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72
172화 이제 슬슬 시작하지
결론부터 말하자면, 우리는 마릭의 노트북을 완벽히 해킹하는 것에 실패하고 말았다.
‘결정적인 범죄 증거들을 빼 오지 못했으니까.’
실패의 원인은 알 수 없었다.
인공지능 에보의 도움으로 해킹은 순조롭게 이뤄지고 있었고, 용량이 작은 문서 파일 위주로 복사하려 했었기에. 시간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되었으니 말이다.
다만, 잭 씨가 추측하건대. 아무래도 마릭이 어떤 이유로 예상보다 더 빠르게 방을 빠져나간 듯하다는 것이었다.
그 때문에 드웨이크 형사는 단 하나의 문서 파일 외엔, 아무런 성과를 얻을 수 없었다.
‘겨우 얻은 문서 파일이지만, 하필 암호화가 걸려있었지.’
여담으로, 작전이 끝난 후 드웨이크 형사가 잭에게 암호를 풀어달라고 부탁했지만. 그 암호 체계는 잭도 처음 보는 것이라 난색을 보이며 거절하였다.
드웨이크 형사는 상당히 실망한 눈치였지만, 인공지능 에보를 이용해 암호를 풀어보자는 내 제안에. 그는 다시 얼굴이 밝아졌다.
‘그런데 에보조차 암호 해독에 애를 먹을 줄은 몰랐지.’
에보는 학습하며 진화하는 인공지능이다. 그러나 그런 에보도 암호 해독은 처음이기에, 학습을 위한 시간이. 그것도 상당히 많이 필요했다.
때문에 드웨이크 형사는 어쩔 수 없이 독일로 돌아가, 결과를 기다리게 되었다.
‘그래도 제일 중요한 목적은 달성할 수 있어서 다행이야.’
로버트 알레그만 씨의 협박 동영상을 마릭의 노트북과 핸드폰에서 완전히 삭제하는 데 성공했다.
내 부탁대로 잭 씨가 가장 먼저 로버트 알레그만 씨의 협박용 동영상을 지우는 데 집중해준 덕분이었다.
‘그렇게 자유를 되찾은 로버트 알레그만 씨가 미스트를 떠나, 우리 루미에에 합류할 수 있게 되었지.’
의외였던 것은, 마릭이 순순히 로버트 알레그만 씨를 놓아줬다는 점이었다.
‘무력을 써서라도 붙잡을 줄 알았는데.’
오죽하면 불안해서 올리버 씨에게 로버트 씨의 경호를 부탁했었을까. 다행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았지만, 마릭이 아무런 리액션을 보이지 않았다는 것이 나는 뜻밖이었다.
‘그럼 이제 패션 사업은 내 승리라고 봐도 되겠지?’
이제 겨우 한 번 이긴 것이지만, 그 한 번이 미스트에는 너무나 치명적이었다.
‘신생 미스트를 먹여 살리다시피 했던 디자이너를 빼앗겼으니까.’
이제 루미스는 로버트 알레그만, 임예진, 곽창민의 뛰어난 디자이너를 셋이나 보유하게 되었다. 이 세 명의 개성 있는 디자이너의 존재는, 다른 브랜드에서 어지간해선 좁힐 수 없는 격차가 될 것이다.
‘미스트에서 이 세 명을 뛰어넘는 새로운 디자이너를 찾지 못하는 한, 절대 루미스의 성적을 따라잡을 수는 없을 거야.’
그리고 그런 내 생각이 맞았다는 것은, 며칠 후 글로벌 뉴스를 통해 증명되었다.
“사장님! 미국에서 루미스의 판매량이 80%나 증가했어요!”
그것은 당연한 결과였다.
미스트에 비해 성적이 저조했다 뿐이지, 애초에 우리의 힘만으로도 미국에서의 판매량은 그리 나쁜 편이 아니었다.
‘미스트의 전략은 이름값 있는 디자이너를 이용하는 것이었지. 그런데 이제 그 디자이너가 우리 소속이 되어버렸으니. 당연히 이렇게 되겠지.’
나는 한유경 씨가 건네준 보고서의 그래프가 천장을 뚫고 오르는 것을 보며,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었다.
***
[로버트 알레그만은 천재입니다. 그의 옷은 늘 새로운 매력이 있어요.] [거기에 디자이너 임의 신비로운 문양과 디자이너 곽의 패턴이 함께 어우러졌다니…! 이건 지갑을 안 열 수가 없는 조합 아닌가요?]“…하하.”
TV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어느 시민의 인터뷰를 보며, 마릭은 실소를 머금었다.
‘처음이야….’
지금까지 늘 승리만 해오던 마릭에겐 이번 패배가 첫 패배였다.
‘기분이 이상한데.’
화가 나고, 짜증이 나기도 했으며. 어쩌면 윤현민에게 질투를 느낀 것 같기도 했다. 하지만 동시에 즐겁기도 했다.
‘이런 감정을 느껴본 게 대체 얼마만 인지.’
몇 년 만에 느껴보는 다채로운 감정을 음미하며, 마릭은 자리에서 일어나 곧장 창문으로 향했다.
투둑투둑.
창밖에는 비가 한창 내리고 있었다. 마릭은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바라보며 생각했다.
‘패배는 꽤 신선한 경험이고, 그로 인해 느끼는 감정들이 재밌긴 하지만. 다음에 또 느끼고 싶지는 않아.’
여러 감정을 느끼는 것은 흥미롭지만, 이왕이면 윤현민에게 이겨서 승리의 기쁨을 누리고 싶었다.
‘운이 아닌, 실력으로.’
그럴 수만 있다면, 이제껏 맛보지 못한 만족감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번 패배의 원인이 뭐지?’
이번 패배의 이유를 찾기 위해, 이번 일을 복기하기 시작한 마릭은 한참 동안 생각에 잠기었고. 마침내 하나의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윤현민에겐 있고, 내게 없는 것. 그것 때문에 당한 거야.’
그것은 바로 인공지능이었다.
윤현민의 엄청난 연산력을 바탕으로 동작하는 인공지능은, 마릭이 전혀 예상치 못한 퍼포먼스를 보여주었으니 말이다.
‘설마 그 짧은 시간에 해킹이 가능할 줄이야.’
그뿐만이 아니었다.
패션쇼에서도 인공지능이 보여준 퍼포먼스는 그조차 놀랄 정도로 엄청나지 않았던가.
‘그때도 생각했지만, 윤현민과 제대로 대결하려면 나도 인공지능을 가져야 해.’
그렇지 않고선, 이번 패배를 반복할 뿐이라고 마릭은 생각했다.
‘그럼 차근차근 계획해 봐야겠군.’
마릭은 자신만의 인공지능을 개발할 생각이었으며, 동시에.
‘그 엄청난 연산력을 없애야 해.’
윤현민의 가장 큰 자산을 축소 시킬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
여러 사건이 마무리되고 약 한 달간 나에게는 많은 일이 일어났다.
-제가 윤 사장님께 선물을 드리려고 하는데, 받아주시겠습니까?
라이브 카페의 확장 공사가 완료된 날. 성윤복 장인은 내게 축하 선물을 주겠다고 연락해왔다. 그런데 그 선물은 내가 그냥 받기엔 너무나 과한 것이었다.
“성윤복 장인께서 직접 만드신 피아노 5대를 공짜로 주시겠다고요?”
-네. 어차피 1층의 피아노는 크리스토퍼에게 보내야 하지 않습니까? 나머지 층에도 피아노를 놓아야 할 테니, 총 5대를 제작해 보았습니다.
하지만 나는 성윤복 장인이 심혈을 기울여 제작한 5대의 피아노를 그냥 받을 수는 없었다.
-아뇨, 받아주세요. 그래야 제가 마음이 편합니다.
“그렇지만 이 귀한걸….”
-그래봤자 제가 윤 사장님에게 받은 은혜에 비하면, 많이 모자랍니다. 사장님은 제 생명을 살려주셨으니까요.
나는 성윤복 장인의 거듭된 권유를 거절할 수 없었고. 결국, 카페 드리머에는 총 다섯 대의 아름다운 피아노가 놓이게 되었다.
“우와!”
“대, 대단해요!”
나와 이지혜 씨는 각층에 놓인 피아노의 아름다운 자태에 넋이 나가버렸다. 그리고 그런 반응은 이곳을 방문한 손님들도 마찬가지였다.
“저 우아한 곡선 좀 봐…!”
“마치 백조 같아!”
1층의 피아노는 하얀 백조를, 2층은 검은 백조를, 3층의 에메랄드빛 피아노는 푸른 바다를, 4층의 파란 피아노는 드넓은 하늘을, 마지막 5층의 피아노는 몽실몽실한 구름을 연상하게 했다.
‘덕분에 매출이 폭발적으로 상승했어.’
다른 사업들에서 나오는 현금 흐름에 비하면 적다고 할 수 있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며 보너스로 얻는 금액이라 생각한다면. 꽤 엄청난 금액이었다.
‘라이브 카페의 한 달 매출이 매달 로또에 여러 번 당첨되는 것과 같은 수준이니 말 다 했지.’
그렇게 라이브 카페의 확장이 순조롭게 완료되었을 때, 나는 한국에서 추진하던 또 하나의 사업이 완료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사장님, 예술인 장학재단이 설립되었습니다.”
자비르 씨는 장학재단의 첫 번째 수혜자로 근형이와 김현수 학생이 무사히 선정되었다고 설명해주었다.
“레이 하프만 씨와 장학재단 연계 사업에 관해 이야기를 나눠 보았나요?”
예전 호주에서 나는 레이 하프만 씨와 한가지 약속을 하였었다.
“네, 레이 하프만 이사장은 약속대로 특별 체험 학습 제도를 이미 만들어 두었고. 언제든 학생들을 선발해 보내도 된다고 답변해 주었습니다.”
“그럼, 당장 근형이와 김현수 학생을 특별 체험 학습에 참여시켜 주세요.”
중학교 때부터 하고 싶은 꿈에 좌절하던 근형이에게도, 현실의 벽에 부딪혀 적성에 맞지 않는 공부를 하던 김현수 학생에게도. 나는 기회를 주고 싶었다.
‘둘 다 예술에 소질이 있으니까. 돈이 없다고, 미래가 불투명하다고 벌써 꿈을 포기하게 만들고 싶지 않아.’
그것은 두 사람과 비슷한 사정의 다른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내가 세계를 움직일 정도의 엄청난 부자는 아니지만, 장학재단을 운영할 정도의 돈은 충분히 있었다.
‘뿌듯하네.’
장학재단은 내게 어떤 이득도 주지 못하지만, 대신 내 마음속에 따듯한 무언가를 채워주었다.
‘기분이 좋아.’
그렇게 내가 장학재단 설립에 만족하고 있었을 때, 자비르 씨가 두 가지 소식을 더 전해주었다.
“제이든 회장님과 알론 머스크 씨에게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그래요? 두 분이 뭐라고 하시던가요?”
“먼저 알론 머스크 씨가 사장님께 곧 스페이스 Y의 프로젝트가 시작될 것 같다고 전해달라 했습니다.”
“음… 조만간 연산력을 빌려달라는 소리군요.”
나는 알론 머스크의 오토 파일럿 기술을 이용하는 대신, 일 년에 두 번 넥스인텔리 대부분의 연산력을 빌려주기로 했었다.
“인공지능 서비스를 이용하는 분들에게 미리 공지해둘까요?”
“…그래야겠죠. 아무래도 갑자기 성능이 저하되면, 혼란이 올 수 있으니까요.”
또한 이용자들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공지와 더불어 해야 할 일이 한 가지 더 있었다.
“그리고 이벤트를 준비해야죠.”
나는 알론 머스크와 협상하면서, 스페이스 Y의 화성 탐사를 인류 숙원 사업으로 만들고. 로켓이 발사되는 날, 룰렛 이벤트를 통해 이용자들의 불만을 줄이자고 제안했었다.
“일단 스페이스 Y 프로젝트에 대해 사람들이 중요하게 생각하도록 만들어야겠죠. 그러기 위해선….”
미디어의 힘이 절대적으로 필요했다.
“라이언에게 연락해 넷플리스와 연계할 방법을 찾아보세요. 그리고 스티븐 감독님께 연락해서 스페이스 오페라 장르의 영화를 촬영할 생각이 있는지 물어보시고요.”
나는 넷플리스의 다큐멘터리를 통해 스페이스 Y를 소개하고, 접근성이 높은 영화를 통해 사람들이 화성 탐사에 열광하도록 만들 생각이었다. (물론, 영화산업으로 인한 수입은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아, 그리고 스티븐 감독님께 영화를 촬영하시게 되면, 인공지능 에보와 연산력을 사용하실 수 있도록 해드리겠다고 하세요.”
“넵, 알겠습니다.”
내가 아는 스티븐 에필버그 감독이라면, 인공지능을 활용하여 영화를 만들 이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그럼, 알론 머스크 씨에 대한 것은 이걸로 된 거죠? 다음으로 제이든 회장님께선 뭐라고 하시던가요?”
“아, 회장님께서 말씀하시길….”
이어지는 자비르 씨의 말에, 나는 이제 때가 되었음을 느꼈다.
“이제 슬슬 자동차 사업을 시작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전해달라 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