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91
191화 끊어지는 악연
스페이스 Y의 로켓이 발사되기 약 1시간 전. 연산력이 사라졌다는 소식에 놀란 머스크 씨의 전화가 걸려왔다.
-미스터 윤! 이제 대체 무슨 일입니까?!
“…저희도 어떻게 된 일인지 파악하는 중입니다.”
-아니, 지금 그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
연산력을 동원한 스페이스 Y의 첫 로켓 발사였기 때문이었을까. 머스크 씨는 평소와 달리 침착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다.
“어쨌거나 일정에는 차질 없게 하겠습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하지만 로켓 발사까지 이제 겨우 1시간 남았습니다. 우리 중계 채널에 접속 중인 시청자가 벌써 1억 명이 넘었다고요! 이러다 뭔가 차질이라도 생긴다면….
나는 불안해하는 머스크 씨에게 분명한 목소리로 말했다.
“머스크 씨, 저를 믿어주세요.”
“…….”
머스크 씨는 잠시 말이 없었고, 잠시 후 짧은 한숨과 함께 다시 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알겠습니다. 그동안 미스터 윤이 보여준 모습이 있으니, 한번 믿어보겠습니다.
그렇게 머스크 씨와의 통화가 종료된 후, 나는 곧장 자비르 씨에게 물었다.
“상황은 어떻게 되었나요?”
“현재 잭 씨가 열심히 작업을 하는 중이라고 합니다.”
“결과는 언제쯤 알 수 있죠?”
“…그건 모르겠습니다만, 아마 제 생각으론 최소 30분에서 1시간은 걸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
1시간이라니. 너무나 아슬아슬했다.
‘그나마 로켓 발사에 대한 기본적인 계산은 미리 어제 끝내놔서 다행인 건가?’
어젯밤, 머스크 씨는 불안한 마음이 든다며 우리 연산력의 일부를 빌려 갔었다. 덕분에 만약의 경우라도 로켓을 발사하지 못하는 상황은 면할 수 있었다.
‘예정에 없던 대여여서 계산이 완벽하진 않긴 하겠지만. 그것은 과거의 로켓 발사에서도 마찬가지였었으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게다가 현재 로켓에는 우주 탐사에 특화된 인공지능 에보가 탑재되어 있었다. 만약 발사 전까지 연산력을 되돌리는 것이 늦어졌다고 해도, 인공지능 에보에 연산력을 다시 전달하는 것은 늦지 않을 것이다.
‘우주선이 화성에 도착했어도, 연산력을 전달받을 수 있도록 설계해 놓았으니까.’
그럼에도 지금, 머스크 씨가 우리 연산력을 원하는 이유는 하나였다.
‘만에 하나의 변수를 제거하기 위해서.’
기본적인 발사 궤도는 쉽게 계산할 수 있지만. 그날 불어오는 바람의 세기라던가, 온도와 습도 등의 변수를 고려한 정확한 계산은 연산력 없이 즉석에서 하기 어려웠으며. 이런 종류의 계산은 발사 직전에 시작하여 계산을 끝내는 것이 베스트였다.
‘모든 연산력을 동원한다면 계산은 대충 10분 정도 걸릴 거야.’
계산 결과를 반영해야 하는 시간도 필요할 테니, 최소 발사 15분 전까진 연산력을 원래대로 돌려놓아야 했다.
‘잭 씨가 빨리 처리해 줘야 하는데….’
사실 그는 이미 연산력을 빼앗겼던 1시간 전부터, 작업에 들어갔었다. 그리고 작업에 들어가기 전, 그는 분명 말했었다.
‘30분이면 될 것 같습니다.’
하지만 1시간이 지나도, 잭 씨은 연락을 주지 않았으며. 내가 들을 수 있던 소식은 여전히 작업에 난항을 겪고 있다는 것 뿐이었다.
‘무언가 잘 못 된 거야.’
준비는 완벽했으나, 우리가 예상하지 못한 변수가 생긴 것이 분명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어.’
나는 차키를 집어 들며 자비르 씨에게 말했다.
“지금 당장, 라이브 카페로 가죠.”
“알겠습니다.”
속도를 낸다면, 현재 잭 씨가 작업을 하고 있는 카페 드리머의 사무실까지 약 30분 안에 도착할 수 있었다.
“서두르죠.”
나는 자비르 씨와 함께 급히 루미스 패션의 사무실을 빠져나왔다.
.
.
.
잠시 후 도착한 드리머의 사무실의 풍경은 난장판이 따로 없었다.
“아니, 이게 대체 왜 안 되는 거지?!”
잭 씨는 쉼 없이 키보드를 두드리며, 모니터를 잡아먹을 듯이 쳐다보고 있었고. 그런 그를 드웨이크 형사가 열심히 보조하고 있었다.
“형사님,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아, 미스터 윤. 글쎄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이러려고 여기에 온 것이 아닌데 말이죠.”
드웨이크 형사님은 잭 씨가 여유롭게 작업을 이어나가던 중, 갑자기 뭔가에 가로막혀 작업이 어려워진 것 같다고 이야기해 주었다.
“아무래도 누군가의 방해를 받은 것 같다고 합니다.”
“…역시, 마릭의 방해가 있었던 거군요.”
“네, 그런데….”
드웨이크 형사님이 미간을 찌푸리며 말했다.
“방해하는 자가 아무래도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인 것 같다고 합니다.”
“인공지능이요…”
“잭 씨의 말에 따르면, 마치 인공지능 에보를 상대하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동안 잭 씨는 꾸준하게 에보의 보안을 뚫으려 노력해왔었다. 그런 잭 씨가 그리 느꼈다면, 인공지능이 맞을 확률이 매우 높았다.
‘마릭이 인공지능을 개발했었단 말이야?’
그것은 예상치 못한 거대한 변수였다.
‘…그런데 어째서 ‘그 사람’은 아무런 언급도 안 해줬던 거지?’
그러한 의문이 들었지만, 지금은 깊게 고민할 시간이 없었다.
‘이러다간 모든 게 다 엉망이 되고 말 거야.’
뭐라도 해야겠다는 생각에, 나는 잭 씨에게 다가가 물었다.
“잭 씨, 방해되지 않는다면, 몇 가지만 대답해 주세요.”
“…예.”
잭 씨는 키보드를 연신 두드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우리가 연산력을 전송하는 코드 속에 숨겨둔 시스템을 발동할 수 있습니까?”
“…아뇨. 현재 저쪽의 방해 때문에 거기까지 접근하기도 어려운 상황입니다.”
“방해라고 한다면, 저쪽에서 우리가 숨겨진 시스템의 정체를 알고 있다는 뜻일까요?”
“음….”
그는 잠시 고민하더니,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뇨, 그건 아닐 것 같습니다.”
“왜 그렇게 생각하시죠?”
“방해자의 견제가 항상 너무 빠르게 들어왔기 때문입니다.”
잭 씨는 자신이 코드에 접근하려는 시도도 하기 전에, 방해가 들어왔다고 설명해주었다.
“그러니 코드의 존재를 알고 저를 막고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렇군요. 혹시, 다른 특이사항은 없나요?”
“드웨이크 형사님에게도 말씀드렸지만, 저를 방해하는 녀석이 인공지능인 것 같습니다.”
“혹시, 그 인공지능의 수준이 우리 에보와 비슷해 보이던가요?”
“처음에는 그래 보였는데, 상대할수록 어설픈 부분이 많게 느껴졌습니다. 아무래도 에보보단 성능이 많이 떨어지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 어설펐던 부분이 줄어드는 것으로 보아, 놈들이 우리 연산력을 자신들의 인공지능에 적용하고 있을지도 모릅니다.”
“우리 연산력을요…”
그것은 매우 큰 일이었다. 마릭이 우리의 막대한 연산력으로 진화된 인공지능을 소유하게 된다면, 더는 놈을 막을 방법이 없어질 테니까.
“잭 씨는 지금 에보의 보조를 받고 있습니까?”
“…예. 진작에 도움을 받고 있었습니다.”
“그런데도 코드에 접근하기 어렵다는 말인가요?”
“그게….”
잭 씨는 말끝을 흐리며 입 열기를 주저했다.
“괜찮으니, 말씀해 주세요.”
“이상하게 들리실 수도 있는데요, 이게 인공지능의 성능보단 제가 운이 엄청 나빠서 자꾸만 가로막히는 느낌입니다.”
“운이 나쁘다니요? 그게 무슨…”
“연산력 전송 코드 속에 숨겨둔 시스템은 제가 구축한 것입니다. 그렇기에 언제든 추적할 수 있도록 만들어 두었고, 접근 루트도 다양하죠. 그런데 마릭의 인공지능은 제가 접근하려고 하는 루트에 매번 먼저 대기하여 저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그게, 무슨…”
“비유하자면, 제가 선택하는 길목마다 하필이면 깡패가 서 있는 상황인 거죠. 덕분에 저는 뭘 해보기도 전에 돈을 뺏기고 있고요.”
“…….”
“다만, 한 가지 다행인 것은. 마릭 쪽에 무슨 일이 있었는지, 사장님께서 오신 뒤부터 그런 운 나쁜 상황이 줄어들었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줄었는데요?”
“한… 절반 정도요. 그래도 인공지능의 성능 때문에 결국 잡혀버리긴 하지만, 아까보단 상황이 조금 나아지긴 했습니다.”
그런 잭 씨의 말에 나는 한 가지 사실을 눈치챌 수 있었다.
‘잭 씨가 운이 나쁜 게 아니야. 저쪽이 과하게 운이 좋은 거지.’
마릭이 직접 나선 것이 분명했다.
‘인공지능도 인공지능이지만, 운 좋은 마릭이 나선 바람에 잭 씨가 힘을 못 쓰고 있는 거야.’
그나마 마릭과 비슷한 행운을 가진 내가 사무실로 왔기에, 놈을 상대할 약간의 희망이 생겨난 것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불리해.’
설마 놈이 벌써 인공지능 개발을 완성했을 줄은 예상하지 못했다.
‘이러다간 내가 세운 계획이 무너지겠어.’
어떻게든 숨겨둔 시스템에 접근하여 발동할 수만 있다면, 내 승리가 될 테지만. 그 과정이 너무나 힘들어 보였다.
‘시간이 얼마 없다.’
이제 로켓 발사까지 남은 시간은 20분.
로켓 발사에 필요한 변수 계산시간을 고려하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이 5분밖에 남지 않았다.
‘그 안에 시스템을 가동할 수 있을까?’
일단 가동만 할 수 있다면, 나는 마릭에게 크게 한 방 먹일 수 있었다. 하지만 이렇게 생각지도 못한 변수에 가로막혀버릴 줄은 몰랐다.
‘작전은 완벽했는데….’
마릭을 잡기 위해 스페이스 Y와 넥스인텔리라는 미끼를 던졌다. 그 정도 규모의 미끼가 아니라면 마릭이 반응을 보이지 않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예상대로 놈은 반응을 보였지.’
넥스인텔리의 신입 사원으로 데이브 씨가 지원했고. 단번에 그가 마릭의 사람인 것을 알아볼 수 있었던 나는, 그에게 접근해 모종의 거래를 하였다.
‘충분한 보상금, 그리고 마릭에게 복수할 기회.’
데이브 씨는 흔쾌히 내 제안을 수락했고, 우리의 뜻대로 우리의 시스템을 포함한 연산력 제공 코드를 마릭에게 전송해 주었다.
여기까지는 순조로웠다. 하지만 마릭이 직접 나서게 되면서, 일이 틀어지게 된 것이다.
‘…내가 너무 욕심을 부렸던 걸까.’
스페이스 Y라는 거대한 이벤트를 앞두고, 마릭까지 잡으려 했던 것이 잘못이었던 것은 아닐까.
그동안의 성공가도에 내가 너무 안일해진 것은 아닐까.
두 마리의 토끼를 잡으려다, 한 마리도 제대로 잡지 못하게 된 것은 아닐까.
이런저런 부정적인 생각이 머릿속에 가득 채워지기 시작했다.
‘남은 시간… 3분.’
잭 씨의 표정을 보아하니, 아무래도 시간 안에 시스템에 접근하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이대로 끝인가….’
나는 작전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생각에 무심코 옆에 있던 책장을 짚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툭.
그때, 책장에서 무언가가 바닥에 떨어졌다.
‘저건…’
그것은 제이든 회장님이 내게 선물해 주셨던 액운을 막아준다는 양치기 개 조각품이었다.
‘깨진건 아니겠지?’
나는 얼른 조각품을 집어 상태를 살폈다. 다행히 깨진 곳은 보이지 않았다. 그런데 그 순간.
“어어! 아…! 이런! 거의 다 되었는 데…!”
방금과 달리 살짝 표정이 밝아진 잭 씨의 모습을 확인한 나는, 얼른 그에게 다가가 물었다.
“무슨 일이죠?”
“아, 그게요. 갑자기 마릭의 인공지능이 제가 우회하는 루트를 예측하지 못하는 것 같아서요. 그래서 아까 보단 조금 더 접근이 쉬워졌습니다.”
“…그래요?”
나는 양치기 개 조각품을 내려다보며 생각했다.
‘내가 조각품을 집어 들자마자 상황이 해결되려는 조짐이 보이다니.’
이게 과연 우연일까.
‘그러고 보니 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지.’
마릭의 노트북을 해킹하려 시도했을 때. 나는 원장님이 주신 행운의 옴 펜던트를 손에 쥐며 놈의 노트북에 블루투스 기능이 켜져 있길 간절히 바랐었고, 다행히 그 바람은 이뤄졌었다.
‘그때 펜던트를 손에서 놓아 버려서, 완전한 해킹에는 실패했었어.’
그뿐만이 아니었다.
‘이 양치기 개 조각 덕분에 공장의 침입자를 막을 수 있었지.’
이러한 경험을 떠올리자, 나는 어떤 생각 하나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설마, 행운의 물건들이 내 행운을 강화해주는 건가?’
말도 안 되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그래, 밑져야 본전이니까.’
남은 시간 1분.
나는 서둘러 책장에 있던 행운의 물건 몇 개를 꺼내 착용하기 시작했다.
원장님께 받은 옴 펜던트, 케빈의 할아버지가 주신 반지, 그리고 제이든 회장님의 조각품까지.
그렇게 내가 3가지 행운의 물건을 지니게 되었을 때.
“서, 성공입니다! 시스템을 발동했습니다!”
연산력이 다시 우리에게로 돌아오며, 방금 시스템이 수집한 마릭의 범죄 증거들도 함께 전송되기 시작했다.
‘내가 계획한 대로.’
드디어 마릭과의 지긋지긋한 악연을 끊을 수 있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사장님! 이것 좀 보셔야겠습니다!”
잭 씨가 모니터를 가리키며 다급히 말했다.
“아무래도 마릭이 개발한 인공지능의 알고리즘 모델도 함께 전송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거 우리가 써먹을 수 있겠는데요?”
“…예?”
예정에 없던 보너스까지 생긴 모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