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206
6화 – 내 아이 (1)
아일라에게 기쁜 소식을 들은 나는 서둘러 병원으로 향했고, 의사 선생님께 확답받을 수 있었다.
“축하드립니다. 임신입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소리를 지를 뻔했다.
“아일라!”
의사 선생님의 앞이었는데도 아랑곳하지 않고, 나는 아일라를 끌어안았다.
“고마워…! 사랑해!”
내 아이를 가진 그녀가 너무나 이쁘고 사랑스러워 견딜 수가 없었다.
‘내가 아빠가 되다니…! 믿기지 않아!’
어릴 적, 보육원에서 자란 나는 항상 가족이 가지고 싶었다. 학교 앞에 마중을 나와 계시던 친구들의 부모님을 볼 때마다, 그 평범한 광경이 그렇게 부러웠었다.
하지만 내게는 그 평범한 일상이 허락되지 않았기에, 나는 언제나 침울한 기분으로 보육원에 돌아가곤 했었다.
‘물론, 수녀님들이 나를 잘 돌봐주셔서 부모님의 빈 자리는 크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었지.’
그래서 나는 이다음에 어른이 되어, 화목한 가정을 이루는 것을 꿈꾸곤 했었다.
하지만 내가 커가면서, 그 꿈은 이룰 수 없는 것임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가난했으며, 고아였고, 불운했으니 말이다.
내 앞가림도 제대로 못 하는 주제에, 누군가를 책임질 여유가 있을 리 없었다. 그렇기에 나는 자연스럽게 가족을 만드는 것을 포기하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죽다 살아나 운이 좋아졌으며, 다양한 경험을 하게 되었고, 그 과정에서 아일라를 만나 이렇게 가족이 되었다.
‘…포기하고 살았었는데.’
가족을 만들어 행복해지는 것은 내 인생에 없는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나는 운명을 바꾸는 데 성공하였고, 마침내 가장 이루고 싶었던 꿈을 이루게 되었다.
‘고마워, 아일라. 나와 함께해줘서. 내 꿈을 이뤄줘서.’
진심으로 고마웠던 나는, 아일라에게 그녀가 원하는 것은 무엇이든 다 해주고 싶은 기분이었다.
“아일라, 먹고 싶은 거 있어?”
병원을 빠져나오자마자 나는 아일라에게 물었고, 그녀는 배시시 웃으며 말했다.
“응. 먹고 싶은 거 있어.”
“뭔데?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사 가자.”
“음… 그건 힘들걸? 왜냐면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은 이곳 미국엔 없거든.”
그런 아일라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했다.
“미국에 없다니… 그럼 다른 나라의 음식을 먹고 싶은 거야? 아니지… 그렇다해도 여기에서 팔지 않을 리가 없는데….”
“히히. 내가 먹고 싶은 음식은….”
아일라가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내 귀에 속삭였다.
“나영준 셰프의 한국 요리야.”
“…!”
“그런데 당신이 직접 만들어줬으면 좋겠어.”
그런 아일라의 요청에 나는 난감함을 느꼈다.
‘나영준 씨의 요리라니….’
혼자 살았던 기간이 길었던 만큼, 나는 웬만한 요리는 만들 줄 알았다. 하지만 나영준 씨의 요리만큼은 달랐다.
‘나영준 씨는 퓨전 요리의 대가지만, 한국 요리도 엄청나게 잘하시지.’
그런데 그가 만드는 다른 퓨전 요리처럼, 그의 한국 요리에는 무언가 특별한 점이 있었다.
‘그의 독특한 스킬이 더해진 한국 요리에는 그 어디에서도 맛볼 수 없는 풍미가 있었어.’
어떤 비법 레시피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저 나영준 씨의 불 조절과 특이한 재료의 손질, 그리고 각 재료에 어울리는 최적의 칼질만으로 만들어낸 효과였다.
그렇기에 나는 지금 당장 나영준 씨의 요리를 따라 할 수 없었다. 그리고 그 사실을 아일라도 알고 있었다.
“당연히 장난이지! 자기 놀리려고 한 거니까, 그렇게 심각한 표정 짓지 마. 히히!”
“…정말?”
“그럼, 정말이지! 내가 설마 자기한테 그런 무리한 부탁을 했겠어? 아, 배고프다. 어서 밥 먹으러 가자.”
아일라는 정말로 장난이었던 건지, 깜빡 속은 내 얼굴이 재밌다며 꺄르륵 웃었다.
“킥킥! 자기 얼굴 너무 웃겨!”
“하하, 그게 그렇게 재밌어?”
“응! 내 남편 놀리는 맛이 이렇게 좋네~”
내 어깨를 찰싹 때리며 좋아하는 아일라의 모습을 보니,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아일라, 뭐 먹으러 갈까?”
“음… 포장 음식 말고 전에 갔던 레스토랑에 들리는 건 어때?”
“좋지.”
부웅-
나는 아일라가 말했던 지중해 음식 전문 레스토랑을 향해 운전하기 시작했다.
“…….”
창문을 살짝 열어 불어오는 바람에 아일라의 머리카락이 휘날렸다. 그런 아일라의 모습을 슬쩍 보며, 나는 또 한 번 그녀에게 반한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내 아이의 엄마가 될 사람.’
사랑스러웠다.
아일라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해줄 수 있을 것 같은 기분이었다.
‘…내가 만든 나영준 씨의 요리를 먹고 싶다고 했었지?’
그것은 아일라의 장난이었지만, 나는 정말로 그녀에게 내가 만든 요리를 먹여주고 싶었다.
‘조만간 한국으로 돌아가서 나영준 씨를 만나 봐야겠네.’
그렇게 마음먹은 나는, 머릿속으로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
.
.
이틀 후, 나는 아일라와 함께 알렉스 램지 씨와 만나게 되었다.
“오랜만입니다, 미스터 윤. 신혼집을 구하신다고요?”
“그렇긴 합니다만… 정말로 알렉스 씨가 직접 와주실 줄은 몰랐네요.”
나는 조금 당황했다. 그도 그럴 것이, 이런 일에 리츠 엠파이어 그룹의 사장이 직접 나서는 게 말이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되지 않은가.
“하하, 미스터 윤의 부탁인데 당연히 제가 직접 나와야죠.”
“…저는 직접 나서달라는 부탁은 하지 않았습니다만.”
“에이, 왜 이러십니까. 우리 사이에. 자자, 이러지 말고 어서 집을 구경하러 가시죠.”
나는 의욕 만만한 모습의 그에게 물었다.
“그런데 리치 엠파이어는 상업 부동산을 전문으로 거래하지 않습니까? 이렇게 일반 가정집도 취급했던 겁니까?”
“하하, 당연히 아니죠. 저희 그룹은 일반 가정집은 거래하지 않습니다. 다만, 이번 경우는 특별히 미스터 윤의 요청이 있었던 만큼. 제 인맥을 조금 동원해 보았습니다.”
“아하.”
나는 서글서글하게 웃는 알렉스 씨의 얼굴을 보며 생각했다.
‘이렇게까지 해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는데.’
나는 그저 그에게 조언을 얻고 싶었을 뿐이었다.
‘아이를 키우기 좋은 집의 조건을 물어봤을 뿐인데, 이렇게 일사천리로 집을 알아봐 주실 줄은 몰랐지.’
덕분에 나와 아일라도 원래 일정을 취소하고 이 자리에 나오게 되었다.
‘감사한 일이지. 알렉스 씨 정도의 전문가가 우리 가족이 살만한 집을 추천해 주시는 거니까.’
나는 원래 세계 곳곳에 호텔을 설립하여 아일라와 함께 지낼 생각이었기에, 주택을 매입할 생각이 전혀 없었다.
하지만 앞으로 아이가 태어난다면, 호텔보단 주택이 아이를 키우기에 더 적합하기에. 우리는 주로 지내게 될 미국에 주택을 한 채 매입하기로 결정했던 것이었다.
“자, 여기입니다.”
알렉스 씨가 안내해준 주택은 한적한 분위기의 넓은 마당이 있는 2층짜리 집이었다.
나는 주변을 두리번거리며 그에게 물었다.
“근처에 집이 없네요?”
“네, 맞습니다. 사람들이 사는 동네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있는 곳이라 인적이 드문 것이 특징이죠.”
“…그게 저희에게 장점이 되는 걸까요?”
“음… 그건 미스터 윤이 직접 판단하셔야 할 문제입니다. 제 짧은 소견으로는 미스터 윤과 아일라 씨 모두 유명인이니, 이웃과의 접촉을 꺼리실 것 같아 이 집을 소개해 드리는 겁니다.”
그런 알렉스 씨의 설명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나와 아일라를 보기 위해 사람들이 몰려든다면. 아이가 스트레스를 받을지도 몰라.’
나는 그렇게 생각했으나, 아일라의 의견은 조금 달랐다.
“하지만 아이의 사회성을 기르기 위해선, 이웃 주민과의 소통도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아, 그건 아일라 씨의 말씀이 맞습니다. 그런 점에서는 이 집이 아이를 키우는 데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르죠. 저는 그저 다양한 옵션을 두 분께 보여드리고 싶었을 뿐이니, 먼저 이 집을 구경하시고 나중에 보여드릴 집과 비교를 하시면 될 것 같습니다.”
그런 알렉스 씨의 말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며 집안으로 향했다.
“오오!”
오랫동안 사람이 살지 않은 집이었지만, 생각보다 깔끔한 모습에 나는 감탄했다.
“집주인분이 주기적으로 청소를 하러 오셔서 관리가 아주 잘 되어 있죠. 아마 이사를 오시게 되면, 수리할 필요가 전혀 없을 겁니다.”
내부는 겉에서 보는 것보다 훨씬 넓어 보였고, 아늑했다.
‘주방도 넓고, 지하실도 있어서 살기 좋아 보이네.’
딱 미국 드라마에서 자주 보이는 그런 주택이었다.
“2층도 구경해도 될까요?”
“물론이죠.”
2층에는 이렇다 할 특별한 점은 없었으나, 천정을 통해 다락방으로 연결되는 점은 마음에 들었다.
“다락방에서 곧장 마당이 내려다보이기 때문에, 아이들이 조금 크게 되면 아주 좋아할 겁니다.”
“확실히 그렇겠네요.”
어느 정도 집구경이 끝난 후, 나는 아일라에게 조용히 물었다.
“어때 보여?”
“음… 나쁘진 않은데, 뭔가 끌리지는 않네.”
그런 아일라의 말에 나는 즉시 알렉스 씨에게 말했다.
“이제 다음 집으로 넘어갈까요?”
알렉스 씨는 흔쾌히 다음 집으로 우리를 안내해주었다.
“이 집은 이웃들과 왕래하며 지내기 적당한 곳으로….”
다음으로 그가 안내해준 집은 방금 보았던 집과 정반대의 집이었다. 동네 분위기도 나쁘지 않아 보였고, 치안도 괜찮아 보였다.
‘다만, 집이 너무 좁아.’
둘이 살기엔 적당했으나, 아이들과 살기엔 조금 비좁아 보였다.
“다음 집으로 넘어가 주세요.”
이후로 알렉스 씨는 세 종류의 집을 더 구경시켜 주었다. 하지만 그중에는 나와 아일라를 모두 만족시켜주는 집은 없었다.
“죄송합니다, 알렉스 씨. 저희가 너무 까다롭죠?”
“미스터 윤, 그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씀을 하십니까. 아이와 함께 지낼 집인데, 당연히 까다로워야죠.”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감사하네요.”
“뭘요. 그런데 제가 가만 지켜보니, 두 분이 원하시는 집의 조건이 무엇인지 알 것 같네요.”
첫째, 넓고 아늑하며 쾌적한 집.
둘째, 이웃과의 적당한 소통.
셋째, 좋은 이웃.
넷째, 좋은 치안.
다섯째, 넓은 마당.
나는 알렉스 씨가 집어준 조건을 들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요. 딱 우리가 원하는 게 바로 그런 집이에요.”
“하지만 미스터 윤. 이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집은 이곳에서는 굉장히 구하기 어렵습니다.”
나도 그럴 거라 생각했다. 저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완벽한 집을 당장 구할 수 있을 리 없었으니 말이다.
‘누가 미리 준비해둔 것이 아닌 이상, 그런 집이 바로 나타날 리가 없지.’
당장 집을 구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아직 9개월 정도의 여유가 있었으므로. 나는 자꾸만 조급해지는 마음을 추스르려 했다.
“하하, 미스터 윤. 제 말을 오해하셨군요.”
“오해요?”
“제가 저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집을 이곳에서는 구하기 어렵겠다고 말씀드렸죠?”
“아…! 그렇다면 설마?”
알렉스 씨는 씨익 웃으며 말했다.
“이곳이 아닌 다른 지역에, 미스터 윤이 말한 모든 조건을 만족하는 집이 있습니다.”
“오오!”
나는 반색하며 얼른 되물었다.
“그곳이 어디인가요?!”
“후후, 미스터 윤도 들어보셨을 겁니다. 비버리 힐즈. 할리우드에서 알아주는 부촌 중 하나이지요.”
그런 알렉스 씨의 말에 나와 아일라가 서로의 눈을 마주쳤다.
‘거기는 우리가 예전에 할리우드 여행을 갔을 때, 말했었던 곳이잖아?!’
‘톰 크루거가 사는 곳!’
예전에 아일라와 나누었던 대화를 떠올린 나는, 가슴이 두근거리기 시작했다.
‘이웃으로 유명 영화배우고 사는 곳이며, 치안이 좋고, 넓은 마당이 있는 집.’
나는 당장 그 집을 구경하고 싶어졌다.
“다만, 아시다시피 여기서 할리우드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므로. 내일 다시 안내해드리겠습니다. 괜찮으시죠?”
마음 같아선 전용기를 불러서라도 당장 이동하고 싶었지만, 이미 해가 뉘엿뉘엿 기울고 있었기에. 나는 아쉬운 마음을 뒤로한 채, 호텔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음 날, 나는 부푼 마음을 안고 할리우드로 이동했고. 알렉스 씨가 안내해준 집을 구경하기 시작했다.
“와우!”
“대박인데?”
집을 보자마자 우리는 깨달았다. 이 집이 바로 우리의 집이라는 것을. 그 정도로 마음에 드는 집이었다.
‘마당도 넓고, 자그마한 수영장도 있어!’
‘집 구조도 마음에 들어. 딱 내가 상상했던 신혼집이야!’
솔직히 나는 이번에도 마음에 드는 집이 아니라면, 직접 집을 지어버릴 생각이었는데. 이 집은 내가 상상했던 바로 그 형태의 구조로 되어 있었으므로.
“알렉스 씨, 당장 계약하고 싶습니다!”
나는 그 자리에서 계약을 결정할 수 있었다.
“좋네요. 마침 집 주인분께서도 이 근처라고 하시니, 제가 연락을 드려보겠습니다.”
알렉스 씨가 핸드폰을 꺼내 집주인에게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런데.
띠리리리-!
집 근처에서 전화벨 소리가 울리기 시작했고, 누군가의 목소리가 담 너머에서 들려왔다.
“알렉스 씨. 마침 집 근처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죠?”
“예? 아, 예. 들어오시죠.”
알렉스 씨도 이런 상황은 예상하지 못했는지. 말투에서 당황스러움이 잔뜩 묻어났다.
끼이익-
잠시 후 천천히 대문이 열리며, 한 사람이 들어왔다. 그런데 어딘가 익숙한 얼굴이었다.
“어…! 어…!”
“하하, 미스터 윤. 이런 인연이 다 있군요.”
“스티븐 감독님!”
세계적인 감독인 스티븐 에필버그. 그가 바로 이 집의 주인이었다.
외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