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62
162화 루미에 패션을 인수하라
“한 일주일 정도 쉬다 오세요.”
한국으로 돌아온 나는 가장 먼저 자비르 씨에게 휴가를 주었다. 그런데 막상 휴가를 얻은 자비르 씨는 계속해서 망설였다.
“사장님, 지금 바쁜 시기잖습니까? 이런 때에 제가 빠지면….”
“괜찮아요. 예전에 자비르 씨가 없을 때도 나 혼자서 일했었습니다. 게다가 이번 일은 한유경 씨와 함께 할 테니 전혀 걱정이 없고요.”
그녀와는 예전에 거암물산에 있었을 때부터 호흡을 맞춰왔으니, 이번에도 좋은 파트너로 일할 수 있었다.
“그러니까 일주일간 푹 쉬다 오세요. 대신, 돌아오시면 이 계약서를 알론 머스크 씨에게 전해주고 와주세요.”
나는 아까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사인한 계약서를 자비르 씨에게 내밀었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정말 비행기 안에서 검토한 것만으로 충분하신 겁니까?”
“네. 전문가인 두 분의 조언을 받았으니 괜찮습니다.”
나는 한국으로 돌아오는 비행기 안에서 구상민 씨와 루카스 씨에게 연락하여 계약서 검토를 부탁했었다.
“두 분 모두 문제가 없다고 했고, 저 또한 그래 보였으니. 이대로 수정 없이 계약해도 될 것 같네요.”
“이런 모습을 보면 알론 머스크 씨는 생각보다 합리적인 분인 것 같습니다. 저는 계약서에 알론 머스크 씨에게만 유리한 내용이 많을 거라고 생각했거든요.”
나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막상 읽어본 계약서는 무척이나 공정하게 작성되어 있었다.
“그러게요. 어쨌든 자비르 씨는 이번에 휴가를 다녀오세요.”
“하지만….”
“돈도 꽤 버셨으니, 가족들이랑 여행이라도 다녀오셔야죠.”
가족이라는 말에 뭔가를 말하려던 자비르 씨가 입을 꾹 다물며 감격한 표정을 지었다.
“…예, 사장님. 배려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뭘요.”
그동안 자비르 씨에게 받은 것들에 비하면, 별것 아닌 복지일 뿐이었다.
‘아, 휴가비랑 보너스도 드려야겠네.’
그냥 대놓고 주면 받지 않으려고 할 게 뻔하니, 아예 통장으로 바로 지급해 버려야겠다.
“그럼 어서 휴가를 즐기러 떠나세요.”
“예? 지금부터요?”
“네, 지금부터요.”
그런 나의 말에 자비르 씨가 다시 한번 감사 인사를 하며 떠났다. 그러자 가만히 지켜보던 올리버 씨가 내게 다가와 말했다.
“고용주님의 복지는 참 좋은 것 같군요.”
“최대한 신경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잘됐네요.”
“…”
슬쩍 본 올리버 씨의 얼굴에는 기대감이 가득 차올라 있었다. 이에 나는 그가 뭘 원하는지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참고로 올리버 씨는 당분간 휴가 없어요.”
“예? 왜요?”
“그야 올리버 씨가 저와 함께한 지 얼마 안 되었기도 하고, 애초에 우리 계약은 6개월마다 내기 계약으로 갱신하기로 했잖습니까.”
“그렇긴… 하죠?”
“6개월이면 아주 짧은 기간인데, 그마저 휴가로 빼먹을 순 없잖습니까.”
“아….”
올리버 씨가 눈에 띄게 실망하는 모습에 나는 속으로 웃음을 터뜨렸다.
‘거짓말인데.’
나는 그냥 한번 올리버 씨를 놀려본 것뿐이었다. 어차피 그는 어차피 나와 평생 계약을 하게 될 운명이니 말이다.
‘6개월마다 하는 내기는 무조건 내가 이길 거니까.’
나와 평생 함께하게 될 올리버 씨인데 휴가 정도는 보내줘야 도리였다.
‘그런데 올리버 씨의 반응이 너무 재밌네.’
지금 올리버 씨는 내 눈앞에서 6개월만 참자고 스스로 다짐을 하는 중이었다.
‘…나중에 특별 휴가랑 보너스를 주면서 사실을 밝혀줘야겠다.’
그렇게 마음먹으며, 나는 루나리스 패션으로 향했다.
.
.
.
“오랜만이네요, 사장님.”
“네, 한유경 씨. 별일 없으셨죠?”
오래간만에 만난 그녀와 안부를 주고받은 뒤, 나는 곧바로 미스트에 대한 보고를 받기 위해 사무실로 들어갔다.
“여기, 미스트가 등장했을 때부터 지금까지의 행적과 시장 반응이 적힌 보고서입니다.”
나는 건네받은 보고서를 찬찬히 읽기 시작했다.
‘…이건?’
유사했다.
내가 처음 루미에 패션을 일으켰을 때와.
‘파격적인 런칭쇼를 통해 세상에 존재를 알리고, 기자들과 미디어의 힘을 빌려 홍보 효과를 늘렸어. 그런데 그 과정이 모두 우연한 행운으로 이뤄지다니.’
생소한 브랜드의 런칭쇼가 화제가 될 수 있었던 것은, 우연히 그 근처에서 개인 방송을 하던 너튜버 덕분이었고. 그것은 두 번째 패션쇼에서 알렉산드로 씨와 같은 유명 패션 잡지 기자가 찾아오는 계기가 되었다.
‘게다가 미스트의 패션쇼를 성공으로 이끈 디자이너는, 쉽게 고용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니야.’
로버트 알레그만.
현재 미스트에 소속된 그는 은퇴한 전설적인 밀라노의 디자이너였다.
‘이미 그 분야에서 정점을 찍고 은퇴한 사람을 다시 고용한다는 것은, 일반적인 방법으로는 불가능해.’
뭔가 엄청난 거래가 있었던가, 아니면 크리스토퍼에게 그랬던 것처럼 뭔가의 협박을 했던가.
‘그것도 아니면 또 다른 행운이 작용했던가.’
나는 왠지 마릭의 행운이 크게 작용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미스트에 대한 반응들이 심상치 않아.’
예전이라면 모를까, 지금의 나는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잘나가고 멋진 브랜드라도, 일부 대중에겐 욕을 먹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그리고.
‘미스트에 대한 대중의 반응은 부정보다 긍정이 압도적으로 높아.’
이런 경우가 오히려 비정상적이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었다.
‘루미에와 루나리스 패션이 런칭 했을 때도 긍정적인 반응이 압도적이었지.’
덕분에 나는 누구보다 빠르게 패션 시장을 휘어잡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은 루미에와 비슷한 전철을 밟고 있는 미스트도 마찬가지일 터.
‘이로써 확실해졌어. 알론 머스크 씨의 말대로, 미스트의 주인은 마릭 알파이즈가 맞아.’
강한 행운을 가지고 있지 않다면, 이렇게 빠른 성장 속도를 보일 수 없었을 테니까.
탁.
보고서를 모두 읽은 나는 한유경 씨에게 물었다.
“다음 패션쇼가 언제라고요?”
“2028년 3월 20일, 월요일입니다.”
“…봄이네요.”
처음 루미에 패션쇼를 선보였을 때도 봄이었었다.
“미스트 브랜드와 맞붙기엔 꽤 운명적인 시기지 않나요?”
“그러게요.”
나는 그녀를 향해 자신감 가득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저와 한유경 씨는 봄을 주제로 첫 패션쇼를 준비했었고, 큰 성공을 거뒀었죠. 그러니 봄은 우리의 주 무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 저도 그렇게 생각해요.”
물론, 그것은 GA 패션, 그러니까 루미에 패션의 전공이라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대중들도 다 알고 있었다.
루미에 패션의 기획자가 바로 루나리스 패션의 대표라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루나리스와 루미에를 같은 것으로 취급하기도 하였다.
“그러니 아무리 미스트의 성장세가 무섭더라도, 시기가 봄인 이상 우리가 무조건 유리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네.”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조금 불안한 것이 사실이죠.”
봄 패션은 루나리스(루미에)라는 공식 덕분에 우리가 더 유리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 사업 무대를 노리는 마릭 알파이즈가 평범한 패션쇼를 준비하고 있을 리 없었다.
‘그러니 임팩트가 될 만한 게 필요해.’
나는 그에 대한 한유경 씨의 생각을 물었다.
“음… 어렵네요. 사실, 마지막으로 사장님이 직접 연출을 담당하신 이후로 우리 루나리스 패션이 막 엄청나고 혁신적인 퍼포먼스를 보이진 못했으니까요.”
내가 패션쪽에 신경을 쓰지 못한 동안, 한유경 씨와 구상민 씨가 나를 대신하여 패션쇼를 운영하였다.
하지만 그렇다고 두 사람이 나보다 뛰어난 퍼모먼스를 보여준 것은 아니었다.
‘그저 유지를 잘했던 거지.’
내가 마지막으로 맡았던 루나리스의 패션쇼에선 바닥과 벽, 그리고 천장까지 디스플레이로 만들어 관객들이 마치 화면 속 세상에 들어온 듯한 연출을 보여주었었다.
‘구상민 씨와 한유경 씨는 내가 남긴 그 디스플레이로 패션쇼를 개최해왔고, 늘 평균 이상을 해내었어.’
루나리스 패션에 들릴 때마다, 나는 패션쇼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이 꽤 괜찮았다는 보고를 받곤 했었다.
‘하지만 최고의 극찬을 들었다는 보고는 받지 못했어.’
이번에는 그 최고의 극찬을 받을 필요가 있었다.
“몇 가지 떠오르는 방법이 있긴 해요.”
나는 그녀가 떠올린 몇 가지 아이디어를 집중하여 들었지만, 딱히 마음에 와닿는 것은 없었다.
‘패션쇼장을 통째로 움직일 수 있게 만들어, 놀이기구처럼 피부에 와닿는 연출을 하자는 게 그나마 괜찮아 보이지만.’
이건 자칫했다간 사고가 날 수 있었다.
‘평소의 나였다면 곧바로 추진했을 거야. 하지만 패션쇼에 마릭 알파이즈가 나타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섣불리 그런 위험한 짓을 할 순 없어.’
예전 에이프릴 씨와의 카드 게임에서 나는, 강한 행운을 지닌 사람이 서로 만나게 되면. 그 운이 어느 정도 상쇄된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위험한 퍼포먼스를 하여도 내가 가진 행운이라면 안전했겠지만, 이번만은 예외야.’
그러니 다른 참신한 연출 방법이 필요했다.
‘잠깐. 그 방법이라면?’
방금 머릿속에 번뜩 떠오른 하나의 아이디어는, 내가 바라는 모든 조건을 충족할 수 있었다.
“한유경 씨, 내가 방금 좋은 아이디어를….”
“사장님. 이건 어떠세요?”
한유경 씨와 내가 동시에 서로 말했다.
“한유경 씨 먼저 말씀해 보세요.”
“네. 저는 참신한 연출보다 오히려 기본으로 돌아가 보는 게 어떨까 싶어요.”
“기본이라면 어떤…”
“패션의 본질, 디자인이요.”
디자인이라면 우리에겐 곽창민 씨라는 아주 좋은 카드가 있었다.
“곽창민 디자이너는 물론 훌륭한 디자이너예요. 하지만 그와 시너지를 일으킬 수 있는 다른 디자이너가 있다면 더 좋지 않겠어요?”
“그렇긴 한데, 곽창민 씨의 디자인은 굉장히 개성 있지 않습니까? 그런 그와 호흡을 맞출 수 있는 디자이너가 과연 있을까요?”
“딱 한 명 있죠. 우리와 안면이 있으면서도, 곽창민 디자이너와 실제로 합을 맞춰본 디자이너가.”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한 사람의 얼굴을 떠올릴 수 있었다.
“설마, 임예진 디자이너를 말씀하시는 겁니까?”
한유경 씨가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임예진 디자이너는 이미 루미에 패션과 계약이 되어있잖아요. 지난번처럼 콜라보를 하는 것이 아니라면, 그분과 함께 일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 텐데요?”
“아뇨, 방법은 있어요.”
한유경 씨는 노트북을 열어 어떤 파일 하나를 실행시켰다.
“이건 어렵게 구한 최근 루미에 패션의 실적 그래프에요.”
“…점점 하락하고 있군요?”
한유경 씨가 보여준 그래프는 가파르게 추락하고 있었다.
“루미에 패션은 예전과 같은 명성을 자랑하지 못하고 있어요. 그나마 임예진 디자이너의 이름과 실력 덕분에 버티고 있지만, 그것도 시간 문제죠.”
“…강진수 사장이 이걸 두고 보고 있진 않았을 텐데요?”
강진수 사장은 루미에 패션을 발판으로 강진목 회장의 후계자가 되려고 했었다.
“아, 소식 못 들으셨나 보네요. 강진수 사장은 다른 공을 세워, 이미 거암의 정식 후계자가 되었어요. 덕분에 루미에 패션에 신경을 쓰지 않게 되었죠.”
나는 뜻밖의 소식에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래서 그동안 강진수 사장이 연락을 안 해왔던 거군.’
우리 가게에 걸려있었던 미술품 사건을 마지막으로, 나는 강진수 사장의 소식을 더는 듣지 못했었다.
“그런데 최근 강진수 사장이 큰 자본이 필요하게 되어, 계열사 중 하나를 매각하려 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해요.”
“…잠깐만요, 그렇다는 것은?”
나는 한유경 씨가 무얼 말하려고 하는지 눈치챘다.
“설마, 나보고 루미에 패션을 인수하라는 겁니까?”
“네, 맞아요. 사장님 그 정도 능력은 있으시잖아요.”
“그건….”
맞다. 나는 그 정도 능력이 있었다.
게다가 이 계획, 너무나도 마음에 들었다.
‘루미에는 내가 가장 처음으로 만들었던 브랜드야.’
그런 자식과 같은 곳을 다시 내 품에 들여올 수 있다면, 나는 충분히 비싼 대가를 줄 수 있었다.
“만약 사장님이 루미에 패션을 인수한다면, 임예진 디자이너도 자연스럽게 합류할 수 있는 거죠.”
“…한유경 씨.”
“네?”
나는 그녀에게 엄지를 치켜올렸다.
“정말 최곱니다.”
“히히, 감사해요. 아, 그런데 사장님 아이디어는 무엇이었나요?”
“아, 저는 연출에 관한 것을 떠올린 것인데….”
나는 내가 생각한 아이디어를 그녀에게 설명해 주었다.
“와… 이건 오직 사장님만 할 수 있는 방법 아니에요?”
“그렇죠? 아마 이런 패션쇼는 우리가 전세계 최초일 겁니다.”
한유경 씨는 연신 감탄사를 내뱉으며 내게 말했다.
“인공지능 에보를 활용한 연출이라니! 이거라면 절대 미스트에 밀릴 수가 없겠어요. 이대로 추진하면 될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저는 에보를 더욱 효과적으로 연출할 방법을 생각할 테니, 한유경 씨는 루미에 패션과 접촉하여 인수 협상을….”
“예? 제가 인수 협상을 하라고요?”
“…아.”
이런.
습관적으로 그녀를 구상민 씨를 대하듯 하고 말았다.
‘아직 한유경 씨에게 이런 중요한 업무는 무리지. 그렇다면….’
나는 주변에 인수 협상을 진행해줄 인물을 찾아 두리번거렸고, 곧 깨달을 수 있었다.
“…하하. 인수 협상도 제가 맡아야겠네요.”
아무래도 요즘 내 일복이 터져버린 모양이었다.
“그래도 사장님이 직접 나서시는 만큼, 굉장한 결과물이 나올 거예요.”
뭐, 나도 그렇게 생각한다.
‘기대되는데?’
과연 내 패션쇼를 보게 된 사람들의 반응이 어떨지 말이다.
그렇게 이틀 후.
나는 거암 그룹의 강진수 사장을 만나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