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93
193화 마릭 알파이즈 (2)
드웨이크 형사님은 현재 FBI와 연계하여 마릭을 쫓고 있는 중이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럼, 결국. 아직도 마릭을 잡지 못한 거네요?”
-…예. 지난 며칠간 마릭의 아지트로 추정되는 몇몇 장소를 급습했지만, 놈을 잡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때, 제가 알려드렸던 주소에는 가보셨나요?”
-당연히 가보았습니다만. 이미 도주한 상태였습니다. 다만, 미스터 윤이 알려주신 아지트의 규모가 상당해서 놈이 몇몇 중요한 증거와 흔적을 남기고 갔더군요. 그 흔적 덕분에 이후의 추적이 수월해졌습니다.
그것은 다행이었으나, 반년이 지나도록 놈이 잡히지 않았다는 것에 나는 실망감이 들었다.
‘증거만 찾으면 놈과의 악연이 곧장 해결될 줄 알았는데.’
드웨이크 형사님은 경찰 조직안에서도 놈을 돕는 사람이 있어 추적이 몇 배나 힘든 것 같다고 말했다.
“믿을 수 있는 사람만으로 팀을 꾸리면 되잖아요?”
-이미 그러고 있습니다. 그런데도 마릭이 항상 저희보다 한발 앞서서 행동하더군요. 아무래도 고위직의 누군가가 놈에게 정보를 전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
경찰의 간부급이 마릭을 도울 이유는 두 가지뿐이었다.
‘막대한 뇌물을 받았거나, 약점을 잡혔거나.’
일단 전자는 아니었다. 만약 놈이 뇌물로 경찰 간부를 꼬드겼다면, 내가 찾은 놈의 범죄 증거 안에 그 기록이 남아 있었을 테니 말이다.
‘그렇다면 약점을 잡힌 거네.’
나는 놈이 가지고 있던 범죄 증거 데이터를 복사해왔지만, 완전히 삭제할 수는 없었다. 게다가 예전에 놈을 함정에 빠뜨렸을 때처럼 시간이 부족했기에, 동영상 파일은 복사해오지 못했다.
‘동영상 파일을 복사할 수 있었다면, 경찰 간부 중 누가 마릭에게 약점을 잡혔는지 알 수 있었을 텐데.’
놈을 추적하기 힘든 이유는 아마 그런 동영상 파일의 존재 때문일 확률이 높았다.
“…상부가 알지 못하도록, 드웨이크 형사님의 팀이 독자적으로 몰래 아지트를 급습하는 것은 어때요?”
-불가능합니다. 마릭의 조직이 거대하고, 그만큼 마릭을 따르는 부하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소수 인원으로 급습했다간 되려 우리가 당할 수 있습니다.
“…많은 인원을 동원하려면, 상부에 보고가 꼭 필요하겠군요.”
-맞습니다.
“…….”
이래저래 어려운 상황이었다.
‘왜 반년이 지나도록 소식이 없었는지 알겠네.’
얘기를 들어보니, 드웨이크 형사님도 그동안 많이 답답했을 것 같았다. 드디어 놈을 공식적으로 잡을 수 있게 되었는데, 엉뚱한 곳에서 발목이 붙잡혔으니 말이다.
‘좋은 방법이 없을까?’
나는 드웨이크 형사님이 상부의 방해에도 마릭을 붙잡을 수 있을 만한 방법을 고민해 보았지만, 묘수라 할만한 것은 떠오르지 않았다.
“…형사님. 아예 마릭에 대한 것을 대중에게 알리면 어떨까요?”
-공론화를 하자는 말씀이신가요?
“네. 그렇게 하면, 마릭에게 약점을 잡힌 경찰 간부들도 쉽게 놈을 도울 수는 없을 겁니다.”
마릭은 그동안 온갖 불법적인 일을 해왔으며, 자신의 이득을 위해 많은 사람을 협박해왔다.
‘당장 멀리서 찾을 것도 없지.’
마릭은 미스트 패션의 공식적인 대표였으며, 우리에겐 그런 놈에게 협박당해 일해야 했던 로버트 알레그만 씨가 있었다.
‘알레그만 씨가 한 번만 나서주신다면, 이번 사건이 사람들에게 주목받을 수 있을 거야.’
그렇게 된다면, 경찰은 조직의 위상을 위해서라도 놈을 반드시 잡아야만 할 것이고, 놈에게 약점을 잡힌 간부도 함부로 나서기 힘들어질 것이다.
다만, 생각보다 효과는 크지 않을 것이다.
‘잘해봐야 약점 잡힌 간부가 마릭을 도울 때 살짝 고민하는 정도. 그래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단 나아.’
더 좋은 수가 생길 때까지, 이렇게라도 시간을 끌 수 있다면. 무언가의 변수가 생길지도 모른다.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왕 공론화하려면 공신력 있는 사람이 공식적으로 나서야 효과가 좋을 것 같네요. 가령… 미스터 윤 같은 분 말입니다.
“저요? 제가 무슨 공신력이….”
아니지.
생각해보니 드웨이크 형사님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이제 전세계에서 나를 모르는 사람은 없어.’
그런 내가 공식적으로 나서서 마릭의 범죄사실을 까발린다면.
‘효과가 더 좋을 거야. 나는 운이 좋으니까.’
게다가 내가 직접 나서게 된다면, 마릭의 가장 강력한 무기를 봉인할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마릭이 지금까지 잘 도망 다녔던 것이 간부들의 도움 때문이 아니라, 놈이 가진 커다란 행운 때문일 수도 있겠어.’
만약 그렇다면, 드웨이크 형사님의 힘으로는 절대 마릭을 잡을 수 없었다.
‘내가 나서야 해.’
선택권이 없었다.
마릭을 잡기 위해선, 내가 최소한 간접적으로라도 무언가 행동을 해야만 했다.
“알겠습니다. 제가 한번 해보죠.”
며칠 후, 나는 데일리 타임즈의 안젤라 기자님에게 부탁하여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런데.
-저는 마릭에게 협박을 당했던….
-놈은 저의 약점을 잡아 비겁하게….
-정말 부끄러운 일이지만, 저도 마릭에게 협박을 당한 사람 중 하나….
-세상에 제 치부가 알려지게 된다는 것이 너무 무서웠습니다. 죄송합니다.
-하지만 미스터 윤의 인터뷰를 보고, 이렇게 용기를 내게 되었습니다.
-제발 그 악마를 잡아주세요.
-앞으로는 맘 편히 잠들고 싶습니다. 부탁드립니다.
인터뷰를 통해 내가 전면에 나서게 되자, 마릭에게 약점을 잡혔던 사람들이 하나둘 용기를 내어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중에는 마릭의 함정에 빠졌었던 크리스토퍼와 아일라도 있었다.
누구나 얼굴을 아는 두 사람이 마릭에 대해 증언하자, 방송을 본 사람들은 큰 충격에 빠지게 되었다.
“그 얘기 들었어?”
“마릭 알파이즈라는 사람이 글쎄….”
마릭 알파이즈의 악행이 순식간에 널리 퍼지게 되었고, 마릭을 서둘러 체포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었다.
‘이렇게 효과가 좋을 줄은 몰랐는데?’
마릭 알파이즈가 이슈가 되자, 각국의 경찰은 언론을 통해 직간접적인 압박을 받게 되었고. 결국, 마릭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가 이뤄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며칠 후.
우우웅-!
-미스터 윤!
전화 너머에서 드웨이크 형사님의 기뻐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
“…따라서 피고에게 450년 형을 선고한다.”
마릭의 재판은 순식간에 이뤄졌다. 본래라면 몇 달 혹은 몇 년이 걸렸겠지만. 전세계인들이 관심을 가지는 사건인데다, 마릭에겐 항소 의지 자체가 없었다.
‘그렇다고 변호사조차 쓰지 않다니.’
대체 놈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저히 알 수가 없었던 나는 최종 선고가 이뤄진 뒤, 놈에게 면회를 신청했다.
“반가운 얼굴이군.”
투명한 유리창 너머에 비친 마릭의 모습은 생각보다 멀끔했다.
“얼굴에서 윤기가 나는 것을 보면, 안쪽 생활이 생각보다 좋은가 봐?”
“뭐, 못할 정도는 아니지. 다소 불편하긴 하지만. 이곳 나름의 귀한 대접을 받고 있거든, 내가.”
“…….”
그런 마릭의 말을 들으니, 나는 기분이 살짝 나빠졌다.
“내게는 별로 좋지 못한 소식인데.”
“왜? 내가 불행하길 바랐나?”
“당연하지.”
법의 심판을 받았다고 해서, 내 소중한 사람들을 건드린 마릭에 대한 미움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었다.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내 사전에 행운이라면 모를까, 불행이라는 단어는 없는데 말야.”
“…….”
그 말대로 마릭은 여전히 큰 행운을 가지고 있었으므로, 아마 놈은 이곳 교도소 안에서 앞으로도 아주 편안하게 살아갈 확률이 높았다.
‘쯧.’
그런 사실이 나는 불만이었으나, 이 이상 내가 관여할 수 있는 일은 없었기에 아쉬워도 이런 결말에 만족해야 했다.
“그래서 내 면회는 왜 온 거지? 설마, 나를 비웃으려고 왔나?”
“뭐, 그런 마음도 없지는 않았는데. 막상 잘 지내는 모습을 보니, 괜히 왔나 싶기도 해.”
“하하, 농담도 잘하는군.”
“…농담 같아?”
마릭은 내 찌푸린 얼굴을 보며 어깨를 으쓱였다.
“묻고 싶은 게 있어서 왔어.”
“뭐가 궁금하지?”
“대체 왜 그렇게 순순히 잡혀들어간 거야? 너라면 지저분하게 항소하며 저항할 줄 알았는데. 뭔가 다른 꿍꿍이가 있는 것 아니야?”
“내가 왜 잡혀왔냐라….”
마릭은 잠시 뜸을 들이며 말했다.
“이유는 간단하지. 양심의 가책을 느꼈다고나 할까?”
“…뭐?”
마릭은 장난기 가득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계속 말을 이었다.
“또는 지난날에 대한 회의감이 들어서일 수도 있고.”
“…….”
“이것도 마음에 안 드나 보군. 그럼 갑자기 내가 하느님을 믿게 되었고, 회개하기 위해 순순히 벌을 받으려 했다는 건 어때?”
“…너는 정말로 천국에는 못 가겠다.”
“그래? 한 번쯤은 구경하고 싶었는데, 아쉽군.”
고개를 절레절레 저은 나는 이후로도 마릭에게 이유를 물었지만, 놈은 계속해서 말장난만 할 뿐. 내게 제대로 된 답을 들려줄 생각이 없어 보였다.
드르륵-
“…말해주기 싫으면 됐어. 헛걸음했네.”
“가는 건가?”
“당연하지. 물음에 대답도 안 해주는데, 내가 더 여기 있을 이유가 없잖아.”
내가 자리에서 일어서려 하자, 마릭의 씁쓸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금 더 이야기하고 싶었는데, 아쉽군. 저 안은 다 좋은데, 말동무가 없어서 바깥보다 심심하단 말이지.”
“그것참 듣던 중 반가운 소식이네. 방금 그 말 덕분에 기분이 아주 살짝 좋아졌어.”
“기분이 좋아졌다니 다행이군.”
“…아무튼, 그 안에서 오래오래 잘 살아라. 부디 불행하고.”
그렇게 내가 면회실 밖으로 나서려 했을 때, 높지도 낮지도 않은 마릭의 목소리가 분명하게 들려왔다.
“귀찮았다.”
“뭐?”
“아까 내가 왜 이런 낡아빠진 교도소에 순순히 들어왔는지 묻지 않았나. 그저 귀찮아서 들어왔다는 얘기다.”
“…그러니까 귀찮았다는 게 대체 무슨 말인데.”
“음… 이해하기 쉽게 말해주자면….”
마릭은 검지로 제 목 언저리를 가리키며 말했다.
“내가 인생에서 누군가에게 도망 다녀 본 적이 처음이라서. 너도 알다시피 내가 운이 좀 좋아서 그동안 자유롭게 살았단 말이지.”
“…….”
“그래도 처음 며칠은 참 신선한 기분이었어. 재미도 있었고. 하지만 금방 질리더군. 그래서 생각했지, 평생 쫓겨 다닐 수는 없으니 뭔가 방법을 찾아야겠다고.”
“…그 방법이 이거라고?”
교도소에 순순히 잡혀 오는 게 해결책이라는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말했잖나. 이곳 생활도 나름 할만하다고. 귀찮은 날파리도 꼬이지 않고.”
“미안한데, 나 아직도 네 말이 이해가 안 되거든?”
“후후…. 나중에 두고 보면 절로 알게 될 거다.”
“그게 무슨 ㅁ…”
삐익-
그때, 주어진 면회 시간이 끝나버리고 말았다.
“그럼, 다음에 또 보자고. 미스터 윤.”
마릭은 그 말만을 남기고, 교도관과 함께 어두운 안쪽으로 사라졌다.
‘…대체 무슨 꿍꿍이지?’
교도소에 마릭을 집어넣으면 끝인 줄 알았건만. 아무래도 한동안은 긴장을 풀어선 안 될듯싶었다.
‘당분간 사람을 시켜서 마릭을 감시해야겠어.’
그렇게 며칠 뒤.
쨍그랑!
“뭐, 뭐라고요?”
뜻밖의 소식에, 들고 있던 물컵을 떨어뜨린 나는, 다급히 자비르 씨에게 되물었다.
“마릭이 어떻게 되었다고요?”
“…죽었답니다.”
나는 도저히 그 소식을 믿을 수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