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210
10화 – 윤현아 (完)
아이가 태어났을 때, 나는 그 믿을 수 없는 광경에 넋을 놓고 말았다.
‘천사인가?’
세상에.
그 조그만 팔다리가 꼬물거리는 모습에, 나는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이 들었다.
‘귀여워…!’
너무나 사랑스러운 내 아이.
너무나 귀여운 나의 딸.
“그렇게 좋아?”
아직은 거동이 불편한 아일라가 내 어깨에 기대며 물어왔다.
“당연하지. 다른 누구도 아닌 우리 아이잖아.”
“히히, 좋은 아빠가 되겠네?”
“응. 나는 좋은 아빠가 될 거야.”
나는 딸아이를 위해서라면 뭐든 다 줄 수 있었으며, 최선을 다해 사랑해줄 것을 맹세할 수 있었다.
“그래? 그럼 나보다 현아가 더 좋아?”
“당연히 현….”
아일라의 두 눈이 웃고 있는 것을 본 나는 현아라는 대답을 가까스로 멈추며 말을 이었다.
“…현아를 낳아 준 우리 여보지.”
“히히, 우리 자기. 눈치가 빠르네?”
휴.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쉰 나는 다시 유리창 너머에서 세상 편하게 자는 현아를 바라보았다.
하아암-
조그마한 입을 있는 힘껏 벌리며 하품하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나와 아일라는 서로의 손을 꼭 쥐며 입을 틀어막았다.
“세상에!”
“너무 귀여워!”
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나의 딸아이, 현아를 바라보고 있는 이 순간. 나는 이 아이를 반드시 지켜주겠다고 다짐하였다.
.
.
.
현아가 태어난 지 두 달이 지났을 때, 나는 처음으로 신기한 현상을 목격할 수 있었다.
당시, 우리 집 거실 곳곳에는 지인들이 보내온 선물들이 가득 쌓여 있었는데. 육아에 바빠 미처 정리하지 못한 상태였다.
‘크리스토퍼, 윌 게이츠 씨, 알론 머스크 씨, 그리고 여러 유명 영화배우와 헨리 왕자님과 카임 왕자님까지.’
너무나도 유명한 그들이 우리 현아에게 필요한 것들을 보내 주었던 것이었다.
‘다만, 저 중 절반은 쓸모가 없는 물건들이라는 게 문제지.’
제이드 회장님처럼 센스 있게 육아에 필요한 소모품을 보내 주신 분들도 물론 있었지만, 뜬금없이 한정판 무드등이라던가, 이탈리아 장인이 한땀 한땀 만든 카펫같이 당장은 쓸모가 없는 것을 보내 주시는 분들도 있었다.
마음 같아선 당잘 필요가 없는 물건들은 모두 창고에 집어넣고 싶었으나, 이상하게도 우리 현아는 거실에 쌓여 있는 물건들을 좋아했다.
“꺄핫!”
어른들의 눈에는 물건들이 별것 아닌 높이로 쌓여 있는 것이지만, 아이의 눈에는 마치 성벽처럼 보였는지. 현아는 쌓여 있는 물건들을 보며 방긋방긋 웃었다.
찰칵!
“꺄아! 귀여워!”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나와 아일라는 물건을 치울 생각도 하지 못한 채. 현아의 사진을 찍는 데 여념이 없었다.
“웅! 우웅!”
그때, 현아가 팔다리를 파닥거리며 안간힘을 쓰기 시작했다.
“자기! 이거 설마?”
현아의 첫 뒤집기 시도였다. 나와 아일라는 이 소중한 순간을 놓치지 않기 위해, 얼른 동영상을 찍기 시작했다.
“조금만…! 조금만 더!”
“현아야! 거의 다 왔어!”
우웃…!
현아는 몇 번의 시도 끝에 마침내 첫 뒤집기에 성공했고, 우리 부부는 서로를 얼싸안으며 환호했다.
“우리 딸이 벌써 뒤집기에 성공하다니!”
“이 정도면 천재 아니야?”
보통의 아이들이 첫 뒤집기를 3개월에서 4개월 차에 시도한다는 것을 생각하면, 이는 충분히 빠른 것이라 할 수 있었다.
“똑똑한 우리 딸! 이리 오렴!”
나는 현아를 안아 들며 뽀뽀 세례를 퍼붓기 시작했다.
“꺄핫!”
현아가 웃음소리가 집안 곳곳에 울려 퍼지기 시작했을 때, 눈치 없는 핸드폰이 울리기 시작했다.
‘누구지?’
발신자를 확인해보니, 헨리 왕자님이었다. 아무래도 인공지능 날씨 예측 시스템에 관한 문제 때문에 연락하신 것 같았다.
“아일라, 잠시 전화 좀 받고 올게.”
나는 그녀에게 현아를 맡기며 전화를 받으러 갔다.
그렇게 헨리 왕자와 한참 동안 통화를 한 뒤, 돌아온 아일라의 무릎 위에 앉아 재밌게 놀고 있는 현아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우리 공주님, 엄마랑 잘 놀고 있었쪄?”
“꺄우!”
나를 발견한 현아가 처음 보는 요술 지팡이를 흔들며 반겨 주었다.
“우와! 현아야, 이건 뭐야? 어디에서 났어?”
나는 당연히 아일라가 저 수많은 선물 상자 속에서 꺼내줬을 거라 생각했다.
“어… 이 요술봉이 저절로 현아 옆에 날아 왔어.”
“응? 아일라, 그게 무슨 말이야?”
내가 고개를 갸웃하자, 아일라가 조금 전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자기가 전화하러 간 사이, 내가 잠시 TV를 틀었거든. 그런데 마침 TV에서 요술봉 광고를 하고 있었는데, 현아가 그걸 보더니 손을 마구 뻗는 거야.”
“우리 현아가 그걸 가지고 놀고 싶었구나?”
“아마도. 그런데 그 순간, 열어둔 창문으로 바람이 불어와 쌓아둔 선물 상자가 쓰러졌어. 그리고 그중 하나가 굴러와 내 다리 근처에 툭 멈춰 섰지. 그런데 현아가 그 상자에 손을 자꾸만 뻗는 거야.”
“설마…”
나는 왜인지 아일라의 다음 말이 무엇인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응. 그 상자 안에 이 요술봉이 들어있었어.”
“…허허!”
TV에 요술봉 광고가 흘러나왔을 때, 우연히 요술봉이 들어있는 상자가 굴러올 확률이 대체 몇 퍼센트일까.
‘혹시…’
나는 현아도 나처럼 거대한 행운의 소유자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겠지.’
물론, 내 아이가 거대한 행운을 타고났다면 무척 기쁜 일일 것이다. 하지만 그럴 확률은 거의 없을 것이다.
내가 이런 엄청난 행운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죽다 살아났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아기인 현아는 당연히 나와 같은 계기가 없었으므로, 큰 행운을 소유했다고 볼 수 없었다.
게다가 방금 아일라가 목격했던 일은, 어쩌면 내 행운이 현아에게 작용해서 벌어진 것일지도 몰랐다.
‘내가 현재 가장 바라는 것은 내 가족의 행복이니까.’
나는 현아의 행복을 위해 내 행운이 현아에게 요술 지팡이를 가져다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래, 그럴 거야.’
그렇게 나는 이번 일을 대수롭지 않게 넘기었다.
***
1년 뒤.
이제 갓 한 살이 된 현아의 눈앞에는 여러 가지 물건이 놓여 있었다.
“현아야! 실! 실 잡아!”
“아니지! 돈! 돈이 최고야!”
“아냐 아냐 모두 틀렸어! 청진기! 어느 시대든 의사가 최고야!”
돌잔치를 방문한 손님들이 저마다 현아의 첫 돌잡이 물건을 외쳐대고 있었다.
“자, 현아야. 어서 하나 잡아봐.”
“마음껏 골라도 돼.”
나는 현아에게 미리 준비한 물건들을 보여주며 생각했다.
‘그래도 이왕이면 실이나 청진기를 잡아 줬으면 좋겠는데….’
돈이야 내가 아주 잘 벌고 있었으므로, 그런 물질적인 것보단 이왕이면 현아가 건강한 삶을 살길 바라였다.
‘현아야, 옳지! 조금만 더…!’
나는 은근히 실과 청진기를 잡을 수 있도록 유도하며, 현아의 내뻗은 팔을 바라보았다.
“아바바바-!”
현아의 꼼지락거리는 손이 명주실로 향하다 이내 청진기로 향하였고, 다시 돈으로 향하였다가. 다시 마이크로 향하였다.
‘그래, 현아야. 마이크도 나쁘지 않아. 인기 많은 가수가 되어 엄마의 뒤를 잇는 거야.’
하지만 현아는 마이크를 집으려다가 이내 다시 손을 거둬들였다.
‘…우리 딸이 밀당을 아는 건가?’
역시, 현아는 천재가 분명했다. 그렇게 내가 현아를 흡족하게 바라보고 있었을 때, 마침내 현아가 예상치 못한 물건 하나를 집어 들었다.
“어?”
“돌잡이 물건 중에 저런 것도 있었나?”
손님들 좌석에서 웅성거리는 소리가 들려왔고, 나와 아일라는 서로를 당황스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저게 왜 여기에 있는 거야?”
“그러게?”
꺄하핫!
현아의 손에는 어딘가에서 날아 온 네 잎 클로버가 들려있었다.
‘그래, 뭐든지 운 좋은 게 장땡이지.’
나는 현아의 돌잡이 물건이 네 잎 클로버라는 것에 만족할 수 있었다.
하지만 나는 돌잡이는 그저 미신일 뿐이라고 여기였기에, 현아가 네 잎 클로버를 쥐었다는 것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았다.
“여보세요! 이봐 크리스, 우리 딸이 돌잔치에서 뭘 집어들은 줄 알아? 글쎄, 우리 딸이…!”
다만, 그럼에도 한동안 나는 현아의 돌잡이 결과를 돌잔치에 오지 못한 지인들에게 자랑하고 다녔다.
***
“엄마! 유치원 다녀오겠습니다!”
어느덧 무럭무럭 자라 7살이 된 현아가 배꼽 인사를 하곤, 아빠의 손을 잡으며 현관 밖으로 나섰다.
벌컥-
아빠가 열어준 뒷좌석에 익숙하게 오르자마자, 현아는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아기 상어! 뚜루루뚜루루! 귀여운! 뚜루루뚜루루!”
세월이 지나고, 세월이 변했어도. 여전히 어린이들의 유행곡인 아기 상어를 부르며 신이 난 현아의 모습에, 윤현민은 미소를 지으며 자동차에 시동을 켰다.
부릉-
윤현민은 안전띠를 착용하며 유치원을 향해 운전하기 시작했다.
“아빠 상어~ 뚜루루뚜루루! 힘이 센! 뚜루루루루루! 바닷속! 뚜루루뚜루루! 아빠 상어!”
“우리 딸! 그렇게 좋아? 오늘따라 더 신나 보이네!”
“웅! 너무 좋아!”
현아의 눈빛은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녀석, 잔뜩 들떠 있네.’
그도 그럴 것이, 오늘은 유치원에서 소풍을 가는 날이었다.
‘조금 걱정되긴 하는데, 괜찮겠지?’
유치원에 다니기 시작한 지도 벌써 반년이 지났지만, 윤현민은 여전히 딸이 걱정스러웠다.
특히, 오늘은 인생 처음으로 현아가 소풍을 떠나는 날이었기에, 더욱 걱정스러운 마음이 들었다.
‘따라가 보지 않아도 괜찮겠지?’
솔직히 몰래 따라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으나, 그것은 너무 딸을 과보호하는 거라는 것을 윤현민은 잘 알고 있었다.
‘…집에서 곤히 자고 있을 현준이도 돌봐야 하고.’
현준이는 올해로 네 살이 된 그의 아들이었다.
‘그래, 괜찮을 거야. 올리버 씨가 현아의 경호를 맡고 있으니까.’
올리버 씨의 뛰어난 경호 실력을 떠올린 윤현민은 그제야 안심할 수 있었다.
“그런데 딸, 소풍이 뭔지 알고 있어?”
“몰라! 근데 선생님이 재밌을 거래!”
순수한 현아의 대답에 윤현민은 웃음을 터뜨렸다.
그렇게 잠시 후, 유치원에 도착한 윤현민은 현아를 내려주며 인사를 건네었다.
“잘 다녀오고. 무슨 일 있으면 아빠가 준 핸드폰으로 연락해. 알았지?”
“네에!”
씩씩하게 대답한 현아는 윤현민의 뺨에 뽀뽀를 세 번 한 뒤, 깡충깡충 뛰어 들어갔다.
“현아 안녕~”
“안녕하세요! 선생님!”
반갑게 맞이해주시는 선생님을 향해, 현아가 배꼽 인사를 건네자. 선생님은 빙긋 미소를 지으며 현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아직 출발하려면 시간이 좀 있으니까, 저기에서 친구들하고 놀고 있으렴.”
“네에!”
열심히 고개를 끄덕인 현아가 반가움의 괴성을 지르며 친구들에게로 향했다.
“우진이 안녕! 아람이도 안녕!”
“현아 안녕!”
현아는 친구들에게 일일이 반갑게 인사를 한 뒤, 자그마한 고무 공들이 가득한 튜브 수영장에 뛰어들었다.
“꺄하핫!”
친구들과 엎치락뒤치락하며 고무공을 던지며 정신없이 놀다 보니, 어느새 출발 시간이 다 되었다.
“햇님반 모두 모이세요!”
선생님의 목소리에 아이들이 옹기종기 모여들기 시작했다.
“자, 여러분. 우리가 오늘 어디로 소풍을 가는지 알고 있나요?”
“동물원이요!”
“사자 보러 갈 거예요!”
“나는 코끼리가 보고 싶어요!”
햇님반의 담임 선생님은 재잘대는 아이들을 보며 슬며시 미소를 지었다.
“그래요. 그런데 동물원에 가면 주의해야 할 점이 있어요.”
선생님은 아이들에게 동물원 안전 수칙을 설명해 주었다.
“모두 잘 기억할 수 있죠?”
“네에!”
“좋아요. 우리 햇님반 친구들, 선생님 말씀 잘 들었으니까. 선생님이 선물을 줄게요.”
선물이라는 말에 아이들의 눈이 반짝이기 시작했다.
“짠! 이게 뭘까요?”
선생님이 미리 준비한 상자를 들어 보이자, 아이들이 환호성을 질렀다.
“우와아아! 뽑기다!”
이것은 아이들이 말을 잘 들을 때마다 등장하는 뽑기 상자로, 안에는 여러 가지 신기한 과자들의 이름이 적힌 종이가 들어 있었다.
종이에 적힌 과자는 흔히 시중에서 볼 수 있는 것부터, 흔히 먹기 힘든 외국의 과자까지 다양했다.
“여러분, 그런데 오늘은 이 뽑기 안에 새로운 종이를 넣어 놓았어요. 그것은 바로바로, 황금 초코 사탕!”
황금 초코 사탕이라는 말에 현아의 두 귀가 쫑긋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사탕!’
집에서 늘 먹고 싶지만, 건강에 좋지 않다며 엄마 아빠가 일주일에 하나씩만 주던 바로 그 사탕이었다.
‘꼭 먹고 싶다…!’
현아는 두 주먹을 불끈 쥐며, 반드시 황금 초코 사탕을 얻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황금 초코 사탕은 특별한 보상이기에, 상자에 단 한 장만 들어있어요. 대신! 뽑기만 한다면, 햇님반 모두에게 사탕이 지급될 거예요. 자, 그럼. 누가 대표로 나와서 뽑아볼래요?”
“저요!”
“제가 뽑아볼래요!”
아이들이 너도나도 손을 들기 시작했고, 현아도 그중 한 명이었다.
“음… 그럼, 오늘은 지금까지 한 번도 뽑기를 뽑지 못한 현아가 해볼까?”
선생님이 지목하자, 다른 아이들이 탄식을 내뱉었다.
“내가 뽑고 싶었는데!”
“힝.”
그런 아이들의 실망감을 뒤로한 채, 현아가 당당하게 앞으로 나섰다.
“선생님, 바로 뽑으면 되나요?”
“그래.”
“그런데 정말로 황금 초코 사탕을 뽑으면, 우리 반 전체에 나눠주시는 거예요?”
선생님의 머릿속에는 순간, 황금 초코 사탕의 비싼 가격이 떠올랐다.
‘해외에서도 웃돈 주고 판매하는 사탕이라 생각보다 많이 비쌌었지.’
뽑기는 각반 선생님들이 돈을 모아 진행하는 것이기에, 만약 정말로 황금 초코 사탕을 뽑게 되면 다른 선생님들의 눈총을 살 수 있었다.
‘에이, 나도 참. 무슨 걱정을.’
애초에 뽑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황금 초코 사탕은 총 100장의 종이 중 단 하나만 들어 있으니 말이다.
“그럼, 당연하지.”
“히히! 선생님 최고!”
현아는 엄지를 척 들어 보이며, 곧장 뽑기를 뽑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선생님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짠! 여기요, 선생님.”
“어…”
선생님은 현아가 건네준 노란색 종이를 보며, 입을 벌렸다.
‘지, 진짜 뽑았다고?’
현아가 뽑은 뽑기 종이는 다름 아닌, 황금 초코 사탕이었다.
***
찹찹찹찹!
“현아 대단하다!”
“이거 엄청 달고 맛있어! 고마워, 현아야!”
“나도 뽑기 잘하는 비결 좀 알려줘!”
동물원으로 향하는 버스 안, 아이들은 저마다 커다란 황금 초코 막대 사탕을 입에 물며 재잘거리고 있었다.
사탕은 무척이나 맛있었고, 이런 최고의 사탕을 맛보여준 현아에게 아이들의 관심이 쏟아졌다.
“현아야, 이따가 나랑 같이 코끼리 보러 갈래?”
“아냐! 현아는 나랑 펭귄 볼 거야!”
“나는 현아랑 도시락 같이 먹어야지~”
그렇게 아이들이 왁자지껄 떠들다 보니, 어느새 버스는 동물원에 도착해 있었다.
“자아, 한 명씩 천천히 내려오세요~”
선생님의 지시에 따라 아이들은 천천히 내려와 일정 간격으로 줄을 서기 시작했다.
“자, 앞사람이랑 손!”
아이들이 서로의 손을 맞잡자, 선생님은 아이들을 동물원으로 인솔하기 시작했다.
“조심히 따라오세요!”
그렇게 아이들은 난생처음으로 부모님과 떨어져 동물원을 구경하게 되었다.
“우와아!”
“기린이다!”
아이들은 선생님이 당부한 대로, 질서 있게 동물을 구경했으며. 동물들이 놀라지 않게 작은 목소리로 대화를 나누었다.
‘재밌어!’
현아는 아빠와 자주 동물원에 왔었지만, 이렇게 친구들과 함께하니, 색다른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그렇게 한참을 정신없이 구경하고 나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되었다.
“각자 돗자리 펴고, 도시락을 먹도록 해요!”
현아는 선생님의 말씀에 따라 돗자리를 펴고, 그 위에서 아빠가 챙겨준 김밥을 먹기 시작했다.
‘맛있다!’
아빠의 요리 실력에 또 한 번 감탄하며, 현아는 순식간에 도시락을 비웠다.
“선생님! 화장실 가고 싶어요!”
“잠시만 현아야. 화장실 가고 싶은 친구 있으면 손 들어보세요!”
몇몇 아이들이 손을 든 것을 확인한 선생님은 아직 반도 비우지 못한 도시락을 내려놓은 채, 아이들을 화장실로 인솔하였다.
쏴아아-
볼일을 마친 현아가 손을 뽀득뽀득 씻고 있었을 때였다.
툭.
현아의 옆에서 먼저 손을 씻고 있던 아주머니의 가방에서 지갑이 툭 떨어졌다.
‘앗!’
아주머니는 지갑이 떨어진 줄 모르는 눈치였다.
“아주머니!”
아주머니는 무슨 급한 일이라도 있으신지, 현아의 목소리도 듣지 못한 채 급히 화장실을 나섰다.
‘안돼!’
현아는 얼른 손을 마저 씻은 뒤, 지갑을 주워 아주머니를 쫓았다.
다행히 아주머니는 화장실 근처에 잠시 멈춰서 계셨고, 현아는 조용히 아주머니의 옷깃을 잡아당기며 말했다.
“지갑 떨어뜨리셨어요.”
“어머! 내 정신 좀 봐. 고맙구나, 꼬마야.”
아주머니는 현아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감사 인사를 표했다.
“아주머니! 그런데 옷이 참 특이하시네요?”
“아, 이거? 이건 아줌마가 무당이라서 그래.”
“무당이요? 무당이 뭔데요?”
“음… 무당은 말야….”
무당에 대해 설명하려던 아주머니는, 슬쩍 손목시계를 확인하더니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이런, 아줌마가 급한 일이 있어서 이만 가봐야겠다. 지갑 주워줘서 고마웠어, 꼬마야. 언젠가 나 선녀 보살을 찾아오면 무료로 부적을 하나 써 주마.”
‘선녀 보살? 그게 뭐지?’
현아가 알 수 없는 말에 고개를 갸웃했을 때, 뛰어가던 선녀 보살이 돌아와 의미심장한 한 마디를 남기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선행을 하나 하면, 큰 복이 찾아올 거야.”
***
늦은 오후, 소풍이 끝나고 유치원으로 돌아와 아빠와 함께 집으로 돌아온 현아는 집안에 낯선 사람들이 있는 것을 보았다.
“아빠, 이분들 누구셔?”
“응. 아빠 인터뷰하러 온 사람들이란다.”
“인터뷰? 인터뷰가 뭔데?”
“인터뷰란 기자님들이 아빠에 대해 더 자세히 알고 싶어서 여러 가지 질문을 하는 거야.”
“아하.”
현아는 신기한 듯 기자분들과 카메라를 바라보았다.
“미스터 윤, 인터뷰 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준비해주시죠.”
“아, 넵. 바로 가겠습니다. 현아야, 아빠 일하고 올게. 얌전히 놀고 있어.”
“네!”
그렇게 현아는 아빠의 인터뷰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았다.
‘음?’
한창 인터뷰가 진행되던 중, 현아는 카메라맨 아저씨의 이마에 땀이 송골송골 맺혀있는 것을 보았다.
‘수건이랑 물 좀 가져다드려야겠다.’
현아는 의자에서 뛰어내려 서둘러 냉장고와 화장실로 향했고, 사탕 하나와 얼음물, 그리고 수건을 챙겨 카메라맨 아저씨에게 건네주었다.
“아저씨, 여기요.”
“응? 아, 고맙다.”
땀을 닦아 낸 뒤, 얼음물을 벌컥벌컥 마시고 사탕까지 입에 넣자. 카메라맨 아저씨의 안색이 눈에 띄게 좋아졌다.
“정말 고맙구나, 꼬마야. 살짝 현기증이 났었는데, 덕분에 한결 나아졌어.”
“헤헤, 뭘요. 우리 아빠가 손님에겐 친절해야 한다고 했거든요.”
“하하, 그래? 잘 배웠구나.”
“네! 히히.”
“가만있어 보자… 호의를 받았으니 나도 보답해야지. 아저씨가 용돈을 좀 주마.”
그렇게 카메라맨 아저씨가 돈을 꺼내려 들자, 현아는 손사래를 치며 정중히 거절했다.
“돈 보다는 다른 것이 가지고 싶어요.”
“다른 거? 어떤 거?”
“저거요.”
현아는 인터뷰 중에 아빠가 들고 있는 이상한 종이를 가리켰다.
“저게 더 재밌어 보이거든요.”
“아, 저건 로또 용지야. 미스터 윤의 행운을 테스트하기 위한 용도지.”
“행운이요?”
“응, 너희 아빠는 운이 좋기로 유명하거든. 뭐, 반 장난이긴 하지만. 설마 진짜로 당첨될 리가 없으니까.”
카메라 맨은 로또 용지에 눈을 반짝이는 현아를 보며, 가방에서 로또 용지 하나를 꺼내 건네주었다.
“자, 여기 있다. 보아하니 오늘 테스트는 즉석 복권으로 할 것 같구나. 로또 용지는 필요가 없게 되었으니, 네가 가지고 놀렴.”
“우와! 감사합니다!”
로또 용지를 손에 든 현아는 방방 뛰며 좋아했다.
“그런데 아저씨, 이거 어떻게 하는 거예요?”
“아 그건….”
카메라 맨은 현아에게 로또를 하는 방법을 알려주었다.
“헉! 지, 진짜 당첨되었어!”
그때, 인터뷰를 진행하던 기자들 사이에서 소란이 일기 시작했다.
“뭔가 대단한 일이 생긴 것 같구나. 아저씨는 이제 일해야 하니까, 저기 가서 놀고 있으렴.”
“네에!”
힘차게 대답한 현아는 아무도 없는 식탁으로 가서, 로또 용지에 번호 6개를 찍기 시작했다.
그리고 인터뷰가 끝났을 때, 아빠에게 달려가 공손히 부탁하였다.
“아빠, 이거 뽑아줘.”
“응? 이거 로또 용지잖아? 어디서 났어?”
현아는 자초지종을 설명하며, 자신도 로또를 해보고 싶다고 말하였다.
“그래, 아빠가 대신 구매해 줄게. 토요일에 같이 맞춰보자.”
“응!”
그렇게 3일 뒤.
-당첨 번호는 [2 20 31 32 44 45]입니다. 축하합니다!
“와아! 아빠 나 당첨되었어!”
“허억!”
윤현민은 1등에 당첨된 딸의 해맑은 미소를 보며, 어안이 벙벙해졌다.
[modify by TextFormer v0.0.9 Closed Beta R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