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204
4화 –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사람들은… (1) 며칠 후, 나는 제이드 씨를 만나 당첨금을 나누었다.
“정말 감사합니다, 미스터 윤.”
제이드 씨는 당첨금을 나누어준 내게 매우 고마워했다.
“아닙니다. 제이드 씨가 아니었다면, 저는 이 절반의 당첨금도 받을 수 없었을 겁니다. 저야말로 제 당첨금을 보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내가 되려 감사 인사를 전하자, 제이드 씨는 어쩔 줄 모르겠다는 얼굴로 어색하게 내 인사를 받아주었다.
“그나저나 제이드 씨, 이렇게 많은 돈이 생기셨는데. 앞으로 어떻게 하실 계획이신가요?”
나는 슬쩍 그의 의중을 떠보았다. 짧지만 내가 보아온 그의 모습이라면, 엇나가지는 않겠지만. 워낙 금액이 많다 보니 약간의 불안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다행히도 이어지는 그의 대답에, 나는 매우 안심되었다.
“솔직히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습니다만… 막연하게 생각해 둔 것은 있습니다.”
“그게 뭔가요?”
“…학교를 세우고 싶습니다.”
“학교요?”
제이드 씨는 배우고 싶어도 배울 수 없는 환경의 아이들을 가르치는 시설을 만들고 싶어 했다.
“훌륭하시네요.”
“미스터 윤이 나눠주신 이 당첨금이면, 학교 하나쯤은 세울 수 있지 않을까요?”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다만, 이왕이면 훌륭한 선생님들을 모시고 싶은데. 제가 이쪽 방면에는 완전히 문외한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음….”
그런 거라면 걱정할 게 없었다.
“제가 도와드리죠. 제가 이래 봬도 인맥이 꽤 되거든요.”
“정말입니까?! 그래 주신다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내친김에 학교를 세울 장소도 제가 알아봐 드리겠습니다. 제가 아는 사람 중에 알렉스 램지 씨라고, 세계적인 부동산 전문가가 있거든요.”
그렇게 나는 제이드 씨를 도와주겠다는 약속을 하며 그와 작별 인사를 나눈 뒤, 곧장 공항으로 향했다.
“정말 괜찮으신 겁니까?”
전용기에 오르자마자 자비르 씨가 걱정스럽게 물어왔다.
“뭐가요?”
“제이드 씨가 파워볼 당첨금을 다 드리겠다고 했는데도, 거절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대략 10억 달러 정도를 잃으신 셈인데, 혹시 사장님 마음속에 상실감이 들지는 않았는지 걱정이 돼서요.”
“음….”
상실감이라.
나는 그에 대해 잠시 생각해보았지만, 딱히 별다른 생각은 들지 않았다.
“글쎄요. 워낙 큰 금액이라, 10억 달러든 20억 달러든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이 되네요.”
1조든 2조든 어차피 내가 평생 다 써보지도 못하는 돈 아니겠는가.
“그리고 당첨금을 반으로 나누지 않았다고 해도, 저는 별생각이 없었을 것 같습니다. 애초에 지금 벌어들이는 수입으로도 만족하고 있거든요.”
“…사장님은 정말 대단하신 것 같습니다. 저라면 어떻게 해서든 당첨금을 돌려받으려 애썼을 테니까요.”
“하하, 그런가요?”
나는 멋쩍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어쨌거나 아까 이야기한 대로, 제이드 씨가 설립할 학교에서 고용할 훌륭한 선생님들을 알아봐 주세요.”
“네, 알겠습니다. 그럼, 추가로 제가 알렉스 램지 씨에게도 연락해 볼까요?”
“아, 그 분께는 제가 직접 연락할 테니 신경 쓰지 않으셔도 됩니다.”
“사장님께서 직접요?”
내 말에 자비르 씨가 조금 놀란 듯한 반응을 보여왔다.
“왜 그러시죠?”
“음… 솔직히 사장님께서 이렇게 손수 나서서 제이드 씨를 도우려고 하시는 이유를 모르겠습니다. 막말로 그를 돕는다고 해서 사장님께 이득이 되지는 않지 않습니까?”
자비르 씨의 말도 일부는 옳았다. 제이드 씨는 나의 다른 인맥과는 달리, 특출나게 뛰어난 재능의 소유자가 아니었으니까.
하지만 자비르 씨가 놓치고 있는 사실이 하나 있었다.
“제 생각엔 제이드 씨를 도우면, 언젠가 큰 이득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제이드 씨는 아이들이 자유롭게 공부할 수 있는 학교를 설립하고 싶어 했다. 그 말은 곧, 미래의 인재들을 키운다는 것과 같았다.
“아이들에게는 무수한 잠재력이 있습니다. 저희가 준비한 훌륭한 선생님의 지도하에, 숨겨진 재능을 키울 수만 있다면. 우리는 우리가 키워낸 인재를 손쉽게 영입할 수 있겠죠.”
“…사장님의 말씀을 듣고 보니, 제 생각이 짧았던 것 같습니다. 역시, 사장님의 혜안은 대단하시네요.”
자비르 씨는 진심으로 감탄했다.
‘물론, 그렇게 계산적으로 생각한 것은 아니지만.’
방금의 말은 그저, 자비르 씨에게 둘러대기 위해 급히 지어낸 이유였을 뿐. 제이드 씨를 돕는 데에 특별한 이유는 없었다.
‘그냥 돕고 싶었던 것뿐이야.’
물론, 내가 가진 커다란 행운이 이라면. 방금 내가 말한 이유가 현실화가 될 확률이 높았다.
‘궁금하네. 과연 그 학교에서 어떤 인재를 찾을 수 있을까?’
나는 제이드 씨의 학교를 졸업한 훌륭한 인재가 너무나도 기대되었다.
“그런데 사장님, 곧장 한국으로 돌아가실 건가요?”
“음….”
원래는 그럴 생각이었지만, 막상 한국에 돌아가도 딱히 할 일이 없었다.
‘회사도 이제 알아서 굴러가고, 내가 개입할만한 특별한 이벤트도 없으니….’
그렇다고 다른 나라에서 할 일도 딱히 없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렇게 여유로울 때, 할만한 일이 하나 생각났다.
‘그동안 하지 못했던 그림이나 왕창 그려봐야겠어.’
이번 기회에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인 화가가 되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던 나는, 자비르 씨에게 곧장 한국으로 가자고 말했다.
***
한국에 도착한 나는 의욕이 만만한 상태로, 곧장 그림을 그리는 데 필요한 재료를 모조리 구매하여 집으로 향했다.
‘사무실은 이제 복잡하니, 집에서 그림을 그리는 게 나아.’
예전에는 라이브 카페의 규모가 그리 크지 않았기에, 사무실에서 그림을 그리는 것이 가능했지만. 지금은 건물 전체가 전부 카페가 되었으므로, 내가 사무실에 출근하게 되면 여러 가지 바쁜 일이 생기고 만다.
‘그리고 지금은 조용한 곳에서 나 혼자 집중하고 싶어.’
넓은 거실에 놓인 텅 빈 캔버스를 바라보며, 나는 생각에 잠기었다.
‘어떤 그림을 먼저 그려볼까.’
나는 그동안 내가 경험했던 것들을 그림으로 남겼었지만, 최근까지 너무 바쁜 바람에 그림 그릴 시간이 없었다.
‘마지막으로 그렸던 그림이 아마 아우토반에서 질주했던 광경이었던 것 같은데….’
그렇다면 그 이후의 것들을 그림으로 남길 차례였다.
‘좋아, 그럼 가장 먼저….’
나는 아일라와 연인이 되었던 순간을 그리기 시작했다.
‘그날의 밤바다가 어땠더라?’
날씨는 조금 쌀쌀했고, 주변은 고요했었다.
아일라의 품은 따듯했고, 심장이 마구 요동쳤었다.
‘그래. 바로 이 느낌이야.’
그날의 기억과 설렘을 떠올리며, 나는 캔버스에 거침없이 스케치하기 시작했다.
쓱싹-
스케치는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그날의 기억이 선명하게 남아있던 덕분이었다.
‘이제 물감을 칠해야 하는데….’
나는 구매한 유화물감의 포장을 벗기며 생각했다.
‘…잘 될지 모르겠네.’
유화로 그림을 그리는 것은 익숙하지 않았기에, 나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일단 해보자.’
유화물감을 아크릴판에 짜낸 후, 나는 조심스럽게 붓질하기 시작했다.
‘유화는 한 번에 그림을 완성할 수 없어. 그러니 조급할 필요가 없지.’
다른 그림과는 달리, 유화는 색을 칠하고 말리는 과정이 필요했다.
‘그것도 그 과정을 여러 번이나 반복해야 하지.’
그러므로 그림을 하나 완성하는 데, 굉장히 오래 걸린다는 단점이 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내가 유화를 택한 이유가 있었다.
‘유화는 다른 그림에 비해서 튼튼하고 오래 보존할 수 있어.’
나는 다른 추억과 달리, 아일라와의 연인관계가 시작된 이 기억과 설렘만큼은 세월이 지나도 변하지 않았으면 했다.
‘그런 점에선 유화가 제격이야.’
그리는데 매우 수고스럽고, 힘도 들지만. 유화 특유의 내구성과 깊이 있는 색감, 그리고 은은한 광택을 생각하면. 분명 완성했을 때 굉장히 보람이 찰 것 같았다.
쓰윽- 쓱!
그렇게 나는 밤을 새워가며 캔버스에 바탕색을 모두 칠하는 데 성공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어제 오후 노을이 질 때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는데, 창밖에는 벌써 해가 밝아오고 있었다.
‘일단 한숨 자야겠어.’
하아아암-
나는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곧장 침실로 향해 그대로 잠에 빠져들었다.
.
.
.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약 한 달이 지났다.
‘이대로는 안 돼.’
나는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그림을 보며, 짧은 한숨을 내쉬었다.
‘설마, 이렇게까지 오래 걸릴 줄이야.’
유화가 완성되기까지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실제로 겪어보니 시간 낭비가 너무 심했다.
‘간단한 그림이라 금방 끝날 줄 알았는데, 그리다 보니 너무 욕심이 났어.’
처음에는 아일라와의 추억을 떠올릴 수 있을 정도의 간단한 그림을 그리려 했다. 하지만 그림을 그릴수록, 아일라와의 아름다운 기억을 더욱 자세하게 그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고.
‘수정에 수정을 거치다 보니, 완성 기간이 비약적으로 늘어나게 되었지.’
이대로라면 앞으로 반년은 있어야 그림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아무래도 다른 그림이랑도 병행해야겠어.’
내 최종 목표는 유화 한 점을 완성 시키는 것이 아닌, 최소 3개 이상의 그림을 그리는 것이었다.
‘반년간 계속 그림만 붙잡고 있을 수는 없으니, 남은 두 개의 그림은 빠르게 완성 시킬 수 있는 아크릴화로 그려야지.’
아크릴화는 유화와 다르게 덧칠도 가능하고, 건조 시간도 짧았다.
그렇게 나는 약 한 달간 더 그림에 열중하였고, 아크릴화 2점을 완성할 수 있었다.
‘됐다!’
완성된 두 점의 그림은 두바이에서의 추억과 루미스 패션이 처음으로 선보인 패션쇼의 추억이었다.
‘유화로 그린 그림은 내가 개인적으로 소장할 거지만, 이 두 그림은 달라.’
이것은 내가 정식으로 화가가 되기 위한 밑거름이 되어줄 그림으로, 운이 좋으면 나중에 판매할 수도 있는 그림이었다.
‘그럼, 이제 이걸 아트피아(ArtPia)에 올리면 된다는 거지?’
아트피아는 최근에 생긴 화가들의 등용문 플랫폼으로, 아마추어 화가들이 가장 빠르게 등단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그리고 아트피아에서 정식 화가로 등단하는 조건은 간단했다.
‘내 그림이 팔리는가 아닌가.’
아트피아에 등록된 그림은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팔리기만 한다면, 정식 화가로 활동할 수 있었다.
‘아직 미술 협회에서도 인정하느냐 마느냐 논란이 있다지만, 지금 상황에서 내가 가장 빠르게 화가가 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야.’
나는 핸드폰 카메라로 그림을 잘 촬영하여, 아트피아(ArtPia)에 올렸다.
‘단돈 만 원이라도 좋으니까, 제발 팔리기만 해라.’
나는 졸린 눈을 비비며, 내 그림에 대한 조회수를 뚫어지게 쳐다보았다.
하지만 1시간이 지나도, 조회수는 드라마틱하게 늘어나지 않았으며. 반응도 그다지 좋지 않았다.
‘역시, 첫술에 배부를 수는 없는 건가.’
약간 침울해진 나는 핸드폰을 소파에 집어 던지고는, 다시 유화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고. 3시간 후에 졸린 눈을 비비며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그리고 다음 날.
“…어?!”
눈을 뜨자마자 아트피아에 접속한 나는, 화면에 떠오른 예상치 못한 숫자에 입을 쩍 벌리고 말았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