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79
179화 놈의 계획을 역으로 이용하자
올리버는 경비원들에게 다가가 자초지종을 물었다.
“이놈들이 공장에 침입하려 했다고요?”
“예, 그런데 놈들이 들고 온 장비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경비원이 압수한 장비엔 시스템을 해킹하기 위한 태블릿과 각종 커넥터, 그리고 전파 차단기 등이 있었다.
‘…이건?’
압수된 장비를 살펴보던 올리버가 미간을 찌푸렸다.
‘어중이떠중이가 쉽게 구할 수 있는 장비가 아닌데?’
태블릿을 포함한 장비들은 일반 시중에서 파는 제품이 아닌, 이런 일에 특화된 장인이 직접 개발한 것처럼 보였다.
‘이런 건 블랙마켓에서나 볼 수 있는 것들이야. 그것도 굉장히 고가로 팔리는.’
이 정도의 장비를 준비해 올 정도라면, 이 공장에 가치 있는 뭔가가 있다는 것을 확신하고 왔을 터.
‘…BCD를 노리고 온 건가?’
공장에서 훔쳐 갈 만한 물건은 그것뿐이었다.
‘하지만 어떻게 알고?’
공장에 BCD가 보관되어 있다는 사실은 올리버와 자비르, 그리고 윤현민뿐이었다.
‘정보가 대체 어디에서 유출된 거지?’
윤현민과 자신을 제외하면, 남는 것은 자비르뿐이지만. 누구보다 윤현민에게 충성하는 그가 배신했을 리 없었다.
‘그렇다면 결론은 하나뿐이지.’
누군가가 고용주의 주변에서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고 있다는 것.
‘정확히 언제부터인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BCD를 발견하기 전부터 고용주님을 감시했을 거야. 그리고….’
어쩌면 지금도 그 감시자가 이 근처에서 올리버를 보고 있을 수도 있었다.
“…….”
올리버는 일부러 주변을 돌아보지 않았다. 그런 행동은 괜히 감시자의 경계심만 올릴 뿐이니 말이다.
‘감시자 문제는 나중에. 일단은 눈앞의 급한 일부터 처리하자.’
그는 무릎을 꿇고 제압당해 있는 12명의 침입자를 바라보며 물었다.
“두 분이, 이 많은 침입자를 다 잡아내신 겁니까?”
“예, 모두 인공지능의 보조 덕분입니다.”
경비원은 공장에 새로 적용된 에보의 보안 시스템 덕분에, 12명의 침입자의 위치와 우선순위. 그리고 상황에 따른 효율적인 제압 방법까지 알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 정도라고?’
올리버도 해킹 대회를 통해 에보의 보안 수준을 경험해 보았지만, 아무리 그래도 대회와 실전은 다르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오히려 에보의 보안은, 실전에서 더욱 뛰어난 효과를 보이는 것이 아닌가.
‘설마, 발전한 건가?’
해킹 대회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보였던 잭은 윤현민과의 계약에 따라, 최근까지도 에보의 보안을 뚫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고.
그 수많은 해킹 시도 덕분에 에보는 자연스럽게 각종 데이터를 쌓을 수 있었다. 그리고 그것을 토대로 에보는 빠른 속도로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이었다.
‘다행이야.’
안도의 한숨을 내쉰 올리버가 경비원에게 물었다.
“여기 있는 자들이 전부입니까? 추가 일당은 없었나요?”
“인공지능의 말에 따르면 공장을 침입한 사람은 여기 12명이 전부랍니다.”
“그렇군요. 아, 경찰은 부르셨습니까.”
“아까 이 자식들이 침입했을 때, 이미 인공지능이 알아서 신고를 넣었답니다. 그런데 경찰이 좀 많이 늦는군요.”
“…….”
어쨌거나 조금만 기다리면 필리핀 경찰이 도착할 터.
‘내가 추가로 할 일은 없겠어.’
올리버는 제압당한 침입자들의 포박 수준만 체크하고, 공장 사무실로 향하려 했다.
“음…”
그런데 11번째 침입자의 얼굴이 어딘가 많이 익숙했다.
“어… 당신은…”
그는 며칠 전, 윤현민이 공장을 매입했을 때 보았던 공장의 전주인. 앤드류였다.
“당신이 왜 여기에…”
“…….”
올리버가 자신을 알아보자, 그의 두 눈동자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대답하세요. 이미 매매한 공장에 왜 이런 꼴로 오신 겁니까?”
“…….”
“혹시 BCD 때문입니까?”
“…….”
올리버는 그의 멱살을 잡으며 계속 추궁했지만, 앤드류는 입을 꾹 다물 뿐이었다.
‘…뭔가 상황이 이상하게 돌아가는데?’
필리핀에서 가장 큰 권력을 휘둘렀던 것은 미스터 차이다. 앤드류는 그런 미스터 차의 오른팔이었지만, 아직 미스터 차만큼의 힘은 없을 터.
‘즉, 이 자에겐 이런 수준의 장비를 구할 만한 능력이 없다.’
그렇다는 것은, 분명 누군가가 배후에 있다는 뜻이었다.
위이이잉-
그때, 저 멀리서 경찰차 사이렌 소리가 들려왔다.
“…쯧.”
올리버는 혀를 차며, 앤드류의 멱살을 놓아줬다.
‘경찰이 조금만 더 늦게 왔어도.’
놈을 으슥한 곳으로 데려가, 자신이 알고 있는 효율적인 수단들을 동원하여 사실을 실토하게 만들 수 있었을 텐데.
‘…일단 이 일은 나중에 고용주님께 보고 후, 어떻게 할지 생각하자.’
밤도 늦었고, 경찰들도 왔으니. 지금 올리버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
“그럼, 이놈들을 경찰에게 잘 인계해 주세요.”
“넵! 알겠습니다!”
씩씩하게 대답하는 경비원들을 보며 고개를 끄덕인 올리버는, 본래의 목적을 위해 공장 안으로 들어갔다.
‘사무실에 놓고 오신 것 같다고 했지?’
제이든 회장님이 선물하신 양치기 개 조각. 그것을 찾아야 했다.
뚜벅뚜벅-
그렇게 올리버가 2층으로 향하는 계단을 오르고 있었을 때.
억-!
쿠당탕탕!
2층 사무실에서 요란한 소리와 함께, 누군가의 짧은 비명이 울려 퍼졌다.
‘뭐야?!’
깜짝 놀란 올리버가 계단을 뛰어올라, 사무실의 문을 벌컥 열자. 안에는 웬 복면을 쓴 남자가 쓰러져 허리를 붙잡은 채 신음하고 있었다.
반짝.
그리고 그런 남자의 발밑에는 양치기 개 조각이 있었다.
‘설마, 저걸 밟고 넘어진 거야?’
그렇게 올리버가 순식간에 상황을 파악하고 있었을 때, 복면을 쓴 남자가 용수철처럼 튀어 오르며. 올리버를 향해 달려들었다.
‘어딜!’
올리버는 가볍게 그 주먹을 흘려내었으나, 놈은 예상이라도 한 듯 자연스럽게 공격을 계속 이어 나갔다.
‘제법?!’
올리버는 속으로 무척이나 놀랐다. 복면 남자의 공격은 일반인의 수준을 훨씬 넘어서 있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남자는 각종 전쟁터를 경험한 올리버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휘릭-! 쾅!
남자의 팔을 잡아챈 올리버가 그대로 남자를 내동댕이쳤다.
“커어-!”
그렇게 복면남이 헛바람을 들이키며 정신을 못 차릴 때, 올리버가 그대로 체중을 실어 그의 턱을 가격했다.
퍽!
뭔가가 으스러지는 소리와 함께, 복면남은 그대로 기절했다. 그런 그를 내려다보며, 올리버는 생각했다.
‘…어디서 이런 놈이?’
아까도 느꼈지만, 무언가가 잘못된 게 확실했다.
‘어중이떠중이들에게 블랙마켓의 장비를 쥐여주고, 그들에게 시선이 집중된 사이. 인공지능의 허점을 노려 잠입에 성공한 건가.’
물론, 에보의 시스템이 아직 덜 적용된 공장이기에 그러한 허점이 있었던 것이지만. 그럼에도 평범한 사람은 절대 이 보안을 뚫을 수 없다.
‘대체 이만한 실력자를 보낼 수 있는 자가 누가 있….’
있었다. 딱 한 명.
‘…마릭 알파이즈.’
이번에도 그가 개입한 것이 분명했다.
‘당장, 고용주님께 보고해야겠어.’
올리버는 양치기 개 조각을 주워 잘 챙긴 뒤, 제압한 복면남을 어깨에 메어 경찰들의 눈을 피해 호텔로 돌아갔다.
***
한밤중에 자다 일어나, 올리버 씨에게서 충격적인 소식을 들은 나는. 심각한 목소리로 물었다.
“…마릭이 개입했다는 게 정말입니까?”
“옆방에 기절해있는 복면이 깨어나야 확실히 알 수 있지만, 정황상 그가 개입한 게 맞는 것 같습니다.”
골치가 아팠다.
‘기분 좋게 자동차 사업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초를 치려 하다니.’
모든 것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어, 기분이 좋았는데. 하마터면 놈 때문에 그 기분을 망칠 뻔했다.
“그럼, 마릭이 노린 것이 BCD인 건가요?”
“그럴 수도 있지만, 제 생각엔 아닌 것 같습니다.”
“어째서요?”
“너무 요란했으니까요.”
올리버 씨의 말에 따르면, 먼저 공장에 침입한 놈들은 어중이떠중이들이었는데. 정말 BCD를 훔칠 목적이었다면, 그런 어중간한 놈들이 아니라 복면처럼 뛰어난 실력자들만 보냈을 거라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침입자들은 그저 시선을 돌리기 위한 눈속임일 뿐이라는 건가요?”
“제 생각엔 그렇습니다. 그리고….”
올리버 씨가 주머니에서 USB 하나를 꺼내 내게 내밀었다.
“이건 뭐죠?”
“복면남의 주머니에서 발견한 것입니다. 제 생각엔 아무래도 놈이 이걸로 사무실에 임시로 설치한 메인 시스템에 접속하려 했던 것 같습니다.”
“으음….”
올리버 씨의 추측이 사실이라면, 확실히 BCD를 노린 것은 아닌 것 같았다.
‘BCD의 샘플과 설계도를 훔치는 데, 저런 USB가 필요하진 않으니까.’
그렇다면 대체 마릭은 무슨 목적으로 저런 놈들을 보냈던 걸까.
“그걸 알아내려면, 이 USB의 용도부터 파악해야겠네요.”
나는 즉시 이 분야의 전문가인 잭 씨에게 연락했다. (필리핀은 새벽 4시지만, 미국은 오후 4시였다.)
-그거, 올리버 씨의 말대로 해킹을 위한 수신기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는 인공지능의 보안 때문에 해킹이 불가한 메인 시스템에 접속하기 위해, 이 USB 수신기를 통해 백도어를 뚫어놓고. 주기적으로 우리 시스템을 해킹하려 한 것 같다고 추측했다.
-확실한 것은 USB를 직접 조사해봐야 알 수 있지만, 아마 제 생각이 99% 맞을 겁니다.
“그렇군요.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잭 씨와 통화를 끊은 뒤, 나는 곧장 USB를 올리버 씨에게 돌려주며 말했다.
“제 생각에도 이건 해킹을 위한 수신기가 맞는 것 같습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할까요? 옆방 놈이 깨어나면 추궁해볼까요?”
나는 두 주먹을 부딪치는 올리버 씨를 향해 고개를 저었다.
“복면남이 마릭의 수하가 맞다면, 아마 끝까지 입을 열지 않을 겁니다. 그것보단 차라리 이 상황을 이용해보죠.”
“상황을 이용하자니요? 어떻게요?”
나는 방금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올리버 씨에게 설명해 주었다.
“네? 저 복면남이 우리 시스템을 해킹하도록 내버려 두자고요?!”
“네, 마릭이 뭘 해킹하려 했는지도 알아낼 겸 말이죠.”
“하지만 그건 리스크가 너무 크지 않습니까?”
그야 그럴 것이다. 해킹한 메인 시스템이 진짜라면 말이다.
“나는 가짜 시스템을 만들어 놈들에게 제공할 생각입니다.”
메인 시스템의 뼈대는 그대로 복제했지만, 데이터는 모두 가짜인 시스템을 만들고. 그걸 저 복면남이 해킹했다고 착각하게 만든다면.
‘마릭이 노리는 것을 알아내는 것과 더불어, 놈에게 가짜 정보를 쥐여줄 수도 있어.’
그게 가능하다면, 앞으로 놈과 부딪힐 때 내가 굉장히 유리한 입장으로 싸울 수 있을 것이다.
나는 다시 잭씨에게 전화하여, 내 계획을 설명해 주었다.
“잭 씨, 가짜 시스템 환경을 구축하는 데는 얼마나 걸릴까요?”
-음… 보통이라면 꽤 오래 걸릴 겁니다. 하지만 이 경우엔 기존 시스템을 그대로 복제해와서 데이터만 바꾸는 것이니… 에보의 연산력을 이용한다는 가정하에, 아마 하루면 될 것 같습니다.
“하루라….”
베스트는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너무 늦는 것도 아니었다.
“그럼 최대한 빨리 만들어 주세요.”
통화를 끊은 나는 곧장 올리버 씨에게 말했다.
“혹시, 연기 좀 하십니까?”
“예?”
복면남을 속이기 위해선, 나도 올리버 씨도 리얼한 연기를 펼칠 필요가 있었다.
‘그래야 하루가 지나도, 의심하지 않을 테니까.’
나는 내일 새벽에 잠든 척하며, 복면남이 탈출할 수 있도록 일부러 기회를 줄 생각이었다.
‘그렇게 탈출한 놈이 다시 한번 공장에 잠입하여, 가짜 시스템에 접속할 수 있도록 판을 깔아줘야지.’
솔직히 나는 패션 사업에서 패배한 마릭이 한동안 잠잠할 줄 알았다. 그런데 얼마 지나지도 않아, 이렇게 또 나를 건드릴 줄이야.
‘다행히 운 좋게 놈의 계획을 미리 알 수 있었으니, 이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해.’
그러니 나는 놈의 계획을 역으로 이용할 생각이었다.
***
다음 날 새벽.
스윽-
복면남이 내 의도대로 움직이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