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69
169화 작전
“어서 오세요, 폴 에이프릴 씨.”
나는 공항에서 나오는 그를 최대한 자연스럽게 반겨주었다.
“혹시, 오시는 길이 불편하지는 않으셨나요?”
“하하! 전혀요! 제게 일반석도 아닌 무려 비즈니스석을 끊어주셨잖습니까. 절대 불편할 수가 없죠.”
이어서 폴 에이프릴 씨는 신난 목소리로 내게 자신이 비행기에서 겪은 일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제가 그 비행기에서 재밌는 일을 하나 겪었습니다.”
“어떤 일이었는데요?”
“글쎄, 이륙 직전에 퍼스트 클래스의 승객이 탑승하지 않아, 추첨으로 승객 중 한 명을 퍼스트 클래스로 올려준다는 방송이 나오지 뭡니까? 그렇게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두근대며 기다리는데, 웬걸! 그 당첨자가 바로 제가 된 겁니다! 덕분에 제 생에 가장 편안한 비행을 경험할 수 있었죠.”
“…그래요?”
나는 그 말에 눈앞의 남자가 강운을 가졌다는 사실을 한 번 더 확인할 수 있었다.
‘왜냐하면 그 퍼스트 클래스에 탑승하지 않은 승객이 바로 나니까.’
나는 일부러 퍼스트 클래스를 예매한 뒤, 항공사에 전화에 아까 마릭이 설명한 것과 같은 이벤트를 부탁하였다.
‘그가 강운의 소유자라면, 반드시 당첨될 거라고 생각했지.’
마릭 알파이즈가 운이 매우 좋다는 사실은 이미 알고 있었지만, 한 번 더 그의 행운을 확인해보고 싶었던 나는 이런 가벼운 시험을 준비했던 것이었다.
“장거리 비행에 많이 지치셨을 것 같은데, 오늘은 푹 쉬시고 촬영은 내일 진행하도록 할까요?”
나는 의심을 피하고자 일부러 그를 걱정하는 척 물었다.
‘내가 파악한 정보대로라면, 그는 반드시 이 제안을 거절할 거야.’
만약 그가 진짜 사진작가였다면, 내 제안대로 하루를 푹 쉬고 일을 하려 했을 것이다. 피곤한 상태에서 사진을 찍으면 아무래도 퀄리티가 떨어질 테니 말이다.
하지만 마릭 알파이즈는 사진작가가 아니었으므로, 서둘러 이번 일을 끝내려 할 게 뻔했다.
‘마릭에겐 할 일이 산더미처럼 많을 테니까.’
3D 영화관 홍보 덕분에 현재 미스트 패션은 루미스 패션에게 완전히 밀려있었다. 마릭은 내 사업 영역을 정면에서 쟁취하고 싶어 하므로, 이번 매출량 감소를 타개하기 위해 여러모로 바쁠 터였다.
‘게다가 아마 다른 사업도 진행하는 중이겠지.’
내가 다양한 사업에 손을 댄 만큼, 마릭 또한 여러 가지 사업을 시작하기 위해 준비를 하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이런 촬영 일 따위, 서둘러 끝내고 돌아가고 싶을 거야.’
아니나 다를까.
“비행기에서 푹 자서 괜찮습니다. 숙소에 짐만 내려두고, 바로 촬영지로 출발하죠. 어서 빨리 사진을 찍고 싶어서 손이 근질근질하거든요!”
“…하하. 알겠습니다. 역시, 에이프릴 씨는 사진에 대한 열정이 넘치시네요.”
“그럼요!”
여전히 순진무구한 얼굴로 폴 에이프릴을 연기하는 마릭에게, 나는 적당히 맞장구를 쳐주며 자동차에 올라탔다.
부릉-
잠시 후.
“여깁니다.”
나는 사진 촬영할 장소 근처에 예약해둔 호텔에 마릭을 내려주며 그에게 미리 체크인 한 방의 키카드를 건네었다.
“방은 1124호실입니다.”
“감사합니다. 그럼 짐만 내려두고 얼른 돌아오겠습니다!”
마릭이 허둥지둥하며 호텔로 들어서는 것을 확인한 나는, 곧장 드웨이크 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미스터 윤, 어떻게 되었습니까?
“계획대로 블루스카이 호텔로 그를 데려왔습니다.”
-그럼 놈이 곧 이쪽으로 오겠군요.
마릭에게 예약해준 방의 옆 호실엔 드웨이크 형사가 대기하고 있었다.
“노파심에 말씀드리는데, 증거를 잡을 때까진 절대 모습을 드러내시면 안 됩니다.”
-걱정하지 마세요. 지금까지 섣불리 움직였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마릭을 눈앞에서 많이 놓쳐봤으니까요. 이젠 그런 실수 안 합니다.
드웨이크 형사의 확답을 받은 나는 안심하며 전화를 끊을 수 있었다.
‘혹시라도 형사님이 흥분해서 일을 망치면 안 되니까.’
그렇게 잠시 기다리자, 전문 카메라 장비를 짊어진 마릭이 내려왔다.
“이거 뒷좌석에 실어도 됩니까?”
“그러세요. 아, 너무 무거운 건 트렁크에 실어 주세요.”
생각보다도 사진작가라는 컨셉에 충실한 것인지, 마릭이 가져온 카메라와 장비들은 모두 전문가가 쓰는 것들이었다.
‘생각해보면 오스트리아에서도 사진을 잘 찍긴 했었지.’
설마 나 하나를 속이자고 사진 찍는 기술을 배우진 않았을 것이다.
‘평소 사진에 관심이 많았던 건가.’
마릭을 상대하는 데는 아무짝에 쓸모없는 정보였으나, 나는 일단 그 사실을 머릿속 한구석에 기억해 두었다.
“그런데 촬영 장소가 어디죠? 혹시 야외인가요?”
“실내입니다. 사진을 찍기 적당한 장소를 하나 빌렸거든요.”
마릭이 QR코드를 찍게 하려면, 야외보단 실내인 장소로 데려갈 필요가 있었고. 조건의 맞는 그럴듯한 장소를 섭외할 수 있었다.
“여깁니다.”
일산의 어느 건물에서 내린 나는 그를 데리고 건물의 입구로 향했다.
“QR체크 부탁드립니다.”
입구를 지키고 있던 경비원이, 계획대로 우리에게 QR코드가 띄워진 태블릿을 보여주었다.
“QR체크…”
마릭이 의아한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아, 이곳이 아무나 막 들어올 수 없게 QR로 예약자라는 것을 인증해야지만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고 하네요.”
“…그렇군요.”
그가 떨떠름한 표정을 짓고 있었을 때, 내가 먼저 시범적으로 QR코드를 찍었다.
“자, 이렇게 QR코드를 찍으면 예약자 전용 확인 화면이 뜨는데, 여기에 본인의 이름과 핸드폰 번호 뒷자리를 적으면….”
[삑! 인증되었습니다.]“…이렇게 인증되었다는 알림과 함께 입구가 열립니다.”
“뭔가 요란스럽네요. 누가 보면 금괴라도 보관된 줄 알겠습니다.”
마릭의 얼굴이 다시 의심으로 차오르기 시작했다.
‘물론, 그 말이 맞지.’
겨우 사진을 찍으러 온 장소의 보안이 이렇게 철저하다면, 나라도 의심스러울 것이다.
‘그래서 내가 이곳을 택한 거야.’
나는 마릭에게 거짓말을 했지만, 그렇다고 이 건물 자체가 거짓인 것은 아니었다.
‘여긴 정말로 섭외가 어려운 장소가 맞으니까.’
이곳 주인에게 드웨이크 형사가 사정하여 QR시스템을 우리 것으로 바꿔서 그렇지, 원래 이곳에서 사용하는 전용 보안시스템이 따로 있었다.
‘여기가 예약자 확인을 해야만 입장할 수 있다는 것은 거짓말이 아니야.’
나중에 마릭이 따로 이곳을 조사하더라도, 이곳의 컨셉과 스타일은 진짜이기에. 놈은 절대 의심할 수 없었다.
‘그래도 이대로 아무 말 안 하고 있다간, 마릭이 QR코드를 안 찍으려 할 수도 있으니. 이 안에 뭐가 있는지 먼저 말해줘야겠네.’
나는 그에게 이 건물에 보관된 특별한 물건들에 관해 얘기했다.
“이곳에는 세계에서 가장 유명했던 사람들의 물건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찰리 채플린이 촬영 때 썼던 지팡이라던가, 마이클 잭슨이 사용하던 마이크 등. 지금은 구하기 어려운, 유니크한 수집품들이 이곳 스튜디오에 보관되어 있었다.
“그런 귀중한 물건이 여기에 보관되어 있다고요? 어떻게요?”
“이 스튜디오의 주인이 그런 물건을 취미로 모으는 수집가니까요.”
“그게 대체 누구인데요?”
“오뚝이의 함중훈 회장님입니다.”
이틀 전, 나는 수소문 끝에 찾아낸 이 건물의 주인이 함중훈 회장님이었다는 사실에 상당히 놀랐었다.
‘다행히 회장님이 나를 기억해주신 덕분에 일이 수월하게 진행될 수 있었지.’
그 옛날 내가 거암 물산의 대리였을 때, 나는 함중훈 회장님과 미팅한 적이 있었고. 해박한 와인 지식으로 회장님의 호감을 샀었다.
‘어쨌든 이 정도로 철저하게 준비를 잘했으니, 아무리 마릭이라도 더는 의심하진 못할 거야.’
당장 인터넷만 검색해봐도 이 건물에 대한 정보가 나올 테니 말이다.
“에이프릴 씨. QR코드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내가 재촉하자, 마릭은 마지못해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핸드폰으로 QR을 찍으면 되는 거죠?”
“네.”
마릭의 핸드폰이 QR코드를 향해 마치 슬로우 모션처럼 느리게 다가갔다.
‘…!’
삑!
[인증되었습니다.]계획대로 마릭의 핸드폰이 우리가 준비한 QR코드를 찍었을 때, 나는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
‘잭 씨만 믿습니다.’
***
찰칵.
‘이상해.’
윤현민을 촬영하던 마릭은 왠지 모를 찝찝함에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그래, 윤현민이 사진 촬영을 내게 부탁한 것은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해. 하지만 굳이 이런 장소를 섭외해야 할 이유가 있었을까?’
이곳의 수집품들은 마릭 조차 놀랄 정도의 물건들이 많긴 했다. 하지만 마릭이 파악한 윤현민은 이런 물건 따위에 관심이 전혀 없었다.
‘몇 년간 윤현민은 사업을 통해 큰 현금 흐름을 만들었지만, 녀석의 소비 습관은 너무나 검소했지. 가끔 사치를 부려봤자 스위트룸이나 퍼스트 클래스를 타는 정도뿐.’
전용기가 생겨서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는 것인지 몰라도, 최근엔 그런 서비스조차 이용하지 않으려 했다.
‘그런데 큰돈을 들여 관심도 없는 수집품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으려 한다?’
의심스럽지 않을 수가 없었다.
‘설마, 내가 마릭 알파이즈라는 것을 들켜서 함정을 파둔 것은 아니겠지?’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마릭은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내 정체를 들켰다면, 윤현민이 저런 모습을 보일 리 없을 테니까.’
찰칵!
윤현민은 사진 촬영에 진심으로 임했고, 누구나 한 번쯤은 이름을 들어봤을 유명인의 물건 앞을 그냥 지나치지 않고 마구 포즈를 취해대었다.
“에이프릴 씨, 여기 베이브 루스의 친필 사인볼 앞에서도 한 컷 찍어주세요!”
저렇게 해맑게 웃으며 촬영에 임하는 윤현민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어쩌면 자신이 쓸데 없는 의심을 하는 것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겠지. 사진 촬영이 끝나면 곧장….’
머릿속으로 어떤 계획을 세운 마릭이 윤현민 몰래 누군가에게 문자를 보내었다.
그렇게 약 4시간 후.
“수고하셨습니다, 에이프릴 씨.”
길었던 사진 촬영이 마침내 끝났다.
마릭은 카메라를 확인하며 윤현민에게 말했다.
“모든 사진이 다 괜찮게 찍힌 것 같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럼 제가 언제쯤 사진을 받아볼 수 있을까요?”
“음… 돌아가는 대로 미스터 윤의 사진 인화 작업을 시작할 거니까, 배송까지 길어도 한 달은 안 걸릴 겁니다.”
“그렇군요.”
고개를 끄덕인 윤현민이 다시 마릭에게 물었다.
“에이프릴 씨, 저녁에 따로 일정이 있으신가요?”
“아뇨, 없습니다.”
“아, 그럼 저랑 맥주라도 한잔 마실까요?”
원래라면 이 제안을 받아들였을 것이다. 하지만 마릭은 여전히 찝찝한 기분을 느끼고 있었기에, 윤현민의 제안을 바로 거절했다.
“죄송합니다. 아까까진 괜찮았는데, 막상 장시간 촬영을 하고 나니 무척 피곤하네요.”
“그래요? 그래도 식사는 하시고 쉬셔야죠.”
“하하, 괜찮을 것 같습니다. 침대에 누우면 바로 잠들 것 같아서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그럼 곧바로 호텔까지 모셔다드리죠.”
“…감사합니다.”
그렇게 윤현민에 차에 다시 오르게 된 마릭은, 왠지 모를 불안감이 느껴져 호텔에 도착할 때까지 긴장감을 늦추지 못했다.
끼익-
“에이프릴 씨, 도착했습니다.”
다행히 호텔에 도착할 때까진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마릭은 서둘러 윤현민의 차에서 내렸다.
“그럼 미스터 윤, 내일 출국할 때 뵙겠습니다.”
“넵, 오늘 수고 많으셨어요.”
윤현민은 마릭이 호텔 안으로 들어갈 때까지 그에게 손을 흔들어 주었다. 그렇게 마릭의 모습이 완전히 보이지 않게 되었을 때, 누군가 자동차 창문을 두드렸다.
똑똑.
창문을 두드린 남자는 잭이었다.
윤현민은 얼른 그에게 문을 열어주었다.
“잭 씨! 일은 어떻게 되었나요?”
“그게….”
잭이 씨익 웃으며 품속에서 꺼낸 USB를 흔들어 보았다.
“성공했습니다. 증거로 쓸 복사본도 확보했고, 미스트에 강제로 협력 중인 사람들의 약점들도 모두 삭제했습니다.”
생각보다 일이 잘 풀렸다는 사실에 윤현민은 기뻐했다.
“그럼 이제 작전을 시작해야겠네요.”
증거도 확보했으니, 이제는 드웨이크 형사의 차례였다.
뚜루루- 달칵.
-미스터 윤!
윤현민은 곧바로 드웨이크 형사에게 지금 마릭 알파이즈가 숙소로 올라가는 중이며, 증거도 확보했다고 전해주었다.
-그렇지 않아도 지금 마릭 알파이즈가 방으로 들어가는 것을 확인했습니다.
“다행이네요. 그럼 이제 그를 체포하러 가시는 겁니까?”
-네, 조용히 접근해서 급습할 생각입니다.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드웨이크 형사의 목소리엔 비장함이 가득 느껴졌다.
“꼭 성공해 주세요.”
-알겠습니다.
통화가 종료되고, 윤현민은 이제 어떻게 할지를 고민했다.
‘여기에서 마릭이 체포되는 것을 직접 볼까? 아니면 그냥 집으로 돌아가서 소식을 기다릴까?’
고민 끝에 윤현민은 집으로 돌아가는 것을 택했다. 어차피 일반인인 그가 여기 있어봤자, 마릭이 체포되는 모습을 직접 목격하기는 힘들 것이다.
‘드웨이크 형사가 알아서 잘하겠지.’
그렇게 차에 시동을 건 순간, 윤현민은 우연히 지하 주차장에서 올라온 한 자동차를 발견할 수 있었다.
‘…어?!’
비싸 보이는 검은색 무광 포르쉐의 운전석에는 너무나도 낯익은 얼굴의 남자가 타고 있었다.
‘마릭 알파이즈?’
부앙-!
그가 도망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