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70
170화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내가 잘못 본 걸까?
부아앙-!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즉시 액셀을 밟아 포르쉐의 뒤를 쫓았다.
“나비야!”
두 손을 쓸 수 없는 관계로, 나는 인공지능 에보의 이름을 불렀다. 그러자 상황을 파악한 에보가 즉시 드웨이크 형사님께 전화를 걸었다.
-미스터 윤?
“드웨이크 씨! 지금 옆방에 마릭이 있나요?”
-… 네, 당연하죠.
“확실해요?”
내 다급한 목소리에 심상찮음을 느꼈는지, 드웨이크 형사가 급히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옆방! 확인해봐! 빨리!
잠시 후, 드웨이크 형사님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네, 마릭 알파이즈는 지금 옆방에 있습니다.
‘뭐지?’
정말 내가 잘못 보았던 것일까.
‘하지만….’
나는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드웨이크 형사님, 방금 포르쉐를 타고 호텔을 빠져나가는 마릭을 본 것 같습니다.”
-네? 그게 무슨?!
“일단 제가 쫓고 있으니, 형사님은 옆방의 마릭이 진짜인지 확인해 주세요.”
어차피 드웨이크 형사는 곧 옆방을 급습할 계획이라고 했었으니, 확인은 금방 이뤄질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확인 후 연락드리죠.
전화가 끊기고, 나는 포르쉐를 놓치지 않기 위해 온 신경을 집중했다.
“사장님, 이거 뭔가 이상한데요?”
그때, 뒷자리의 잭 씨가 의아하다는 듯이 말했다.
“무슨 문제라도 있나요?”
“복사해온 파일들이 이상… 어?”
뒷자리에서 다급히 키보드를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잭 씨, 무슨 일이에요?”
“죄송합니다. 사장님, 저 잠시 집중 좀 하겠습니다.”
잭 씨의 반응을 보니, 무언가 문제가 생긴 것이 틀림없었다.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거야?’
계획은 사흘 동안 준비한 것치곤 완벽하다 할 수 있었다. 하지만 지금 돌아가는 꼴을 보니, 상황이 너무 꼬여버린 것 같았다.
‘차라리 내가 잘못 본 거였으면 좋겠는데.’
하지만 눈앞의 포르쉐를 쫓을수록, 나는 저자가 마릭 알파이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
‘…저 차는 지금까지 브레이크를 밟은 적이 없으니까.’
아무리 한적한 도심의 도로 위라지만, 눈앞의 차량은 단 한 번도 신호에 걸리지 않았다.
‘게다가 앞을 가로막는 차량도 없어.’
순간 내가 여길 아우토반으로 착각했을 정도로, 도로 위는 쾌적 그 자체였다.
‘운이 좋지 않으면, 이럴 수가 없지.’
그러니 저 포르쉐를 탄 녀석은 마릭이 분명했다.
우우웅-!
갑자기 울리는 진동. 드웨이크 형사의 전화가 분명했다.
“나비야!”
내가 다시 에보의 이름을 부르자, 이번에도 인공지능이 알아서 상황을 파악하여 전화를 받아주었다.
“드웨이크 형사님! 확인하셨습니까?”
-미스터 윤의 말이 맞았습니다! 옆방의 남자는 마릭이 아닌, 옷만 똑같이 입은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아마 엘리베이터에서 바뀐 것 같은데….
역시 내가 잘못 본 것이 아니었다.
“지금 마릭은 검은색 포르쉐를 타고 도로를 달리는 중입니다! 방향으로 보아, 아무래도 인천공항을 가려는 것 같아요!”
-아, 알겠습니다. 미스터 윤! 그쪽으로 최대한 빨리 갈 테니, 죄송하지만 추적을 계속 부탁드립니다!
안 그래도 그럴 생각이었다.
부아아앙-!
나는 속도를 올리며 마지막으로 드웨이크 형사에게 물었다.
“혹시 마릭이 출국하지 못하게 만들 수는 없나요?”
-이미 협조 신청을 넣어놨습니다. 하지만 상대가 상대이니만큼 또 어떤 방법으로 빠져나갈지 알 수가 없습니다.
드웨이크 형사는 예전에도 이런 비슷한 일이 있었고, 출국금지를 당했음에도 마릭이 빠져나간 적이 있다고 이야기해주었다.
-그럼, 미스터 윤!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으니 인천 공항으로 서두르세요!”
부아앙-!
나는 액셀을 더욱 밟으며 마릭의 뒤를 바짝 쫓았다.
그런데 내가 자신을 추격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녀석도 더욱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이런…!’
그뿐만이 아니었다.
마릭은 내 추격을 따돌리기 위해, 도로를 우회하기도 하고. 갑자기 방향을 꺾어 모습을 감추기도 하였다.
‘…젠장!’
그리고 결국, 나는 녀석을 놓치고 말았다.
‘어디로 갔지?!’
하지만 나는 추격을 포기하지 않았다.
‘찾아야 해. 놈이 정말로 인천공항에 가려는 건지는 확실하지 않으니까.’
인천공항으로 가는 것 같다는 것은 내 추측일 뿐이었으므로, 마릭을 쫓는 것은 만약을 대비해 꼭 해야만 하는 일이었다.
그렇게 나는 핸들을 이리저리 꺾으며, 놈을 찾아다녔다.
‘…찾았다!’
그러다 실수로 좌회전을 해버린 곳에서 나는 우연히 놈의 차량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번엔 안 놓친다!’
나는 마릭의 포르쉐를 향해 돌진하기 시작했다.
부앙-!
그러나 내가 다시 나타났다는 것을 눈치챘는지, 녀석도 액셀을 힘껏 밟기 시작했다.
다시 시작된 도로 위 추격전이었지만, 아까와는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빠아아앙-
도로를 달리던 대형 덤프 트럭에 의해 시야가 가려지기도 하고.
삐이익-!
갑자기 끼어든 차량으로 인해, 앞서가던 마릭이 속도를 줄이는 등의 일이 자주 발생했다.
아무래도 마릭과의 추격전은 서로의 행운이 작용하여 자꾸 충돌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어찌어찌 따라는 갈 수 있겠어.’
내 목적은 마릭이 어디로 가는지 추격하는 것뿐이니, 이대로만 해도 충분하다 할 수 있었다.
우우웅-!
그때, 드웨이크 형사에게서 전화가 걸려왔다.
-미스터 윤! 지금 도로가 굉장히 막히는 바람에 인천 공항까지는 시간이 조금 걸릴 것 같습니다.
“…그럼 어떻게 합니까? 이제 공항이 코앞이라고요!”
인천 공항을 가지 않을지도 모른다는 내 걱정이 무색하게, 마릭은 너무나도 정직하게 공항 방향으로 달리고 있었다.
-다행히 인천 공항에 저희 쪽 형사 두 명을 남겨두었습니다. 그 두 형사에게 상황을 전달할 테니, 잘만하면 마릭을 잡을 수 있을 겁니다.
그런 드웨이크 형사의 말에 나는 황당한 목소리로 되물었다.
“겨우 두 명으로 이 넓은 인천 공항을 커버하시겠다고요?”
-…현재로선 이게 최선입니다.
“한국 경찰과 협력할 수는 없습니까?”
-명확한 증거가 있다면 가능합니다. 약간의 시간이 소요되긴 하겠지만요.
나는 뒷좌석의 잭 씨를 힐끔 보았다.
타다다다-
그는 굉장히 심각한 얼굴로 계속해서 키보드를 두드리고 있었다.
“…저희가 확보한 증거에 문제가 생긴 것 같아요.”
-…이런.
어쩔 수 없었다.
이렇게 된 이상, 드웨이크 형사의 말대로 두 형사와 함께 인천 공항을 전체를 커버하는 수밖에 도리가 없었다.
“일단 문자로 공항에서 대기 중이라는 형사분 전화번호를 보내주세요.”
-알겠습니다.
웅-!
그렇게 문자가 도착하고 몇 분 뒤, 인천공항에 거의 다다랐을 때, 나보다 훨씬 앞서나가던 마릭이 차에서 뛰쳐나와 공항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이런…!”
나는 재빨리 길 가장자리에 차를 세우고, 마릭의 뒤를 쫓으며, 공항의 두 형사에게 전화를 걸었다.
“곧 마릭이 공항에 진입합니다!”
곧이어 전화 너머에서 다급히 외치는 목소리가 들려 왔으나, 전력으로 달리는 와중이라 잘 들리지 않았다.
“헉…! 헉…! 젠장!”
최선을 다해 마릭을 쫓았지만, 공항은 너무나 넓었으며 사람이 너무 많았다.
“미스터 윤!”
하지만 나는 다행히 공항에서 대기 중이던 두 형사를 만날 수 있었고. 빠르게 상황을 전달할 수 있었다.
“도움에 감사드립니다.”
“지금부터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나는 두 형사에게 도와주겠다고 말했지만, 이 이상은 일반인에게 위험할 수 있다며 거절당하고 말았다.
그렇게 두 형사는 마릭을 찾기 위해 흩어져 사라졌고, 홀로 남겨진 나는 생각했다.
‘여기까지 와서 포기할 수는 없지.’
이렇게 마릭을 궁지에 몰아넣을 기회가 앞으로 또 찾아온다는 보장이 없거니와. 어쩌면 이번이 놈을 붙잡을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꼭 찾고 만다.’
가만히 있는 내 사업 영역을 노리고, 내 지인을 협박했던 마릭을 나는 용서할 수 없었다.
타다다다-
나는 공항 여기저기를 뛰어다니며, 마릭을 찾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지났을까.
“미스터 윤! 아직도 여기에서 뭐 하십니까?”
아까 만났던 형사 중 한 명이 내게 빠르게 다가온 그때.
“마릭!”
나는 우연히 화장실에서 나오고 있는 그를 발견하여 소리쳤고, 내게 달려오던 형사가 내 시선을 쫓아 급히 방향을 전환하여 마릭에게 달려들었다.
쿠당탕탕!
요란한 소리와 함께, 형사가 마릭을 몸으로 눌러 제압하기 시작했다.
“가만히 있어!”
“이거 놔!”
마릭은 거세게 저항했지만, 한 덩치하는 형사의 힘을 이길 수는 없었다.
“당장 이거 안 풀어?! 경찰이 무고한 시민을 이렇게 붙잡으면 안 되잖아!”
그런 마릭의 말에, 나는 한 가지 걱정이 떠올랐다.
‘증거 파일에 생긴 문제는 잘 해결되었겠지?’
아까 잭 씨가 지었던 심각한 표정을 떠올린 나는, 무언가 불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거 놓으라고!”
그러다 문득, 여전히 거세게 저항 중인 마릭의 얼굴을 보았고.
“…어?”
어떤 위화감을 느낄 수 있었다.
“잠시만요.”
나는 한쪽 무릎을 꿇으며 놈의 얼굴을 찬찬히 뜯어보았다. 그리고 그 위화감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마릭이… 아니야?”
놈과 가까이에서 여러 번 만났던 나는 알 수 있었다. 이 남자의 얼굴이 마릭과 미묘하게 다르다는 것을.
그런 내 중얼거림에 붙잡힌 놈이 눈을 동그랗게 뜨며 외쳤다.
“무슨 소리야! 내가 마릭이 아니라니!”
“…너, 한국에 어떻게 왔는지 말해봐.”
“당연히 비행기를 타고….”
“무슨 좌석에 앉았는데?”
“그런 걸 왜 묻는 거지? 네가 직접 비즈니스석을 예매해줘 놓고?”
“…그리고?”
“… 그리고는 무슨?”
이로써 확실해졌다.
‘이 사람은 마릭이 아니야.’
아까 마릭은 퍼스트 클래스를 탔었다고 내게 자랑했었으니까.
***
한편 그 시각, 인천항.
“마릭 님, 탑승 준비 완료했습니다.”
“추적받지 않는 배로 골랐겠지?”
“물론입니다.”
검은 양복 안내를 받으며 마릭이 배에 올랐다.
부우웅-
잠시 후 배가 출발하고, 점점 멀어지는 한국을 보며 마릭은 생각했다.
‘설마 진짜로 내 정체를 눈치챘을 줄이야.’
그런 윤현민이 마릭은 너무나 흥미로웠다.
‘내 생각대로 움직여지지 않는 상황은 역시 재미있단 말이야.’
천연덕스럽게 아무것도 모르는 척 연기하던 윤현민을 떠올린 마릭이 피식 웃었다.
‘하지만 미스터 윤, 이번엔 내가 이긴 것 같네요.’
마릭은 모든 자료가 사라진 자신의 핸드폰을 꺼내 들어 윤현민에게 보낼 문자를 작성했다.
[내 소중한 자료가 모두 사라졌더군요.]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저는 정말 중요한 자료는 항상 노트북에 백업해둔답니다.] [어때요? 이번엔 제가 이긴 것 같죠?]문자를 전송한 마릭이 미소를 지으며 핸드폰을 바다에 던져버렸다.
***
우리는 호텔에 모여, 마릭에게서 온 문자를 확인했다.
“그러니까, 공항에 있던 놈은 마릭의 얼굴로 성형한 대역이었다는 거죠?”
“…그렇습니다.”
“혹시 전에도 이런 대역을 잡은 적이 있나요?”
“아뇨, 우리도 성형까지 한 대역을 만나는 것은 처음입니다.”
“하아….”
윤현민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절호의 기회였는데.’
마릭이 방심하는 것은 아마도 이번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을 터. 앞으로는 이런 작전을 실행하기 어려웠다.
“미스터 윤, 증거 자료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아, 그건 제가 설명해 드릴게요.”
자리에서 일어선 잭이 우리에게 노트북 화면 속 빈 탐색기 창을 보여주며 간결하게 말했다.
“보시다시피 모두 사라졌습니다.”
“…어떻게 된 일이죠?”
잭은 증거 파일 속에 자동 삭제 코드가 숨겨져 있었으며, 이는 파일이 복사되었을 때 발동되는 코드라고 설명해 주었다.
“…빌어먹을. 이번에도 우리는 놈에게 놀아난 셈이군요.”
드웨이크 형사가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크게 실망했다. 물론, 실망스러운 것은 윤현민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잭의 설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저는 그 코드를 알아차리자마자, 그것을 파훼하기 위해 모든 신경을 집중했습니다. 그리고 그 결과, 파일 하나만큼은 살릴 수 있었죠.”
그가 키보드를 조작하자, 탐색기 창에 동영상 파일 하나가 떠올랐다.
“이건 뭐죠?”
“사장님께서 당부하셨던 로버트 알레그만 씨의 협박용 동영상입니다.”
“아…!”
로버트 씨는 딸의 영상 때문에 마릭에게 협력하고 있었다. 그런 영상을 잭이 지켰냈다는 사실은 고무적이었으나.
“…그게 무슨 소용일까요.”
윤현민이 마릭에게서 온 문자를 다시 보여주며 말을 이었다.
“원본 파일이 아직 남아 있는데.”
그러자 잭이 의기양양하게 말했다.
“그 말이 맞습니다만, 제가 파일 속 코드를 이리저리 뜯어본 결과. 재밌는 사실을 하나 알아낼 수 있었습니다.”
“재밌는 사실이라고요?”
“넵. 그건 바로… 이겁니다.”
잭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엔터를 누르자, 검은 화면에 알 수 없는 코드들이 떠올랐다.
“이게 뭐죠?”
“파일을 추적할 수 있는 코드입니다. 아마 그 마릭이라는 사람이, 파일을 잃어버렸을 때를 대비해 보험으로 넣어둔 코드인 것 같습니다.”
잭은 마릭의 노트북이 온라인에 접속된 순간, 이 추적 코드를 통해 원본 파일을 삭제할 수 있다고 설명해 주었다.
“물론, 다른 자료들도 다시 빼내 올 수 있고요. 이번엔 삭제 코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그 코드가 발동되지 않도록 제가 잘 처리할 수 있어요.”
그런 잭의 말에 침울해져 있던 드웨이크 형사가 고개를 들었고, 윤현민도 두 눈을 반짝이며 기뻐했다.
‘이번엔 네가 이긴 것 같다고?’
게임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