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71
171화 행운의 목걸이
“그럼, 구체적인 계획을 세워보죠.”
잭 씨의 의견에 내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자, 가만히 듣고 있던 드웨이크 형사가 고개를 흔들며 말했다.
“제 생각에 노트북 해킹은 시작도 못 할 것 같습니다.”
“어째서요?”
“마릭이 중요한 백업 자료가 들어있는 노트북을 허술하게 관리할 리가 없으니까요. 아마 와이파이가 안 되는 환경의 금고라던가, 그 정도는 아니더라도 최소한 노트북의 와이파이를 켜지 않을 겁니다.”
어차피 데이터만 옮기는 용도이기 때문에, 굳이 인터넷을 켜지 않아도 될 거라고 드웨이크 형사가 부연 설명을 해주었다.
“그럴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현재로서는 제가 제시한 방법이 최선 아닌가요? 약간 도박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손 놓고 있는 것보단 나을 텐데요.”
잭 씨가 즉시 반박하였지만, 그럼에도 드웨이크 형사는 부정적이었다.
“애초에 마릭이 돌아가자마자 새 핸드폰에 자료를 옮긴다는 보장이 없어요. 그렇다면 그가 노트북에 접근할 때까지 우리가 계속 대기하며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는 건데, 잭 씨가 교대 없이 혼자 그걸 할 수 있을까요?”
“그건… 형사 님들의 도움을 받으면….”
“아뇨, 저흰 이미 마릭 알파이즈를 놓쳤기에, 곧장 독일로 돌아가 봐야 합니다. 실패한 작전 뒤처리를 위해 한두 명 정도는 남을 수 있지만. 그마저도 한국에 길게 체류할 수 없기에, 확실하지도 않은 여러분의 작전을 도울 여력이 안 돼요.”
결국 시간이 문제였다.
‘어쩔 수 없이 나와 잭 씨만으로 작전을 진행해야 하나?’
사실 작전을 수행할 인원이 부족한 것은 별문제가 되지 않았다.
‘모니터링이야 에보를 이용하면 되니까.’
인공지능 에보는 먹지도, 잠을 자지도 않고 24시간 감시할 수 있다.
‘물론, 언제 올지 모르는 에보의 알람을 신경 써야 하니. 설잠을 자야 하겠지만.’
큰 작전을 실행하는 데, 그 정도는 고생이랄 것도 없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게 불법이라는 거지.’
마릭의 핸드폰을 해킹하는 작전은, 드웨이크 형사와 함께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것은 형사와 함께하는 공적인 수사였으니까.’
하지만 드웨이크 형사 없이 작전을 수행하게 되면, 그것은 개인으로서 다른 사람의 노트북을 불법으로 열람한 것이 된다.
‘그러니 드웨이크 형사님 한 명만이라도 우리 작전에 합류시켜야 해.’
드웨이크 형사는 기약 없는 작전을 수행할 수 없다고 했었다. 그런 그를 설득하기 위해선, 마릭이 최대한 빨리 노트북에 접근하도록 만들어야 했다.
‘…그런 상황을 어떻게 인위적으로 만들지?’
나는 고민하고 또 고민했다.
“미스터 윤, 아쉽지만 이번 작전은 여기가 끝인 것 같습니다.”
드웨이크 형사가 공항에서 벌어졌던 소동의 뒤처리를 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섰다.
“언제가 될지 모르겠지만, 또 다시 마릭이 나타나게 되면 연락 주시기 바랍….”
“…잠시만요!”
“?”
떠나는 드웨이크 형사를 붙잡기 위해, 나는 최대한 머리를 굴려 아이디어를 쥐어짰다.
“왜 그러십니까? 저는 이제 진짜 가봐야 합니다.”
“진짜 잠시만요! 1분만…!”
마땅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던 나는, 어떻게든 영감을 얻기 위해 주변 사물을 이리저리 돌아보았다.
‘…저건?’
그러던 중, 나는 잭 씨의 노트북 화면에 띄워져 있는 로버트 알레그만 씨의 협박 영상이 눈에 들어왔다.
‘…아!’
좋은 방법이 생각났다.
“드웨이크 형사님. 찾았습니다.”
“찾다뇨? 갑자기 무슨…”
“마릭 알파이즈가 당장 노트북으로 접근하게 만드는 방법이요.”
그런 내 말에 드웨이크 형사가 상당히 놀란 얼굴로 물어왔다.
“어떻게요?”
“한 사람의 협력을 받으면 됩니다.”
로버트 알레그만.
그의 도움이 있다면, 마릭이 노트북에 접근하도록 만들 수 있었다.
“알레그만 씨가 동영상이 삭제된 소식을 들었다고 거짓말하고, 당장 미스트를 떠나겠다고 말하면. 마릭은 그를 붙잡기 위해 원본 영상을 가지러 갈 수밖에 없을 겁니다.”
현재 미스트는 루미스에 많이 밀려버린 상황이다. 그런 와중에 로버트 알레그만까지 그만둬 버리면, 미스트는 완전히 루미스에 패배하게 된다.
“마릭은 우리 브랜드를 집어삼키고 싶어 하며, 정면에서 이기고 싶어 하죠. 그런 와중에 미스트에서 가장 중요한 로버트 씨를 놓칠 수 없을 겁니다.”
“…확실히 그렇긴 하네요. 하지만 미스터 윤, 만약 그 노트북이 와이파이에 연결되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것을 잊어버리신 것은 아니겠죠?”
“물론입니다.”
나는 잭 씨를 돌아보며 물었다.
“로버트 씨의 협박 영상이 핸드폰으로 옮겨졌을 때, 추적 코드를 통해 다시 해킹할 수 있겠죠? 핸드폰의 와이파이가 꺼져 있더라도, 셀룰러 데이터는 여전히 켜져 있을 확률이 높으니까요.”
“네, 맞습니다.”
“그렇다면 만약 노트북과 핸드폰이 블루투스로 연결된다면, 해킹할 수 있게 되는 겁니까?”
잭 씨가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것도 당연히 가능합니다. 셀룰러 데이터를 통해 핸드폰을 해킹하고, 다시 블루투스로 연결된 노트북을 해킹해야 하니. 상당히 복잡하고 어려워지긴 하겠지만요.”
이에 나는 다시 드웨이크 형사를 향해, 말을 이었다.
“형사님께서 이 작전이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셨던 이유는 시간과 해킹할 수 있을 확률이 낮아서였죠.”
“그렇습니다.”
“블루투스는 와이파이와 달리, 마릭이 경계하고 있지 않을 확률이 높기에 켜져 있을 확률이 아주 높습니다. 마릭도 설마 그걸로 해킹할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할 테니까요.”
“…그런데요?”
“와이파이가 켜져 있다면 베스트. 그게 아니어도, 블루투스가 켜져 있을 수도 있으니 해킹할 수 있는 확률이 올라갑니다. 그러니 제 생각엔 해 볼 만한 작전 같은데요?”
드웨이크 형사가 고개를 끄덕이다가, 이내 다시 고개를 저었다.
“애초에 다시 파일을 빼내 온다고 해도, 여전히 삭제 코드가 심겨 있을 텐데 그게 다 무슨 소용이죠? 그리고 설사 블루투스가 켜져 있다고 하더라도, 해킹을 할 수 있는 시간은 극히 짧을 텐데. 제대로 시도나 할 수 있겠습니까?”
그에 대해 내가 대답하려던 찰나, 잭 씨가 나를 대신해 입을 열었다.
“이제 삭제 코드가 있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번엔 코드가 발동되지 않도록 해킹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주 잠깐의 시간이라도, 인공지능의 보조가 있다면. 데이터 전부는 아니더라도 일부는 가져올 수 있을 겁니다.”
“…….”
그런 잭 씨의 말에 드웨이크 형사가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기 시작했다.
약 5분 후.
“…좋습니다. 어차피 다른 방법도 없으니, 까짓것 해 보죠. 마릭 그놈도 지금쯤 다 끝났다고 방심하고 있을 테지요.”
그렇게 드웨이크 형사의 합류가 결정되었다.
***
“방금, 뭐라고 하셨죠?”
-미스트를 그만둔다고 말했습니다.
마릭은 그런 로버트의 전화에 어이가 없어졌다.
“…로버트 씨. 혹시 제가 어떤 동영상을 가졌는지, 잊으셨나요?”
-내 딸의 커다란 실수가 담긴 동영상을 가지고 있었었죠. 지금은 없겠지만.
“…”
마릭의 머릿속에 물음표가 차올랐다.
“그게 무슨 말이죠?”
-다 들었습니다. 당신의 핸드폰이 해킹당해서 동영상이 모두 사라졌다는 것을.
그런 로버트의 말에 마릭은 어떻게 된 상황인지 파악할 수 있었다.
‘이렇게 얕은 수작을….’
이것은 아마 미스터 윤의 기만일 확률이 높았다.
‘원본이 남아 있다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 로버트 알레그만을 빼 오기 위해 자신에게 유리한 사실만 알려준 모양이군.’
뭐, 이해는 할 수 있다.
현재 루미스의 입장에서 미스트를 완전히 제치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로버트 알레그만을 그만두도록 만드는 것이. 확실한 방법이었을 테니까.
‘하지만 잔인하네요. 이 결정이 로버트 알레그만 씨에게는 굉장히 불행한 일이 될 텐데.’
마릭은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다. 로버트 알레그만과는 자신을 배신할 시, 딸의 영상을 공개하겠다는 약속을 하였었다.
‘알레그만 씨가 먼저 나를 배신하려 했으니, 약속대로 해야겠죠.’
다만, 영상을 공개하는 것은 그의 이용 가치가 떨어졌을 때이다. 지금 당장은 그가 필요하니, 관대하게 약간의 유예를 줄 생각이었다.
“알레그만 씨.”
마릭은 로버트 알레그만에게 한 마디만을 남기며 일방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조금 이따 재밌는 영상하나 보내드리죠.”
-뭐라고?! 그게 무슨…!
뚝.
전화를 끊은 마릭이 바깥의 검은 양복을 불렀다.
“세바스찬, 차 대기시켜.”
“네, 마릭 님. 그런데 어디로 가실 생각이십니까?”
“…금고로 가자.”
그렇게 잠시 후, 마릭은 금고라 불리우는 그의 숨겨진 별장에 도착했다.
“여기서 잠시 대기해.”
바깥에 세바스찬을 남겨둔 채, 마릭은 홀로 별장에 들어섰다.
삐릭- 삐리리-!
별장엔 각종 보안 장치가 마련되어 있었는데, 간단한 비밀번호부터 지문과 홍채 인식에 정맥 인식까지. 일상에서 쉽게 보기 힘든 보안 수준을 자랑했다.
마릭은 그 모든 보안 장치를 일일이 해제하며 깊숙한 지하로 내려갔다.
‘오랜만이군.’
눈앞에는 두꺼운 철문이 있었다. 마릭이 그 문을 열자, 안에는 책상 위에 가지런히 놓인 튼튼해 보이는 가방이 놓여있었다.
달칵-
마릭이 그 가방을 열고 얇은 노트북 한 대를 꺼내어 전원을 켰다. 그리곤 주머니에서 미리 챙겨온 데이터 케이블을 꺼내 새 핸드폰에 연결했다.
한편, 그 시각.
카페 드리머의 사무실에는 윤현민, 잭, 드웨이크 세 사람이 초조하게 알림을 기다리고 있었다.
“떠, 떴습니다!”
잭 씨의 외침에 남은 두 사람이 부리나케 다가왔다.
“어떻게 되었나요?”
“방금 막 로버트 씨의 파일이 마릭의 새 핸드폰으로 옮겨졌습니다.”
“와이파이는요?”
“안타깝지만 와이파이는 꺼져 있는 것 같아요.”
그렇다면 이제 마릭의 노트북에 블루투스가 켜져 있길 바라야 했다.
“블루투스는 아직 확인이 안 되고 있습니다. 잠시만요.”
잭이 키보드를 빠르게 두드리기 시작했다.
‘제발 블루투스가 켜져있길…!’
속으로 간절히 바라던 윤현민은, 초조한 마음에 시선을 이리저리 돌리기 시작했다. 그러다 문득, 책장에 고이 놔두었던 한 물건이 눈에 들어왔다.
‘저건…’
그것은 예전에 원장님께서 선물해 주신, 옴 문자가 새겨진 행운의 목걸이가 담긴 상자였다.
‘내가 이런 것에 기대는 사람은 아니지만….’
지금, 이 기회를 놓친다면. 정말 중요한 로버트 씨를 해방할 기회를 놓쳐버리게 된다.
달칵.
윤현민은 상자를 열어 그 목걸이를 손에 쥔 채, 간절히 빌었다.
‘제발 마릭의 노트북에 블루투스가 켜져 있길….’
그리고 그 순간.
“켜, 켜져 있습니다!”
잭 씨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윤현민은 달리듯이 잭에게 다가갔다.
“정말입니까?!”
“네! 해킹 시작하겠습니다! 잠시만 조용히 해주세요.”
타다다다-
사무실에 키보드를 빠르게 두드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고. 윤현민은 긴장한 얼굴로 잭이 작업하는 모습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그렇게 약 1분의 시간이 지났을 때.
꽈악-
‘아파….’
윤현민은 자신도 모르게 목걸이를 꽉 쥐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것을 다시 상자에 소중히 넣어두었다.
“이런…!”
바로 그때, 잭의 탄식 어린 목소리가 들려왔다.
“잭 씨! 무슨 문제라도 발생했습니까?!”
“그게….”
잭의 설명을 모두 들은 윤현민이 당황한 눈으로 드웨이크 형사를 바라보았다.
***
일주일 후.
로버트 알레그만이 루미스에 합류했다는 소식이 전세계에 퍼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