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8
18화 지원 금액이 얼마라고요?
흡연장에서 각각 검은색과 파란색 넥타이를 한 남자 둘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전에 윤현민을 욕했던 바로 그들이었다.
“윤현민 대리 말야.”
검은색 넥타이가 담배 연기를 내뿜으며 입을 열었다.
“요즘 엄청 잘 나가는 모양이야.”
“나도 얘기는 들었어. 패션 사업부 차수혁 과장님이 엄청나게 칭찬하고 다니시던데.”
“그러게. 차 과장님 일 못 하면 사람 취급도 안 해줄 정도로 실력주의잖아.”
“그런 분이 칭찬할 정도라니…. 윤 대리가 변하긴 진짜 변한 모양이야.”
“아니, 어떻게 사람이 한순간에 확 바뀔 수가 있지?”
“얼마 전에는 신동윤 부장님이 윤 대리에게 사과했다나 봐. 선입견 품고 대해서 미안했다고.”
“뭐? 그 꼼수 부리는 걸 극도로 싫어하시는 분이? 신 부장님이 그럴 정도면 들려오는 소문들이 전부 진짜라는 건데….”
후우우….
입에서 뿜어져 나온 담배 연기가 하늘로 올라가 흩어졌다.
“부럽다.”
“부럽네.”
“나도 회사 생활하면서 그런 인정 좀 받아보고 싶다.”
바로 어제만 해도, 보고서를 잘못 작성해 직속 상사에게 깨졌던 파란색 넥타이가 우울한 표정이 되었다.
그것을 본 검은색 넥타이가 얼른 화제를 돌렸다.
“그러고 보니, 이번에 패션 사업부에서 경영진 회의를 요청했다는데?”
“그래? 뭐, 보나 마나 추가 예산 지원을 요구하려 하나 보지.”
“맞아. 그런데 요청한 예산이 무려….”
검은색 넥타이가 금액을 속삭이자, 파란색 넥타이가 펄쩍 뛰며 놀랐다.
“뭐? 그 정도면 기존에 패션 사업부에 지원되었던 예산의 열 배잖아?! 그 정도면 바로 까였을 텐데, 경영진 회의까지 열린다고?”
“말이 안 되지? 그 불가능한 일을 해낸 사람이 바로 신동윤 부장님이래.”
“뭐? 신 부장님이 어떻게 했길래?”
검은색 넥타이가 다 피운 꽁초를 재떨이에 던져 넣으며 말했다.
“며칠 동안 있는 인맥 없는 인맥 다 동원해서, 어떻게든 경영진을 설득할 기회를 달라고 했다나 봐.”
“와… 임시 프로젝트 팀에서 그렇게까지 한다고? 왜?”
“듣기로는 윤현민 대리가 제시한 어떤 아이디어에 꽂혔다는데.”
“대체 무슨 아이디어였길래, 신 부장님이 그렇게 무리하시는 거야?”
“글쎄. 우리야 모르지.”
파란색 넥타이도 다 피운 담배꽁초를 던져 넣었다.
“궁금하긴 하네. 경영진 회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 그리고 윤 대리의 아이디어가 대체 뭔지.”
그것을 궁금해하는 직원들은 그들만이 아니었다.
“윤현민 대리가….”
“요청한 예산이 무려….”
지금 거암물산의 직원들이 회사 곳곳에서 윤현민에 관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고 있을 정도로, 윤현민과 패션 사업부에 대한 관심은 뜨겁게 불타오르고 있었다.
***
결론만 먼저 말하자면, 경영진은 더 많은 예산의 지원을 약속했다. 하지만 그 과정이 순탄하지는 않았다.
그 이유를 자세히 보여주자면, 다음과 같은 일이 있었다.
“짧은 시간에 놀라운 성과를 거두었군요. 그런데… 패션 사업부에서 요구하는 예산이 너무 많은 것 같네요.”
경영진은 임예진 디자이너와 최창제 MD를 섭외한 점은 높게 샀지만. 그럼에도 우리 부서가 요구한 금액에는 난색을 보였다.
“새로운 디자인의 의류를 개발하는 금액이라면 모를까. 예산 대부분을 홍보하는 데 쓴다는 것은 조금 과하다고 생각되는데요.”
물론, 그 말도 맞았다. 아직 제품도 나오지 않았는데 벌써 홍보 금액에 엄청난 금액을 투자하려고 했으니까.
하지만 우리 팀의 입장에선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의류 개발 및 생산과 동시에 홍보를 진행해야 해.’
일반적으로 새로운 브랜드를 런칭하는데 걸리는 시간은 적어도 6개월에서 2년이었다.
‘하지만 그러면 너무 오래 걸려.’
우리 팀의 모두는 6개월보다 빠르게 새로운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 했다.
그렇기에 시간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서, 모든 일을 동시에 진행해야만 했고. 그를 위해 많은 예산이 필요했다.
“대체, 무얼 하려고 그리 요란을 떠는 건가요?”
한 경영진의 물음에, 신동윤 부장은 윤현민을 회의실로 호출하였다. 그것은 아이디어를 낸 당사자가 설명하는 것이 옳다는 그의 판단이었다.
“…….”
회의실로 들어선 윤현민은 자신에게 쏟아지는 날카로운 눈빛들을 마주할 수 있었다.
아마 예전의 그였다면, 벌써 다리를 후들거렸을 것이지만. 지금의 그는 달랐다.
‘실수 좀 해도 상관없으니까.’
윤현민은 자신감 가득한 목소리로 인사했다.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임예진 디자이너와 최창제 MD, 그리고 400만 너튜버 웨이런 씨를 섭외한 윤현민 대리입니다.”
긴장감이라고는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윤현민의 태도에 경영진들이 흥미로운 눈빛으로 그를 스캔했다.
“꽤 능력이 좋은가 보네요. 셋 모두 섭외하기 어려웠을 텐데.”
“운이 좋았습니다.”
“그런가요? 그럼, 어디 한 번 설명해 보세요. 패션 사업부에서 뭘 계획하고 있는지.”
고개를 끄덕인 윤현민은 경영진들의 앞에서 미리 준비한 PPT를 실행했다.
팟-!
대형 스크린에 떠오른 사진은 얼마 전, 윤현민이 웨이런을 만나러 K-VidCon에 갔을 때 보았던 3D 대형 전광판이었다.
“최근에는 입체감이 넘치는 3D 광고가 시범적으로 운영되는 사례가 많습니다. 저 또한 얼마 전에 코엑스를 지나다 우연히 보았는데, 당장 눈앞에 튀어나올 것만 같은 사실감에 저도 모르게 발걸음을 멈춰 광고를 끝까지 보았습니다.”
“들은 적이 있습니다. 일성 스마트폰과 글로벌 로봇 기업 알봇, 그리고 명품 브랜드 버버라에서도 그 전광판을 이용하여 광고했었죠.”
윤현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그 세 가지 사례만 보아도, 3D 광고는 그 자체로 이슈가 될 만큼 화제를 모을 수 있는 것이 장점입니다.”
“그거야 그렇겠죠. 하지만 그것만으로 이렇게 많은 예산을 요구하는 건 아니겠죠? 겨우 이걸로 기존에 지원된 금액의 열 배를 요구하는 거라면, 실망일 것 같습니다.”
기존에 지원된 금액은 마케팅 비용과 인건비, 생산비 등을 고려하여 10억 원이었으니, 우리 팀이 요구한 금액이 무려 100억 원이라는 뜻이었다.
‘어차피 100억 원 전부 다 안 줄 거면서.’
기본적으로 경영진들은 짠돌이에다 욕심쟁이들이었다. 어떻게든 적은 돈으로 최대의 효과를 보려고는 하지만, 많은 돈을 투자하는 것은 꺼린다.
‘리스크가 크니까.’
하이 리스크, 하이 리턴이라지만, 그들도 결국엔 직장인일 뿐. 특수한 상황이 아니고선 큰 위험을 감수하려 하지 않는 게 당연했다.
그래도 최대한 많은 예산을 받아내기 위해, 우리는 일단 통크게 요구했다. 그래야 협상을 통해 조금이라도 많은 예산이 지원될 테니까.
‘그걸 위해선, 설득을 잘해야겠지.’
윤현민은 다시 호흡을 가다듬고 질문에 대답했다.
“물론, 아닙니다. 제가 생각하고 있는 마케팅은 스케일이 더 크거든요.”
윤현민이 PPT의 화면을 다음으로 넘기자, 코엑스의 전경을 찍은 사진이 나타났다.
“저희 부서는 거암물산의 첫 패션 브랜드의 타겟층을 20~30대의 젊은 층으로 삼았습니다. 그 이유는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는데 가장 익숙한 세대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런 젊은 세대가 모여드는 곳 중 하나가 바로 이 코엑스입니다.”
윤현민은 또다시 화면을 넘겨, 런웨이를 하는 웨이런의 사진을 띄웠다.
“그래서 저는 생각했습니다. 우리 GA패션의 첫 브랜드 런칭 쇼를 코엑스의 앞, 대로변에서 개최하자고요.”
“런웨이를 야외에서 하겠다는 말인가요?”
“네, 맞습니다. 보통 런웨이는 쇼를 보기 위해, 일부러 찾아가야만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우리가 야외에서 런칭 쇼를 진행한다면, 우연히 길을 지나던 사람들에게도 특별한 인상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그런 내 말에, 경영진 중 한 명이 인상을 찌푸리며 말했다.
“보통 런웨이를 실내에서 진행하는 것은 다 이유가 있어서입니다. 야외에서 런웨이를 진행하게 되면 날씨도 고려해야 하며, 약한 바람에도 쇼가 엉망이 될 수 있습니다. 윤현민 대리는 제발 오늘 날씨가 좋길 기도하며 홍보를 할 생각인 겁니까?”
그 말이 맞았다. 하지만 그도 생각 없이 이런 아이디어를 낸 것이 아니었다.
“그 점은 저도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단점이 있으면 장점도 있는 법이죠.”
“…장점이라고요?”
“네. 첫째로, 야외 런웨이는 실내에서 만들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 수 있습니다. 주변 풍경이나 멋진 건물을 배경으로 멋있는 분위기를 연출할 수도 있죠.”
조금 전의 그 경영진이 윤현민의 의견에 또다시 반박했다.
“그건 멋진 해변이나 관광지에서나 가능한 방법이죠. 코엑스 근처의 빌딩 숲에선 별로 효과적이지 못합니다.”
윤현민은 고개를 끄덕였다.
“저도 그것에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코엑스에는 코엑스만에 멋진 광경이 있지 않습니까.”
코엑스에는 3D 광고를 보여줄 수 있는 대형 전광판이 있었다.
“…그러니까 3D 대형 전광판 아래에서 런웨이 쇼를 개최하자는 말입니까?”
“네. 그렇게 한다면 우리는 다양한 연출을 보여 줄 수 있겠죠. 오히려 관광지보다 더 멋진 배경과 효과를 만들어 시선도 확실히 끌 수 있을 겁니다.”
“…….”
윤현민은 입을 꾹 다무는 경영진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그리고 둘째, 야외 런웨이는 대중의 관심을 끌기도 쉽고 미디어에도 노출될 수 있습니다. 사람들을 끌어모으기 위해 이벤트나 소규모 콘서트 같은 것과 연계한다면, 효과는 더욱 극대화될 것이고요.”
“…그거야 그렇지만, 그렇게 일을 벌였다가, 혹시라도 관심을 받는 데 실패한다면 리스크가 너무 크지 않겠습니까? 저는 아무리 유동 인구가 많은 코엑스라도, 사람들이 쇼를 보러 올지부터가 우려되네요.”
‘리스크가 크다라.’
그 말도 맞았다. 만약 윤현민이 평범한 직장인이었다면, 이런 의견은 절대 내지 않았을 것이다.
만약에 실패라도 한다면, 큰 책임을 져야 할지도 모르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그는 달랐다.
‘책임? 까짓거 지면 되지.’
몇 번이나 말했듯이, 그는 회사생활이 간절하지 않았고. 그 덕분에 이렇게 과감할 수 있었다.
‘그래도 리스크는 최대한 줄여야겠지.’
생각을 정리한 윤현민은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SNS, 너튜브, 런칭 이벤트, 셀럽, 그리고 TV광고까지. 이 모든 것을 활용하여 코엑스 런웨이 쇼를 홍보할 생각입니다.”
“…광고를 위한 광고를 하자는 겁니까?”
윤현민은 고개를 저었다.
“각 미디어를 통해 새 브랜드를 광고하면서, 겸사겸사 런웨이 쇼도 같이 홍보하자는 겁니다. 그렇게 한다면, 구경꾼이 부족해서 런웨이 쇼가 실패할 일은 없을 테니까요.”
그리고 이렇게나 스케일을 키워 일을 벌인다면, 방송국들이 알아서 우리를 주목하게 될 것이다.
‘홍보 효과가 몇 배로 늘어나는 셈이지.’
그런 사실을 경영진도 떠올린 모양인지, 각자 고민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그렇게 잠시의 시간이 흐른 후. 마침내 의견을 모은 경영진이 입을 열었다.
“예산 지원을 늘려드리겠습니다. 다만, 지원 금액은 조금 더 논의를 거친 후에 알려드리도록 하겠습니다.”
그렇게 이틀이 지난 오후, 윤현민은 뜻밖에 소식에 입을 벌렸다.
“지원 금액이 150억이라고요?”
요구했던 금액에 무려 50억이나 증액된 수치.
‘…이게 어떻게 된 일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