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82
182화 모든 것을 자동으로!
“비밀리에 개발하겠다는 약속은 꼭 지켜주셔야 합니다.”
“물론이죠.”
강진수 사장의 확답을 들으며, 나는 계약서에 사인했다.
스슥-!
“이걸로 다시 한배에 타게 되었네요, 윤현민 씨.”
뜻대로 일이 풀린 강진수 사장이 씨익 웃었지만, 나는 마음이 조금 복잡해져 있었다.
‘웬만해선 다시 엮이지 않으려고 했는데, 또다시 거암과 일하게 될 줄이야.’
옛날 직장에 복귀한 것 같아, 기분이 매우 이상했지만. 거암과 손잡게 된 것은 현재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선택지였다.
‘운이 좋았지.’
설마, 강진수 사장이 타이밍 좋게 먼저 협업을 제안해올 줄은 몰랐다.
‘세계에서 열 손가락 안에 드는 거암 전자에 우리 BCD와 인공지능 에보가 더해지면 시너지가 대단할 거야.’
거암은 단번에 더욱 높은 인지도와 인기를 얻게 될 것이며, 거암 전자의 가전제품이 많이 팔릴수록 내게는 더욱 많은 연산력이 모이게 될 것이다.
‘인공지능 폰, 웨어러블 기기, 자동차, 그리고 가전제품까지. 잘 만하면 사람들이 사용하는 기계 대부분에서 연산력을 얻을 수 있어.’
그렇게 된다면 내가 하고 싶은 사업은 물론, 이 세상에 없는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세상은 더욱 편리하게 바뀔 것이고, 사람들의 삶이 지금보다 더 발전하게 되겠지.’
그런 세상을 잠시 상상한 나는, 강진수 사장에게 말했다.
“이번 프로젝트는 최대한 빨리 진행해 주시길 바랍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속전속결은 저도 참 좋아하는 단어니까요.”
그렇게 나는 강진수 사장이 내민 손을 맞잡게 되었다.
잠시 후, 거암 그룹의 건물을 나선 나는 생각했다.
‘자, 그럼 이제.’
다음 계획을 진행할 타이밍이었다.
‘마릭을 확실하게 속이기 위해서는 그걸 보여줄 필요가 있어.’
나는 오랜만에, 두바이에서 한창 영화 촬영 중인 스티븐 감독님에게 연락했다.
***
‘이상하군.’
최고급 소파에 몸을 기댄 마릭이 고민에 잠겨 있었다.
‘왜 하필 드론 사업일까.’
그가 본 윤현민은 그저 운만 좋은 멍청이가 아니었다.
‘윤현민은 똑똑해. 그런 그가 뜬금없이 드론 사업을 시작한다고?’
심지어 윤현민은 영상을 통해, 이전 패션쇼에서 미스트 패션의 검은 양복들이 드론을 잘 다룬다는 것을 보았을 것이다.
‘우리가 드론에 대해서 일가견이 있다는 걸, 이미 알고 있을 거야.’
그런데 굳이 본인이 불리한 사업을 시작하려고 하다니.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함정일까…’
그럴 가능성은 굉장히 낮았다. 해킹 결과도 그렇고, 감시자의 보고에서도 윤현민 쪽에선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었으니 말이다.
‘그렇다면 대체 왜 갑자기 드론 사업을 한다는 거지?’
이제까지의 윤현민의 사업들은 모두 뜬금없이 시작된 것처럼 보였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았다.
‘평소에 관심이 있었거나, 우연한 만남으로 시작이 되었지.’
그 웃기지도 않는 라이브 카페나, 패션 사업은 윤현민이 평소 하고 싶었던 사업이지만. 영화 사업이나, MO 플랜트, 자동차 사업 등은 달랐다.
‘윤현민은 늘 우연한 계기로 각 분야의 사업가를 만나서 새로운 사업이 시작하게 되었어.’
그런 윤현민이 이번에는 어떠한 계기도 없이, 드론 사업을 시작하려 하다니. 그것이 마릭의 눈에는 매우 어색해 보였다.
‘아무래도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겠어.’
그렇게 마릭이 세바스찬을 부르려고 했던 순간.
똑똑.
“마릭 님, 보고 드릴 것이 있습니다.”
마침 세바스찬이 먼저 그를 찾아왔다.
“무슨 일이지?”
“미스터 윤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습니다.”
세바스찬은 몇 장의 신문과 감시자들이 따로 촬영한 사진을 책상 위에 나열하기 시작했다.
“이건…”
마릭은 각 신문에 실린 사진을 보며, 두 눈을 크게 떴다.
“윤현민이, 드론을 조종하고 있잖아?”
사진에는 윤현민이 스티븐 에필버그와 함께, 영화 촬영장에서 드론을 조종하는 모습과. 카임 왕자와 함께 드론을 보며, 뭔가의 대화를 나누는 모습. 그리고 어느 장소에서 뭔가의 계약서를 작성하는 모습 등이 찍혀있었다.
“이게 어떻게 된 거지? 왜 윤현민이 갑자기 두바이로 향한 거야?”
“자세한 것은 알 수 없으나, 아무래도 그 드론 사업 때문 아니겠습니까?”
드론이 사용되는 분야 중 가장 대표적인 곳 중 하나가 바로 영화 촬영지였다.
‘하긴, 윤현민의 주변엔 드론과 관련된 인물이 별로 없긴 하지.’
물론, 알론 머스크나 윌 게이츠, 그리고 크리스토퍼와 같은 인물들이 있긴 했지만. 조언을 얻기 위해선 영화 촬영에 드론을 오랫동안 활용해온 스티븐 에필버그가 적격일 수 있었다.
‘게다가 두바이에는 카임 왕자가 있지.’
비록 후계 순위에서는 완전히 밀려났지만, 그는 여전히 많은 현금을 보유하고 있는 자산가였다.
‘영화 사업으로 지속적인 연락을 주고받았던 윤현민이, 드론 사업에 투자를 부탁한다면, 분명 카임 왕자는 거절하지 않을 거야.’
윤현민의 행동들이 납득된 이 순간, 마릭의 마음속에서 윤현민에 대한 의구심이 모두 사라졌다.
‘계기는 모르겠지만, 놈은 정말로 드론 사업을 시작하려는 모양이야.’
그렇다면 이럴 때가 아니었다.
“세바스찬, 우리도 당장 계획을 시작하죠.”
지금까지 마릭은 윤현민의 뒷꽁무니를 쫓아가며 그의 사업을 역전하는 것에만 주력했다. 하지만 이번에든 달랐다.
‘내가 먼저 시작할 거야.’
마릭은 윤현민보다 먼저 사업을 시작해서, 유리한 입장으로 정면 승부를 펼칠 생각이었다.
‘…그런데.’
마릭은 마음 속에 찜찜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었다.
‘아무래도 보험은 하나 들어놓는 게 좋겠어.’
마릭은 방을 빠져나가던 세바스찬을 붙잡으며 뭔가를 지시하기 시작했다.
“예? 정말 그 회사를 인수합니까?”
“그래.”
“…엄청난 자본이 들어갈 겁니다.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마릭이 망설임 없이 고개를 끄덕이자, 세바스찬의 얼굴이 비장함으로 물들었다.
“제가 반드시 그 회사를 인수해 보겠습니다.”
그렇게 세바스찬이 힘찬 발걸음으로 방을 빠져나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몇 달이 흘렀다.
***
[드디어 밝혀진 윤현민 대표의 큰 그림!] [BCD와 사물 인터넷의 놀라운 콜라보!] [BCD로 생각만 하면, 인공지능이 알아서 모든 것을 준비해주는 시대가 열렸다!] [인공지능 폰의 진화! BCD가 추가된 인공지능 폰의 실체는?] [윌 게이츠, 이것은 정말 새롭고 놀라운 경험이 될 것이라고 말해 화제!] [거암 전자와 로키아의 주가가 연일 폭등 중!]윤현민이 마침내 비밀리에 준비해오던 BCD 사업의 실체를 언론에 공개했다.
‘BCD가 적용된 사물 인터넷 시스템이라고?’
‘대체 어떤 시스템이길래, 이렇게 난리이지?’
사람들은 늘 새로운 무언가를 선보이는 윤현민의 새로운 사업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
‘체험이라도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그런 사람들의 마음을 어떻게 알았는지, 다음 날 신문에는 이런 기사가 실리게 되었다.
[BCD 사물 인터넷을 경험할 수 있는, 체험관이 일주일 후. 일산 킨텍스 전시관에서 열립니다!]이 소식을 접한 BCD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은 즉시, 입장권을 구매하였고. 입장권은 약 1시간 만에 매진되고 말았다.
“자기야! 우리 이거 보러 가자! 표는 내가 구해왔어!”
“이게 뭔데?”
사귄 지 한 달 된 여자친구가 신나서 들고 온 표를 본 남자가 심드렁하게 반응했다.
“BCD? 나 이런 거 관심 없는데.”
“정말? 왜?”
“뇌파로 TV랑 에어컨을 컨트롤할 이유가 있어? 그냥 손으로 켜고 끄면 되지.”
“그래도 진짜 편리할 것 같지 않아?”
“…별로? 오히려 건강에 안 좋을 것 같은데? 생각만으로 모든 것을 다 할 수 있으면, 지금보다 더 움직이지 않을 테니까.”
“…그럼, 나랑 이거 구경하러 안 갈 거야?”
BCD에 정말 관심이 없었던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려던 찰나, 그는 점점 도끼눈이 되어가는 여자친구의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당연히 가야지!”
“관심 없다며?”
“그래도 체험해보면 생각이 달라질 수도 있잖아. 재밌어 보이기도 하고.”
“헤헤, 정말?”
베시시 웃는 여자친구를 보며, 남자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그럼, 내일 킨텍스에서 보자.”
남자는 잠시의 평화를 얻은 대신, 내일 그다지 가고 싶지 않은 킨텍스에서 시간을 보내게 생겼다.
‘아, 그날 야구 경기가 있는 날인데….’
좋아하는 야구 경기를 보지 못한다는 사실에, 남자는 살짝 우울해졌다.
다음날, 남자는 여자친구와 함께 킨텍스 체험관에 입장했다.
“이 스마트 링을 착용해 주세요.”
스텝의 안내에 따라, 두 남녀는 각각 웨어러블 기기를 착용한 채 각종 전자제품이 설치된 빈 부스로 향했다.
“자, 이곳에서 30분간 자유롭게 체험해주시면 됩니다.”
고개를 끄덕인 남자는 먼저 부스의 이모저모를 살펴보았다.
‘일반 가정집이랑 똑같이 꾸며놨네.’
TV, 냉장고, 에어컨, 가스레인지, 오븐, 전자레인지는 물론이고. 심지어 소파와 식탁과 같은 가구도 있었다.
“꺅! 자기 이것 좀 봐!”
깜빡깜빡!
여자친구는 깜빡이는 전등을 가리키며 말했다.
“이거 지금 내가 켜고 끄는 거야!”
“…와, 신기하네.”
신기하긴 했다. 하지만 저런 장난은 전기 낭비는 물론, 고장의 원인이 될 수 있었다.
‘그냥 스위치를 끄면 될 일인데.’
그게 귀찮다고, 이런 요란스러운 장치를 손에 착용해야 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그래도 여자친구가 좋아하니, 장단에 맞춰는 줘야지.’
더럽게 재미없었지만, 남자는 최대한 BCD에 관심이 많은 척 행동했다.
그러나 마음에서 우러나오지 않는 행동은, 그를 더욱 빨리 지치게 했다.
‘억지로 리액션을 해서 그런가, 목이 좀 마르네….’
남자는 근처에 놓인 컵을 집어, 정수기로 향했다.
‘어? 뭐야? 스위치가 없잖아?’
정수기엔 물이 나오는 스위치가 없었다.
‘이거 물을 어떻게 먹으라는 거…. 설마?’
남자는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꼭지만 있는 정수기에 컵을 가져다 대었고.
띠리링-!
쪼로로-
BCD를 사용하는 정수기에서 시원한 물이, 남자가 원하는 만큼 나오기 시작했다.
‘심지어 물의 온도까지 딱 내가 원했던 정도잖아?’
꿀꺽꿀꺽. 캬.
시원한 물을 마시고 나니, 남자는 이제 좀 살 것 같았다. 그런데 속에 차가운 액체가 들어가서였을까. 갑자기 공기가 후덥지근하게 느껴졌다.
‘그런데 여기 좀 더운 것 같은데….’
그렇게 생각한 순간.
띠리링-
에어컨이 작동하며, 남자가 원하는 온도로 바람이 나오기 시작했다.
‘…시원해.’
원하는 온도의 바람을 맞고 있자니, 남자의 기분이 점점 좋아져만 갔다.
‘…이런 시스템도 나쁘진 않네. 그나저나 여자친구는 뭘 하고 있지?’
그는 여자친구가 있는 주방으로 고개를 돌렸다.
“우와! 자기, 이것 봐봐! 가스레인지가 저절로 켜져! 그런데 심지어 내가 원하는 대로 세기가 조절돼!”
그뿐만이 아니었다.
전자레인지도, 세탁기도, 토스터기기도. 모두 여자친구가 원하는 대로 컨트롤이 되었다.
‘…확실히, 편리하긴 하네.’
남자는 자신도 모르게 BCD에 관한 생각이 약간 변했다는 것을 눈치채지 못한 채, 소파에 털썩 앉았다.
‘피곤해, 조금 쉬어야겠어.’
그렇게 생각하자, 부스의 조명이 어둡게 변하기 시작했다.
‘아니, 잠을 잘 건 아니었는데?’
그러자 조명이 다시 밝아지며, 이번엔 TV가 켜졌다.
[…김대호 선수! 홈런! 홈런입니다!]TV에선 남자가 보고 싶었던 야구 경기가 중계되고 있었다. BCD 시스템이 남자의 마음을 읽어, 보고 싶어 하는 채널을 곧장 틀어준 것이었다.
‘오오…!’
생각지도 못한 야구 경기가 나오자, 남자는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드르륵-!
그때, 냉장고 문이 열리며 서빙 로봇이 움직이기 시작했고. 냉장고에서 시원한 맥주와 땅콩 안주를 꺼내 남자의 앞으로 가져왔다.
‘내가 맥주를 마시고 싶어한 것은 또 어떻게 알고.’
남자는 살짝 감격한 표정으로 맥주 한 모금을 마셨다.
“크으-!”
완벽했다.
실내 온도도, 조명도 모두 남자가 원하는 그대로였다.
‘…진짜 괜찮은데?’
아까의 박한 평가와는 달리, 남자의 BCD에 대한 인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앗!”
툭.
남자가 실수로 집어 먹으려던 땅콩을 바닥에 흘렸다. 그리고 그 순간, 대기 중이던 로봇 청소기가 나타나 남자가 흘린 땅콩을 청소했다.
‘…….’
뭐든 자동으로 돌아가는 BCD 시스템의 모습을 보며, 남자는 깊은 생각에 잠기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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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차장으로 향하는 엘리베이터.
여자친구가 남자에게 물었다.
“자기, 어땠어? 나는 정말 편하고 좋았는데.”
“…….”
“자기?”
여자친구가 몇 번이나 불렀지만,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는 지 대답이 없었다. 그러자 여자친구가 그런 남자친구의 어깨를 마구 흔들었다.
“자기!”
“…응? 왜?”
“뭔 생각을 하길래 내가 부른 줄도 모르는 거야?”
“아….”
남자는 여자친구에게 사과하며 말했다.
“미안, 그래서 뭐라고 했어?”
“정말 못 들은 거야? BCD 시스템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잖아.”
“아, BCD….”
그런 여자친구의 물음에, 남자는 환하게 웃으며 대답했다.
“아까 자기가 구경하는 동안, 이미 직원과 계약했어.”
“뭐?”
“정식으로 출시 되면, 당장 우리 집으로 배송 올 거야.”
여자친구는 남자의 기대감 어린 얼굴을 보며, 어이없어했다.
그리고.
-여보, 나 이거 계약했어.
-엄마! 이거 너무 편할 것 같지 않아?
-아, 몰라. 이미 계약했어. 집에 있는 제품 전부 BCD가 적용된 걸로 바꿀 거야!
이와 같은 일이 킨텍스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