’
사만다는 잭의 이란성 쌍둥이 누나였다. 두 사람은 부모님을 일찍 여읜 뒤로, 서로를 의지하며 자랐다.
그러던 중, 어린 잭이 해킹에 천부적인 재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사만다는. 그런 잭의 능력을 키워주고자 수소문 끝에 해커를 키워준다는 어느 기업에 그를 데려갔었다.
‘그런데 설마 그 기업이 그런 악질적인 곳일 줄이야….’
그 기업은 겉으로는 괜찮은 회사였지만, 그 속은 온갖 불법적인 일을 자행하는 악의 소굴이었다.
‘그곳에서 벗어나고자 잭은 더욱 심각한 범죄에 손을 대고 말았지.’
결국, 잭은 계속 무리한 의뢰를 받다가 기업의 꼬리 자르기에 당해 경찰에게 잡히고 말았다.
그렇게 잭은 몇 년의 감방 생활을 하게 되었던 것이었다.
‘내가 그때 제대로 된 기업에 녀석을 데려갔더라면….’
사만다는 안타까운 눈길로 동생을 바라보았다.
“… 뭐야, 사만다. 왜 그런 눈으로 나를 봐? 알았어. 앞으로는 이런 의뢰는 절대로 받지 않….”
“됐고! 어서 이 기사나 읽어보라고.”
옛날 생각에 감성적으로 변한 사만다가 물기 젖은 눈동자를 감추기 위해, 잭의 얼굴에 신문을 냅다 집어 던졌다.
“웁! 이게 뭔데 그래?”
“데일리 타임즈인데, 거기 1면을 자세히 읽어봐.”
잭은 누나의 말대로 기사를 읽기 시작했고, 이내 두 눈을 크게 떴다.
“상금이 배, 백만 달러?!”
“그래. 그 연구소의 보안을 뚫기만 하면, 무려 백만 달러야.”
“그, 그럼 우리 빚도 다 갚을 수 있고. 앞으로는 돈 걱정 없이 살 수도 있는 거야?”
사만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자신 있지?”
“당연하지! 내가 누군데! 어나니머스도 내 앞에선 한 수 접고 들어간다고!”
자신감 넘치는 잭에게 사만다가 그의 등을 치며 응원했다.
“네가 활약할 수 있는 분야인데다, 합법적으로 돈을 벌 기회야. 잘해 보자고.”
“그래, 잘해 볼… 응?”
잭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럴 땐, 보통 잘해 보라고라고 격려하지 않아? 잘해 보자고는 같이 잘하자는 뜻 아닌가?”
“맞아. 같이 잘해 보자는 거였는데?”
그 말에 잭이 더 혼란스러워하자, 사만다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너 기사 끝까지 다 안 읽었지?”
“응?”
“거기 마지막에 보면, 2인 이상의 팀으로 참가해야 한다고 되어 있어. 한 명은 시스템 해킹을, 다른 한 명은 실제로 연구소의 보안을 뚫어야 한다고 말이지.”
그 말에 잭이 다시 신문을 들어 마지막 문단을 읽었다.
“…정말이네.”
“그러니까 같이 잘해 보자고.”
“…….”
“걱정하지 마, 이 누나가 또 체조를 오래 했잖아. 몸이 유연하니까, 레이저 보안이든 뭐든 다 쉽게 피할 수 있어. 네가 시스템만 무력화시켜주면 말이지.”
자신감이 넘치는 사만드를 보며, 잭은 속으로 생각했다.
‘누나, 일개 연구소에 무슨 레이저 장치야…. 그냥 배치된 경비원을 피해 목적지에 도착하라는 거겠지.’
잭은 뚝뚝 소리를 내면서 몸을 풀고 있는 사만다를 보며, 걱정이 앞서기 시작했다.
***
해킹 대회가 시작된 날.
제네시스 라이프 랩의 앞마당에는 대회 참가자 및 전세계 유명 방송국과 기자들로 인해 붐비고 있었다.
“생각보다 대회 참가자가 많네요?”
“엄격하게 예선을 거쳤는데도, 이만큼이나 많은 인원이 통과하게 되었습니다.”
자비르는 윤현민에게 한 장짜리 예선 결과 보고서를 보여주었다.
“그렇네요. 무려 35팀이나 남다니, 해커들의 수준이 굉장히 높은 것 같아 기대되네요.”
윤현민은 자비르에게 다시 보고서를 넘겨주며, 이번엔 올리버를 향해 물었다.
“올리버 씨, 사람이 생각보다 많은데 괜찮을까요?”
“…상관없습니다. 얼마나 많은 사람이 침입하든, 다 잡을 수 있도록 제가 직접 경비원들을 교육했으니까요.”
올리버는 과거 수많은 전쟁터에서 특수 임무를 맡아온 엘리트 군인 출신이었다.
‘특기가 분명 잠입과 암살이랬지.’
그런 올리버에게 훈련을 받았으니, 경비원의 수준도 꽤 높아졌을 것이 분명했다.
‘올리버 씨에게 경비원들의 훈련을 부탁드린 것은 잘한 선택이야. 에보의 보안 시스템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긴 하지만, 결국 침입자를 잡는 것은 사람이니까.’
에보가 경보를 울려도, 침입자를 저지할 사람이 없다면 결국 아무런 소용도 없는 것이니 말이다.
“아 참. 그러고 보니 예선에서 가장 돋보인 활약을 한 팀이 있다고 했었죠?”
“네, 잭과 사만다라는 팀입니다. 특이하게 남매가 같이 대회에 참가했죠.”
“혹시, 저기 모인 사람 중에 있나요?”
윤현민이 앞마당을 가리키자, 자비르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기 가운데에 붉은 머리 두 남녀가 보이십니까?”
“아! 후드 티를 입은 사람들 말이죠?”
“예, 맞습니다.”
윤현민은 그 두 사람을 유심히 지켜보았다.
‘대회 결과에 따라, 저들이 내가 영입할 인재가 될 수도 있어.’
그렇게 윤현민이 그들을 관찰하고 있었을 때, 이상한 장면 하나를 포착할 수 있었다.
‘응? 저게 뭐지?’
남매 중 동생으로 보이는 남자가 우리 쪽 보안 요원의 주머니에 뭔가를 집어넣는 것 같아 보였다.
‘잘못 보았나?’
윤현민이 고개를 갸웃하던 그때, 자비르가 그에게 말했다.
“사장님, 이제 슬슬 시작 하셔야 합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되었나요. 그럼 얼른 시작합시다.”
자비르의 안내에 따라, 윤현민이 단상에 오르며 대회의 시작을 알렸다.
‘저 사람이 윤현민….’
잭은 단상에 오른 그의 모습을 보며 생각했다.
‘흥! 인공지능을 활용한 보안 시스템이라고? 아직은 인간이 더 뛰어나다는 것을 보여주지.’
인공지능도 결국엔 인간이 만든 것이므로, 잭은 그딴 것에 질 생각이 절대 없었다.
‘100만 달러는 내가 가져간다.’
그렇게 잭이 속으로 결의를 다지던 때, 윤현민의 연설이 시작되었다.
“안녕하십니까, 윤현민입니다. 먼저, 이 자리까지 올라오시느라 수고가 많으셨습니다.”
계속해서 이어지는 그의 연설은 여느 대회에서 들을 수 있는 상투적인 것이었다. 잭은 그런 지루한 연설은 되었으니, 어서 대회나 시작했으면 하는 마음이 강하게 들었다.
‘이미지 트레이닝이나 해야지.’
잭은 윤현민의 연설을 한 귀로 흘리며, 머릿속으로 시뮬레이션을 돌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갑자기 주위가 소란스러워지기 시작했다.
‘뭐야? 무슨 일인데?’
깜짝 놀란 잭이 다시 고개를 들어 단상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윤현민의 자신감 넘치는 도발을 목격할 수 있었다.
“죄송합니다. 여러분은 오늘 헛걸음을 하셨습니다. 왜냐하면 이 대회에 참가한 여러분들은 오늘 단 한 푼의 상금도 가져가지 못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 말에 주위가 더욱 소란스러워졌다.
“지금 우리를 무시하는 겁니까!?”
한 참가자가 용기 있게 외치자, 윤현민이 고개를 저었다.
“여러분이 본선까지 올라올 정도의 실력자라는 것은 잘 알겠습니다만, 애석하게도 우리의 보안을 뚫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 정도로 우리 에보의 보안은 철벽처럼 견고하니까요.”
우우우-!
곳곳에서 야유가 터져 나왔다.
“다만.”
그때, 윤현민이 단상 뒤쪽에 천막으로 덮여 있는 뭔가를 향해 다가가며 말을 이었다.
“그럼에도 우리의 보안을 뚫을 수 있다면.”
펄럭!
윤현민이 천막을 벗겨내자, 곳곳에서 탄성이 쏟아졌다.
“그 자리에서 바로 이 100만 달러를 지급해드리겠습니다. 물론, 현금으로요.”
정적. 그리고.
와아아-!
환호성.
100만 달러를 실물로 보게 된 참가자들의 마음속에 불이 지펴졌다.
‘저건 내가 가진다!’
잭 또한 다시 한번 마음속으로 결의를 다졌다.
“그럼 대회를 시작하겠습니다. 미리 안내해 드린 대로 참가자분들은 연구소 주변에 마련된 35대의 컨테이너 안으로 들어가 주세요.”
대회의 방식은 간단했다.
컨테이너에 설치된 최신형 컴퓨터를 활용하여 어떻게든 연구소의 보안을 뚫어, 파트너를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도달하게 만들면 되는 것이었다.
‘…익숙한 일이네.’
예전에 몸담았던 그 기업에서 자주 했던 일이므로, 잭은 무척 자신이 있었다.
“잭! 너만 믿는다!”
“…….”
몸매가 다 드러나는 쫄쫄이 옷을 입은 채, 스트레칭을 하는 누나가 살짝 불안했지만. 그럼에도 잭은 보안을 뚫지 못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다.
-준비, 시작!
대회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자마자, 잭은 열심히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오케이. 일단 취약점부터 찾아볼까.’
원래라면 조직 내부에서만 사용하는 인트라넷을 원격으로 뚫는 것은 불가능했다. 만약, 이를 뚫으려면 내부에 침투하여 바깥과 연결해주는 장치를 설치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이것은 누군가가 시스템에 침입했을 경우, 에보의 보안 성능을 확인하려는 대회였으므로. 원격으로 해킹이 가능한 상태에서 진행이 되었다.
타다다다-
잭은 시스템에 대한 진입점을 찾기 위해 오픈 포트, 서비스 버전, 네트워크 트래픽 패턴 등을 분석하고. 악용 가능한 스크립트를 찾기 위해 웹 프록시 도구를 사용하는 등의 다양한 방법을 시도하였다.
‘오케이.’
시작한 지 몇 분도 걸리지 않아, 취약점을 발견한 잭이 미소를 지었다.
‘이제 내가 심혈을 기울여 만든 악성 코드를 심어주기만 하면….’
탁!
‘시스템 권한이 내 것이 되… 어? 뭐야?’
잭이 엔터를 누르자마자, 메시지 하나가 떠올랐다.
[파일이 손상되었습니다.]그것은 잭이 심으려던 악성 코드 파일이 손상되었다는 메시지였다.
‘이럴 리가 없는데?’
그는 분명 어젯밤에 몇 번이나 파일을 점검하여 이상이 없음을 확인했었다.
‘하는 수 없지.’
잭은 보험으로 준비한 두 번째 파일이 든 USB를 꺼내 들었다.
‘이건 웬만해선 안 쓰려고 했었는데 말이지.’
이것은 처음 심으려던 악성 코드보다 더 악질이었다.
‘첫 번째는 일회성 악성 코드지만, 이건 스스로를 복제하며 무한으로 증식하는 악성 코드니까.’
한번 설치하면, 전체 시스템을 초기화하기 전까지는 절대로 지워지지 않는 악질적인 코드였다.
아마, 대회가 끝나더라도 시스템을 복구하려면 꽤 애를 먹을 것이 뻔했다.
‘상금을 타려면 어쩔 수 없어….’
탁.
잭이 USB를 노트북에 꽂고, 몇 가지 명령어를 입력하자. 화면에 수많은 메시지가 떠올랐다.
[파일이 손상되었습니다.] [파일이 손상되었습니다.] [파일이 손상되었습니다.] [파일이 손상되었습니다.].
.
.
[파일이 손상되었습니다.]‘뭐, 뭐야?!’
잭은 매우 당황스러웠다.
‘이것도 손상되었다고? 그럴 리가 없는데?’
이것도 첫 번째 파일만큼 몇 번이나 검토하고 가져온 것이었다.
‘잠깐. 설마…’
만약, 이 파일들이 조금 전까지 멀쩡했다고 가정하면. 이런 현상이 발생한 이유는 오직 하나뿐이었다.
‘내가 역으로 해킹을 당했다?’
잭은 즉시 키보드를 두드려 로그를 확인해 보았다.
‘…이런.’
아니나 다를까. 누군가가 그의 노트북에 침입한 흔적이 있었다.
‘…그 인공지능인가?’
잭은 그제야 어떻게 된 일인지 알 수 있었다.
‘내가 보안을 뚫었던 것이 아니야. 저쪽에서 나를 역으로 추적하기 위해, 일부러 뚫려 준거지.’
본래 이런 방식의 방어는 매우 위험했다. 자칫 잘못했다간, 침입자에게 모든 권한을 빼앗길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니 평범한 보안 전문가들은 절대 이런 식으로 시스템을 방어하지 않는다.
‘하지만 인공지능은 다르다는 건가.’
엄청난 연산력을 자랑하는 인공지능은, 사람이라면 절대로 할 수 없는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그것을 깨달은 잭이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그렇다고 내가 포기할 것 같아?’
스스로를 최고의 해커라고 생각하는 잭은 오기가 생겼다.
‘모든 공격을 막는다고? 그럼 감히 막지 못하도록 더욱 빠르게 공격하면 되지.’
잭은 눈이 따라가지 못할 만큼의 속도로 키보드를 두드리기 시작했다.
‘어쭈?’
‘이게…!’
‘이걸 막아?’
‘됐…! 아, 또 따라잡혔네.’
‘좋아, 이번에는…!’
잭은 실시간으로 코드를 짜, 어떻게든 시스템에 침입하려 노력했다. 하지만 저 괴물같은 인공지능은 그의 공격을 여유 있게 모조리 막아내었다.
만약 에보에게 감정이 있었다면, 지금 매우 놀란 표정을 지어 보였을 것이다. 잭이 집중하면 집중할수록, 에보의 공방을 점점 따라오고 있었으니 말이다.
그 정도로 선방한 잭이었지만, 에보의 철벽을 뚫기엔 여전히 모자랐다.
‘아오! 거의 다 된 것 같은데!’
잭이 분한 표정을 짓던 그때, 사만다에게서 무전이 들려왔다.
-잭! 아직이야?
“잠시만!”
-서둘러야 해. 지금 여기 난리가 났어!
사만다는 대회에 참가한 해커의 파트너들이 죄다 튀어나와, 연구소로 돌격하고 있다는 정황을 설명해 주었다.
-아무래도 다들 우리보다 먼저 보안을 뚫었나 봐!
“…그게 아니야.”
잭은 알 수 있었다.
‘저건 도저히 보안을 뚫지 못해서, 이판사판으로 뛰어드는 거지.’
그조차 애를 먹고 있는 인공지능의 방어를 다른 놈들이 뚫었을 리 없었다.
“사만다, 시간은 얼마나 남았어?”
-이제 20분도 안 남았어. 나도 그냥 뛰어들어 볼까?
“그건 안 돼! 어차피 다 걸리고 말 거야.”
인공지능의 뛰어남을 인정한 잭은, 보안을 뚫는 것보단 다른 방법을 생각해 내었다.
“나한테 5분만 줘.”
타다다다-
잭은 다시 해킹을 시작하였다. 하지만 이번 해킹 대상은 연구소가 아니었다.
탁.
잭이 엔터를 치자, 무언가가 표시된 어떤 도면이 화면에 떠올랐다.
“사만다, 내가 경비원 위치가 표시된 연구소 도면을 보내줄게. 그걸로 어떻게든 침입에 성공해봐.”
-뭐? 그게 무슨 말이야?! 보안은?!
“…미안, 이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야.”
잭의 실력은 분명 최고였지만, 도저히 저 인공지능의 보안을 뚫을 길이 보이지 않았다.
‘세상에 실시간으로 포트 번호를 바꾸고, 로그를 조작하며, 함정까지 파는데. 사람이 무슨 수로 저걸 뚫어?’
최고의 해킹 실력을 갖춘 잭이었기에 그나마 인공지능 턱 밑까지 위협을 가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대회 시작 전에 보험을 들어둬서 다행이야.’
잭은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경비원의 주머니에 그가 만든 장치 하나를 집어넣어 두었었다.
‘그 장치로 경비원의 핸드폰을 해킹하여, 도면을 빼 올 수 있었어.’
오늘은 대회 날이었으므로, 경비원들은 평소와 다르게 경계를 서야 했을 것이고. 그것을 확인하고 기억하기 위해, 분명 핸드폰에 사진을 찍어뒀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다행히 그 생각이 맞았지.’
잭은 키보드에서 손가락을 떼었다.
‘이젠 누나를 믿는 수밖에 없어.’
해킹으로 저 미친 보안을 남은 시간 안에 뚫는 것은 불가능했다.
‘…아쉽네.’
시간이 충분히 더 있었더라면, 아마 결과는 달라졌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잭은 눈을 감고 결과를 기다렸다.
잠시 후.
-대회가 종료되었습니다.
대회가 끝났다는 방송이 들려오자마자, 잭은 컨테이너를 뛰쳐나와 결과를 확인하였다.
-아쉽게도, 이번 대회의 우승자는 없습니다.
“아….”
이변은 없었다.
***
“너무 침울해하지 마. 그래도 본선 참가비 만 달러는 받았잖아.”
“…상금을 못 타서 이러는 게 아니야.”
“그럼?”
“…분해서 그래.”
겨우 인공지능일 뿐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 에보라는 녀석은 자신보다 훨씬 높은 경지에 있었다.
‘언젠가 뚫어보고 싶어.’
잭은 그 견고한 보안을 뚫고 싶다는 욕망에 사로잡혔다.
‘…하지만 참아야겠지.’
오늘은 공식적인 대회였기에, 합법적으로 해킹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부터 그 연구소에 해킹을 시도한다는 것은 범죄였다.
‘정말… 아쉽네….’
자신만을 바라보는 누나를 위해서라도, 그런 짓을 절대 할 수 없었다.
띵동.
그때, 누군가가 남매가 사는 집의 초인종을 눌렀다.
“누구지?”
잭과 사만다는 함께 현관으로 다가가 문밖의 사람에게 외쳤다.
“누구세요?”
“오늘 진행한 해킹 대회 관계자입니다. 잭 씨에게 제안할 것이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제안이요?”
수상함을 느낀 잭이 현관문에 달린 외시경을 통해, 바깥을 살폈다.
“…어?”
남자의 모습을 확인한 잭이 화들짝 놀라며, 서둘러 현관을 열었다.
“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그러자 남자는 대답 대신 그에게 제안하기 시작했다.
“저와 일 하나 같이 안 해 보시겠습니까?”
“일이라면, 어떤?”
“시간이 얼마나 걸려도 상관없습니다. 제니시스 라이프 랩의 보안을 뚫어주시죠.”
“예? 연구소를 뚫어달라는 게 대체 무슨 말이에요?”
잭은 이해할 수 없었다. 왜냐하면.
“거긴 당신이 소유한 곳이잖아요?”
지금 눈앞에 서 있는 남자는 다름 아닌, 오늘 대회를 개최했던 윤현민이었으니까.
“저는 지금 당신을 우리 프로젝트의 보안을 시험하는 테스터로 고용하려는 겁니다.”
“테스터요?”
윤현민은 잭에게 상당히 괜찮은 월급과 인센티브를 제시했다.
“월급으로 3,000달러를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우리 프로젝트의 보안을 뚫어낼 때마다 인센티브로 10만 달러씩 지급해드리죠.”
꿀꺽!
잭은 등 뒤의 사만다를 바라보았다.
“잭….”
그녀의 두 눈동자가 흔들리고 있었다. 물론, 잭 또한 동요하고 있었다.
‘…날 속이려는 것 아니야?’
그런 그의 마음이라도 읽었는지, 윤현민이 계약서를 내밀었다.
“천천히 읽어보시죠.”
“…….”
잭과 사만다는 눈이 빠져라, 계약서의 독소 조항을 찾기 시작했다. 하지만 5번이나 검토해보아도, 그런 것은 전혀 없었다.
“사인하겠습니다.”
이 기회를 놓쳐서는 안 된다고 판단한 잭은, 서둘러 계약서에 사인을 마쳤다.
“좋습니다. 그럼, 다음 주부터 넥스인텔리로 출근해 주시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쉬시길.”
그렇게 윤현민이 떠나려던 순간, 잭이 한 가지 궁금한 것을 물었다.
“근데 왜 이런 제안을 하신 겁니까? 보안 테스트라면, 이번처럼 대회를 열어서 확인할 수도 있잖아요.”
그 말에 윤현민이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오늘 대회에서 제대로 된 해킹 시도를 한 것은 잭, 당신뿐입니다. 심지어 꽤 위협적이었다더군요.”
“예?”
“이번처럼 대회를 여는 것보다, 당신 한 명을 고용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겁니다.”
“아….”
납득한 잭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설명을 마친 윤현민은 남매의 집을 빠져나와, 자비르가 기다리고 있을 주차장으로 향하며 생각했다.
‘내가 그를 고용한 이유가 또 있긴 하지만.’
그는 앞으로 윤현민이 시작할 새 프로젝트에 가장 적합한 테스터였다.
‘나는 앞으로 레벨 6의 완전 자율 주행 자동차 개발을 시작할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