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198
198화 100번째 버킷리스트
“세상에….”
사무실에 방문한 이지혜 씨가 내 얼굴을 바라보며 입을 떡 벌렸다.
“사장님, 무슨 일 있으세요?”
“무슨 일은요. 하하, 요즘은 매일 즐거운데요.”
거짓말은 아니었다. 100번째 버킷리스트를 이룰 수 있다는 생각에 늘 설레이는 기분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이어지는 이지혜 씨의 말에 나는 즉시 탁상 거울을 집어 들었다.
“그럼 입꼬리까지 내려온 그 다크서클은 뭔데요?”
“…네?”
거울로 얼굴을 살펴보니, 과연 그녀의 말대로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요 며칠 사무실에만 틀어박혀서 대체 뭘 하셨길래, 얼굴이 그 모양이 되신 거예요?”
“즐…거운 일이요…”
“…”
요즘 인터넷에 정보를 찾느라 집이며 사무실이며, 컴퓨터 앞에서 밤을 새우는 일이 허다했었으니까.
‘금방 결정할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옵션은 생각보다 많았고, 그것을 고르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100번째 버킷리스트를 이루는 게 쉬운 일이 아니네….’
매일 밤늦게까지 고민에 고민을 거듭하다 보니, 어느새 날이 새는 일이 허다했던 것이었다.
“무슨 고민 있으신 거예요? 제가 들어드릴 테니, 말씀해보세요. 혹시 알아요? 제가 도움이 될지.”
그런 이지혜 씨의 말에 나는 잠시 망설이다 입을 열었다.
“그게….”
“!!!”
내 사정을 모두 들은 이지혜 씨가 두 눈을 크게 떴다.
“어머, 정말요? 와아! 너무 잘 되었네요!”
“하하. 아직은 모르는 일이죠.”
“에이…. 잘 되실 거예요.”
“그래도 준비는 잘해야죠.”
“음… 제가 봤을 땐, 사장님은 생각이 너무 많으신 것 같아요. 그래서 쉽게 결정을 못 내리시고 며칠이나 밤을 새우신 거죠.”
그런 이지혜 씨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인생에서 엄청 중요한 일인데, 생각이 많을 수밖에 없지 않나요?”
“그건 그런데, 정도가 과하다는 거죠. 이것저것 옵션이 늘어나면, 그만큼 최고의 선택에서 멀어질 수 있거든요. 왜,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말이 있잖아요.”
“음….”
듣고 보니 일리가 있었다.
“그럼 제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사장님, 옵션을 고를 때. 처음으로 마음에 들으셨던 것이나 가장 먼저 찾아본 것이 있지 않나요?”
당연히 있었다. 하지만 그것은 무언가 많이 부족해 보이는 옵션이었다.
“아뇨, 그렇지 않아요. 그런 것은 대개, 처음 생각했던 것이 정답이니까요.”
“…그럴까요?”
“네. 저는 그렇게 생각해요.”
“흐음….”
이지혜 씨의 조언을 들으니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여전히 확신은 들지 않았다.
“조언 고마워요, 이지혜 씨.”
“넵. 그럼 저는 이만 공연 준비하러 가볼게요.”
이지혜 씨가 사무실을 나서다가 다시 뒤를 돌아 내게 외쳤다.
“미리 축하드려요! 화이팅!”
“하하, 고마워요.”
그렇게 다시 혼자가 된 사무실에서, 나는 생각했다.
‘…그래. 나 혼자 고민할 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의 조언을 들어보자.’
그렇게 결심이 선 나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나, 루미스 패션 사무실로 향했다.
.
.
.
“어머, 축하드려요!”
“드디어 사장님도 이렇게 되는군요.”
“와아, 이런 날이 다 오네요! 히히!”
내 사정을 들은 한유경 씨, 곽창민 디자이너, 그리고 임예진 디자이너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그래서 여러분에게 조언을 구하고자 이렇게 찾아왔습니다.”
“조언이라… 글쎄요. 그쪽 분야는 아직 제가 문외한이라….”
곽창민 디자이너가 난감해했지만, 다른 두 사람은 눈을 더욱더 반짝이며 말했다.
“음… 제 생각엔 말이죠. 이것보단 저게 더 나을 것 같긴 해요.”
“저도요. 너무 화려한 건 부담이니까요. 수수하지만 진심이 느껴지는 게 더 좋아요.”
“아, 그리고….”
“그런데 그것보단 이게 더 낫지 않나요?”
“무슨 소리예요? 당연히 그게 더 낫죠.”
“아니, 제 생각엔….”
두 여성은 서로의 의견을 하나씩 내다가, 급기야 마치 제 일인 양 적극적으로 토론을 하기에 이르렀다.
“사장님, 아무래도 이만 가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곽창민 디자이너가 내게 속삭였다. 열을 올리며 열심히 이야기하는 두 여성의 모습에, 나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뒤를 부탁합니다.”
그렇게 나는 두 여성 몰래 사무실을 빠져 나왔다.
‘그럼 다음으로….’
나는 마침 일이 있어 한국으로 돌아온 구상민 씨를 만나러 갔다.
“중대한 결정을 내리셨군요.”
“하하, 아무래도 나이가 있으니까요. 더 미루면 안 되겠다 싶더라고요.”
“그건 그렇네요.”
“그래서 여러 사람의 조언을 들어보고 있습니다.”
“음….”
구상민 씨는 잠시 고민하였고, 잠시 후 내게 딱 알맞은 조언을 해주기 시작했다.
“화려하지 않지만 화려해야 합니다. 부담스럽지 않으면서도 정성과 진심이 느껴져야 하죠.”
“…너무 어려운데요?”
“어렵게 들리시겠지만, 생각보다 간단한 일입니다.”
구상민 씨는 내게 무언가를 이야기해주었고, 그것을 들은 나는 곧바로 어느 장소를 떠올릴 수 있었다.
“감사합니다, 구상민 씨.”
“행운을 빌겠습니다, 대표님.”
그렇게 구상민 씨의 조언을 들은 나는, 마지막으로 한 사람을 더 찾아갔다.
“현민아, 어서 오렴.”
“잘 지내셨죠? 원장님.”
원장님은 갑작스러운 방문에도 나를 흔쾌히 맞이해 주셨다.
“그래, 고민이 있다고?”
“네. 제가 사실은….”
내 고민을 모두 들은 원장님이 놀랍고도 기쁜 얼굴로 말씀하셨다.
“계획하지 말렴. 그냥 마음이 가는 대로 해.”
“예? 어째서요? 이런 일은 매우 많은 준비가 필요하지 않나요?”
원장님이 빙긋 웃으시며 대답하셨다.
“어차피 이런 일은 철저한 준비보단, 진심이 통하는 것이 중요하단다. 오히려 과하게 준비를 하다가 진심이 흐려질 수도 있다고 나는 생각해.”
“겉치레보단, 그 안에 담긴 진심이 중요하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지.”
원장님은 주름이 자글한 손으로 내 머리를 쓰다듬으셨다.
“우리 현민이, 어느새 커서 이런 고민도 다 털어놓고. 대견하네.”
“하하, 제 나이가 몇인데요.”
“내 눈에는 네가 30살이든 40살이든 80살이든. 어린아이로 보인단다.”
원장님은 흐뭇한 눈빛으로 내게 한 가지 조언을 더 해주셨다.
“그리고 준비하려고 하는 것은 이왕이면 비싼 것보단,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걸로 준비해두렴.”
“예를 들면요?”
“그건 네가 더 잘 알지 않을까?”
그런 원장님의 말에 나는 한 가지 떠오르는 것이 있었다.
“감사해요, 원장님.”
“그래. 또 놀러 오렴.”
원장님과 헤어진 나는 곧장 사무실로 돌아와, 선반에 놓인 물건 두 개를 집어 들었다.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물건이라면, 이것밖에 없지.’
그렇게 나는 두 개의 물건을 들고, 성윤복 장인을 찾아갔고. 그분의 인맥을 통해 최고의 세공사를 소개받을 수 있었다.
그리고 임예진 디자이너에게 다시 연락하여, 세공사분과 함께 협업해 줄 것을 부탁드렸다.
“그럼, 잘 부탁드려요.”
그렇게 며칠 후.
나는 아일라에게 연락했다.
-제주도에 여행을 가자고?
“응. 자기 이제 바쁜 일정은 끝났다며.”
-음… 그래, 좋아! 간만에 여행이나 다녀오자.
“그럼, 일정은 내가 알아서 정해도 되지?”
-응. 마음대로 해. 나 당분간은 시간 널널하니까.
“알았어. 일정 정해지는 대로 연락할게.”
-히히, 자기와 단둘이 여행이라니. 기대된다.
그렇게 아일라와의 제주도 여행이 결정되었다.
***
“와아!”
오랜만에 방문한 제주도는 역시나 아름다웠다. 하늘은 구름 한 점 없이 높고 맑았으며, 바람은 딱 시원할 정도로만 살랑살랑 불어왔다.
“후하! 그리웠어! 내 사랑 제주 아일랜드!”
아일라가 신난 표정으로 활짝 웃으며, 어디론가로 달려갔다.
“자기! 어디 가는 거야!”
“히히! 빨리 따라와! 제주도를 제대로 즐기려면 시간이 부족하다고!”
나는 천진난만하게 달려가는 그녀를 따라가며,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하여간 못 말린다니까.’
우리는 그렇게 한참을 내달리며, 자유로운 기분을 만끽했다.
“기분이 너무 좋아!”
“하하, 힘들긴 하지만. 가끔 이런 것도 괜찮네. 그런데 자기, 배고프지 않아?”
꼬르륵-
내가 그렇게 말하자마자, 아일라의 뱃속에서 밥달라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으… 자기… 이건 내 배에서 울린 소리가 아니야… 알지?”
아일라의 얼굴이 빨개지며 창피해했지만, 나는 그 모습마저 귀여워 보였다.
“얼른 밥 먹으러 가자.”
그렇게 우리가 도착한 곳은, 제주도 흑돼지 바비큐 맛집이었다.
“우와아아아-!”
마당에서 흑돼지 한 마리가 통째로 구워지고 있는 모습에, 아일라의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아일라, 얼른 자리에 앉아.”
우리는 흐르는 군침을 닦으며 가장 경치가 좋은 자리에 앉았다. 그렇게 잠시 후, 수북히 쌓인 흑돼지 바비큐 한 접시가 우리 테이블에 올랐다.
“으음…!”
고기 한 점을 맛본 아일라가 몸을 떨었다.
“이렇게 부드러운 고기는 처음이야!”
겉은 잘 튀겨진 튀김처럼 바삭했으며, 속은 입에 들어가자마자 녹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그리고 그 안에서 뿜어져 나오는 육즙은 아주 기가 막혔다.
“이거….”
“멈출 수가 없는데…”
그렇게 우리는 식사에 열중했고, 순식간에 한 접시를 끝내버렸다. 그러자 가게 직원이 우리 테이블에 접시를 리필해 주었다.
“나 이미 배가 부른데…”
“그런데 계속 들어가지 않아?”
배는 불렀지만, 도저히 참을 수 있는 맛이 아니었다.
그렇게 한참을 식사한 우리는, 빵빵해진 배를 두드리며 가게를 나올 수 있었다.
“진짜진짜지인짜! 맛있었어!”
아일라는 매우 행복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이제 배도 채웠으니, 소화를 좀 시켜볼까?”
나는 아일라를 데리고, 내가 제주도에 오면 꼭 한 번 다시 해보고 싶었던 패러글라이딩을 하러 갔다.
“꺄아아아!”
드넓은 창공에 아일라의 높은 음색이 울려 퍼졌다. 하지만 그 속에는 아일라의 즐거운 웃음소리가 섞여 있었다.
“너어무 재밌어!”
즐거워하는 아일라의 반응에, 나 또한 덩달아 소리를 질렀다.
“우와아아아-!”
그것은 극강의 자유로움이었으며, 일상에서 벗어나 어디로든 갈 수 있는 그런 행복함이었다.
“가자아아!”
푸른 하늘과 바다. 그 경계면에서 우리는 함께 자유를 만끽했다.
***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마친 우리는, 사륜 바이크, 카트 라이딩 등의 다양한 활동을 하였고.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물기 시작했다.
“아일라, 이제 숙소로 가봐야겠는데?”
“좋아. 그런데 예약한 숙소가 어디야?”
그런 아일라의 물음에 나는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가보면 알아.”
잠시 후 숙소에 도착하자, 아일라는 두 눈을 동그랗게 뜨며 말했다.
“여긴…”
“맞아. 우리가 처음 만났던 곳이지.”
이곳은 내가 제주도 여행에서 아일라와 처음으로 만나, 내 삶의 방향이 결정되었던 바로 그곳이었다.
“낭만적인데?”
아일라는 추억에 젖은 눈으로 이곳저곳을 둘러보기 시작했다. 나는 그런 아일라에게 말했다.
“일단 짐부터 두고, 좀 씻을까? 활동적인 체험을 많이 해서 땀을 좀 흘렸잖아.”
“음… 그러지 뭐.”
오랜만에 뵙는 주인아저씨의 안내를 받아, 우리는 숙소에 들어섰다.
“그럼 누가 먼저 씻을래?”
“아일라가 먼저 씻어. 나는 뭐 좀 할 게 있어서.”
“그래, 알았어.”
그렇게 아일라가 욕실에 들어간 뒤, 나는 재빨리 숙소를 빠져나와 주인아저씨에게로 향했다.
“사장님, 준비는 다 된 거죠?”
“그러엄! 완벽하죠! 그래도 직접 한번 체크해보세요.”
그 말에 따라, 나는 건물 뒤쪽 장소로 향해 여러 가지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음향 장비 오케이, 조명 오케이, 대형 TV도 오케이. 그리고 마지막으로 제일 중요한….’
나는 테이블 위에 놓인 케이스를 열었다.
반짝.
안에는 금빛 무늬가 아름답게 세공된 한 쌍의 은반지가 들어있었다.
‘케빈의 할아버지가 주신 행운의 반지에 아일라와 함께 주웠던 행운의 동전을 녹여 세공한, 세상에서 단 하나뿐인 반지.’
두근두근두근두근.
프로포즈를 앞둔 내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