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76
176화 BCD
금고 속에는 몇 장의 종이와 USB, 그리고 정체 모를 장치가 들어있었다.
‘이게 뭐지…’
그것은 뭔가의 연구 기록과 이론 및 설계도였다.
“BCD?”
연구 일지의 첫 장에 BCD(Brain Controlled Device)라고 쓰여있는 제목을 보고 호기심이 생긴 나는, 곧장 그것을 읽기 시작했다.
팔락-!
그리고 연구일지를 넘길수록, 나는 점점 고개를 갸우뚱했다.
‘…뇌 연동 제어 장치라고?’
BCD는 뇌파를 이용해 기계 등을 제어하는 기술의 완성체였다.
‘그런데 지금도 뇌파를 이용한 장치가 있긴 하잖아?’
완벽하진 않지만, 팔목에 특수 밴드를 달고 드론 등을 제어하는 기술은 이미 널리 퍼져 있었다.
‘게다가 멀리 가서 찾을 것도 없이, 당장 알론 머스크 씨만 해도 이 분야에 관심을 많이 가지고 있지.’
머스크 씨가 사람의 뇌 속에 칩을 삽입하여, 뇌파를 이용하는 기술을 연구 중이라는 것은 너무나도 유명했다.
‘아직 상용화가 되진 않았지만, 이미 흔하다고 할 수 있는 기술이야.’
그런데 이런 것을 왜 납으로 만든 금고 속에, 그것도 벽속에 꽁꽁 감춰 두었던 걸까.
‘연구일지에 적힌 가장 최근 날짜는 16개월 전. 그러니 엄청 옛날 자료도 아니야.’
그러니 이것을 이렇게나 정성스럽게 숨겨두었다는 것은, 이 장치가 꽤나 중요한 가치를 가지고 있다는 뜻이 되므로. 나는 연구일지를 조금 더 읽어보았다.
[…많은 시행착오 끝에 나는 뇌 연동 제어장치, BCD를 완성할 수 있었다.] [현재 뇌파를 이용한 컨트롤 기술은 많이 불안정하다. 장치가 뇌파를 잘못 읽어 의도한 움직임을 보여주지 못할 때도 허다하고, 오류도 많다.] [하지만 BCD는 다르다. 정밀도는 99.9%를 자랑하며, 머리에 번거로운 장치를 뒤집어쓸 필요도 없다.] [BCD는 손목 밴드나 귀걸이 등의 액세서리형 웨어러블 기기를 통해서도 사용할 수 있으며, BCD가 설치된 장치를 자유롭게 컨트롤할 수 있게 된다.] [아래는 그 예시이며, 나는 이것을 당장 상용화하고자 노력….]‘이건…’
일지에 적힌 예시를 확인한 나는 나도 모르게 입을 벌리고 말았다.
“지금의 나한테 딱 필요한 장치잖아?!”
연구일지의 마지막 장엔 앞으로 완전자율주행 자동차가 나왔을 때, BCD를 활용할 수 있는 예시가 적혀 있었다.
.
.
.
곧장 호텔로 돌아온 나는 이미 자고 있던 제임스 씨를 깨워, 내가 발견한 것을 보여주었다.
“…이걸 대체 어디에서 찾으신 겁니까?”
“제가 샀던 폐공장 벽 속에 숨겨져 있었습니다.”
“…허허! 정말 놀랍군요. 그 더럽던 공장에 이런 보물이 숨겨져 있었다니!”
제임스 씨는 연신 감탄사를 내뱉었다.
“그래서 제임스 씨가 보시기엔 어떤가요? 이 장치를 우리 자동차에 적용할 수 있을까요?”
“이건 이미 완성된 기술입니다. 샘플도 있고, 설계도도 있으니 하지 못할 이유가 전혀 없죠.”
“실용성은요?”
“말해 뭐합니까. 생각만으로 자동차의 모든 것을 컨트롤할 수 있는데. 이건, 일상에서는 물론. 위급 상황에서도 빛날 기술입니다.”
신호가 닿는 범위에서 자동차의 문을 여는 것도, 주차된 자동차를 내 앞으로 불러오는 것도, 아니. 아예 원격으로 자동차를 조종하는 일도 가능하다.
‘사람의 손으로 운전하는 것보다 빠르고 정확해.’
특히 제임스 씨의 말대로 이것은 위급 상황에 빛을 발하는 기술이었다.
‘예상치 못한 사고가 났을 때, 사람은 당황하고 마니까.’
어떤 상황에서도 침착할 수 있다면, 위급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적절한 위치로 핸들을 꺾고. 브레이크를 밟는 등의 행동을 할 수 있겠지만. 실제로 위기가 닥치면 그러기가 매우 힘들다.
‘당황하게 되면, 뇌에서 손과 발에 전달하는 신호가 제대로 도달하지 못하게 되니까.’
손발이 떨리며 제대로 제어하기 힘들어진다.
하지만 BCD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뇌에서 손과 발에 신호를 전달할 필요 없이, 뇌파를 이용해 직접 자동차를 운전할 수 있으니 말이다.
‘의식만 잃지 않는다면, 인간의 생존본능만으로 그 상황을 벗어날 가능성이 커질 거야.’
그런데 나는 어차피 인공지능을 이용한 안전장치를 마련할 생각이었다. 그렇기에 이런 번거로운 장치가 필요 없을지도 모르지만.
‘BCD는 만약을 대비한 최고의 안전장치가 되어줄 수 있어.’
만약 무언가의 변수로 인공지능 에보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상황이 생긴다면. BCD는 위기상황을 벗어나게 해줄 마지막 안전장치가 될 수 있었다.
‘안전장치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으니까.’
나는 내가 찾아낸 이 보물을 다시 품에 넣으며 일어섰다.
“제임스 씨, 이만 가보겠습니다. 늦은 밤에 찾아와서 죄송했습니다.”
“BCD에 관해 좀 더 이야기 나누시지 않고 벌써 가시게요?”
제임스 씨가 호기심 가득한 눈빛을 보내왔지만, 어쩔 수 없었다.
“해야 할 일이 생각나서요.”
나는 연구 일지의 가장 첫 번째 장에 적힌 이름을 떠올리며 생각했다.
‘당장 빅터 노바 박사를 찾아야 해.’
***
나는 일주일 동안 자비르 씨와 함께 여러 인맥을 동원해가며 빅터 노바 박사의 행방을 찾아다녔고. 마침내 빅터 노바 박사가 근무하던 대학교를 알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대학교 관계자의 입에서 나온 말에 나는 충격을 받았다.
“…이미 돌아가셨다고요?”
“네, 교통사고로 돌아가신 지 벌써 1년도 넘었네요.”
“…….”
나는 그를 영입하고 싶었고, 그가 완성한 장치를 내가 이용할 수 있도록 허락받고 싶었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당사자가 없으니 당연히 허락따윈 구할 수 없을 터.
‘BCD의 다음 소유자를 찾아야 해.’
아마도 이 연구의 소유는 그와 함께 일하던 연구원이나 대학교에 귀속되었을 것이다.
“…그럼 빅터 노바 박사가 일했던 연구소 위치가 어딘가요?”
“연구소라뇨? 빅터 교수님은 따로 그런 연구를 하신 적이 없으신데요?”
“…예?”
“그도 그럴 것이, 빅터 노바 교수님은 인문학 전공이세요.”
나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그러니까, 인문학 교수가 BCD를 만들었다는 거야? 그것도 타슬라나 다른 대기업보다도 먼저?’
혹시 동명의 다른 사람으로 착각한 것은 아닌가 했지만, 대학교에 남아있는 그의 인적 사항과 그가 도서관에서 빌렸던 책들의 목록을 토대로. 나는 돌아가신 분이 바로 그 빅터 노바 박사가 맞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빌려 간 책이 죄다 기계와 소프트웨어 공학에 관련된 것들이었으니까.’
평범한 인문학 교수라면, 절대 저런 책을 한 달에 수십 권씩 빌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대학교에 연구소가 없었다는 것은 개인적으로 이 장치를 연구했다는 거고. 그렇다면 이 연구의 소유권은 그의 가족에게 넘어갔을 수도 있겠어.’
그렇게 나는 아까의 대학교 직원을 다시 찾아가 그의 집 주소를 물었지만, 개인정보이기에 쉽게 알려주지 않았다.
대신, 다른 정보를 알아낼 수는 있었다.
“빅터 노바 박사에게 가족이 없었다고요?”
“예, 어릴 때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로, 평생을 혼자 살아오셨으니까요.”
그런 직원의 말에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그렇다면 BCD의 소유자가 없다는 거잖아?’
그야말로 줍는 사람이 임자인 것이다.
아마도 그 미스터 차라는 사람이, 가장 먼저 BCD를 찾아내어 그 자동차 공장을 짓게 된 것일 수도 있었다.
‘그 사람이 어떻게 BCD를 손에 넣은 것인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지금은 빅터 노바 교수도, 미스터 차도 없으니. BCD는 그 누구의 소유도 아니게 된 것이다.
‘그럼, 아무 걱정 없이 우리 자동차에 BCD를 설치할 수 있겠는데?’
나는 서둘러 내가 묵던 호텔로 돌아가, 알론 머스크 씨에게 전화를 걸었다.
-…정말 완성된 뇌 연동 제어장치가 미스터 윤의 손에 있단 말입니까?
알론 머스크 씨는 필리핀의 어느 교수가 자신보다 먼저 뇌 연동 제어장치를 개발한 것이, 적잖게 충격인 모양이었다.
“머스크 씨에게 부탁이 있습니다.”
-부탁이라면 어떤…
BCD를 내가 만들 자동차에 설치하기 전에 반드시 거쳐야 할 것이 있었다.
“안정성을 검증하기 위해, 이 장치를 타슬라에서 테스트해볼 수 있게 해주세요.”
현재 나는 BCD를 테스트해볼 환경을 갖추고 있지 못했다. 하지만 세계 최대의 전기차 회사, 타슬라를 소유한 알론 머스크 씨는 달랐다.
‘머스크 씨에겐 엄청난 규모의 안정성 테스트장이 있을 테니까.’
그러니 당장 안정성 테스트를 진행하기 위해선, 알론 머스크 씨의 도움이 필요했다.
-알겠습니다. 대신, 제게도 그 장치를 살펴볼 수 있도록 해주세요. 그렇게 해주신다면, 타슬라의 시설뿐만 아니라 우리 베테랑 연구진도 빌려드리겠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저희도 준비할 시간이 필요하니, 사흘 뒤에 뵙는걸로 하죠.”
그렇게 나는 사흘 뒤, 미국으로 향하게 되었다.
***
“또 뵙는군요, 미스터 윤.”
머스크 씨가 바쁜 와중에도 나를 마중하기 위해 공항에 나와 있었다.
“저도 반갑습니다, 머스크 씨.”
우리는 서로 짧게 안부를 주고받았다.
“BCD는 잘 챙겨오셨나요?”
“물론입니다.”
“좋네요. 그럼, 테스트하러 바로 가보실까요?”
머스크 씨는 BCD가 무척이나 궁금한 모양인지, 나를 끌고 가다시피 테스트장으로 데려갔다. (나도 BCD를 빨리 테스트하고 싶은 마음이었기에, 순순히 따라갔다.)
“자, 도착했습니다.”
역시 내 예상대로 테스트장은 무척이나 넓었으며, 각종 첨단 장치로 가득했다.
‘대단한데?’
내가 타슬라의 시설에 감탄하고 있었을 때, 하얀 가운을 입은 남자가 내게 다가와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저는 안정성 테스트장의 소장 짐 베이커라고 합니다.”
“미스터 윤, 그는 뛰어난 연구원입니다. 그에게 BCD를 건네주면, 사람이 직접 사용해도 안전한지 아닌지 알아볼 수 있을 겁니다.”
그런 머스크 씨의 말에 나는 곧장 가방에서 BCD를 꺼내 넘겨주었다.
“제어장치가 손목 밴드라니. 간편하네요.”
“연구일지에 따르면 손목 밴드뿐 아니라 귀걸이나 목걸이, 반지 등의 웨어러블 장치로도 가능하다고 하더군요.”
“오! 그게 정말입니까?! 그 말은 꼭 장치가 머리와 가까이 있지 않아도, 신체 접촉을 통해서 작동된다는 뜻이군요.”
소장은 감탄하며 BCD를 이리저리 살피기 시작했다.
“수신기는 어디에 있습니까?”
“아, 그건 여기 있습니다.”
내가 손바닥만 한 크기의 수신기를 넘겨주자, 소장은 매우 놀라워하며 말했다.
“겉모습은 조잡해 보이지만, 수신기를 이렇게나 컴팩트하게 만들다니. 정말 대단합니다! 이 장치의 제작자를 꼭 한번 만나보고 싶네요!”
“하하, 그게….”
나는 차마 눈을 반짝이는 소장에게, 제작자가 인문학 교수였다는 사실을 말할 수 없었다.
“그럼 잠시만 기다리고 계십시오.”
소장은 몇 가지를 테스트하기 위해 잠시 자리를 비웠고, 약 2시간 후에 함박웃음을 지으며 돌아왔다.
“테스트 해봤는데, 인체에 해가 되는 부분은 없었습니다. 곧바로 실험해보셔도 될 것 같습니다.”
“BCD는요? 어디에 있죠?”
“아, BCD는 미리 준비해둔 테스트 차량에 설치해두었습니다.”
우리는 소장의 안내에 따라, 야외 테스트장으로 이동했다.
“자, 미스터 윤. 이제 손목 밴드를 착용하셔서 저기 서 있는 빨간 자동차를 조종해 보세요. 참고로 자동차는 시동이 꺼진 상태입니다.”
나는 소장의 지시에 따라, 손목 밴드를 작동시키며 생각했다.
‘시동….’
부릉-!
“와우!”
그저 가볍게 생각만 했을 뿐인데, 타슬라 차량에 시동이 걸렸다.
‘이게 되네?’
나는 이번엔 자동차를 앞뒤로 움직여 보았다.
“오오! 정말 움직이잖아!”
머스크 씨가 감탄하는 사이. 나는 아예 차량을 지그재그로도 움직여 보고, 공터를 한 바퀴 돌기도 했으며. 속도를 올리기도, 내리기도 해보았다.
그렇게 약 30분 후.
끼익-!
나는 차량을 멈추며 말했다.
“이 정도면 충분한 것 같은데요?”
안정성을 완벽히 검증하려면, 여러 번 더 테스트해봐야 했지만. 그것은 소장님이 알아서 할 문제였다.
“미스터 윤!”
알론 머스크 씨가 잔뜩 흥분한 얼굴로 내게 다가와 말했다.
“정말 대단한 장치를 찾으셨습니다!”
“하하, 그렇죠?”
“그럼요! 상상해보세요. 이 장치가 세상에 상용화되었을 때, 얼마나 활용도가 높겠습니까!”
“…….”
무슨 상상을 하는 것인지, 잔뜩 들뜬 머스크 씨가 내 손목의 밴드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 장치의 기술! 우리에게도 공유해줄 수는 없나요? 대가는 충분히 치르겠습니다.”
“대가라면 어떤…”
“뭐든지요! 너무 무리한 것만 아니라면 어떤 것이든 들어드리겠습니다.”
머스크 씨가 꺼내든 공수표에 나는 미소를 지으며 말했다.
“거기에 한 가지 조건만 더 들어주시면, 긍정적으로 생각해 볼게요.”
“어떤 조건이죠?”
나는 연구 일지를 꺼내 거기에 적힌 빅터 노바 박사의 이름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 장치를 발명한 사람이 빅터 노바 박사임을 꼭 명시해 주세요.”
나는 운 좋게 이 장치를 얻었지만, 그렇다고 그의 업적까지 가져갈 생각은 없었다.
‘BCD를 개발했는데도 빛을 보지 못하고 돌아가셨는데, 적어도 세상이 그를 기억하도록 만들어드려야지.’
내 조건을 들은 머스크 씨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제가 가진 모든 힘을 동원해서라도, 빅터 노바 박사의 업적을 널리 알리도록 하죠.”
“감사합니다. 그럼, 저는 테스트 결과를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그러시죠.”
그렇게 호텔로 돌아온 나는 아까 머스크 씨가 했던 말을 떠올려보았다.
‘상상해보세요. 이 장치가 세상에 상용화되었을 때, 얼마나 활용도가 높겠습니까!.’
그래.
BCD의 활용도는 어마어마할 것이다.
‘그리고 나는 이 BCD의 다양한 활용도를 통해, 더욱 많은 연산력을 모을 수 있어.’
스마트 워치, 스마트 목걸이, 스마트 링 등. 시중엔 다양한 웨어러블 기기가 있었다.
‘스마트폰처럼 아직 웨어러블 장치는 사람들에게 필수적인 것이 아니야. 하지만 웨어러블 장치에 BCD를 설치하게 된다면, 더 많은 사람이 웨어러블 장치를 구매하고 싶어지겠지.’
마치 스마트폰이 처음 등장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모든 사람이 스마트폰을 구매했던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그 모든 웨어러블에 연산력을 확보할 장치를 설치한다면…’
티끌처럼 모여든 연산력이 태산을 이루게 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