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201
1화 – 파워볼 (1)
‘결혼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니.’
실감이 나질 않았다.
그동안 쭉 혼자였던 내가, 이렇게 어엿한 가정을 이루게 되었다니 말이다.
몇 년 전만 해도 나는 내 인생에 결혼이라는 단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었다. 내 앞가림하기도 벅찬데, 다른 이를 책임진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었으니 말이다.
하지만 죽다 살아나며 운수가 트이게 되었고, 그 덕분에 나는 이렇게 복에 겨운 행복을 손에 넣게 되었다.
‘…아일라가 벌써 보고 싶네.’
우리는 깨가 쏟아지는 신혼이었지만, 그녀의 직업 특성상 오랫동안 일을 쉴 수는 없었기에. 아일라는 콘서트 준비를 하러 어제 아침 비행기를 타고 미국으로 향했다.
‘…미국에도 신혼집을 하나 만들어 놓을까? 그러면 아일라와 떨어지지 않아도 될 텐데.’
이곳 로열 리버파크 아파트는 내가 꿈꾸던 집이었다. 꿈에 그리던 한강뷰에, 드넓은 평수는 과거의 나였다면 절대 꿈도 못 꿀 고급 아파트였으니 말이다.
그런데 막상 결혼하고 나니, 전세계를 돌아다니는 아일라와 함께 지내기엔 한국의 아파트는 부족함이 매우 느껴졌다.
‘…그냥 나라별로 집 한 채씩 사둘까.’
생각해보니 나와 아일라는 해외에 자주 나갈 일이 있으므로,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그리 많지 않았다.
‘하지만 나라별로 아파트가 있다면 얘기는 달라져.’
전세계에 머물 곳이 생긴다면, 우리가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다.
‘이왕 그럴 거면, 아파트보단 단란한 주택이나 아늑한 별장이 더 좋을지도?’
나의 이런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며 점점 눈덩이가 되었고, 호텔 사업을 시작하면 어떨까 하는 생각에까지 이르게 되었다.
‘괜히 집만 여러 채 사두면, 관리하기 힘들 거야. 하지만 전세계에 내 소유의 호텔이 있다면, 언제든 편안하게 쉴 수 있는 거점이 생기는 셈이지.’
생각해볼수록 괜찮은 아이디어였다.
‘좋아, 그럼 바로….’
그렇게 내가 자비르 씨에게 새로운 사업에 관한 문자를 보내 놓으려던 찰나, 그보다 한발 빠르게 누군가의 전화가 걸려 오기 시작했다.
‘상필이?’
상필이는 현재 새로 만든 게임의 런칭을 앞두고 있었으므로, 눈코 뜰 새 없이 바쁜 시기였다. 그런 녀석이 굳이 전화를 걸었다는 것은 뭔가 도움이 필요하다는 뜻일 수 있었기에 나는 서둘러 통화버튼을 눌렀다.
“상필아! 무슨 일 있어?”
-무슨 일이 있긴 하지.
“뭔데? 설마, 회사에 무슨 문제라도 생긴 거야?”
-뭐어?
상필이는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야, 네가 맨날 과할 정도로 지원해주는 데 문제 생길 게 뭐가 있겠어. 오히려 회사가 너무 잘나가서 걱정이라면 걱정이랄까.
“휴… 난 또 뭔 일이 생긴 줄 알았네. 그럼, 이렇게 늦은 시간에 전화는 왜 한 거야? 급한 일인 줄 알았잖아.”
-야, 야. 내가 너한테 전화를 거는데, 무슨 이유씩이나 필요하냐. 그냥 안부 전화지. 겸사겸사 신혼여행 썰도 듣고 싶었고.
“…갑자기?”
-뭐가. 그냥 궁금할 수도 있지. 근데 어제 제수씨가 미국으로 출발한 것 같던데.
“…그건 또 어떻게 알았냐.”
-흠흠… 그… 문제는 없는 거지?
얘기를 나눠보니, 상필이 녀석은 SNS를 통해 아일라가 미국으로 돌아갔다는 소식을 접하곤. 혹여나 우리가 싸운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되어 전화를 건 모양이었다.
“하하! 난 또 뭐라고. 우리 아무런 문제 없어. 오히려 눈만 마주치면 뜨겁게 불타 오르….”
-야야, 사이 좋다면 됐어. 너희의 꿀 떨어지는 얘기를 그렇게 디테일하게 알고 싶지 않아!
“…그래?”
아일라와의 신혼 생활을 조금 자랑하고 싶었던 나는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요즘 회사는 어때? 새 게임 런칭 일정에 문제는 없어?”
-내가 누구냐. 당연히 완벽하게 준비해 두었지. 아마 우리 게임이 출시되면, 세상 모든 게이머가 놀라게 될 거다.
상필이의 확신에 가득 찬 목소리에 나는 슬쩍 미소 지으며 긍정했다.
“하긴, 그렇겠네. 핵이 없는 최초의 FPS 게임이 될 테니까.”
상필이는 나의 지원으로 인공지능 에보를 활용하여 불법 핵을 100% 검출해내는 시스템을 개발할 수 있었으므로, 흥행은 보장이 되었다고 볼 수 있었다.
-두고 봐라. 우리 회사 게임이 올해의 GOTY(Game OF The Year, 올해를 대표하는 가장 우수한 게임에 수여하는 상)를 받을 테니까.
“그래, 기대하고 있을게.”
나는 진심으로 상필이를 응원했다.
-그럼, 내 근황은 다 얘기했으니. 이제 네 차례야.
“뭐가?”
-아까 신혼여행 썰 좀 풀어달라고 말했었잖아. 어땠는지 소상히 보고해봐.
“뭐야, 정말 듣고 싶었던 거야? 그게 그렇게 궁금해?”
-그럼! 나도 언젠가 가게 될 텐데, 미리 경험자의 이야기를 들어놓는 게 좋지 않겠어?
상필이의 말도 일리는 있었다. 나도 사전 지식의 부족으로 인해, 신혼여행에서 다소 아쉬운 게 있었으니 말이다.
“좋아, 내가 특별히 자세하게 설명해줄게.”
나는 상필이에게 미리 알지 못하면 불편한 사항들을 중심으로 내 신혼여행 이야기를 해주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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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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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가장 중요한 건, 현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가이드를 고용해야 한다는 거야. 그런데 그런 가이드를 어떻게 찾느냐면….”
-…현민아.
“응?”
-귀에 딱지 앉겠다. 아까부터 대체 비슷한 소리만 몇 번째냐. 네가 말해준 이야기의 모든 결론은 결국 너의 도움을 받으라는 거잖아.
“그… 렇지?”
다른 방법도 많았지만, 가장 확실하고 빠른 방법은 내가 직접 찾아주는 것이었으니 말이다.
-됐어. 나 그렇게 일일이 챙겨줘야 하는 어린애 아니다. 그 정도는 나도 혼자 알아서 할 수 있어.
하긴 그럴 것이다. 녀석이나 나나 이제 내일모레면 40줄이니까.
“내가 너무 오버했나?”
-그래, 임마. 나는 그저 네가 얼마나 즐겁게 여행했는지를 듣고 싶었을 뿐이라고.
“그러냐. 그럼, 지금부터라도 이야기해줄까?”
녀석에게 들려줄 이야기는 산더미처럼 많았지만, 아쉽게도 상필이는 내 제안을 거절했다.
-나도 이제 일하러 가봐야지. 할 일이 산더미다.
“아직도 그렇게 바빠? 게임은 이미 완성된 거잖아?”
-말도 마. 오히려 개발할 때보다, 런칭 직전이 더 바쁜 것 같아. 뭔 자질구레한 일이 그렇게 많은지…. 게다가 런칭 당일까지도 방심은 금물이야. 우리가 모르는 버그가 분명히 있을 테니, 끝까지 점검해야 해.
“그건 그렇겠네.”
나 또한 게임을 좋아했으니, 상필이가 무슨 말을 하는지 대충 이해가 되었다.
-그럼, 나중에 또 전화할게.
“그래. 파이팅하고.”
-어. 다음에 보… 어?
전화 너머에서 상필이의 당혹스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왜? 무슨 일 있어?”
-이게 말이 되나?
“뭐가?”
-아니, 그게… 방금 인사팀에서 문자가 한 통 왔는데….
이어지는 상필이의 말에 나는 상당히 놀라고 말았다.
“뭐? 같이 일하던 직원이 파워볼에 당첨되었다고?”
-어. 그래서 이제 회사를 때려치우겠다네?
“이런…. 혹시, 그 직원이 중요한 사람이었어?”
-핵심 개발 부서였으니, 중요하다면 중요한 사람이긴 했지. 그런데 괜찮을 것 같아. 어차피 게임은 완성이 되었으니까.
“그건 다행이네. 그런데 왜 그렇게 당황한 건데?”
그런 나의 질문에 상필이는 당연한 걸 왜 묻냐는 말투로 되물어왔다.
-아니, 내 주변에서. 그것도 저번 주까지도 얼굴 마주했던 사람이 파워볼 당첨자가 되었는데, 놀라는 게 당연하지 않아?
“…뭐, 그럴 수도 있겠네.”
-음… 너 반응이 어째 뜨뜻미지근하다?
상필이의 말대로 나는 파워볼에 당첨되었다는 말에 별 다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그도 그럴 것이.
“사실 나도 옛날에 파워볼 당첨자가 될뻔했었거든.”
-뭐? 그게 무슨 소리야?
나는 예전에 라스베이거스에서 있었던 일과, 얼마 전에 마릭. 아니, 폴 에이프릴 씨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러니까 예전에 라스베이거스의 어느 가게에서 파워볼을 샀었는데, 그게 아무래도 당첨 복권인 것 같고. 네 복권을 보관하고 있던 양심적인 판매자가 원래 주인인 네가 나타날 때까지 기다리고 있었다?
“어. 내가 나타나지 않아서 결국 그 가게 주인이 당첨금을 수령했데. 그런데 지금까지 한 푼도 쓰지 않고 보관하고 있다지 뭐야.”
-…세상에.
상필이는 어이없다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내 친구가 로또에 연금복권에, 이제는 파워볼까지 당첨 되었었다니….
“엄밀히 말하면, 당첨자까지는 아니야. 아까도 말했듯이, 나는 그 파워볼 용지를 복권방 사장님께 드렸었으니까.”
-…현민아. 내가 정말 이해가 안 돼서 그러는데. 대체 왜 그런 거야?
“그것도 조금 전에 말해줬잖아.”
-계속 복권 당첨금만 노리다간, 성취감을 잃어버릴 것 같다고 한 그 미친 소리?
“어. 그리고 애초에 비행기 시간이 다 되어서 어쩔 수 없었다니까.”
파워볼은 해외 반출되는 순간, 무효가 되었기에. 당시의 나는 당첨이 되었다고 해도, 어차피 당첨금을 수령할 수 없었다.
-그게 무슨 말이야? 당첨금을 수령할 방법이 왜 없어.
“내 설명을 뭐로 들었냐? 파워볼 용지를 들고 비행기를 타면 무효가 된다니까?”
-그니까. 용지를 안 들고 타면 되잖아.
“…”
-공항 물품보관소에 맡겨두었다가 나중에 찾으러 와도 되고. 비행기 시간을 미뤄도 되고. 또는, 나한테 연락해서 대신 챙겨달라고 해도 되는 것 아니야?
“…아?”
-그리고 복권에 한 번 더 당첨된다고 해서, 성취감을 느끼지 못하게 될 거라는 건. 너무 오버 아니야? 너는 이미 두 번이나 복권에 당첨되었으니, 한 번 더 당첨되어도 큰 변화는 없을 것 같은데.
상필이의 말도 일리가 있었지만, 그럼에도 나는 그때의 선택이 옳았다고 생각했다.
‘계속된 행운에 의지하다 보면, 내가 느낄 수 있는 행복의 최대치가 점점 줄어들었을 거야.’
예전부터 말했듯, 나는 성취를 얻을 때 가장 큰 행복을… 아니, 이젠 두 번째로 큰 행복을 느낀다.(이제 내 가장 큰 행복은 아일라다.)
그러므로 나는 그때의 선택을 전혀 후회하지 않았다.
다만.
‘만약 그때의 내가 파워볼에도 당첨되었다면 어땠을지 궁금하긴 하네.’
당시의 나는 아직 큰 사업에 손을 대지 않았던 시기였기에, 파워볼의 엄청난 당첨금을 감당하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내게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행운이 있지.’
나는 운이 매우 좋으므로, 파워볼의 엄청난 당첨금으로 분명 무언가 대단한 일을 해내었을 것이다.
‘그랬다면, 지금 내가 이룬 모든 것을 조금 더 일찍 얻을 수 있었지 않았을까? 그랬다면 세상은 더욱 빠르게 변화했을지도 몰라.’
내 머릿속에 그러한 의문이 생겨나자, 나는 그때의 내 선택이 과연 최선이었을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개인적으로는 최고의 선택이었지만, 모두를 위한 최고의 선택은 아니었을지도 몰라.’
예전의 나였다면, 그저 나 자신의 행복만을 추구했겠지만. 지금의 나는 달랐다. 내 손으로 세상을 변화시키는 즐거움을 알아버렸으니 말이다.
‘…뭐, 이제와서 의미 없는 일이지만.’
지난 과거는 돌아오지 않는다. 나는 이미 선택 했고, 그 결과에 만족하고 있었다. 그러니 지금 머릿속에 떠오른 여러 가지 가정은, 그야말로 쓸데없는 잡생각일 뿐이었다.
‘그러고 보니, 그 사람은 어떻게 지내고 있으려나…’
파워볼에 대해 계속 생각하다 보니, 나는 한 사람의 근황이 궁금해졌다.
‘제이드 데이비드 씨라고 했었지?’
아까 상필이에게도 언급한, 파워볼 복권 가게의 주인이자. 내 파워볼 당첨지를 끝까지 보관하려고 했던 사람.
‘폴 에이프릴 씨에게 그 사람의 이야기를 듣고, 만나 보러 가기로 마음먹었었는데. 차일피일 미루다 보니 그만 깜박 잊고 말았네.’
결혼식 준비가 너무 바빠서 그만 까맣게 잊고 말았다.
‘이제 시간도 생겼으니, 슬슬 그를 만나러 가볼까?’
나는 상필이와의 통화를 종료하며, 그를 만나러 가기로 마음먹었다.
‘그런데 그때 파워볼 당첨금이 얼마였더라?’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