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63
163화 새로운 패션 브랜드
“윤현민 대표님, 저를 따라와 주십시오.”
거암 물산의 입구에 들어서자, 강진수 사장의 비서가 나를 로비에서부터 에스코트해 사장실까지 데려다주었다.
똑똑.
“사장님, 윤현민 대표가 찾아왔습니다.”
“들어오시라고 해요.”
안쪽에서 오랜만에 듣는 강진수 사장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끼이익-
그렇게 김 비서가 문을 열어주었을 때, 나는 지난 이틀간 한유경 씨와 나눈 대화를 떠올렸다.
‘강진수 사장이 원하는 루미에 패션의 인수 가격은 둘 중 하나라고 했었지.’
우리는 인맥을 총동원하여 많은 조사를 했고, 강진수 사장이 원하는 매매가를 예측할 수 있었다.
‘2,000억 원이거나 1,800억 원.’
한유경 씨가 조사한 바에 의하면, 현재 강진수 사장은 드론을 활용한 새로운 사업을 준비하는 중이었는데. 그에 필요한 자금에 약 2,000억 원 정도가 모자란다는 정보를 어렵게 입수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건 겉으로만 판단했을 때의 이야기지.’
예전에 강진수 사장은 우리 가게에 걸려있던 그림을 찾으러 왔었다. 그 그림은 거암 그룹의 비자금이 담긴 그림이었으나, 알고 보니 그건 이기형의 사기극이었었고.
그 사실을 알게 된 강진수 사장은 이기형을 끌고 가 1,000억 원의 비자금을 회수하였을 것이다.
‘그 비자금이 있으니, 루미에를 2,000억에 매매하지 못하더라도. 모자란 금액을 채울 수 있을 거야.’
다만, 그 비자금은 강진수 사장 개인의 것이 아니라 강진목 회장의 것이었으므로. 강진수 사장은 회장에게서 일부의 비자금만 빌릴 수 있을 것이다.
‘그나마 강진수 사장이 정식 후계자가 되었으니 가능하지, 아니었다면 시도조차 절대 불가능했을 거야.’
어쨌거나 내가 루카스 씨와 같은 여러 전문가에게 자문해 본 결과, 강진수 사장이 회장님에게 빌릴 수 있는 돈이 최대 200억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그러니 잘 판단해야 해. 만약 강진수 사장이 회장님의 손을 빌릴 마음이 전혀 없다면, 매매가는 2,000억이 되는 거야.’
반대로 그가 회장님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수 있다면, 협상을 통해 매매가를 1,800억 원까지 낮출 수 있다.
‘대화를 통해 그의 생각을 알아내 보자.’
그렇게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듯이 웃으며 그에게 인사를 건네었다.
“오랜만이네요, 강진수 사장님.”
“그동안 잘 지내셨습니까. 윤현민 대표님.”
강진수 사장이 나를 대하는 태도가 예전과는 다르게, 매우 정중히 바뀌어 있었다. 아마 명성이 높아진 나를 대우해주는 것 같았다.
“사람 인연이라는 게 참 신기하군요. 루미에 패션을 설립하는데, 큰 공을 세웠던 윤현민 대표님이 이렇게 성공하셔서 다시 루미에 패션을 인수하려 하시다니 말이죠.”
“하하, 어쩌다 보니 그렇게 되었네요. 그런데 제가 요즘 좀 바빠서요, 바로 본론으로 들어가 도 괜찮으실까요?”
“아, 그러죠.”
나는 본격적으로 강진수 사장과 협상을 시작하였다.
“단도직입적으로 묻겠습니다. 강진수 사장님이 원하시는 인수 금액이 얼마인가요?.”
“음… 알고 오셨겠지만, 제가 요즘 사업하나를 구상 중이라서요. 자본이 살짝 부족한 상황입니다. 그래서….”
강진수 사장은 내게 미리 준비해두었던 종이 한 장을 내밀었다.
“이건 저희 쪽 사업 계획서입니다. 거기 보시면 저희가 앞으로 필요한 금액과 부족한 금액이 함께 적혀 있습니다.”
“음….”
사업 계획서에는 약 2,000억이 모자란다고 적혀 있었다.
‘우리가 얻었던 정보가 정확했네.’
그렇다는 것은, 강진수 사장이 회장님의 손을 빌려 얻을 수 있는 한계가 200억이라고 예측한 게 꽤 정확한 수치일 거라는 의미가 되었다.
‘여러 루트로 얻은 정보를 토대로 예측한 것이니까.’
다만, 예측은 예측일 뿐. 우리가 모르는 어떤 변수가 있을지 모르니, 대화를 통해 최대한의 근사치를 알아내어야만 했다.
‘그래야 루미에를 제값으로 인수할 수 있어.’
루미에 패션은 내가 꼭 가지고 싶은 브랜드지만, 2,000억 원이란 금액은 너무나도 비쌌다.
‘2,000억이라… 그러고 보니 예전 우리 가게에 걸렸던 그 그림도 2,000억 원이었지.’
나는 강진수 사장의 얼굴을 힐끔 살폈는데, 그는 너무나도 진지해 보였다.
대화를 통해 그에게 빈틈을 만들어, 약간의 정보라도 얻으려고 했었기에. 저런 진지한 분위기는 조금 곤란했다.
‘약간 분위기를 풀 필요가 있겠어.’
탁.
나는 사업 계획서를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강진수 사장에게 장난스럽게 말했다.
“우연이네요. 예전에 제 가게에 걸려있던 그림의 가격과 같다니.”
“…아, 그때, 그런 일이 있었었죠.”
나는 그에게 다시 농담조로 물었다.
“혹시, 일부러 노리신 것은 아니시겠죠?”
“…당연히 아닙니다.”
“…….”
강진수 사장이 너무 진지하게 대답하는 바람에, 딱딱한 분위기를 푸는 것은 실패하고 말았다.
하지만 방금 그 재미없는 농담 덕분에, 강진수 사장은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조금 화를 내기 시작했다.
“이기형… 그놈만 생각하면 아직도 이가 갈리네요. 그나마 녀석에게 따로 보상금으로 4….”
“…예?”
“아, 아닙니다.”
말실수라도 한 듯 강진수 사장은 입구를 한 번 쳐다본 뒤, 황급히 대화 주제를 바꿨다.
“그나저나 들려오는 소식에 의하면, 윤현민 대표님은 여러 사업에 손을 대시던데. 혹시 인수 자금이 부족하신 것은 아닌가요?”
“…….”
나는 조금 당황스러워 보이는 모습의 강진수 사장을 보며 생각했다.
‘이기형에게서 따로 보상금을 받아냈다는 이야기인가?’
조금 전 그런 말을 내뱉자마자 강진수 사장은 입구를 한 번 쳐다보았었다.
‘바깥에는 비서가 대기하고 있어.’
사람은 당황하게 되면, 본능적으로 중요한 게 있는 곳을 향해 고개를 돌리게 된다.
‘…혹시 비서가 들어서는 안 되는 이야기인가? 회장님께 따로 보고가 들어갈 테니?’
그렇다는 것은, 강진수 사장이 따로 받아낸 보상금 이야기를 회장님께 숨겼다는 것이 된다.
‘분명 4라고 했어. 그럼 한 4억을 받은 걸까?’
어쩌면 40억일 수도 있고 400억일 수도 있었다.
‘만약 400억이라면, 인수가를 1,600억 원까지 깎을 수도 있을 텐데.’
하지만 보상금을 400억이나 받아냈을 수 있었을 리가 없었다. 당시 이기형에게는 그럴 만한 능력이 없어 보였으니 말이다.
“윤 대표님?”
내가 생각에 잠겨 한참이나 대답이 없자, 강진수 사장이 말을 걸어왔다.
“아, 죄송합니다. 잠깐 다른 생각을 좀 하느라고요.”
“혹시, 인수 자금 때문이라면 저는 괜찮으니 솔직하게 말씀해 주셔도 됩니다. 저희야 다른 인수 희망자와 거래를 하면 되니까요.”
“…….”
그것은 일부러 다른 경쟁자의 존재를 알리면서 나를 초조하게 만들려는 강진수 사장의 화법이었다.
“아뇨, 자금은 충분합니다. 2,000억 원쯤은 당장이라도 만들 수 있거든요.”
미라클 에코와 ICU의 주가가 굉장히 많이 올랐다. 이 중 일부만 매도해도, 2,000억 원은 금방 마련할 수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인수가로 2,000억 원은 너무 과하다고 생각되네요.”
나는 조금 더 강진수 사장과 대화를 하며 정보를 얻어낼 수도 있었지만, 협상을 빠르게 끝내기 위해 그냥 그 과정을 생략하기로 하였다.
왜냐하면 강진수 사장이 다른 경쟁자가 있다는 것을 알리며 나를 초조해하게 만들려고 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나는 알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까의 말실수 때문에 내가 자신에게 자금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챘을까 봐, 그것을 감추기 위해서겠지.’
물론, 이것은 나의 추측이며 느낌일 뿐이었지만. 나는 그런 내 감각이 옳다고 생각되었다.
‘내 사업 감각은 그동안 여러 사람을 만나며 단련되었으니까.’
루카스 씨와 윌 게이츠 씨, 크리스토퍼, 그리고 제이든 회장님과 알론 머스크 씨까지.
세계를 주름잡는 사업가들과 만나고 이야기를 나눈 경험이 있는 나로서는, 강진수 사장의 수작들이 눈에 훤히 보였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그런 강진수 사장의 물음에 나는 한유경 씨에게 받았던 보고서를 내밀었다.
“그야, 루미에 패션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고. 앞으로의 발전 가능성도 작아 보이니까요.”
“…하지만 아시다시피 루미에 패션을 좋아해 주는 골수팬이 많습니다. 특히 임예진 디자이너의 실력은 여전하고요.”
“네, 알고 있죠. 하지만 그건 임예진 디자이너의 실력이지, 루미에라는 브랜드의 능력이 아니잖습니까.”
“그건….”
강진수 사장은 이후로도 계속 내 말에 반박을 해왔으나, 결국 그도 2,000억 원이 과하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었다.
“휴… 알겠습니다. 그럼 윤 대표님이 생각하시는 인수 가격이 얼마인지 말해주시죠.”
여기서부터가 중요했다.
‘너무 과하지도 부족하지도 않은 적당한 가격을 말해야 해.’
부족한 금액을 제시한다면 내가 손해를 보게 되고, 과한 금액을 말했다간 강진수 사장이 다시 협상을 걸어올 여지를 주게 된다.
‘예상한 대로 1,800억을 제시할까? 아니면 아까 들었던 강진수 사장의 말실수를 토대로 그 이하를 제시할까?’
만약 그 이하를 제시하게 된다면, 그가 이기형에게서 받아낸 보상금이 4억인지 40억인지 400억인지를 예측하여야 한다.
‘40억은 모를까, 400억은 아닌 것 같은데….’
아무리 생각해도 이기형이 그런 큰돈을 마련할 능력은 없어 보였다.
그러니 1,800억에서 40억을 뺀 1,760억을 제시하면 될 터.
‘그런데 왜 이렇게 찜찜하지.’
1,760억 원을 제시하려고 할 때마다, 나는 목에 가시가 걸린 듯한 불편한 감각을 느낄 수 있었다.
‘…잠깐.’
그때, 나는 잊고 있던 한 가지가 떠올랐다.
‘그래, 그때 분명 이기형에게 스위스 미술품 갤러리의 관장인 여자친구가 있었지?’
만약 강진수 사장의 무시무시한 협박에 못 이긴 이기형이 그녀의 도움을 받았다면, 400억을 마련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결단을 내린 내가 강진수 사장에게 말했다.
“…1,600억 원이 적당할 것 같군요.”
“…….”
나는 강진수 사장에 손에 힘이 들어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아까 보여드린 사업 계획서에 적힌 대로, 저는 2,000억 원이 필요합니다. 1,600억 원은 너무 적어요.”
“아뇨, 저는 그 가격이 적당하다고 봅니다.”
강진수 사장은 이후로 계속 나를 설득하려 들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요지부동이자, 그가 조금 강하게 나오기 시작했다.
“…자꾸 그러시면 다른 분과 거래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요? 어쩔 수 없죠. 그럼 그렇게 하시면 되겠네요.”
“…예?”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런데 과연 다른 입찰자분이 1,600억 원의 금액으로 루미에를 인수하려 할까요?”
“…….”
“대화 즐거웠습니다.”
그렇게 나는 망설임 없는 발걸음으로 입구를 향해 걸어갔다. 물론 겉으로 멀쩡해 보이는 것과 달리, 속은 걱정으로 가득했지만 말이다.
‘괜찮겠지?’
지난 이틀간, 한유경 씨와 함께한 조사 덕분에. 나는 이미 다른 경쟁자의 존재는 알고 있었다.
‘다만 입찰자들은 루미에에 큰 미련이 없는 기업들이야.’
경쟁자는 사넬, 에르마스, 루이바통, 다올 등. 이름만 들어도 아는 명품 브랜드들이었다.
하지만 그들은 딱히 루미에가 없더라도 크게 상관없는 기업들이므로, 1,600억 원 이상의 자금을 들여서까지 루미에를 인수할 확률이 매우 적었다.
물론, 적은 확률이라고 해도 가능성은 있었기에. 내가 아까 1,600억 원을 제시할지 말지를 고민했던 것이었다.
‘강진수 사장은 나를 붙잡을 거야.’
내 예상대로 이기형에게서 받은 보상금이 400억이 맞다면 말이다.
저벅.
그렇게 한 발.
저벅.
또 한 발.
저벅.
그리고 마지막 한 발을 내디디며 문고리를 붙잡았을 때.
“잠깐.”
예상대로 강진수 사장이 나를 불러세웠다.
“알겠습니다. 1,600억으로 하시죠.”
빙고.
내 생각대로 강진수 사장은 이기형에게서 400억의 보상금을 받은 게 맞았다.
“정말이십니까?”
나는 빙긋 웃으며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럼 더 기다릴 것도 없이, 바로 계약서를 작성하시죠.”
***
탁.
내가 사인을 마치며, 곧바로 1,600억 원을 이체하자. 강진수 사장이 내게 놀랍다는 듯 말했다.
“못 본 사이에 정말 많이 변하셨군요. 솔직히 이 정도로 사업가로서 완성되어 계셨을 줄은 몰랐습니다.”
“하하, 칭찬 감사합니다.”
“이럴 줄 알았으면, 조금 더 진지한 마음으로 임하는 건데 말입니다.”
아무래도 강진수 사장은, 예전의 내 모습을 생각하며 이 자리를 가볍게 생각했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그렇게 허술한 모습을 보였던 거구나.’
하긴, 아무리 내가 많이 성장했다지만. 거암 물산의 다음 후계자씩이나 된 양반이, 내게 그리 쉽게 마음을 들켰다는 것도 이상했다.
“그런데 윤 대표님이 루미에를 직접 인수하셨다는 것은, 다음 패션쇼에서 루나리스와 함께 루미에 브랜드를 선보이실 생각이신 건가요?”
나는 고개를 저으며 대답했다.
“아뇨. 다음 패션쇼에선 루나리스는 물론, 루미에도 선보이지 않을 생각입니다.”
“예에? 그럼 대체 루미에는 왜 인수하신 겁니까?”
그런 강진수 사장의 물음에 나는 자신감 가득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대답했다.
“저는 두 브랜드를 합쳐,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 생각입니다.”
그리고 나는 그 새로운 브랜드를 선보일 때, 지금까지 이루었던 내 모든 것을 담아낼 생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