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uck rushed after winning the first prize in the lotto RAW novel - Chapter 24
24화 행운이 한꺼번에 몰려와 (1)
제주도에서 돌아온 나는 책상 앞에 앉아 몇 시간을 고민한 끝에,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돈을 많이 벌어야겠어.’
처음 로또에 당첨되었을 때. 나는 그저 비싼 집과 자동차를 사고, 일정량의 불로소득을 얻을 수 있을 정도의 돈만 있으면 그걸로 행복할 줄 알았다.
하지만 그게 아니라는 것을, 이번 회사의 프로젝트와 제주도 여행을 통해 깨달을 수 있었다.
‘돈이 많아 매일 놀고먹는 삶은 당연히 행복하겠지만. 그 삶엔 성취감이 없어.’
회사에서 대형 프로젝트를 경험하며, 나는 자본을 움직여 무언가를 이루는 것에 대한 재미를 알게 되었다.
제주도 여행에서 처음으로 경험해 본 패러글라이딩도 생각과는 다르게 무척이나 재미있었다.
새로운 것에 도전한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짜릿했다. 그리고 그것을 이루었을 때 얻을 수 있는 만족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리고 아일라와의 만남.’
꿈만 같았던 제주도에서의 하룻밤. 현실이라기보단 동화 속 이야기와 같았던 어젯밤.
나는 아일라와의 대화를 통해, 사라진 줄 알았던 꿈에 대한 열망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아.’
내 명의로 된 고급 아파트도 얻어야 하고, 멋진 슈퍼카의 운전대도 잡아야 했다.
루미에 패션쇼 때처럼 거대 자본을 투입하여 내 이름을 건 사업도 해보고 싶었다.
‘루미에 패션쇼는 만족스러웠지만, 약간 아쉬웠지. 루미에 브랜드는 내 것이 아니니까.’
남의 사업이 아닌, 내 사업으로 성공해보고 싶었다.
‘여러 새로운 경험도 쌓고 싶어.’
평생 타지 않을 줄 알았던 패러글라이딩처럼, 무언가 새로운 것을 배워서 익히고 싶었다.
‘그리고 가난하고 불운했던 탓에 이루지 못한 꿈도 도전해 보고 싶다.’
다만, 이것은 어느 정도 타협이 필요했다.
‘아무리 배움에 때가 없다지만, 남자 나이 서른하나면 무언가를 새로 시작하기에는 부담스러울 나이지.’
물론, 이루고 싶은 꿈을 하나 정해. 거기에만 집중한다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여러 가지 다양한 꿈들을 모두 이루고 싶었다.
‘완벽하지 않아도 돼. 그저 내가 만족할 수 있을 정도로만이라도 최대한 많이 이루고 싶다.’
이 모든 것들을 전부 하기 위해선, 돈이 아주 많이 필요했다.
‘최대한 빨리 돈을 모아야 해.’
나는 하루라도 빨리, 내가 하고픈 것들을 이루며 살고 싶었다.
‘당분간은 돈을 버는데, 집중해 보자.’
17억의 자본으로, 단시간에 돈을 불릴 방법으로는 주식과 코인이 있었다.
하지만 코인은 내가 잘 모르는 분야이며, 새로 공부하려면 시간이 많이 걸릴 듯 보였다.
반대로 주식은 이전에 상록 제약에 투자한 경험과, 그때 공부했던 것들이 머릿속에 있으니 조금은 사정이 나았다.
‘공모주를 해볼까?’
공모주는 증권에 기업을 상장할 때, 공개적으로 청약을 할 투자자를 모집하는 것을 말했다.
상장 예정인 기업은 투자자들에게 투자금을 받고 나서 주식을 나눠주는데. 기업은 부족한 자금을 확보할 수 있고, 투자자는 보다 저렴하게 주식을 확보할 수 있다.
그리고 그것은 다시 말해, 단기간에 많은 이득을 볼 확률이 높다는 뜻이었다.
‘위험성도 약간 있긴 하지만.’
가끔가다 상장일에 공모가보다 낮게 주가가 형성되는 공모주도 존재는 했다.
하지만 그것은 투자 위험이 큰 중소기업의 공모주가 그런 것이고, 누구나 알 법한 대기업의 계열사나 자회사라면 그 위험이 상당히 낮았다.
그리고 마침, 나는 그런 공모주 공고를 하나 발견할 수 있었다.
‘IG 에너지 솔루션.’
IG 에너지솔루션은 대기업 IG 화학의 자회사로서, 2차전지 배터리 생산을 주력으로 하는 기업이었다.
즉, 앞으로 유망한 전기차와 밀접한 관련이 있었다.
‘기관 주문액이 2경이 넘는다고 예측될 정도로 IG 에너지솔루션의 청약에 모두가 주목하고 있어.’
유가증권시장 역사상 최고치를 갱신했으니. 현재로서 이보다 안전한 공모주는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여기에 17억 전부를 투자한다면?’
현재 전문가들은 IG 에너지솔루션이 상장 당일 주가가 두 배로 상승하는 소위 ‘따상’의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예측하였다.
물론, 17억을 전부 투자한다고 해서 17억 원어치의 수량을 배정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경쟁률이 얼마냐에 따라 달라지고. 비례 배정이냐, 균등 배정이냐인지도 고려해야 하지.’
비례 배정은 돈을 많이 넣을수록 더 많은 공모주식을 가져가는 방식을 말했다.
그리고 균등 배정은 모든 일반 투자자가 주관회사에서 지정한 최소 청약 수를 입금했을 때, 동등하게 주식을 나눠 가지는 방식이었다.
그리고 나는 당연히 비례 배정으로 청약할 생각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많은 주식을 확보해야 하니까.’
그래도 확실한 것이 좋으니 나는 주변에서 가장 주식에 대해 잘 아는 구상민 씨에게, IG 에너지솔루션 투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문자를 보내었다.
그렇게 곧장 돌아온 답변은 단 한 문장이었다.
[영혼을 긁어모아서 투자하세요.]구상민 씨는 전에 내게 주식 투자는 가용할 수 있는 자금의 10분의 1만 투자하라고 조언했었다.
‘그런 구상민 씨가 전액 투자를 권한다는 것은….’
이 공모주가 대박이라는 간접적인 증거였다.
그 사실을 깨달은 나는, 즉시 내일부터 이틀간 진행되는 공모주 청약을 위해, 은행 어플에서 만기가 된 정기예금을 되찾았다.
‘이자 2,200만 원은 비상금으로 아껴두자. 정확히 17억만 투자금으로 쓰는 거야.’
***
다음 날, 10시.
주식이 개장하고 1시간이 지났을 무렵. 청약이 시작되었다.
‘비례 배정, 증거금 850,000,000원 입금… 완료!’
나는 당장 결과를 알고 싶은 마음이었지만, 배정 공고일은 앞으로 나흘이나 기다려야 했다.
‘경쟁률이 엄청나네. 비례 배정이라도 배정을 얼마 못 받겠는데?’
그렇게 되면 17억 중 상당한 금액이 남을 것이다. 나는 남는 금액을 어디에 투자할지 고민해보았다.
‘일부는 배당주에 투자하고, 나머지는 시간을 두고 괜찮은 주식을 조사해서 투자하자.’
현재 은행 금리는 1년 만기 기준, 약 3.4%였다.
이 정도면 웬만한 배당주보다 높은 이율이지만, 자금이 1년이나 묶여있어야 한다는 단점이 있었다.
‘앞으로 내가 하고픈 일을 하다 보면, 급하게 돈 쓸 일이 생길 때가 있을 거야. 그럴 때마다 정기예금을 중도 해지하는 것은, 오히려 이자 손해가 클지도 몰라.’
그래서 나는 분기별로 배당도 나오고, 주가가 상승할 확률도 있는 배당주가 조금 더 매력적으로 보였다.
주가가 상승할 확률이 있다는 말은, 반대로 주가가 내려갈 위험도 있다는 뜻이었지만. 현재로선 괜찮은 문제였다.
‘IG 에너지솔루션 때문에, 다른 주식들은 계속 하향하고 있으니까.’
즉, 주식 시장이 지금 엄청난 바겐세일 중이라는 뜻이었다.
IG 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은 기관과 외국인들에게 뜨거운 관심을 받고 있었다.
덕분에 그들은 조금이라도 더 많은 공모주식을 배정받기 위해, 현금을 확보해야 했고. 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소유 주식의 처분이었다.
‘공모주 상장을 발표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자금 확보를 목적으로 한, 계속된 매도로 다른 주식들은 연일 하락 세야.’
그러므로 배당주를 매수하는 것은 상당히 괜찮은 생각이었다.
‘만약 주식이 하락하더라도. 배당금을 받으며 버틸 수 있고, 그러다 보면 주가도 회복되기 마련이니. 배당주를 사는 것은 나쁘지 않은 선택이야.’
비록, 1년 금융소득이 2,000만 원을 넘어가면 세금이 많이 붙긴 하지만. 그래도 불로소득이니 상관없었다.
‘안전한 배당주들은 대부분 크게 상승하진 않지만, 주식 시장을 다시 파악하는 동안 놔두기엔 괜찮겠지. 지금처럼 좋은 기회가 생겼을 때, 유동적으로 자금을 운용하기도 괜찮고.’
그리고 나는 이미 예전부터 눈여겨본 배당주가 몇 개 있었다.
‘국내엔 T&G. 해외엔 코키콜라, 팝씨콜라 그리고 스타박스.’
네 가지 종목 전부 대표적인 배당주였으며, 모두 배당성장률이 꾸준히 오르는 종목들이었다.
아, 일성 전자는 제외했다. 요즘 반도체 시장이 부실하다는 이야기가 뉴스에서도 심심치 않게 들려왔기 때문이었다.
‘T&G는 지난 20년간 한 번도 배당을 깎은 적이 없었어. 배당률도 늘 올렸고. 1주에 7만 원짜리 배당이 분기별로 주당 1,300원이나 나오니 괜찮은 주식이야.’
또한, 해외 주식을 저 셋으로 정한 이유는 오로지 하나였다.
‘위대한 검은 물이니까.’
세상을 지배하는 검은 물이, 세 가지가 있다.
하나는 석유, 또 하나는 콜라, 마지막 하나는 커피였다.
‘피자 햄버거 치킨이 존재하는 한, 콜라가 망할 리가 없어. 그리고 직장이 사라지지 않는 한, 스타박스 커피가 망할 리도 없고.’
게다가 저 세 종목은 모두 50년이 넘는 기간 동안, 꾸준히 배당률이 상승해왔고. 주가까지 쭉 우상향이었다.
그러니 안전한 배당주의 대표적인 녀석들이라 할 수 있었다. (여담으로 이번에 조사하면서 알게 된 사실이 하나 있는데, 펩씨콜라의 매출액 대부분은 콜라가 아닌 과자라는 것이었다.)
아무튼 이렇게 앞으로의 투자 계획을 정한 나는, 주식 창을 종료했다.
‘자, 그럼 시작해볼까.’
나는 컴퓨터 앞에 앉아, 문서 프로그램을 실행했다.
[사직서.]‘이제 그만 퇴사해야지.’
나는 로또 당첨 의심을 피하고자, 지금껏 회사를 계속 다녔었다.
하지만 이번에 패션쇼를 진행하며, 나는 내 진짜 속마음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갑자기 퇴사해서 로또 당첨 의심받을 것을 염려했다면. 벤츠를 타는 것도, 명품 옷을 입는 것도 하지 말았어야 해.’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행동한 이유를, 나는 이제야 알 수 있었다.
‘인정받고 싶었던 거야.’
과거의 나는 동료들에게 무시당하고, 상사에게 이용만 당하는 존재였다. 그랬기에, 내 마음속에 언제부터인가 인정받고 싶어 하는 욕구가 생겼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미련이 없어.’
나의 주도하에 대형 프로젝트가 대성공했고. 회사는 물론, 외국에서의 인정까지 받았다.
‘그러니 이제 만족해.’
순식간에 사직서를 적어 내려간 나는, 완성된 사직서를 읽으며 생각했다.
‘그래도 좀 아쉽네.’
이제 할 일이 생겼으니, 회사에 시간을 투자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매달 들어오는 돈이 쏠쏠했었다.
‘당첨금에 비하면 새 발의 피도 안되는 돈이지만. 차곡차곡 쌓이는 기분은 참 좋았는데.’
월급 덕분에 벤츠의 유지비도 충당했고, 생활을 위해 당첨금을 건드리지 않을 수 있었다.
‘어쩔 수 없지. 작은 것에 미련 가지지 말자.’
막상 사직서를 보고 있자니 괜히 마음이 이상했다.
‘안 되겠다. 보이지 않게 봉투에다 넣어 놓든가 해야지.’
그렇게 내가 사직서를 넣을 봉투를 찾으려고 했을 때, 책상 구석에 아무렇게나 놓여진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저건…’
그것은 며칠 전, 한유경 씨가 선물해주었던 연금복권이었다.
‘그러고 보니, 추첨일이었던가?’
연금복권은 목요일 저녁 9시에 추첨한다고 들은 기억이 있었다.
나는 피식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
‘될 리가 없지. 그래도 당첨되면 참 좋겠다. 연금복권에 당첨되면, 보다 더 공격적으로 주식 투자를 해볼 텐데.’
그리고 그날 저녁.
“…어?”
-당첨 번호는 7조 134063입니다. 축하합니다!
나는 손에 들린 복권을 멍하니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왜 또 1등인데?”
아니었다.
이번엔 1, 2등 동시 당첨이었으니까.