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205
5화 – 일단 유명해져라, 그러면 사람들은… (2) 윤현민이 아트피아에 자신의 그림을 올렸을 때, 그의 게시글은 여느 다른 신규 회원들의 게시글처럼 주목받지 못했다.
‘뭐야, 이건?’
‘제목이 루미스와 두바이의 추억?’
‘구린데?’
화가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아진 만큼, 제목은 무척이나 중요했다. 수많은 화가 지망생의 게시글들을 뚫고 주목받기 위해선, 자극적인 제목이 필수였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윤현민은 그렇게까지 아트피아에 대해 잘 알지는 못했고, 애초에 그의 목적은 돈이 아니었기에 게시글에 그리 신경을 쓰지 않았던 것이었다.
게다가.
‘설마, 안 팔리겠어?’
윤현민은 푼돈으로라도 팔릴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그것은 윤현민이 아트피아에 대해 잘 알지 못했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이런 구닥다리 냄새 나는 글을 누가 봐?’
‘다른 재밌는 글 없나?’
사람들은 윤현민의 게시글을 클릭하지 않았다. 그나마 간헐적으로 올라가는 조회수조차 다른 게시글을 클릭하다 실수로 누른 것이 대부분이었다.
‘오?’
‘나쁘지 않은데?’
그런데 실수로 게시글을 누른 사람 중 몇몇이 윤현민의 그림에 감탄하여 ‘좋아요’를 눌러주었다. 하지만 그런 사람 중에서도 윤현민의 그림을 구매하려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음?’
그렇게 게시글이 올라간 지 몇 시간이 지났을 때, 윤현민의 게시글을 본 한 사람이 고개를 갸웃했다.
‘이 닉네임 어디서 많이 본 닉네임인데?’
윤현민은 온라인에서 ‘LuckY777’이라는 닉네임을 즐겨 사용하곤 했는데. 이는 아트피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거 설마, 미스터 윤?’
그리고 그 사실을 몇몇 사람들이 눈치채기 시작했고, 윤현민이 올린 게시글의 조회수가 점점 오르기 시작했다.
‘이게 미스터 윤이 그린 그림이라고?’
‘그럼 이건 유명인의 그림을 헐값에 구매할 기회잖아?’
‘좋아! 우선 1달러 결제!’
그렇게 어느 순간부터 윤현민의 그림을 구매하려는 경쟁이 시작되며, 그가 올린 그림의 가격이 순식간에 불어났으며. 그 소식은 어느 노인의 귀에까지 들어가게 되었다.
“에덤 협회장님, 이걸 좀 보셔야겠습니다.”
“이게 뭔가?”
국제 미술가 연맹의 협회장인 에덤 코바치는, 비서가 보여주는 화면을 게슴츠레하게 바라보았다.
“이건 아트피아잖나? 내가 아트피아를 싫어하는 것을 자네가 모르지는 않을 텐데, 대체 이걸 왜 내게 보여주는 건가?”
“여기에 협회장님께서 관심을 가지실 만한 글이 올라왔기 때문입니다.”
“내가 관심을 가질 만한 글이라고?”
에덤 코바치는 의심 어린 눈초리로 비서가 보여준 화면을 찬찬히 살폈고, 이내 두 눈을 크게 떴다.
“이건…”
“예, 미스터 윤이 직접 그린 그림입니다.”
에덤 코바치 또한 미스터 윤과의 인연이 있었다.
‘그 덕분에 폴 고갱의 그림을 얻을 수 있었지.’
예전 에덤 코바치는 윤현민의 가게에서 폴 고갱의 그림을 발견하였고, 저렴한 가격에 그림을 구매할 수 있었다.
‘그때의 젊은 사업가가 불과 몇 년 만에 세계적인 유명인이 되었다니. 허허, 정말 대단하지 않은가.’
에덤 코바치는 가물가물한 기억 속 윤현민의 얼굴을 떠올리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그건 그렇고, 그 미스터 윤이 이젠 화가의 길까지 걸으려 한다니. 내가 돕지 않을 수가 없겠군.’
에덤 코바치는 비서에게 윤현민의 그림을 적절한 가격으로 구매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적절한 가격이라면 어느 정도를 말씀하시는 건가요?”
“적당히 경쟁이 붙을 만큼의 가격이면 될 거야.”
“경쟁이요? 그럼, 실제로 그림을 구매하실 생각은 없으신 건가요?”
에덤 코바치는 당연한 것 아니냐는 표정으로 대답했다.
“미스터 윤의 그림은 제법 수준급이긴 하지만, 아직 국제 미술가 연맹의 협회장인 내가 눈에 불을 켜고 구매할 정도는 아니야. 조금 더 성장한다면 모르지만.”
에덤 코바치는 윤현민의 게시글 속 그림을 통해, 그의 잠재력을 발견할 수 있었고. 그렇기에 윤현민에게 작은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제가 알아서 경쟁을 부추겨보겠습니다.”
그렇게 에덤 코바치의 이름이 아트피아에 등장하자, 게시글은 더욱 뜨겁게 타올랐고, 이는 전세계 미술품 애호가들의 구매 심리를 더욱 부추겼다.
‘에덤 코바치가 아마추어 화가의 그림을 구매하려 한다고?’
‘그 콧대 높은 영감이 나설 정도면, 굉장한 그림이라는 소리인데?’
‘오! 그러고 보니 이거 미스터 윤의 그림이잖아?’
‘협회장이 눈독을 들인, 유명인의 그림이라니. 이건 당장 구매해야 해!’
여러 명의 큰 손들이 붙는 바람에, 윤현민의 그림은 엄청난 기세로 50만 달러(한화 약 7억)까지 가격이 불어나게 되었다.
‘이 모든 게 내가 잠든 9시간 동안 벌어졌다고?’
지금도 치솟는 중인 그림의 가격을 본 윤현민은, 어안이 벙벙해졌다.
***
아트피아에 글을 올린 지 정확히 24시간이 되는 시점에서, 내 그림의 가격은 약 60만 달러였다.
‘드디어 낙찰 버튼을 누를 수 있네.’
아트피아에서 낙찰 버튼이 활성화되려면, 글을 올린 지 정확히 24시간이 지나야 했다.
딸깍.
조금 더 기다린다면 가격이 더욱 오를 것은 뻔했지만, 애초에 돈을 목적으로 글을 올린 것이 아니었으며. 지금의 가격도 너무 과하다고 생각했기에, 나는 망설임 없이 낙찰 버튼을 눌렀다.
[축하합니다! 당신의 그림이 65만 달러에 낙찰되었습니다!]‘그새 5만 달러가 올랐네.’
어떻게 된 상황인지 파악한 나는 조금 씁쓸했다.
‘나는 순수하게 내 그림 실력을 인정받고 싶었는데.’
닉네임을 바꾸지 않은 것이 실수였다. 설마, 내 닉네임을 알아볼 줄은 몰랐기에. 나는 이런 상황을 전혀 예상할 수 없었다.
‘그런데 대체 어떻게 내 닉네임을 알고 있는 거지?’
나는 공개적으로 내 닉네임을 밝힌 적이 단 한 번도 없었기에, 사람들이 닉네임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나 놀라웠다.
‘미리 알았다면, 닉네임을 바꿔서 올렸을 거야.’
후회해봤자 이미 늦은 일이었다. 아트피아는 한 사람당 한 아이디만을 만들 수 있었기에, 탈퇴 후 재가입해봤자 소용이 없었다.
‘닉네임을 바꾸더라도 과거 닉네임 이력이 나오기 때문에 어차피 사람들이 나를 알아볼 거야.’
그렇다는 것은, 나는 앞으로도 아트피아에서 순수하게 실력으로 인정받는 게 어렵다는 뜻이었다.
‘휴…. 예상치 못하게 돈은 많이 벌었지만, 별로 기쁘지 않네.’
나는 한숨을 푹 쉬며, 노트북을 닫아버렸다.
‘일단, 그림을 판매하긴 했으니까. 정식으로 화가가 되었다고 생각하면 되려나.’
결론만 놓고 보자면 화가가 된 것이 맞았지만. 나는 진심으로 정식 화가가 되었다고 생각할 수 없었다.
‘내가 정해 둔 기준을 넘지 못했으니까.’
단돈 1,000원에 팔렸더라도, 내 그림이 순수하게 팔렸다면. 나는 진심으로 화가가 된 것을 기뻐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의 결과는 그저 내 이름값에 의해 정해진 것이기에, 나는 버킷리스트를 기쁜 마음으로 지울 수 없었다.
‘휴… 이렇게 버킷리스트 완성하기를 실패하게 되는 건가.’
차마 ‘화가 되기’라는 버킷리스트를 이뤘다고 생각할 수 없었던 나는, 우울한 마음으로 거실로 나와 맥주 한 캔을 들이켰다.
꿀꺽꿀꺽.
단숨에 한 캔을 전부 삼켜버린 나는, 입가에 묻은 거품을 닦으며 한강의 밤 풍경을 바라보았다.
‘오늘따라 구름이 많은지 하늘이 어둑어둑하네.’
그렇게 내가 구름에 가려 보이지 않는 달을 찾던 순간, 거짓말처럼 달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윽… 눈부셔.’
환한 달빛이 어두운 거실에 비쳤고, 나는 손등으로 눈을 가리며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발견했다. 아직 미완성이었던 유화 그림을 말이다.
‘…그래, 아직 저게 남아있었지.’
이렇게 된 것 그림 그리기를 포기할까도 생각했었지만,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저 그림을 보고 있자니. 다시 한번 마음속에서부터 의욕이 샘솟기 시작했다.
‘좋아! 해보자!’
나는 다 마른 캔버스에 성큼성큼 다가가 다시 유화물감을 밤새도록 덧칠하기 시작했다.
짹짹….
아침이 밝아왔고, 나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그렇게 나는 몇 날 며칠을 낮 밤이 바뀌며 작업에 열중했다.
우우우웅-
“여보세요? 아, 자비르 씨. 부지 계약 건이 완료되었다고요?”
중간중간 나는 자비르 씨에게 간단한 보고를 들어가며, 그림을 완성해나갔다.
“좋네요. 그럼, 저번에 제이드 씨에게서 받은 당첨금으로 호텔 건설을 바로 시작해 주세요.”
이전에 나는 세계 곳곳에 나와 아일라가 지낼 장소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고, 그것은 호텔 사업으로 이어지게 되었었다.
물론, 그 정도 규모의 사업에는 많은 자본이 필수였지만. 다행히 지금 내 손엔 1조의 자금이 들려 있었다.
‘호텔 건설 건은 자비르 씨가 알아서 잘하시겠지. 그러니 지금은 목표로 한 그림에만 집중하자.’
그렇게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지 약 6개월이 지났을 때.
“와…!”
마침내 완성된 그림을 보며, 나는 가슴이 벅차올랐다.
‘이걸 내가 그렸다고?’
나는 아마추어 화가였지만, 그런 내가 보아도 이 그림은 너무나도 완벽하게 보였다.
‘이 어두운 색감, 그리고 광택….’
그것은 그날의 밤바다를 절로 연상하게 했으며, 은은하게 빛나는 광택은 내가 느꼈던 설레는 감정을 떠올리게 했다.
‘장장 6개월의 시간이 걸렸지만, 그 시간이 전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잘 그렸어.’
그렇게 나는 한 시간이나 제자리에서 내가 그린 그림을 바라보며 감탄했다.
‘이럴 때가 아니지.’
나는 핸드폰을 꺼내 서둘러 지인들에게 전화를 돌렸다.
‘자랑하고 싶어.’
내가 그린 그림을 모두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와….”
“이걸 사장님께서 그리셨다고요?”
“…정말 대단하신데요?”
“제가 그동안 보아온 고급 미술품에 견줄 만큼 잘 그리신 것 같습니다.”
한유경 씨, 임예진 디자이너, 곽창민 디자이너, 그리고 구상민 씨가 차례로 감탄하며 내게 엄지를 들어 보였다.
“감사합니다, 고생한 보람이 있군요.”
“이 정도의 작품이라면, 언젠가 전시회를 열어도 좋네요.”
“아니면 라이브 카페의 메인 홀에 걸어두어도 좋겠어요.”
구상민 씨와 이지혜 씨가 차례로 의견을 내었지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이 작품은 다른 사람에겐 공개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어차피 대중에게 공개해봤자, 내 이름값에 평가가 묻혀버릴 확률이 높았다.
‘그럴 바에는 순수하게 내 그림을 판단해줄 이들에게만 공개하는 것이 낫지.’
그렇기에 나는 이 그림을 내 개인적인 공간에만 걸어둘 생각이었다.
“그럼, 집에다 걸어두실 생각이신 겁니까?”
구상민 씨의 질문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예. 한 사람에게 먼저 보여주고 나서 벽면에 걸어둘 생각입니다.”
“오호. 누구에게 보여주실 생각이신가요?”
나는 씨익 웃으며 대답했다,
“하하, 당연히 제 와이프죠.”
지금, 이 순간. 나는 한창 독일에서 콘서트 중인 아일라에게 내 그림을 보여주고 싶었다.
‘지금, 당장.’
모두가 돌아간 뒤, 나는 곧장 전용기를 불러 독일로 향했다. 그리고 아일라에게 고백했던 그 바닷가에서 내 그림을 꺼내 보여주었다.
“어때, 아일라. 우리의 추억을 그려봤어.”
“자기….”
감동한 아일라가 내게 다가와 나를 꽉 끌어안았다.
“내 남편, 정말 최고야.”
쪽.
가벼운 볼 키스를 받은 나는, 너무나 행복했다.
“고마워, 나의 화가님.”
아일라에게 화가라는 말을 들은 그 순간, 나는 비로소 진짜 화가가 되었다는 만족감을 느낄 수 있었다.
‘그래, 모든 사람에게 인정받을 필요는 없었어. 그저 내가 만족하고, 내 주변인들이 인정해주면 되는 거야.’
그렇게 나는 마음속으로 버킷리스트 하나를 더 지울 수 있었다.
“자기.”
그때, 아일라가 내 귓가에 속삭였다.
“오늘 밤, 우리 둘이 오붓하게 보낼까?”
“…좋아.”
나는 씨익 웃으며, 그녀의 손을 잡아 어디론가로 이끌었다.
그리고 두 달 뒤.
나는 아일라로부터 무척이나 기쁜 소식을 전해 들을 수 있었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