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22
22화 제주도 힐링 여행
나는 제주도에 가본 적이 없다.
중학교 수학여행은 경주로 갔었고, 고등학교 때는 어떤 사건으로 인해 수학여행을 가지 못했다. 그 이후로는 제주도에 갈 기회가 없었다.
그랬었기에, 나는 이번 여행을 상당히 기대하고 있었다.
‘그럼 가볼까!’
준비는 완벽했다.
가보고 싶은 관광지의 효율적인 동선도 짰고, 숙소는 호텔이 아닌 게스트하우스로 잡았다.
‘제주도 여행의 꽃은 게스트하우스라고 했지. 그곳에서 만난 사람들과 어울려 놀기 좋다고.’
이번 버킷리스트를 완성하는데 최적의 숙소가 아닐 수 없었다.
그리고 가장 중요한 자금도 두둑하게 준비했다.
‘몇 달 고생했으니, 가끔은 돈 걱정 없이 놀아보는 것도 좋겠지.’
제주도 여행에 들어가는 경비는 꽤 높았지만 상관없었다. 이번에 받은 보너스도 있는 데다, 여행에서 아무리 써도 내 통장 잔고에는 별 타격이 없으니까.
게다가 나는, 6개월 전에 새 브랜드 런칭 준비에 앞서 그 17억을 전부 정기예금으로 넣어놓았었다.
‘런칭 준비가 바빠지면, 당분간 17억을 투자할 방법을 찾기 힘들어질 테니 일단 6개월짜리 정기예금에 넣어두었었지.’
게다가 이제 곧 만기일이 다가온다.
6개월 금리가 약 1.5%였으니, 나는 곧 은행 이자만 세후로 약 2,200만 원이 생기는 셈이었다.
그렇기에 나는, 이번 휴가에서 돈 걱정 없이 제대로 즐겨볼 생각이었다.
‘그 첫 단계로….’
나는 비행기 좌석을 이코노미가 아닌, 비즈니스석으로 예매했다.
‘서울에서 제주도까지 걸리는 시간은 대략 1시간 전후. 그리고 비즈니스석의 가격은 15만 원.’
제주도까지 쾌적하게 갈 수 있는 좌석이 겨우 15만 원이면 꽤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오…! 좌석 간격이 넓잖아?’
살면서 비행기 탈 일은 거의 없었지만. 그래도 가끔 탈 일이 있을 때마다 매번 이코노미석만 타 보았던 내게, 비즈니스석의 넓은 공간은 신세계였다.
‘의자도 너무 편해.’
마치 안락한 안마 의자에 누워있는 느낌이랄까.
절로 잠이 쏟아지는 편안함이었다.
‘진짜 좋다….’
나는 좌석에 누워, 반쯤 감긴 눈으로 창밖의 하늘 풍경을 감상했다. 그렇게 얼마의 시간이 흘렀을까.
-잠시 후 제주도에 도착할 예정이오니 승객 여러분께서는….
‘벌써?’
눈 깜빡할 새에 아주 편안했던 비행이 끝나버리고 말았다.
‘아쉽네.’
비행기에서 내린 나는 제주도의 화창한 날씨에 감탄했다.
‘역시, 듣던 대로 날씨가 엄청 따듯해.’
세찬 바람이 많이 분다는 제주도였지만, 오늘의 날씨는 맑음 그 자체였다.
‘좋아, 그럼 제일 먼저….’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했다. 나는 어젯밤부터 벼르고 있던, 식당으로 향했다.
식당까지는 택시를 타고도 약 1시간을 가야 하는 긴 거리였지만, 나는 예전부터 제주도에 오면 첫 끼로 무조건 그것을 먹기로 정했었다.
[바다 사랑 생선구이]예전에 ‘난 혼자 산다.’라는 프로에서 먹성 좋은 연예인이 제주도 여행을 간 편이 있었다.
그 연예인은 제주도에서 하루에 무려 7끼나 먹을 정도로 음식을 맛있게 먹어 화제가 되었었다.
그리고 이곳은 그 연예인이 먹었던 음식점 중 하나였다.
‘살이 통통한 생선구이를 먹는 모습이 얼마나 맛있어 보였던지.’
버킷리스트까지는 아니었지만, 나는 언젠가 제주도에 오면 이곳의 생선구이를 꼭 먹어보고 싶었었다.
그리고 오늘, 드디어 그 꿈이 이루어진다.
“생선구이 C세트 하나요!”
약간의 기다림 끝에 등장한 한 상은 내 입을 떡 벌어지게 만들었다.
‘반찬이 대체 몇 개야?’
제주도에서 직접 잡은 해산물로 만든 각종 젓갈과 신선한 회, 노르스름하게 잘 익은 해물파전과 성게미역국. 그리고 서울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크기의 갈치구이까지.
꿀꺽…!
나는 갈치구이 하나를 집어 들어, ‘난 혼자 산다.’의 그 연예인처럼 오동통한 살을 발라 먹기 시작했다.
‘부드러워…!’
겉은 바삭하고, 속은 촉촉했다. 살이 얼마나 부드러웠던지, 입에 들어가자마자 짭조름한 맛이 퍼지며, 꿀떡꿀떡 잘도 넘어갔다.
“후… 하압…!”
따듯한 쌀밥 위에 살을 바른 갈치구이를 올리고, 갈치속젓으로 간을 더해 한입.
입이 개운하게, 시원한 성게미역국으로 또 한입.
젓가락으로 대충 찢어 간장에 살짝 찍은 해물파전으로 또또 한입.
그렇게 나는 정신없이 식사를 이어나갔고, 정신을 차려보니 어느새 상 위에는 빈 그릇만이 가득했다.
‘진짜 잘 먹었다…!’
그렇게 내가 빵빵해진 배를 두드리며 계산대로 향했을 때, 나는 비로소 내가 얼마짜리 메뉴를 시켰는지 알게 되었다.
‘이렇게 푸짐한데 10만 원밖에 안 한다고? 완전 혜자네.’
나는 푸짐했던 식사에 만족하며, 밖으로 나왔다.
‘자, 그럼 다음으로….’
나는 이곳에서 가장 가까운 거리에 있는 해수욕장으로 향했다.
“우와…!”
바닷물이 말도 안 되게 맑았다. 에메랄드 빛깔의 바다라니. 한국에서 이런 곳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백사장은 당장이라도 맨발도 디디고 싶은 마음이 들게 했고, 부서지는 새하얀 파도는 발을 담그고 싶은 충동이 일게 했다.
‘어릴 때 보았던 드라마에서 여기 해수욕장이 나왔었지.’
드라마 속 주인공들이 노을 진 해수욕장을 한가롭게 거닐던 장면을 보며, 어렸던 나는 꽤 깊은 감명을 받았었다.
‘아름다웠어.’
어른이 되면 꼭 가보리라 생각했던 곳을. 삶이 바빠 그동안 미루고 또 미루다, 오늘에서야 오게 되었다.
‘생각해보면, 딱 하루만 시간을 내면 되는 거였는데.’
이제라도 와 볼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 나는, 드라마 속 주인공이 그랬던 것처럼 해변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평화롭네.’
파도 소리와 따스한 햇살을 받으며, 이렇게 한가로이 산책하고 있으니. 마음이 너무나 편안하고 포근해졌다.
‘이래서 사람들이 돈을 들여 여행을 가는 거구나.’
모래를 밟고, 파도 소리를 들으며, 한가롭게 주변의 아름다운 경치를 구경하니. 소위 말하는 힐링이라는 게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다른 곳도 구경해야 하니, 이제 떠나야 하는데….’
한창 여유를 즐기다 보니, 어느새 계획한 시간이 훌쩍 지나고 말았지만. 나는 이곳에 조금 더 있고 싶었다.
-으아아악!
그때, 어디선가 희미한 비명이 들려왔다. 놀란 나는 즉시 비명이 들려온 위쪽으로 고개를 들어 올렸다.
‘패러글라이딩?’
맑은 하늘에 자그마한 점 하나. 자세히 보니, 거대한 날개에 의지하여 창공을 마음껏 날고 있는 두 사람이 보였다.
‘…안 무섭나?’
나는 롤러코스터도 타지 못할 정도로 겁쟁이였다. 그런 내게 있어 패러글라이딩은 평생 경험하지 않을 것들 중 하나였다.
그러나.
‘…그러고 보니 버킷리스트 중에 패러글라이딩하기가 있긴 했는데….’
대체 어린 시절의 나는 무슨 생각으로 이딴 것을 버킷리스트로 작성했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마침 저기에 패러글라이딩 체험하는 곳이 있네…’
저 멀리 보이는 해오름에 대기 중인 거대한 날개 몇 개가 보였다.
‘…이번 기회에 버킷리스트 하나 이뤄 봐?’
호기로운 생각이었으나,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저걸 어떻게 타…!’
그렇게 한참을 끙끙 앓고 있으니, 절로 약한 생각이 들었다.
‘…그냥 예외라고 치고, 하지 말까?’
나는 곧 고개를 저었다.
‘아니야. 한 번 예외를 두면, 나머지 버킷리스트도 이룰 수 없게 될 거야. 그러니….’
마음을 다잡은 나는 마침내 천천히 발걸음을 뗄 수 있었다.
.
.
.
잠시 후, 패러글라이딩 체험장소에 도착한 나는 강사에게 몇 가지 교육을 받은 뒤에. 곧바로 하늘을 날 준비를 하게 되었다.
“자, 긴장 푸시고. 가만히 계시면 제가 다 알아서 합니다.”
“…저, 강사님. 이거 안전한 것 맞죠?”
내 목소리가 살짝 떨리고 있었다.
“그럼요. 내가 패러글라이딩 10년 차인데, 한 번도 사고가 난 적이 없어요.”
“…….”
그거야 당연하겠죠. 사고가 났다면, 이 자리에 안 계셨을 테니까요. 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다행히 내뱉지는 않았다.
하지만 이어지는 강사분의 말에 나는 몸을 떨 수밖에 없었다.
“제가 알기로 패러글라이딩 사고 확률이 벼락 맞을 확률이랑 비슷할 겁니다. 그러니 안심하셔도 돼요.”
“…….”
참고로 나는 벼락 맞을 확률보다 훨씬 낮은 로또에 당첨된 사람이었다.
“자! 그럼 갑니다!”
“자, 잠깐…!”
마음의 준비도 미쳐 다 못한 채. 나는 드넓은 하늘 위로 던져졌다.
후두두-!
귓가에 스치는 세찬 바람과 허공에 허우적거리는 다리가 느껴지자, 나는 질끈 감았던 눈을 뜰 수 없었다.
“으으…!”
“고객님, 그렇게 눈을 감고 계시면 어떡해요. 기껏 돈 내고 타는 건데, 아깝잖아요.”
돈이 아깝지는 않았으나, 이왕 탔으니 눈을 뜨고 즐기라는 강사분의 말씀은 분명 옳았다.
‘그래, 이렇게 눈만 감고 있으면, 제대로 버킷리스트를 이뤘다고 할 수 없어.’
스읍… 후….
후우….
나는 열댓 번 정도 심호흡을 하며 마침내 감았던 두 눈을 떴다. 그리고.
“…어?”
눈 앞에 펼쳐진 장관에 입을 벌렸다.
“멋있죠?”
아니었다.
그것은 그저 멋있다는 말로 축약하기엔 너무나 가슴 시원하고 웅장한 광경이었다.
“우와…!”
드넓은 바다와 끝없이 펼쳐진 하늘의 경계선. 나는 그곳을 자유롭게 거닐고 있었다.
두근두근…!
심장이 세차게 뛰었다.
엄청난 고양감이 손끝부터 발끝까지 느껴지고 있었다.
“후후… 이제야 제대로 즐기시기 시작하셨네요. 그럼… 갑니다!”
하늘 높이 올랐던 패러글라이더가 바다 위로 수직 낙하했다.
“으아아아악!”
하늘에서 낙하하며 느껴지는 엄청난 속도감에 나는 비명을 질렀다.
“읏차!”
어느 정도 낙하했을 때, 강사가 다시 하늘 위로 솟구쳤다. 나는 정신이 혼미해졌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나는 롤러코스터도 못 탈 만큼 겁쟁이이다.
“그럼 다시 한 번…!”
“뭣…! 으아아악!”
그런 나의 사정을 모르는 강사는 이후로 몇 번이나 같은 짓을 반복하였다.
아마도 이것은 내가 아까 체험관에서 받은 설문지에, 고소공포증이 없다고 체크 한 탓일 것이다.
‘…그런데.’
이상했다.
그 미친 짓을 몇 번이고 반복하다 보니, 이상한 느낌이 들었다.
‘왜 점점 재밌어지지?’
나는 반복되는 낙하에 점점 적응하며, 이내 즐기기 시작했다.
“와아아-!”
극한의 자유로움 속에서, 나는 가슴이 뻥 뚫리는 해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이렇게 재미있는 걸 이제야 알았다니…!’
앞으로 시간이 되면 자주 타러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그렇게 내가 환호성을 지르며 좋아하던 때였다.
“자, 이제 착륙합니다.”
“벌써 15분이 지났어요?”
“맞습니다. 시간이 후딱 가지요?”
아쉬운 마음에 나는 강사님에게 물었다.
“강사님, 이거 혹시 두 번… 아니 세 번 정도 더 탈 수 있나요?”
“하하…! 한 번 타 보시더니 재미가 들리셨나 보네요.”
강사분은 내 말이 농담인 줄 아셨던 것 같다. 지상에 착륙한 내가 곧장 달려가 다시 결제하고 돌아왔을 때, 저렇게 당황하시니 말이다.
어쨌거나 나는 한 번에 2회분을 더 결제하여 총 30분의 비행을 더 체험할 수 있었다.(그 이상은 안전의 문제로 체험이 불가했다.)
‘진짜 짜릿하다.’
그렇게 나는 첫 패러글라이딩 체험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버킷리스트 하나를 완성했군.’
이로써 지금까지 내가 완성한 버킷리스트는 총 네 가지가 되었다.
‘어깨 펴고 당당해지기, 사교적인 사람 되기, 항상 브랜드 옷 입고 다니기, 그리고 이번에 패러글라이딩하기까지 끝냈으니. 이제, 다섯 번째 버킷리스트를 완성하러 가볼까.’
벌써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했다.
‘게스트하우스로 가자.’
나는 그곳에서 버킷리스트 ‘제주도에서 다양한 사람 만나기.’를 이룰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리고 그 예상은 정확했다. 다만.
“…스타더스트 밴드라고요?.”
세계적으로 유명한 밴드와 특별한 인연을 맺게 될 줄은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