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75
175화 보물이 숨겨진 공장 (2)
다음날 이른 아침.
“입금 확인했습니다.”
계약을 완료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짧은 머리의 앤드류 씨와 악수했다.
“좋은 거래 감사합니다.”
“마침 현금이 필요했는데 이렇게 거래해 주셔서 저야말로 고맙습니다. 덕분에 골치 아프고 관리하기 힘들었던 폐공장에서 벗어날 수 있게 되었네요.”
자칫하면, 이딴 건물을 왜 사 갔냐고 비꼬는 것으로 들릴 수 있었지만. 앤드류 씨의 후련한 표정을 보니, 의도치 않게 속마음이 튀어나온 모양이었다.
“그럼 하시는 일 잘 되시길 바랍니다.”
그렇게 앤드류 씨가 떠난 뒤, 나는 램지 씨에게 물었다.
“혹시 이 근처에 청소 잘하는 업체를 아실까요?”
“왜 모르겠습니까.”
별 기대하지 않고 물었던 것이나, 램지 씨는 무척이나 상세하게 필리핀 청소 업체 하나를 추천해 주었다.
“제가 연락해 보겠습니다.”
등 뒤에서 묵묵하게 듣고 있던 자비르 씨가 핸드폰을 꺼내어, 램지 씨가 알려준 번호로 전화했다.
“사장님, 업체에서 사람을 보내준다고 합니다. 그런데 선불이라고 하네요.”
“그래요? 그럼 바로 입금해 버리죠.”
공장이 워낙 넓다 보니, 업체에서 요구하는 금액이 상당했지만, 상관없었다. 아직 제이든 회장님에게 받은 투자금이 충분히 있었으니 말이다.
‘지금까지 거의 쓰질 않았지.’
전용기를 타고 이동했으니, 큰 경비도 들지 않았고. 폐공장은 회장님의 투자금이 아닌, 내 돈으로 구매했다.
왜냐하면.
‘이 공장은 앞으로도 온전한 내 소유인 것으로 하고 싶었으니까.’
물론, 투자금을 사용한다고 해서 내 소유가 아닌 것은 아니지만. 기분상 그냥 그러고 싶었다.
‘좋았어.’
공장은 더러웠고, 덕분에 꽤 많은 지출이 생겨버렸지만. 그래도 내 소유의 건물이 늘어났다는 사실에 나는 기분이 좋아졌다.
‘곧 청소 업체가 깨끗하게 만들어 주겠지.’
잠시 후, 도착한 청소 업체 사람들은 1년간 방치되었던 공장의 상태에 경악했다.
‘아무래도 팁을 좀 넉넉히 드려야겠는데?’
내가 봐도 공장의 상태는 무척 좋지 않았으니, 오늘 고생하실 분들에게 당연히 팁을 지급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비르 씨.”
내가 최근에 필리핀어를 배운 자비르 씨를 통해 팁을 주겠다는 말을 전하자, 청소 업체 직원들이 매우 기뻐하며 열정적으로 청소를 하기 시작했다.
쓱- 쓱-
‘우리가 여기 있어봤자 방해만 되겠어.’
그렇게 나와 일행들은 잠시 근처의 식당으로 향해, 아침을 먹으며 잡담을 나누었다.
.
.
.
청소가 끝났다고 연락이 온 것은, 해가 저문 늦은 저녁이었다.
“와아!”
팁을 받아서인지, 아니면 원래 일을 잘하는 업체였는지는 몰라도. 그 짧은 시간 동안 공장의 내부가 무척이나 깨끗해져 있었다.
“Kulang sa tauhan upang maglinis kaya’t nakipag-ugnayan kami sa kumpanya upang magdagdag ng mga tao. Pinalitan din namin ang mga kagamitan sa paglilinis at mas magandang mga gamit ang ginamit upang linisin ang pabrika nang maayos.”
완전히 바뀌어버린 공장의 모습에 감탄하고 있던 내게, 청소 업체 직원 중 한 명이 다가와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청소할 사람이 모자라서 회사 사람들을 더 불러왔답니다. 그리고 장비도 더 좋은 것으로 교체해서 공장을 깨끗하게 청소했다고 하네요.”
“그래요? 정말 감사하다고 전해주세요.”
내가 감사를 표하자, 직원은 빙그레 웃으며 엄지를 척 들어 보였다. 그 밝은 미소에 나 또한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에잇! 기분이다!’
나는 자비르 씨에게 청소 업체 직원분들이 저녁을 드셨는지 여쭤봐달라고 부탁했다.
“청소하느라 바빠서 끼니를 거르셨다고 합니다.”
“저런. 그렇다면 제가 맛있는 식사를 대접할 테니, 따라와 줄 수 있냐고 물어봐 주시겠어요?”
그런 나의 제안에 청소 업체 직원은 아까보다도 더 밝은 미소를 보이며 기뻐했다.
“미스터 윤.”
지금까지의 상황을 가만히 지켜보고 있던 램지 씨가 흐뭇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미스터 구가 왜 그렇게 미스터 윤의 칭찬을 했었는지, 이제 이해가 되네요. 일개 청소 업체 직원들에게도 이렇게 친절하게 대해주시다니. 저는 감탄했습니다.”
그런 램지 씨의 말에 나는 약간 민망해져 어떻게 반응해야 할지 몰랐다.
“그냥… 그러고 싶었던 것뿐인데요. 팁도, 식사 대접도. 어차피 제게는 큰 부담도 아니었고요.”
“그렇죠. 큰 부담은 아니지만, 그걸 실천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그런가요?”
“네. 아무튼 저는 오늘 미스터 윤의 인품에 다시 한번 반한 것 같습니다.”
“하하, 감사합니다.”
“앞으로 부동산에 관련된 것이라면 언제든지 전화해 주세요. 무료로 상담해 드리고, 도움이 필요하시면 최선을 다해 도와 드리겠습니다.”
밤이 깊어서였을까.
조금은 감성적으로 된 램지 씨가 악수를 청해왔고, 나는 그의 손을 맞잡으며 미소를 지을 수 있었다.
잠시 후.
“건배!”
나는 청소 업체 직원들을 포함한 모두와 함께 회식을 즐기기 시작했다.
원래는 근처의 고급 레스토랑에서 밥을 먹으려고 했으나, 하필 레스토랑이 휴무인 바람에 급한 대로 근처의 술집으로 가게 되었고. 이렇게 술판이 벌어지게 된 것이었다.
“하하하!”
“미스따 윤! 미스따 윤!”
청소 업체 직원들은 고급 음식보단 오히려 싸구려 맥주 한잔이 더 좋은 모양인지, 연신 내 이름을 부르며 환호했다.
그런 그들의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함께 잔을 기울이니, 맥주가 무척이나 달게 느껴졌다.
“미스따 윤! 한 잔 더!”
계속되는 건배 요청에 나는 예전 회사 회식 때처럼, 오랜만에 술을 많이 마시게 되었다.
‘알딸딸하네.’
필리핀 사람들이 원래 술이 잘 먹는 것인지, 아니면 여기 직원들이 유독 강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으나. 나는 이들의 페이스를 따라가기가 매우 벅찼다.
‘잠시 쉬어야겠어.’
나는 술이라도 깰 겸, 잠시 바깥에 나와 가게 주위를 산책하기 시작했다.
“고용주님, 괜찮으십니까?”
경호 때문에 술을 마시지 못해 멀쩡한 올리브 씨가 걱정스레 물어왔다.
“네, 걸으니까 좀 낫네요.”
“너무 무리하신 것 같습니다. 그렇게 일일이 잔을 부딪쳐주지 않아도 되는데 말입니다.”
“하하… 그러게요. 기분이 좋아져서 저도 모르게 그만….”
나의 작은 베풂에 저렇게나 기뻐하며 내 이름을 연신 외쳐대는 이들을 보고 있자니, 잔뜩 신이 나버린 모양이다.
“그리고 설마 제가 주량으로 질 줄은 몰랐죠.”
“오. 고용주님도 술을 꽤 하시는 모양이네요. 평소에 술을 잘 안 하시길래, 몰랐습니다.”
“꽤 한다기보단, 강제로 단련되었죠.”
“…단련이요?”
“있어요, 그런 게.”
올리버 씨에게 한국 직장인의 회식 문화를 설명해 주기가 조금 난해했기에, 나는 그냥 대충 넘어갔다.
“고용주님은 굉장히 특이하신 것 같습니다.”
“제가요?”
“네. 제가 이제껏 많은 부자의 경호를 맡았었지만, 고용주님처럼 사업을 하는 분을 본 적이 없거든요.”
“하하, 제가 어떻게 사업을 하는데요?”
나의 물음에 올리버 씨가 기분 좋게 웃으며 대답했다.
“즐겁게요.”
“…….”
“다른 부자들은 고용주님처럼 사업을 즐기지 않아요. 모든 것이 돈과 이익에 연결되어 있고, 또 거기에 집착하죠.”
그야 그럴 것이다. 나는 무엇을 해도 망하지 않을 커다란 행운을 가지고 있으며, 애초에 내가 사업을 하는 이유는 그저 취미일 뿐이니. 일반적인 사업가들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나는 돈 욕심도, 명예욕도 없으니까.’
돈은 그저 내가 행복하고, 내 주변 사람을 돌볼 수 있을 정도만 있으면 충분하다.
‘뭐, 그런 것 치곤 요즘 너무 많이 벌긴 하지만.’
이제 돈은 충분하지만, 그래도 새로운 사업을 꾸려나가는 게 너무 재밌어서 그만둘 수가 없었다.
“고용주님이 이렇게 즐겁게 사업하시니, 주변에 모이는 이들도 긍정적인 영향을 받는 것 같습니다. 당장 저만해도 그렇고요.”
“그럼, 올리버 씨도 제게서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습니까?”
고개를 끄덕이는 올리버 씨에게 나는 어떤 영향을 받았는지 물었다.
“요즘 일상이 즐겁고 평화롭습니다. 그래서 제가 내기 계약을 자꾸만 미루… 아니, 아닙니다.”
“…….”
뭔가를 말하려다가 급히 멈추었지만, 나는 그가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지 알 수 있었다.
‘그러고 보니 벌써 5개월이 지났던가.’
올리버 씨와 내기 계약의 연장은 반년에 한 번 진행이 된다. 하지만 저번에 마릭을 미행하는 조건으로 1개월을 줄여 준다고 했었으니, 이미 약속한 때가 지나버린 것이다.
‘그런데도 먼저 얘기를 꺼내지 않았다는 것은, 올리버 씨도 계약 연장을 원한다는 것이겠지.’
그러니 모르는 척 넘어가 주는 것이 도리일 것이다.
“술도 어느 정도 깬 것 같으니, 이제 그만 들어갈까요?”
“아, 넵! 알겠습니다.”
그렇게 내가 다시 가게로 돌아가자, 아까 나와 대화를 나누었던 청소 업체 직원이 다가왔다.
“Nililinis ko at nakatagpo ako ng isang kahon. Inisip kong itapon ito, pero sa halip, ito pala ay aking iningatan. Iaalay ko ito sa iyo, bilang may-ari ng pabrika.”
“으음….”
내가 알아듣지 못해 난처하게 서 있자, 어느새 자비르 씨가 다가와 통역해주기 시작했다.
“이분이 청소하다가 어떤 상자를 발견해서 따로 챙겼었는데, 사장님께 드린답니다.”
“상자요?”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청소 업체 직원이 주머니에서 자그마한 상자를 꺼내어 내게 건네주었다.
“이건…”
상자를 열어보니, 안에는 웬 열쇠 하나와 현금 뭉치가 들어있었다. 이 정도 두께의 현금이면 얼추, 필리핀에서 4인 가족의 한 달 생활비 정도는 되어 보였다.
‘…혹시 상자를 열어보지 않은 건가?’
하지만 직원의 얼굴이 무덤덤한 것을 보니, 이미 진작에 상자 안을 확인한 모양이었다.
‘그런데도 돈뭉치를 그대로 내게 가져다줬다고?’
내가 그 이유를 묻자, 직원은 이렇게 대답했다.
“솔직히 갈등했으나, 인자하신 사장님의 인품을 보고 도저히 그냥 가질 수 없었다고 합니다.”
직원들에게 추가 팁을 준 일과 청소가 끝났을 때 맛있는 음식을 대접하고, 또 함께 즐겼던 것이 이런 결과로 돌아오게 된 것이었다.
“제겐 별것 아닌 일일 뿐인데…. 그래도 그렇게 저를 생각해주시니 정말 감사하네요.”
하지만 내게 이 돈뭉치는 필요가 없었기에, 나는 다시 직원에게 현금을 돌려주었다.
“자비르 씨, 이분에게 이 돈으로 가족들에게 맛있는 음식을 사주시라고 전해주세요.”
그런 내 말을 전해 들은 직원이 크게 감동하며, 감사 인사를 전해왔다.
“Salamat! Salamat!”
나는 기분 좋게 웃으며, 다시 맥주잔을 기울이기 시작했다.
***
늦은 밤까지 회식을 즐겼던 청소 업체 직원들이 돌아가고, 나는 오늘 하루 많은 도움을 주었던 램지 씨에게 작별 인사를 건네었다.
“램지 씨, 그럼 이만 들어가 보….”
“알렉스.”
“네?”
“알렉스라고 불러주세요. 이제 우리 그 정도 사이는 되지 않나요?”
그 말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알겠습니다. 알렉스 씨, 오늘 하루 정말 감사했습니다. 살펴 들어가세요.”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고 있겠습니다. 미스터 윤.”
그렇게 알렉스 씨와 헤어진 나는, 마지막으로 제임스 씨까지 호텔로 돌려보낸 뒤. 깨끗해진 공장 내부를 한 번 더 보기 위해 남은 두 사람과 함께 폐공장으로 향했다.
‘나중에 밝아졌을 때 올 걸 그랬나?’
하지만 나는 이제 내 것이 된 공장의 깨끗해진 모습을, 잠들기 전에 한 번 더 눈에 담고 싶었다.
덜컹-!
공장의 커다란 철문을 열자, 깨끗해지다 못해 산뜻한 냄새가 풍겨 오는 공장의 내부가 훤히 드러났다.
‘어디 구석구석 살펴볼까?’
나는 어젯밤에 제임스 씨에게 자동차 제작 공정에 대해 짧은 설명을 들었다. 그리고 그 지식을 토대로, 내 나름의 동선을 짜서 이동해 보았다.
‘제임스 씨가 말씀하신 대로 꽤 잘 만든 공장이야.’
아무런 지식이 없던 어제와, 그래도 제임스 씨에게 대충이나마 설명을 들은 지금은 시야에 보이는 것이 전혀 달랐다.
‘확실히 동선이 효율적으로 짜여있어. 공장의 전 주인이 설비의 배치도 신경을 쓰며 설계했다는 뜻이겠지.’
나는 머릿속으로 가상의 기계 설비와 동선을 떠올렸고. 전혀 걸리적거리는 것이 없다는 것을 바로 깨달을 수 있었다.
‘공장의 공간 배치는 이 정도면 되었고, 다음으로는….’
나는 고개를 들어 1층 전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2층 사무실을 바라보았다.
‘정말로 1층의 구석구석을 모두 파악할 수 있는지 확인해야지.’
2층 사무실에 근무하는 공장의 관리자는, 늘 1층의 상황을 파악하고 주시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니 2층에서 보이는 시야는 매우 중요했다.
저벅저벅-
그렇게 내가 계단을 향해 걸어가던 그때.
“억!”
“사장님!”
뭔가를 밟고 요란하게 넘어진 나는 계단 옆쪽 벽면에 처박히고 말았다.
“윽!”
“괜찮으세요?!”
놀라 달려온 자비르 씨와 올리브 씨가 나를 걱정해 주었다.
“네, 저는 괜찮습… 음?”
부끄러움에 얼른 벽을 짚고 일어나던 내 손끝에, 뭔가 이질적인 것이 느껴졌다.
“이게 뭐지?”
“뭐가요?”
“벽면에 난 이 실금이요.”
그것은 자세히 보지 않으면 눈치채기 힘들 정도로 가느다란 균열이었다.
“올리버 씨, 혹시 끝이 뾰족한 나이프가 있을까요?”
“여깄습니다.”
호기심이 생긴 나는 나이프로 그 균열을 들어 올렸다.
쩌억-!
그러자 벽 안에 숨겨져 있던 어떤 금고 하나를 발견할 수 있었다.
“이건 대체…”
놀란 내 곁에 다가온 올리버 씨가 금고를 스윽 만지며 말했다.
“이거 납 금고 같은데요?”
“납이요?”
“네, 뭔가 중요한 것이 들어있는 것 같습니다. 납으로 만들어진 금고는 초음파나 X-레이로 안쪽을 탐사할 수 없거든요. 게다가 벽면 전체에 철골이 있으니, 금속 탐지기도 소용없을 테고요.”
그런 올리버 씨의 설명을 들으며 나도 그 금고를 자세히 살펴보기 시작했다.
‘…어?’
그리고 나는 그 금고가 다이얼 방식이 아니라 열쇠로 열리는 금고라는 걸 알 수 있었다.
‘잠깐만, 열쇠라고?’
나는 품속에서 아까 청소 업체 직원이 건네주었던 상자를 꺼내, 그 안에 들어있던 열쇠를 꺼내 들었고. 설마 하는 마음으로 금고 열쇠 구멍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철컥-!
금고가 천천히 열리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