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96
196화 가장 안전한 경로 (2)
눈앞에 나타난 소행성 무리는 마치, 쏟아지는 빗방울처럼 우주선을 향해 돌진해 왔다.
“으아아악!”
“사, 살려줘!”
소행성이 우주선을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가거나, 자그마한 돌덩이가 우주선에 부딪힐 때마다. 탐사대원들의 비명이 우주선 내에 울려 퍼졌다.
계속해서 눈 앞에 펼쳐지는 아찔한 장면에, 로이 또한 비명을 마구 지르고 싶었다.
하지만 다행히 지금까지는 큰 문제가 일어나지 않았다.
‘저 수많은 소행성을 뚫고 가는 데도, 우주선엔 큰 피해가 없어.’
지구로부터 연산력의 지원을 받는 인공지능 에보는, 다가오는 소행성의 속도와 크기를 토대로 순식간에 계산을 완료하여. 반드시 피해야 하는 소행성만 최소한의 움직임으로 흘려내고 있었다.
‘…덕분에 쓸데없이 연료를 낭비하지 않게 되었어.’
지금의 돌발 상황은 대단히 위험했지만, 인공지능 에보는 이 상황을 아무렇지도 않게 돌파하고 있었다.
‘만약 우리가 직접 우주선을 조종했다면….’
아마 패닉에 빠져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게 되었을 것이 분명했고, 그것은 큰 위기를 초래했을 것이다.
‘…내가 틀렸던 건가.’
로이는 자율 주행 시스템을 믿지 못했다. 인공지능과 자율 주행은 다른 개념이지만, 사람 대신 탈것을 조종한다는 것에 로이는 거부감을 느꼈다.
그러나 위기의 상황 속에서, 완벽한 판단으로 위기를 탈출하는 인공지능의 모습을 본 로이는. 인공지능의 유능함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다.
쿠구구구-
“소행성 무리에서 벗어났습니다!”
미첼이 기쁜 목소리로 외쳤다.
“…이거 꿈 아니지?”
“나… 살아 있는 건가?”
휴이와 로사가 믿을 수 없다는 듯 중얼거리며, 제 몸이 무사한지 더듬고 있었다.
“…다들 가만히 있지 말고, 우주선 내부부터 점검해! 혹시 모를 데미지가 있을지도 모르니까!”
“아….”
“네! 당장 확인을…!”
그런 로이의 말에 대원들이 몸을 일으키려던 찰나.
[스캔 결과, 선내에 심각한 피해는 없습니다.] [몇몇 생활용품이 망가지긴 했지만, 대체품이 있으니 괜찮습니다.] [남은 연료의 여유분도 양호합니다.] [경로 탐색 중….] [탐색 완료.] [한 번 더 소행성 무리를 뚫는다면, 여유롭게 화성 탐사를 시작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됩니다.] [경로를 지정하여 다음 명령을 내려주세요.]인공지능 에보의 메시지가 화면에 출력되고 있었다.
“…허허.”
로이는 헛웃음이 나왔다.
‘…이 정도면 우리가 거의 필요 없겠는데.’
알아서 우주선을 조종하고, 알아서 피해 정도를 파악할 수 있으며, 그에 따른 판단도 알아서 내리니. 사람의 역할은 기껏해야 선내를 유지하고 보수하는 게 전부일 것이다.
‘…그럼에도 최종 판단은 우리가 내려야 할까?’
인공지능은 말 그대로 보조적인 수단일 뿐이다. 아무리 유능하고 완벽해도, 결국 인공지능의 목적은 인간을 돕는 것이니까.
‘인공지능은 최적의 판단을 내려주지만, 사람의 직관이나 도덕성은 지니고 있지 않아.’
만약, 대원이 우주 공간에 낙오되는 상황이 온다면. 인공지능은 임무의 성공률을 위해, 대원을 포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최종적인 판단은 반드시 사람이 내려야 할 거야.’
그렇게 자신의 존재 가치를 다시 세운 로이가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정신을 차린 뒤, 대원들을 향해 물었다.
“다들, 몸에 이상은 없지?”
“네, 저는 멀쩡합니다.”
“저도 괜찮습니다.”
“저도 문제없습니다.”
어느새 진정된 대원들이 팔을 휘두르며 괜찮다는 듯 대답했다.
“그럼 지금 바로 화성 진입을 시도해보려고 하는데, 다들 어떻게 생각해?”
로이의 물음에 휴이가 곧바로 되물었다.
“경로는요?”
“경로는 당연히….”
타다다다-
로이가 에보에 명령어를 입력하자, 화면에는 다음과 같은 메시지가 출력되었다.
[한 번 더 소행성 무리를 통과하시겠습니까? Y/N]“어때? 방금 일을 겪고 나니, 나는 연료를 아끼는 방향으로 가고 싶은데. 우리에겐 베스트 드라이버가 있으니까.”
“…괜찮을 것 같아요.”
“방금 인공지능의 운전실력을 보니, 나쁘지 않을 것 같네요.”
“위험해 보이긴 하지만, 그래도 조금 전 보단 나을 테니 저도 찬성입니다.”
대원들의 동의를 얻은 로이가 망설임 없이 키보드의 Y를 눌렀다.
[경로가 지정되었습니다. 지금부터 소행성 무리를 가로지릅니다.] [최종 목적지는 화성입니다.]“그럼, 오늘 점심은 화성에서 먹어 보자고.”
***
스페이스 Y의 우주선이 화성에 진입한 지 약 한 달 후.
‘…결과가 너무 좋은데?’
한 달 전, 우주선이 소행성 무리를 만나 탐사가 어려워질 뻔했지만. 막대한 연산력을 지원받은 인공지능 에보의 활약으로, 우주선은 무사히 화성에 진입할 수 있었다.
‘그리고 이 소식은 곧 전세계에 알려지게 되었지.’
사람들은 대부분 경악했다. SF영화에서나 보았던 일이 현실에서 이뤄졌으니 말이다. 특히, 스티븐 감독님의 영화에서도 이와 비슷한 상황이 있었기에. 사람들은 더더욱 이번 일에 열광했다.
‘그리고 그 덕분에 에보와 관련된 제품의 매출이 크게 올랐어.’
이제는 무서워질 정도로 매출 곡선은 가파른 절벽을 형성하고 있었다.
‘스마티도, 로키아도, BCD 가전제품도. 모두 생산량이 구매량을 따라잡지 못할 정도로 잘 팔리고 있지.’
강진수 사장이나 윌 게이츠 씨가 전화를 걸어와 행복한 비명을 지를 정도였다.
‘이번 우주 사업은 내게 큰 이득을 안겨주었어.’
의도한 것은 아니었으나, 이번 일로 인공지능 에보의 안정성과 성능을 세계에 증명할 수 있었다.
‘대신, 귀찮은 기업들이 달라붙게 되었지만.’
며칠 전부터 애플이나 일성전자에서도 인공지능 개발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는 뉴스가 종종 방영되었다.
‘애플과 일성에선 그동안 우리 인공지능 에보의 성능과 안정성을 깎아내렸었지. 그러면서도 몰래 인공지능을 개발하고 있다는 찌라시가 돌았었고.’
하지만 이번 스페이스 Y의 화성 탐사를 바라보며, 그들의 태도가 크게 바뀌게 되었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거야.’
지금처럼 몰래 개발했다간, 영원히 나를 따라잡을 수 없을 것으로 판단했을 것이다.
‘누가 뭐라 해도, 이 분야의 선두 주자는 우리 넥스인텔리니까.’
경쟁자가 생기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그들은 에보를 따라잡기 위해, 여러 가지 노력을 할 것이고. 나는 그들에게 추월당하지 않기 위해 쉬지 않고 달려가게 될 것이다.
‘그러니 앞으로 인공지능 분야의 발전 속도는 점점 빨라지게 될 거야.’
사실 나는, 언젠가 애플이나 일성이 우리 인공지능의 성능을 뛰어넘더라도 상관이 없었다.
‘내 목적은 이제 사업의 성공이 아닌, 세상을 변화시키는 것이니까.’
나는 이미 인공지능 사업을 성공시켰으므로, 충분히 만족한 상태이다. 그렇기에 이제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던진 돌멩이가 일으킨 파동이 세상을 어떻게 변화시키는지 지켜보는 것이었다.
‘물론, 그렇다고 쉽게 따라잡힐 생각은 없지만.’
인공지능 에보는 끊임없이 발전하고 또 발전할 것이다. 그렇게 발전한 에보는 내 상상력을 현실로 만들어 줄 것이고, 그것은 세상을 더 발전시키게 될 것이었다.
‘계속 노력하자.’
하고 싶은 것은 아직도 많았다.
새로운 사업도 머릿속에 마구 떠오르고 있었고, 아직 버킷리스트도 완성 시키지 못했다.
‘그러고 보니, 요즘 버킷리스트를 신경 쓰지 못했네.’
최근에 중요한 사건이 연달아 일어나서 신경 쓰지 못했지만, 버킷리스트의 완성은 내가 처음 로또에 당첨되었을 때부터 이루고 싶은 것이었다.
‘어디 보자….’
나는 오랜만에 버킷리스트를 꺼내 목록을 살펴보았다.
‘그동안 꽤 많은 목록을 완성했지만, 여전히 많은 리스트가 남았어.’
어릴 적 꿈이었던 화가에도 도전해야 하고, 헬기 조종도 배워야 했다. 열기구로 세계 여행도 해보아야 하고, 무인도에서 한 달을 살아보아야 한다.
‘그리고….’
나는 버킷리스트의 마지막 100번째 목록을 보며 생각했다.
‘이건 지금 당장 이루고 싶어.’
내 나이가 올해로 39세였다.
‘40살이 되기 전에 이 100번째 버킷리스트는 꼭 이루고 싶어.’
그러기 위해서는 많은 준비가 필요했다.
‘좋아, 성공적인 100번째 버킷리스트의 완성을 위해 계획을 세워볼까.’
그렇게 내가 노트를 꺼내, 뭔가를 그려나가기 시작했을 때. 자비르 씨가 노크를 하며 들어왔다.
“사장님, 소식 들으셨습니까?”
“어떤 소식이요?”
그럴 줄 알았다는 듯, 자비르 씨가 내게 신문 기사 몇 개를 보여주었다.
“이게 뭐죠…”
“새로운 패션 브랜드와 자동차 회사, 그리고 불치병 신약을 개발하기 시작한 어느 제약회사에 관한 기사입니다.”
“우리에게 위협이 될 정도의 회사들인가 보죠?”
이미 엄청난 매출을 기록 중인 우리이기에, 나는 농담처럼 말했다. 하지만 돌아오는 자비르 씨의 대답은 예상과 달리 매우 진지했다.
“아직은 아닙니다. 하지만 성장세를 보았을 때, 앞으로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습니다.”
“…그 정도라고요?”
나는 무척이나 놀라웠다. 우리 사업은 이미 완성형이라 볼 수 있는 인공지능 에보를 바탕으로, 발전하였으므로. 신생 기업이 우리를 따라잡기란 거의 불가능이었으니 말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하죠?”
“그건 잘 모르겠습니다. 기사에 언급된 기업의 기술력이 뛰어나긴 했지만. 우리 기업에 비하면 새 발의 피일 정도니까요. 다만, 두 가지 이상한 점을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자비르 씨는 내게 또 다른 자료 화면을 보여주었다.
[포미닛 패션 – 2028년 12월 15일.] [이볼 – 2028년 12월 15일.] [라반 인텔리 – 2028년 12월 15일.]“이건 기사에 언급된 기업들이 설립된 날짜입니다.”
“모두… 같네요?”
우연이었을까.
내가 손대고 있는 사업과 같은 직종의 신생 기업이 모두 같은 날에 설립되었다니 말이다.
“…당연히 우연이겠죠?”
“제 생각에는 아닌 것 같습니다.”
“그럼 설마, 세 기업이 모두 손을 잡고, 동시에 사업을 시작했단 말인가요?”
생각해보니 그럴듯했다.
앞서 말했듯, 나는 저 세 가지 분야의 선두 주자였으며. 그런 나를 따라잡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으므로. 세 명의 오너가 손을 잡고 각 분야에 집중한다면 조금이나마 승산이 생길 수 있을 거라 생각했을 테니 말이다.
‘그런데 굳이 그럴 이유가 있나?’
돈을 벌기 위해선 저 세 분야가 아니더라도. 좋은 사업이 많았다.
‘이건 마치 일부러 나를 저격하는 것 같잖아.’
나는 저 세 기업의 동일한 설립날짜에 어떠한 악의가 느껴졌다.
“자비르 씨는 왜 우연이 아니라고 생각하시나요?”
“왜냐하면….”
이어지는 자비르 씨의 말에, 나는 두 눈을 부릅떴다.
“저 세 기업의 오너가 모두 동일 인물이기 때문이며, 그 이름이 다름 아닌 폴 에이프릴이기 때문입니다.”
“예?”
폴 에이프릴.
마릭 알파이즈가 처음 내 앞에서 썼던 가명이었다.
“…정말 그가 확실한가요?”
“지금 올리버 씨가 확인하고 있습니다.”
“사진은요?”
“…기사에 실린 사진이 있긴 합니다.”
자비르 씨는 모니터에 어떤 남자의 사진을 띄워주었다.
“…마릭이 아니네요?”
“네, 그렇게 보이실 겁니다. 하지만 사장님도 아시다시피 얼굴이야 얼마든지 바꿀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그건 자비르 씨의 말이 맞았다.
‘그래, 마릭이라면 성형수술이야 얼마든지 받았겠지.’
게다가 자비르 씨가 보여준 자료를 자세히 읽어보니, 기업들이 발전하는 모습에서 놈의 흔적을 엿볼 수 있었다.
‘패션도 자동차도 신약 개발도. 모두 우연과 행운으로 진행된 것이 많아.’
사업의 종류, 오너의 이름, 그리고 커다란 행운.
이 모든 것이 그가 마릭 알파이즈라는 것을 나타내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만약 이 사람이 마릭이 맞다면, 세상에 자신의 모습을 드러낼 이유가 없었다.
‘마릭이 정말 살아있다면, 죽은 척 세상을 속여가며 겨우 탈옥했다는 건데. 이렇게 대놓고 앞에 나설 리 없어.’
아무리 얼굴을 바꿨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분명 나처럼 그를 알아보는 이가 나타날 것이다.
‘그렇게 되면 다시 잡혀들어가는 것은 시간문제야.’
나는 마릭을 아주 싫어하지만, 그렇다고 놈의 능력까지 낮잡아 보지는 않았다.
‘마릭은 머리가 비상한 인물이야. 그런 놈이 이런 멍청한 짓을 할 리 없어.’
만약, 놈이 이런 짓을 벌였다면. 분명 뭔가 이유가 있는 것이다.
‘…아무래도 100번째 버킷리스트를 이루는 것을 조금 미뤄야겠어.’
마릭이 다시 나타난 이상, 마음 편히 버킷리스트를 이룰 수는 없었다.
“자비르 씨.”
“네.”
“아무래도 놈과 만나봐야겠어요.”
“…예?”
놀라는 자비르 씨에게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이것저것 따져가면서 머리 싸움할 시간이 없어서요. 그냥 놈의 회사에 가서 대놓고 묻도록 하죠.”
그렇게 일주일 후, 나는 놈과 다시 만나게 되었다. 그런데.
“…혹시, 저를 아십니까?”
“…….”
놈과의 만남은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르게 전개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