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64
164화 역시 미스터 윤은 대단해!
패션쇼가 개최되는 날이 밝았다.
‘루미에와 루나리스가 합쳐졌다니….’
알렉산드로는 비행기에서 내리며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이건 못 참지!’
며칠 전만 해도 그는 한국의 패션쇼를 보러 갈지, 아니면 뉴욕에서 개최되고 있는 미스트의 패션쇼를 보러 갈지 고민하였었다.
그런데 이번 패션쇼가 미스터 윤이 직접 기획을 맡았다는 소식과, 루미에와 루나리스 패션이 합쳐졌다는 소식에 그는 망설임 없이 한국행 티켓을 끊었다.
‘미스트의 패션쇼도 보고 싶었지만. 몸은 하나이니 어쩔 수 없지.’
두 눈으로 미스트의 패션쇼를 볼 수 없는 것은 아쉬웠지만, 그래도 친구이자 라이벌인 벨라 모다 패션 잡지의 마르코와 협의한 덕에. 그는 화면으로나마 미스트의 패션쇼를 볼 수 있었다.
‘서로 패션쇼 현장을 실시간으로 찍어 스트리밍해주기로 했으니까.’
미스트의 패션쇼와 한국의 패션쇼는 같은 날 개최되지만, 개최 시간은 미스트가 먼저였으므로. 두 사람은 누구보다 먼저 두 패션쇼를 모두 관람할 수 있었다.
‘사실 이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나중에 너튜브에 영상이 올라오겠지만.’
알렉산드로와 마르코는 가만히 앉아서 영상이 올라올 때까지 기다리고 싶지 않았다.
‘누구보다 먼저 기사를 작성하고 싶었으니까.’
루미에와 루나리스, 그리고 미스트는 신생 브랜드 중에서 그가 처음으로 호평 일색으로 기사를 작성했던 브랜드였기에 애정이 남달랐고. 따라서 가장 먼저 기사를 쓰고 싶은 욕심이 있었다.
우우웅-
그때, 마르코에게서 미스트의 패션쇼가 시작되었다는 문자가 도착했다.
털썩.
알렉산드로는 서둘러 이어폰을 착용하며 자리에 앉았다.
웅성웅성.
그가 앉은 자리 주변은, 한창 패션쇼 준비로 어수선하고 산만했지만, 알렉산드로는 아랑곳하지 않고 인공지능 폰에 실시간 송출되는 뉴욕 현장에 집중했다.
‘센트럴 파크 공원이군.’
미스터 윤의 패션쇼가 실내에서 진행되는 것과는 대조적으로, 미스트의 패션쇼는 야외에서 진행되고 있었다.
펑-!
하늘에는 패션쇼의 개최를 알리는 화려한 불꽃 쇼가 벌어지고 있었고, 무대 위엔 빌보드 차트에 이름을 올린 유명 가수들이 축하 공연을 펼치고 있었다.
‘그런데 설마 이 불꽃 쇼를 하려고 미스트에서 급히 패션쇼 장소를 바꾼 것은 아니겠지?’
원래 미스트가 패션쇼를 개최하기로 한 장소는 밀라노였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미스트는 마지막에 무리하며 미국의 뉴욕으로 패션쇼 장소를 변경했었다.
‘아니야, 고작 이런 이것 때문에 장소를 옮기지는 않았을 거야.’
알렉산드로는 그 이유를 알아내기 위해, 화면에 더욱 집중하였다.
‘다행히 축하 공연이 생각보다 짧게 끝나는 모양이군.’
불꽃 쇼의 기세로 보아 앞으로 한창 더 진행될 줄 알았던 축하 공연은 예상과 달리 매우 짧고 굵게 끝났다.
오히려 좋았다.
한국의 패션쇼가 시작할 때까지 미스트의 패션쇼가 안 끝난다면, 매우 곤란할 테니 말이다.
‘시작한다.’
무대가 암전되었다.
이어서 단 하나의 조명이 런웨이가 시작되는 무대 입구를 비추었고, 화려한 디자인의 옷을 입은 모델이 워킹을 시작했다.
‘…와우!’
무릇 봄의 색이라 한다면 알록달록한 색깔을 떠올리기 쉬웠다.
하지만 전설적인 디자이너, 로버트 알레그만의 봄에 대한 표현은 남달랐다. 그는 오직 검정과 하얀색만을 써서 봄을 표현했으니 말이다.
‘그가 검정과 하양으로 표현하려 한 것은 아마도 겨울밤.’
겨울의 막바지. 그리고 봄의 시작.
그것은 미처 다 녹지 못한 눈이 존재하는 그 애매한 경계의 밤이었다.
‘검정과 하양만으로 겨울과 봄의 경계를 떠올리게 만들기엔 무리겠지만, 저 파격적인 디자인이 그것을 가능하게 만들었어.’
전체적으로 검정인 상의와 하의에 발목과 허리에만 하얀색으로 포인트를 주어 소복하게 쌓인 눈을 표현했으며.
몸의 정중앙을 경계로 한쪽은 길게, 한쪽은 짧게 디자인하여 겨울에서 봄으로 넘어가는 것을 표현하였다.
‘이런 디자인은 자칫 잘못했다간 이도 저도 아니게 되어버리지. 하지만….’
로버트 알레그만의 실력은 그것을 가능하게 했으며, 심지어 더욱 세련되게 표현하였다.
‘그뿐만이 아니야.’
아무리 디자인이 뛰어난 옷이라도, 그것을 입은 모델의 실력이 낮으면 디자이너의 의도를 관객들이 납득되도록 표현할 수 없다.
하지만.
촥-!
손을 뻗으며 관객들의 시선을 자신에게 집중시키는 저 노련한 모델은 달랐다. 그는 로버트 알레그만이 의도한 것 이상을 표현해내고 있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모델, 루니 잖아?’
루니 콜린스.
과거 밀라노의 천재라 불렸던 전설적인 모델이었다.
‘10년 전 밀라노의 패션쇼는 루니 콜린스를 섭외할 수 있는 브랜드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할 수 있었지.’
당시에는 그와 계약하기 위해, 브랜드끼리의 치열한 섭외 전쟁이 벌어지기도 했었다.
‘하지만 루니 콜린스는 돌연 은퇴 후 자취를 감춰, 다시는 패션계로 돌아오지 않았었는데….’
그런 루니를 찾아내 섭외에 성공하다니. 알렉산드로는 미스트라는 브랜드의 저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탁.
워킹을 끝낸 루니가 허리에 손을 짚으며 포즈를 취했다. 과연 감탄이 나올 정도로 완벽한 포징이었다.
하지만 알렉산드로의 머릿속엔 여전히 의문이 남아 있었다.
‘첫 무대부터 완벽하다는 것은 잘 알겠어. 그런데 이럴 거면 굳이 야외에서 진행할 필요가 있었을까?’
미스트의 패션쇼는 야외라는 이점을 전혀 살리지 못하고 있었다.
‘…예전 루미에 패션쇼가 떠오르는군.’
그 당시에도 알렉산드로는 야외에서 개최된 루미에 패션쇼를 보며 겉멋만 들었다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루미에는 전혀 다른 퍼포먼스를 보이며, 야외의 이점을 잘 살렸었지.’
알렉산드로는 그때를 떠올리며, 과연 미스트도 무언가를 보여줄 수 있을지 기대하기 시작했다.
위이이잉-!
그때, 화면 속 사방에서 무언가의 기계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저건…’
드론이었다.
수백 대의 반짝이는 드론이 날아올라 밤하늘을 수놓기 시작했다.
‘…아!’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날아오른 드론이 하얀 조명을 반짝이며 밤하늘에서 내리는 눈을 표현하고 있었다.
‘…미스트에서 준비한 것이 드론쇼였나?’
그것은 굉장히 화려하기로 소문난 드론쇼를 활용한 효과였다.
‘이거였군. 굳이 야외에서 패션쇼를 개최한 이유가.’
천천히 떨어져 내리는 눈은 어느새 모델의 주위에 쌓이기 시작했다. 모델이 다시 퇴장하며 걷기 시작하자. 마치 쌓인 눈을 즈려밟듯, 그가 지나간 자리의 드론 일부가 빛을 꺼뜨렸다.
‘겨울이 지나가는 건가.’
왠지 모르게 그렇게 느껴지는 연출이었다.
그렇게 첫 무대가 끝났다고 생각한 순간.
파앗-!
모든 드론이 일제히 노랑과 빨강, 그리고 초록색 빛을 발하며 무대 주위를 밝혔다.
그리고 무대 뒤에서 뛰쳐나온 다음 모델이 워킹을 시작했다.
‘…!!!’
봄.
완연한 봄이 찾아왔다.
샛노란 원피스가 모델이 걸을 때마다 나풀거리며 다가온 봄의 존재를 알리고 있었다.
‘드론의 빛은 들판에 핀 꽃을 상징하는 건가.’
그런 연출 덕에, 알렉산드로의 머릿속엔 들판을 한가로이 걷는 봄 처녀의 싱그러운 모습이 쉽게 떠오를 수 있었다.
‘원피스의 디자인은 역시나 흠잡을 곳 없이 훌륭해. 게다가 이번 모델도 꽤 반가운 얼굴이고.’
아냐 스미스.
그녀는 현재 영국에서 활약 중인 1등 모델이었다.
‘대체 어떻게 저 아냐 스미스를 섭외할 수 있었지?’
그녀의 워킹 실력은 매우 뛰어나기로 소문났다. 덕분에 아냐 스미스를 섭외하기 위해선, 영국의 모든 브랜드의 견제를 뚫어야만 했다.
‘미스트는 이탈리아의 브랜드야. 그런 미스트가 아냐를 섭외하려 했다면, 영국의 패션 브랜드들이 가만히 두고 보고 있었을 리 없는데….’
알렉산드로는 고개를 갸웃하며 다시 화면에 집중했다.
‘…대단한 연출이야.’
아냐 스미스가 걷고, 포징을 취하고, 다시 퇴장할 때까지. 형형색색의 드론은 들판에 핀 꽃과, 바람에 휘날리는 꽃잎을 아름답게 연출하며 무대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래, 확실히 인상 깊은 무대였어. 그런데 이거 예전 루미에 패션쇼에서 보았던 연출과 비슷한데?’
당시 루미에 패션쇼는 사계절을 표현한 연출로 극찬을 받았었다.
‘비록 이번 패션쇼의 컨셉은 봄으로 한정되어 있지만, 그 구성이 루미에 패션쇼와 유사한데?’
그런 알렉산드로의 의문점을 반박이라도 하듯, 음악이 바뀌며 이제까지와는 전혀 다른 연출이 시작되었다.
‘이건…’
이번에 워킹을 시작한 모델은 패션계에서 정점을 찍었던 모델인 하비 드니로였다.
그는 흰색 티셔츠에 캐주얼한 하늘색 가디건과 무릎 아래까지 잘린 청바지를 입고 있었다.
언뜻 보면 무난하고 흔한 옷이었지만, 어깨와 허리에 포인트를 주는 특수한 모양의 기다란 수제 장식이, 멋을 한껏 살려주었다.
그 장식은 아주 가벼운 천으로 만들어졌는데, 약한 바람에도 살랑거리며 우아한 움직임을 보여주었다.
위이이잉-
이때 무대 주변을 맴돌던 드론 중 절반이 하늘 위로 날아올랐고, 남은 절반의 드론들은 프로펠러로 바람을 일으키며 옷의 장식을 이리저리 휘날리게 했다.
‘하늘로 날아간 드론은 뭘 하는 거지?’
하늘의 드론들은 일제히 뭔가를 만들기 시작했고, 곧 그 모습이 드러났다.
‘구름?’
밤하늘에 떠오른 하얀 구름이 바람과 모델의 이동 방향에 따라 움직였다. 그것은 마치, 싱그러운 바람이 불어오는 봄날의 한가로운 산책을 떠올리게 했다.
쏴아아-
그때, 배경음악이 빗소리로 바뀌었고. 그와 동시에 구름 속에서 파란빛을 내뿜는 여러 대의 드론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저건, 봄비?’
자연을 활용하는 저런 연출은 예전 루미에와 루나리스 패션쇼에서도 본 적이 있었다.
하지만 디스플레이로 확실히 보여주는 연출과 달리, 드론을 활용한 연출은 굉장히 화려했으며 관객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깊은 인상을 남겨 주었다.
‘대단해.’
알렉산드로는 미스트의 첫 런칭쇼를 보러 갔었다. 그때 보았던 미스트(안개)를 활용한 연출도 무척이나 신선하고 대단했지만, 지금의 연출은 더욱 보는 맛이 있었다.
‘그저 화려한 것만이 아니라, 저런 연출을 통해 모델과 옷을 더욱 돋보이게 만들고 있어.’
여러모로 대단한 패션쇼였다. 잠시 미스트의 패션쇼를 포기하고 온 것이 후회될 정도로 말이다.
‘빨리 다음 무대를 보여줘…!’
그렇게 다음, 또 다음, 그리고 마지막 무대를 보며. 알렉산드로가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을 때.
“지금부터 루미스 패션쇼를 시작합니다.”
마침내 루미에와 루나리스가 합쳐져서 만들어진 새로운 브랜드, 루미스의 패션쇼가 시작되었다.
‘…이거 아무래도 미스터 윤이 패배할지도 모르겠는데?’
미스트의 드론을 활용한 연출은 생각보다도 훨씬 대단했다. 게다가 미스트의 옷 디자인은 너무나도 인상 깊었고, 그것을 표현한 모델들 또한 모두 명성 높은 이들이었다.
‘패션 브랜드 1위의 자리가 바뀔지도 모르겠어.’
알렉산드로는 미스터 윤의 브랜드를 무척이나 좋아했지만, 객관적으로 봤을 때 루미스가 미스트를 이기기는 매우 힘들어 보였다.
빠바밤-!
미스트와 마찬가지로 짧은 개회식 공연을 마친 뒤, 본무대가 시작되었다.
파앗-!
천장과 바닥, 그리고 벽의 디스플레이가 일제히 켜지며 잔잔한 음악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이미 수없이 많이 보아왔던 연출이잖아.’
미스터 윤이 직접 참여했다길래 기대를 했건만. 알렉산드로는 조금 실망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그 순간.
‘…어?’
화면에 떠오른 영상을 보며, 알렉산드로가 두 눈을 크게 떴다.
‘하하! 역시 미스터 윤은 대단해!’
그는 미스터 윤을 믿지 못하고 방금까지 실망스러워 했던 자신의 마음을 반성했다. 그리고 마음속 깊이 감탄했다.
‘AI 기술을 활용한 연출이라니!’
알렉산드로는 화면 속에서 전혀 다른 옷을 입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기대감 어린 눈으로 바라보며, 환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