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21
21화 특진, 보너스, 특별 휴가
“퍼펙트 스타일 한 부 주세요.”
퇴근 중인 직장인 소피아는 길거리 가판대에서 늘 구매하는 잡지를 사 들고 집으로 향했다.
‘어디 신상 패션이 뭐가 있나 볼까.’
고단한 직장생활을 마치고, 잡지 속의 럭셔리하고 화려한 신상 패션을 살피는 것은, 그녀의 유일한 취미생활이었다.
‘오, 예쁜 옷이 많네.’
그녀는 글보단 사진 위주로 신상을 감상하며 잡지를 둘러보았다.
그러던 중, 한쪽 면을 빽빽이 채운 기사 하나가 눈에 띄었다.
‘알렉산드로의 기사잖아?’
그는 독설가로 유명한 기자였다.
‘이건 못 참지.’
소피아는 원래 잡지에 실린 글들을 잘 읽지 않았다.
안 그래도 직장에서 눈이 빠지도록 활자를 보는데, 집에서까지 머리 아픈 글을 읽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알렉산드로의 글은 달랐다.
그는 패션에 대한 높은 자부심을 가진 기자이며, 그의 독설은 언제나 구구절절 맞는 말이었기에.
그의 글은 오히려 소피아의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데 도움이 되었다.
‘…응? 루미에 패션쇼? 한국?’
그런데 기사의 내용은 그녀가 생각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것이었다.
‘알렉산드로가 찬양을 한다고?’
기사를 읽어 내려가던 소피아는 인상을 찌푸렸다.
‘이제 알렉산드로도 타락해 버린 건가.’
한국? 아무리 K-POP이 대세라지만, 이탈리아의 밀라노도 아니고. 그 조그만 나라에서 패션을 알면 얼마나 알까.
‘과장도 정도껏 해야지. 루미에의 런칭쇼가 새로운 깨달음을 주었다고? 하! 웃겨!’
소피아는 코웃음을 치며 잡지를 넘겼다.
‘그 옷은 어디에 실려있으려나.’
그녀는 표지에 그려져 있던 하늘색 미니 원피스를 찾고 싶었다. 그 원피스에 그려져 있던 신비로운 느낌의 꽃무늬가 계속 생각났기 때문이었다.
‘찾았다.’
클로즈업 된 사진을 자세히 관찰하던 그녀는 그 원피스가 너무나 마음에 들어버렸다.
‘너무 이쁘잖아!’
그녀는 이 원피스를 입은 자신의 모습을 상상하며 미소를 지었다.
‘그래, 이것은 반드시 사야만 해.’
자신은 이것을 위해 그 엿 같은 직장을 다니고 있는 것이다.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정도로, 그녀는 원피스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사자, 당장.’
그렇게 그녀가 미니 원피스의 브랜드를 확인하였을 때였다.
‘루미에…’
루미에라면, 조금 전 알렉산드로의 기사에 나왔던 바로 그 브랜드가 아닌가.
그것을 깨달은 소피아는, 당장 인터넷으로 루미에를 검색해 보았다.
‘뭐야? 왜 판매 사이트가 없어?’
그때까지만 해도 루미에는 국내 시장에 주력했기 때문에, 해외 판매 사이트는 구축이 되어있지 않았다는 것을 그녀가 알 리 없었다.
소피아는 미칠 것 같았다.
‘구매 대행으로 원피스를 구할 방법은 있지만….’
그것은 매우 복잡한 과정을 거쳐야만 했다. 직장생활의 스트레스로 지쳐버린 그녀는 그 과정을 해낼 자신이 없었다.
아쉬운 마음에 소피아는 계속해서 루미에를 검색했다. 그리고 우연히 어떤 게시글을 발견할 수 있었다.
[루미에를 극찬한 벨라 모다의 마르코.]‘벨라 모다의 마르코라고?’
벨라 모다는 이탈리아에서 퍼펙트 스타일과 1, 2위를 다투는 패션 잡지사였다.
‘들은 적이 있어, 알렉산드로만큼이나 마르코도 독설에 일가견이 있다고.’
그런 마르코도 루미에라는 브랜드를 극찬하다니.
이쯤되면 궁금해질 수밖에 없었다.
‘알렉산드로와 마르코가 극찬한 런웨이 쇼라….’
소피아는 즉시 너튜브에서 루미에 패션쇼를 검색하였고, 큰 충격에 빠졌다.
‘이, 이게 뭐야?!’
하늘색 미니 원피스처럼 눈을 뗄 수 없는 각양각색의 옷들.
과하지 않은 3D 영상과 인공 바람을 이용한 사실적인 연출.
그리고 무엇보다 직관적이고 짜임새 있었던 무대 컨셉까지.
현장에 있었던 사람만큼은 아니었지만, 영상만으로도 충분히 패션쇼의 높은 퀄리티를 느낄 수 있었다.
‘이런 건 공유해야 해.’
그날의 알렉산드로만큼이나 루미에 패션쇼에 빠진 소피아는, 즉시 자신의 SNS계정에 영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루미에 패션쇼 영상에 빠진 사람은 소피아만이 아니었다.
‘공유….’
‘해야 해…!’
퍼펙트 스타일과 벨라 모다의 구독자들의 대부분이 소피아와 비슷한 과정으로 루미에 패션쇼 영상을 공유했다.
그 덕분에 패션쇼 영상은 이탈리아 전역으로 빠르게 퍼져나갔고, 해외 유명 TV 토크쇼에서도 언급이 될 만큼 화제가 되었다.
그렇게 루미에 패션쇼 영상은 영국, 프랑스, 독일 등의 유럽을 넘어 미국과 캐나다 등의 북아메리카까지 빠르게 퍼질 수 있었다.
한편, 이 사실을 한국의 윤현민이 알게 된 것은 패션쇼가 끝난 지 5주가 지난 시점이었다.
***
나는 어이가 없었다.
“그러니까, 너튜브에 올라온 우리 루미에 패션쇼 풀 영상이 지금 1억 뷰라는 거죠? 그것도 단, 5주 만에?”
세계적 아이돌 그룹인 총탄소년단의 ‘큰 것들을 위한 시’가 5주 동안 1억 5천만 뷰를 돌파했던 것을 생각하면, 그것은 매우 놀라운 수치였다.
게다가 유명한 뮤직비디오도 아니고, 고작 런웨이 영상을 1억 명이나 보았다는 것은 눈으로 보고도 도저히 믿기지 않는 일이었다.
“찾아보니, 이탈리아 패션 잡지사에서 우리 브랜드를 언급했고. 그게 화제가 되었던 것 같아요.”
“이탈리아에서? 어떻게?”
“패션쇼 현장에 잡지사 기자들이 있었나 봐요.”
나는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한유경 씨, 외국에 우리 브랜드를 홍보한 적 있어요?”
“…국내 런칭 준비만으로도 빠듯했는데, 그럴 시간이 어디 있었겠어요.”
“그런데 외국 잡지사에서 어떻게 알고, 지구 반대편에서 열리는 패션쇼까지 기자를 보냈을 수 있었을까요?”
“그것까지는 저도 잘….”
알 수가 없었다.
다만, 확실한 것은 하나 있었다.
“보다시피 지금 우리 브랜드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이 매우 좋습니다. 거기 보시면, 영상에 나온 옷을 어떻게 하면 구할 수 있냐는 댓글이 굉장히 많이 보이더군요. 자, 그렇다면 우리가 어떻게 대응해야 할 것 같습니까?”
“설마…”
무언가를 직감한 우리에게, 부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수출 준비, 시작합시다.”
직감이 현실이 되자, 한유경 씨가 절망했다.
“이제야 좀 숨을 돌리나 했는데….”
그 말에 차 과장님이 소리쳤다.
“응? 한유경 씨! 쉬고 싶어? 쉬게 해줘?”
과장님의 굳은 표정에 한유경 씨가 당황하며 손사래를 쳤다.
“아, 아뇨 과장님. 절대, 절대 아닙니다. 저는 아직 열정적으로 일하고 싶습니다!”
“…그래?”
그러자 눈이 초승달처럼 휘며, 장난기 가득한 얼굴이 된 과장님의 고개가 부장님에게로 향했다.
“부장님, 그렇다는데요?”
“…쉬게 해주고 싶어도 본인이 일하고 싶다는데, 어쩔 수 없죠. 한유경 씨 특별 휴가는 반납하는 걸로….”
“잠까아안! 잠깐만요!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특별 휴가라뇨?”
이번엔 다른 이유로 당황한 한유경 씨의 반응에 과장님이 씨익 웃으며 답했다.
“너희들 지난 5주 동안 우리 브랜드 매출액이 얼마인지 알아? 자그마치…!”
과장님의 오른손 손가락 두 개와 왼손 손가락 전부가 펴졌다.
“250억!”
“정말요?!”
한유경 씨는 물론, 과묵하게 듣고 있던 김태진과 나도 환호했다.
‘5주 매출액이라고 했지만, 실제 판매를 개시한 것은 4주 전이니까….’
무려 한 달 만에 250억의 매출액. 회사에서 투자한 150억과 기타 등등의 비용을 제외하면. 영업이익으로 약 65억을 달성한 것이었다.
‘옷 한 벌이 평균 10만 원 정도이니, 대충 25만 벌 정도가 팔린 셈이네.’
다른 유명 브랜드에선 별 감흥이 없는 수치일지 모르지만, 우리는 이제 막 출시한 신생 브랜드이므로. 이 수치는 가히 경이롭다 할 수 있었다.
‘게다가 더 무서운 것은, 아직도 성장세가 가파르다는 거야.’
국내 판매량만 한 달간 25만이다. 그런데 이제는 외국에서도 관심을 보이고 있으니, 전 세계를 대상으로 판매를 한다면 대체 얼마의 수익이 날지 상상하기 힘들다.
‘이러니 특별 보너스랑 휴가가 나오지.’
나는 오히려 보상이 적다는 느낌까지 들었다. 그리고 그것은 나만 느낀 게 아닌 모양이었다.
“과장님, 특진에 관한 소식은 아직 없는 건가요?”
잔뜩 기대하는 김태진의 물음에 부장님이 딱딱한 어조로 답했다.
“…특진 소식, 있습니다.”
“저, 정말입니까?”
“그런데 우리 팀에서 가장 크게 활약했던 한 명만 승진할 수 있을 거라고 하더군요.”
부장님의 시선이 내게로 향했다.
“축하합니다. 곧 과장이 되시겠네요.”
“와! 정말 축하해요!”
“윤현민이! 너는 내가 해낼 줄 알았다!”
“…….”
똥 씹은 표정의 김태진을 제외한 모두가 나를 축하해주었다.
‘…얼떨떨하네.’
특별 승진이라니. 생각해보지도 못했다.
‘하긴, 새 프로젝트 팀에서 활약하면 특진의 기회가 있다고 오 팀장님이 그랬었지.’
그래도 설마, 진짜로 그 기회가 내게 찾아올 줄은 몰랐다.
“감사합니다.”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할지 몰랐던 나는 냅다 고개 숙여 인사했다. 그러자 부장님이 말씀하셨다.
“…좋은 소식도 다 전했으니. 이제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해보죠.”
그렇게 회의가 종료되고, 모두가 회의실을 빠져나가기 시작했을 때. 과장님이 나를 불러세웠다.
“특별 휴가는 윤현민 씨가 먼저 다녀와요. 어차피 당분간도 바쁠 테니, 서로 돌아가면서 휴가를 써야 하니까요.”
“예? 제가요?”
“아, 따로 일정이 있다면 순서를 미뤄도 됩니다. 어차피 윤현민 씨가 없었다면 이번 특별 휴가도 없었을 테니까요.”
이제 시작할 수출 업무는 초기인 지금이 가장 바쁠 시기였다.
국내는 이미 거암물산에서 뚫어놓은 유통망을 그대로 이용하면 되었지만, 해외는 여러 가지로 조율해야 할 사항들이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그런 바쁜 시기에 휴가를 다녀오라는 것은, 내가 충분히 쉴 수 있도록 부장님이 배려해 준 것이다.
‘그래, 새 프로젝트가 시작되고 너무 열심히 일하긴 했어.’
잊어버렸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로또 당첨자이다. 내 통장엔 17억의 재산이 있었고,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 회사를 때려치워도 무방했다.
그런 내가 로또 당첨자 같지 않게 너무 열심히 일해 왔다.
‘잠시, 휴식을 취해도 되겠지.’
그동안 바쁘다고 미뤄왔던 일들이 산더미였다.
‘재산도 불려야 하고, 버킷리스트도 하나씩 이뤄야지.’
생각을 정리한 나는 곧장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당장 내일부터 휴가를 다녀와도 될까요?”
“물론입니다. 특별 휴가는 개인당 일주일씩 주어졌으니, 충분히 잘 쉬다 오세요.”
하지만 그날 저녁, 나는 곧바로 꿀 같은 휴식을 즐기지 못했다.
“패션 사업부의 번창을 위하여!”
“위하여!”
아까 전 오후, 예상보다 빠르게 지급된 특별 보너스(그것도 각자 계좌로 입금이 되었다.)에 회식비까지 넉넉히 지급된 덕분에. 우리 팀은 지금 1++ 한우로 배를 채우러 오게 된 것이었다.
‘맛있어.’
이전에 구상민 씨와 함께 갔었던 레스토랑의 특별한 음식들도 맛있었지만, 역시 구관이 명관인지라.
서민의 대표 사치 음식의 기름진 맛이 아주 입안에서 살살 녹았다.
“크하핫! 윤현민이! 한 잔 받아야지!”
“아, 예….”
다만, 술 좋아하는 과장님에게 시달리느라 한우보다 알콜을 더 마신 것 같지만 말이다.
“과장님, 저기 김태진 씨가 자작하는 것 같은데요?”
“뭐? 자작은 안돼애애…! 김태진이…! 어디야아아…!”
“!!!!”
그래도 다행히 근처에 있던 김태진을 과장님에게 던져준 뒤로, 한우를 모자라게 먹지는 않았다.
그렇게 저녁 식사가 끝나고, 전부 2차를 가야 한다는 과장님을 부장님이 말리면서 회식은 일찍 종료되었다.
‘그런데 한유경 씨가 안 보이네?’
이제 곧 다들 집으로 돌아갈 분위기였기에, 나는 한유경 씨의 행방을 찾아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리고 다행히도 저 멀리서 뛰어오는 그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자! 이거 선물이에요!”
한유경 씨는 우리 팀 모두에게 무언가를 건네주었다.
“연금복권이에요. 그동안 우리 팀, 운이 참 좋았잖아요? 그래서 기념으로 사봤습니다!”
“아, 나는 복권 별로 안 좋아하는데. 어쨌든 고마워!”
“…감사합니다.”
모두가 고맙다고 인사하며, 대수롭지 않게 복권을 주머니에 넣었을 때. 나는 지갑에서 현금을 꺼내 그녀에게 내밀었다.
“이게 뭐예요?”
“받아요. 복권값이에요.”
“네? 아뇨! 이거 그냥 선물인데요?”
손사래를 치며 거절하는 한유경 씨에게, 나는 단호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혹시라도 우리 중 누군가 당첨이 된다면, 분란의 소지가 생길 수 있어요. 그러니 이런 건 확실히 해야 해요.”
“…윤현민 씨의 말대로 이런 건 확실히 하는 게 맞습니다.”
내 말에 부장님까지 지갑을 열며 동조하자, 과장님과 김태진도 현금을 꺼내 한유경 씨에게 내밀었다.
그러자 그녀는 어쩔 수 없이 현금을 받았다.
“이러려고 사 온 게 아닌데요….”
“그래도 우리 팀 기념품 같은 거니, 당첨되지 않아도 소중하게 간직하겠습니다.”
그런 김태진의 말을 끝으로 우리 팀은 각자의 집으로 돌아갔다.
집으로 돌아온 나는, 곧장 버킷리스트가 적힌 책상 앞에 앉았다.
‘자, 그럼. 이번 휴가에 뭘 하면 좋을지 생각해볼까.’
나는 당장 할만한 것을 찾기 위해 버킷리스트를 읽어내려갔고, 마침 적당한 것을 찾을 수 있었다.
“…이거 괜찮네.”
내 시선이 멈춘 곳에는 버킷리스트 15번. ‘제주도에서 다양한 사람들 만나기’가 있었다.
‘좋았어.’
목표를 정한 나는 당장 비행기표를 예매하려 했다. 그때, 책상에 올려놓았던 한유경 씨의 선물 복권이 눈에 띄었다.
‘복권은 무슨.’
나는 피식 웃었다.
이미 한 번 로또에 당첨되었던 내게 또 복권을 선물하다니.
‘이미 한 번 큰 행운이 찾아왔는데, 또 당첨될 리가 없잖아.’
나는 별 기대 없이 복권을 책상 구석에 던져두었다.
그리고 이런 내 생각이 크나큰 착각이었음을, 나는 이번 제주도 여행이 끝나고 나서야 알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